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1살 여학생입니다.
급한 불 끄고, 마음이 좀 진정되어서 글을 씁니다.
이런 일을 얘기할 언니오빠가 없습니다.. 전 외동이구요,
글 읽어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몇달 전부터
(제가 아는 것만 몇달 전이고, 실제로는 더 오래 됐을 수도 있습니다.)
엄마가 휴대전화로 어떤 남자와 매일 싸웠어요.
엄마가 말도 못하게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았구요.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가, 동네가 떠나가라 화내면서 욕을 했다가, 납득같은 걸 시키려고 했다가
하는 걸 여러 번 들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어른들 싸움에 낄 수도 없고,
혹여 제가 끼면 엄마가 더 스트레스 받으실까봐
다 들리지만 모른척 했구요.
간혹 엄마가 집에서 술 마실 때나, 전화 끊고 나서
제가 무슨 일이냐고, 누구냐고 물어보면 엄마는
'아니야 그냥 어떤 사람이 있어' 하는 식으로 대답 절대 안해주셨구요..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엄마 휴대폰은 항상 잠겨있고, 메세지나 카톡 내용도 잠겨 있거나 지워져 있었습니다.
엄마와 그 남자 중 누가 잘못한 일인지도 모르겠구요..
예상하기로는 엄청 예전부터 엄마가 남자랑 연락을 자주했는데, 그 사람인 것 같습니다.
불륜이건 아니건 아버지는 꿈에도 몰랐고, 들췄을 때 해결할 자신도 없어서
[보고싶다] [얼마나 생각하는지 모른다] 같은 문자를 가끔 볼 때에도 모른척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일이 꼬였는지 매일 싸우네요. 그 남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엄마가 그 남자와 전화하면서 종종 "내가 죽어야 니가 그만하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진짜 죽을 생각을 하는 줄 꿈에도 몰랐어요.
상상조차 못했어요.
일은 어제 새벽에 터졌습니다.
어젯 밤에 아버지가 낚시 가셔서 집을 잠깐 비웠습니다. 드문 일이거든요..
알바 끝나고 10시 쯤에 집에 와보니까
엄마가 또 술에 취해서는, 그 남자와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 제 방에서 제 할일 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다 먹었다 이제.' 하는 말을 듣고 나가보니,
수면제 3통을 드신 뒤였습니다.
정말 너무 화가나서, 엄마한테 고래고래 소리 질렀어요.
엄마 자격이 있냐고, 가족때문이 아닌 다른 남자때문에 죽을 만큼 이 남자가 소중하냐고.
무슨 관계냐고, 술이 사람을 이렇게 망친다면서..
엄마는 술 취해서 눈 다 풀려서는 '그래, 그래 맞아' 그냥 이러시고..
어찌해야 할 줄 몰라서 수면제를 확인하니까 ㅇㅇ수면유도제 라고 써있더라구요.
엄마 옆에서 상태를 보니까
술취한 사람처럼 비몽사몽 하더라구요.
네이버에 수면유도제 관련해서 허겁지겁 찾다가 나가보니
엄마가 코를 골면서 자고 있더라구요.
집안에는 정적만 흐르고 가만히 서서 생각하는데
119에 신고를 했어야 했지만 너무 겁났습니다.
아빠가 와서 이 광경을 보면 또 얼마나 집안이 뒤집어 질까
'엄마가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사실 어젯밤에는 엄마가 너무 너무 미웠습니다.
매일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고, 힘든 일이 있건 없건 술 담배를 하고,
아빠가 아침밥 빨래 설거지 방청소 저녁밥
모든 일을 다 하는 동안, 엄마는 자거나 티비보거나 동네 아줌마들 만나러 다니고.
제가 학교 안가거나 알바 없고 집에 있을 땐 저도 역시나 집안일 하느라 바쁩니다..
(어쨋거나 집안일은 아무 상관 안합니다 아빠도, 저도.
엄마의 비행 행동이 가장 큰 문제일 뿐이죠..)
새벽 2,3시까지 전화를 안받거나 전화기를 꺼버려서
기다리는 사람만 속 타게 하고
그 전에도 저보고 같이 죽자는 둥, 그러다가 울면서 미안하다는 둥,
우리 딸은 어른스러워 라면서 그 한마디면 다 되는지 저에게 못볼 모습 다 보여주고.
너무 많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주르륵 생각나면서 엄마가 너무 미웠습니다.
집에서는 괜찮은 척 하면서 밖에서 무슨 일들이 많은지
스마트폰을 한시도 내려놓지 못하고.. 물어보면 대답도 안해주고..
그래서 내버려 둔 것도 있습니다.
수면유도제로는 아무리 먹어도 죽지 않는다더라구요.
코 골면서 자는 모습 보고 깨어나면 병원 데려가야지.. 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와버렸습니다.
그렇게 울다가 친언니같은 친척언니한테 연락하고 하다.. 잠이 들었나봐요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됐네요.. 엄마는 아직 코골면서 자고 있구요
아버지가 밤중에 집에 돌아와서는 알아 버렸습니다.
옆에 알약이 한두개 떨어져 있던 걸 봤더라구요.
3통 먹은 줄은 모릅니다..
계속 ㅇㅇ엄마 ㅇㅇ엄마 정신차려봐 일어나봐 하면서
물 떠다 마시고 앉혔다가 눕혔다가..
엄마는 물 마셨다가 가끔 으음 하는 소리를 낼 뿐 계속 자고 있어요
아버지가 엄마가 잠에서 좀 깨면 병원 데려가자고 하십니다.
지옥같은 밤이 흐르고 나니까 힘이 쭉 빠지네요
언젠가는 엄마가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그 남자 때문이든 아니든 엄마가 삶의 의욕이 전혀 없습니다
아버지랑 사는 것도 '이혼 하려면 해' 이런 입장이고
가족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집에서 잠만 잘 뿐, 혼자 사는 사람 같습니다
아버진 어떻게든 제 결혼 전까지만이라도 이혼은 피하려는 입장이고..
예전부터 깊게 다쳐버린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지금 그 남자와의 문제,
그 밖에 엄마를 힘들게 하고 있을 여러가지 문제들을
어떻게 제가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엄마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가 할 수 있는 건 뭔지..
주변에 비슷한 상황 있으신 분이 계신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듣고 싶어서
글을 써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