(사설에 앞서 이 모든 이야기는 사실에 의거한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
이 이야기는 2010년 11월...
내가 컴퓨터 학원에서 열심히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을때의 이야기다.
바야흐로 겨울이 코 앞으로 다가오던 어느날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위닝2011와 프로그래밍을 번갈아가며
마지막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다.
11개월간의 과정을 거의 마치고 수료를 앞둔 상황이었다.
<한타보다 빨라졌던 영타의 위엄>
그 때 같은 반 수강생이던 동생이
"삼X 소프트웨어 멤버십(이하 삼X소멤)" 이라는 곳에는
신진 대학생 프로그래머들을 뽑는다고 말해주었고,
나는 손사례치며
나 따위가 어떻게 대기업 중의 TOP 삼X에 들어가냐며
기겁했었다.
나는 그냥 커피에도 못끼는 초원다방
MAXIM 커피믹스라고.
그러나 주변분들의 격려와 꿀발린 감언이설에
넘어간 나는
기존에 만들어두었던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즐거운 사전> " 에
내가 배운 기술들을 총 동원하여
DB(데이터베이스) 생성 및 서버개설하며
홈페이지와 연동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되었다.
<즐거운 사전 어플은 사투리와 최신 유행어/신조어, 채팅어를 제공했다>
그리하여
접수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12월.
쓰다보니 위인이 한명 탄생한 자소서와
제작 프로그램을 제출하며
삼X소멤에 지원하게 된다.
2010년 12월 30일
결과 발표가 났고,
시냇물의 소금쟁이보다 작은 심장을 가졌던 나는
저녁 9시 58분에 이메일을 확인하게 된다.
< 내 생에 최초로 7옥타브에 성공했었다. 기뻐서가 아니라 순전히 놀라서>
* 삼X소멤은 합격 후 1년과정을 이수하면
삼X 프로그래머로 입사하는 특전을 가진다.
이건 실로 학원내에서도 크레이지한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과자를 대량섭취하여
손톱만한 실력을 자이언트 손톱만큼 보이게 할 수 있었던 포장술 덕분이었다.
(포장술의 대가인 각종 과자업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하여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삼X소멤의 2차 기술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아침 9시부터 실시되는 면접에 가기위해 부산 삼x소멤으로 갔고
그 전날 저녁 부산 서면을 배회하다
코트자락을 부여잡으며 친구 자취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누구보다 풍성한 머리결을 휘날리며
면접장으로 향했다.
(그 당시 학업에 열중하다보니 내 머리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레골라스 였다.
얼굴이 레골라스라곤 안했다. 오해말라.. )
하필이면 면접도 1빠.
댓글 1빠 하기도 어려운 세상에
면접 1빠라니, 이건 무슨 의밀까 생각하다
나는 삼X소멤의 면접자 대기실에 놓여진
과자도 몇개 줏어먹지 못하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시작된 면접.
감독관은 총 네 분이 앉아 있었으며
4일은 굶은 살쾡이 마냥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훝어보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내가 잘생겨서 그런 눈빛으로 보는 줄 알았다.
나는 태연히 인사를 하고,
삼X 노트북 가방에서 DELL 노트북을 꺼냈다.
(심지어 노트북 가방이 없어서 삼X 노트북 가방을 빌린거였다.)
그렇다.
첫단추부터 잘못 낀거다.
감히 삼성소멤 면접장에서 DELL 노트북을 꺼내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가 파인 애플사의 맥에어라도 꺼냈어봐라.
꺼내는 순간, "나가셔도 좋습니다." 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차분히 면접관들과 아이컨택을 하고
내가 11개월동안 정리한 프로그래밍 정리노트를 나눠드렸다.
"제가 공부한건 거기 다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
나의 작품 설명 PPT는 사실 내가 봐도
지루하고 부실하며 재미없었다.
그 이후 어떤 계기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나선
내가 내 프레젠테이션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PPT 설명이 끝난 후 작품 시연에서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지만
색채학을 공부한 나에게
디자인의 재능까진 주지 못한 신께서
그러하시듯 디자인까지 정말 형편없었다.
<발로 해도 디자인 이것보단 잘하겠다..ㅠㅠ
나는 디자인보다 기술력에 치중하려고 했었다. 물론 Fai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 ......... >
그리고 시작된 질의 응답 시간.
"가비지 콜렉터을 강제 소환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습니까?"
"(음... NULL 이었던 것 같은데... NULL 아닌가?
잘 모를때는 모른다고 해야한다 하던데 ... 솔직한게 낫다고.. 그냥...)
잘 기억이... 모르겠습니다."
"NULL... 이죠"
"(오마이 쒯 더 뻑!!) .........."
그리고 나에게 폭풍적으로 쏟아진 JAVA 언어와 C언어의 비교점과 둘의 장단점,
속성들을 물어보셨다.
본인은 SI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JAVA만 배웠기 때문에
C언어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기술프로필에도 JAVA만 적어놨는데 C언어만 주구장창 물어보시는 거다.
맞다 . 망한거다. 이 면접.
