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장을 길게 늘어트린 롱(Long) 바디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큰 차체를 가진 자동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는 연간 722만대(수입차 포함) 엄청난 수요가 있는 중국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연간 10만대 수준인 국내 시장에서도 넓은 실내 공간을 좋아하는 소비자 입맛을 맞추려 미국에서 공수된 차가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신형 파사트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가 27일 출시하는 신형 파사트는 2005년 국내에 출시된 6세대 파사트 이후 디자인과 성능이 개선된 풀체인지(완전변경) 7세대 모델이다. 특히 이 차량은 기존 유럽 엔벤공장이 아닌 미국 테네시주 체터누가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 소비자들의 체형을 고려해 차체와 실내공간이 넓어진 점이 특징이다. 또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춰 하반기 기대되는 신차 가운데 하나다.

◆ 7세대 파사트, 미국산 도입으로 차체 ‘크고’ 가격은 ‘저렴’
14일 신형 파사트 2.0TDI(디젤)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 일대를 도는 총 200km 구간을 달려봤다. 차량에 탑승하고 전체적인 실내 인테리어를 둘러봤다. 독일차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가죽소재로 감싼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적당한 수준의 두께로 잡는 느낌이 좋았다. 시동을 걸자 디젤차 특유의 엔진음이 들리면서 귀를 자극했지만 오감을 열고 차량의 장단점을 찾아야 하는 시승 중이 아니었다면 디젤차인지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조용했다.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올려봤다. 스포츠카의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외로 빠른 반응에 놀랐다. 발을 살짝 올렸을 뿐이지만 RPM(분당 엔진회전수)가 치솟으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물론 눈 깜짝할 사이의 빠른 가속력은 아니었지만 한번 탄력을 받자 묵직하게 속도가 붙었으면서 디젤차는 특유의 강력한 초반 가속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변속기를 ‘D’에서 한 번 더 내려 ‘S(스포츠모드)’로 세팅하고 달릴 경우 반응은 더욱 빨라져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이날 시승코스는 유난히 코너구간이 많아 자동차의 선회능력을 시험하기 좋았다. 우선 시속 50~60km의 저속의 코너에서는 안정감 있는 선회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속 90~100km에서의 급한 코너에서는 차체가 다소 밀리기도 했지만 일반 중형세단인 점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러운 선회능력을 보여줬다.

신형 파사트의 가장 큰 장점은 실내공간이다. 실제 뒷좌석(2열)을 앉았을 때 다리를 꼬더라도 충분히 공간이 남을 만큼 실내공간이 여유로웠다. 운전석과 보조석 역시 실내공간이 넓어 중형세단인데도 대형세단의 안락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실내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은 차량의 수치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신형 파사트의 전장(4870mm)은 6세대보다 103mm 길어져 1973년부터 약 40년간 이어진 파사트 역대 모델 중 가장 길다. 뒷좌석 레그룸도 75mm 늘어나 이전보다 넉넉한 공간을 연출한다. 6세대보다 44L 용량이 커진 트렁크(529L)는 골프백 4개가 들어간다.

이날 시승한 2.0TDI는 공인연비 이상의 연비수준을 보여줬다. 차가 다소 막혔던 도심구간에서는 연비가 L당 14km로 다소 떨어졌지만 일정 속도 이상의 고속구간에서는 공인연비 이상의 효율을 보여줬다. 특히 변속기를 S에 두고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한 구간에서조차 L당 13km를 유지해 시승했던 기자들을 놀라게도 했다.
◆ 신형 파사트, 국산차와 본격 ‘경쟁’…“그랜저보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신형 파사트를 2.0TDI(디젤)와 2.5 가솔린 두 가지 모델로 선보인다. 2.0TDI는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6단 DSG변속기의 조화로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9.1초 만에 주파하며,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L당 14.6km다.
2.5 가솔린 모델은 직렬 5기통 가솔린엔진과 6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170마력과 최대토크 24.5kg·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2초면 가능하다.
신형 파사트의 가격은 ▲파사트 2.0 TDI(디젤) 4050만원으로 기존 국내에 출시된 6세대 모델보다 480만원 저렴해졌다. 이번에 국내에 처음 출시되는 2.5 파사트 가솔린은 3790만원으로 동급의 2.0L 독일 디젤 중형세단이 6000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산차 가운데 경쟁모델로 지목되는 현대자동차(005380)의 그랜저(3048만~4348만원)와 비교하더라도 가격차이가 작아, 신형 파사트는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와의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그랜저의 트림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2.4 럭셔리(3048만원)와 3.0 프라님(3351만원)으로 파사트와의 가격차이는 크지 않았다. 파사트가 풀체인지(완전변경) 신형 모델이라는 점과 수입차라는 이점을 고려한다면 국산차와의 경쟁해서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편의사양들이 제외해 상품성을 다소 떨어트린 점은 다소 아쉽다. 실제 신형 파사트에는 독일형에 채택된 전자식 브레이크, 오토 홀드, 파크 어시스트(자동주차시스템) 등의 편의사양들이 빠졌다. 하지만 이들 편의사양은 차량의 성능과 안전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차량의 넓은 실내공간, 탄탄한 제품경쟁력, 가격 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
실제 파사트는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7번의 개선을 통해 제품력이 우수한 차량이다. 이를 증명하듯 파사트는 6세대 모델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5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한 신형 파사트는 미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폴크스바겐의 실적을 올해 1~7월까지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24만5739대) 성장하는데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