<C언어를 적은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기술 프로필
그리고 지금은 내 머리속에서 찾아볼 수도 없는 기술 프로필 >
그렇게 면접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거 떨어졌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마지막 숨을 휴 ~ 몰아쉬는데
이상하게 진정이 되는거다.
그 순간.
'어라 ? 이렇게 끝나기엔 내가 너무 바보같잖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끝내기엔 내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
면접관에 질문에 당황해서
내가 생각한 답을 말해야 할지,
면접관이 혹시 원하는 이런 정답류를 말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답만을 말하다가 멍청하게 떨어진거다.
그래서 "이제 나가보셔도 좋습니다" 라고 말하기 직전의 순간..
내가 말했다.
"제가 .. 마지막.... 어필해도 되겠습니까? "
뭐 어쩌겠는가, 면접관님들 당연히 .. 하라고 하시지.
이제부터, 상상하면 부끄러운 이야기가 시작되니
다들 손가락 미리 구부리고 읽기 바란다.
하루 전날
미리 면접장에 와서 컴퓨터 세팅을 시험하는 시간이 있었고
나는 그곳 뒤편에 화이트 보드가 있었다는 걸을 기억해냈다.
나는 보무도 당당히 뒤에 있던 화이트 보드를 앞으로 끌고 오며
이야기 했다.
"저는 '사람이 그릇이 커야 한다' 라는 말에서
우리의 두뇌도 그릇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
하며 화이트 보드에 그릇을 그렸다.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치않든
지식을 쌓으며 살아갑니다.
학교와 신문, TV, 책, 소문, 기타 여러 곳에서 말이죠"
<정말 하드보드판에 그림을 이렇게 그렸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지식들이 쌓이면
결국 넘친다는 것입니다.
넘치는 지식들은 쓸모없게 되고, 또 더 이상 가치가 없습니다.
생각은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깊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넘친 생각때문에 오히려 생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
"저는 여기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넘친 지식은, 쌓여만 있는 지식은,
썩는다. 쓰레기다.
달걀도 쌓아두기만 하면 반드시 깨진다.
비울 필요가 있다. 라구요"
" 물론 비운다는 것은 버리고 잊어먹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저장매체 <노트> 에 옮겨 적어둔다는 거죠.
지식은 그대로 다른 곳에 저장되되, 두뇌는 비워지는 겁니다."
"저는 이 비워진 두뇌에서
창의성이 생긴다고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버려야 얻을 수 있듯이 말이죠.
그리고 저는 이 비워진 그릇의 깊이가
생각의 깊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깊은 곳에서 지혜가 들어찬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은 외부의 것이지만 , 지혜는 내 안에서 피어오르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지혜가 순수한 창의성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생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두뇌를 저장장치로 사용해야 할까요?
왜 600원이면 살수 있는 <노트> 라는 뛰어난 저장장치를 놔두고
작고 작은 두뇌를 암기하며 혹사시켜야 하나요?
그렇기에 저는 굳이 머리속으로 암기하기 보다
제가 앞서 나눠드린 노트에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옮겨 적어 놓은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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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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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X 소프트웨어 멤버쉽에서
어떤 인재를 찾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신다면,
저는 그에 걸맞게 더욱 비워내는 인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 그 면접관들의 뻥진 모습들을 모두 봤어야 했다.
다들 눈빛이 "어라 ? 이 새끼봐라 ? " 라는 눈빛이었고,
면접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 전의 면접이 그냥 나를 하나의 기계로 인식하고
내가 무엇이 가능한가만 보는 것이라면,
이후의 면접은 나를 하나의 인격으로 생각하고
내가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셨다.
어떤 기술적인 면접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면접이었다.
----------------에필로그 --------------------------
현실은 영화와 다르기에 떨어졌다.
그렇지만 차라리 저렇게라도 나를 드러낼 수 있었기에 나오면서도
마음이 후련하고 발걸음이 가벼웠었다.
(물론 장금이가 임금님 수라상 내어가듯 걸어 나오면서
아, 내가 미쳤구나...내가 정말 미친놈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삼성소멤은 기본적으로 C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가 이후에 배운다고 했어도 바로 채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C언어를 본다는 것을 모르고 준비하지 못했던 내 책임이 크다.
그리고 워낙 다들 출중한 실력에서 내가 한참 부족했다.
무엇보다 솔직히 내가 삼X에 간다니
말이나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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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플갈꺼다. 애플.
캠브릿지 발음으로 에아쁠 ...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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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면접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웃기고, 의아하고, 부끄럽다.
이거 쓰는 동안에도 손가락이 오징어 굽듯 구부러져서 타자속도가 150은 줄어들었다.
(물론 자판은 손가락을 구부려서 치는게 맞다.)
두뇌란 know 하는 것이 아니라 think 하는 것...
저의 이런 해프닝이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생각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
아 ........폰에 진동이 진동동동, 진동동동....
오길래 아 김미영 팀장님은 월요일에도 열심이시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판이 되었네요...
이번 글은 사실 좀 많이 부끄러웠던 글이라
올릴까 말까를 백번은 생각했거든요 .. ㅠㅠ
다시 한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