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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스릴러) logging : 알려져선 안될 이야기 -1-

기창수 |2012.09.14 18:24
조회 1,959 |추천 6

-기창수-

 

 

글쓴이 블로그 : http://blog.naver.com/kcs198706

 

 

-1편-

 

 

그 곳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챙겨주는 동생 주문이의 18째 생일임과 동시에 2년 남짓 일해왔던 일식집을 그만두는 날이기도 하다. 자주 찾아오란 사장님의 배웅과 함께 곧장 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먹구름이 내려 앉아있다.

여기저기 홈마트다 이마트다 들어서면서 손님들이 줄어든 탓이다.
이래 저래 재료들과 과일을 양손에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골목길 어귀에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누렇게 바라고 헤진 벽보들이 바람에 찢겨져 버릴듯 위태롭게 접착제에 의지해 붙어있다..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벽보앞에서 멈춰선 나는 겨우 알아 볼수있는 정도의 전단지의 사진과 문구들을 눈동자로 흘겨내린다, 실종된지는 5년,10년이 다 되가는 아이들과 노인, 장애를 가진 어린아이. 중년 남성,여성들 그들은 순식간에 증발하듯 아무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대체 저들은 어디에...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거나 흔히 말하는 새우잡이배에 팔려 나가버린걸까..?'

 

 

 

 

스쳐지나가는 여러가지 추론을 일으켜세우고 있을때쯤

오른쪽 저편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소리가 점점 가까이 귓속에 와닿는다.

 

 

 

 

"주생아~ 주생이냐??"


낯익은 목소린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보니 160cm정도 되 보이는키에 갈색 베레모, 유독 오른쪽이 처진 어깨의 아저씨 한분이 왼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선천적으로 안 좋은 시력 탓에 미간을 찌푸려 애써 누군지 알아보려 노력해본다.

고등학교 같은반이였던 절친했던 동창인 규환이네 아버지시다.
도박으로 인해 재산 모두 탕진하고 단칸방에서 지내신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와 이웃들의 오고가는 이야기속에서 엿들었지만,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눈이 퀭하고 부쩍 야윈 모습으로 근심에 가려진 미소를 머금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그려 뭐하다 오는길이여?"


 

 

"오늘 동생 생일이여서요. 먹거리좀 사오는 길이네요. 뭐 별일 없으시죠?"

 

 


 

별일없냐는 안부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신다.


 

 

 

 

"뭐~별일이야 이것냐만.. 어머닌 워떠시고? "

 

 

 

"예~수술 받으신후에 좀 움직이는거조차 힘겨우셨는데.. 이제는 식사도 조금씩 하시고 많이 괜찮아지셨어요"

 

 

 

 

그러자 혀를 차시며 내 오른쪽 어깨를 토닥이신다.

 

 

 

 

"에혀.. 니가 고생이 많다.. 동생 학교보내랴 어머니 병수발 드랴.. 힘내라이..

무튼 담에 규환이 휴가 나오믄 그때 괴기나 궈묵자이"


 

"예 살펴들어가세요~"

 

 

 

이야기가 끝나는 찰나에 버스가 도착해 하마터면 놓칠뻔했지만 간신히 발을 올렸다.
때마침 오른쪽 끝 창가에 자리가 비어 앉아서 갈수있었다.

가는 동안 내일 그곳으로 출발하기전에 마무리 지어야될 것들을 생각해본다.
어머니의 약값,생활비,월세..등 동생 계좌로 수중에 남아있는 돈을 송금 해둬야 된다.

어느덧 집에서 좀 떨어진 번화가에 버스가 멈춰섰다.
집까지 20분쯤 걸어가야할 거리지만 사람구경을 좋아하는 나라서
줄곧 번화가를 거쳐서 집에 들어가는 동안에 이곳을 거닐며 하루의 스트레스와 생각들을 정리한다.
키크고 작은사람, 급하게 바쁘게 뛰어가는 청년,핸드폰 만지며 걷는 어린소녀, 노점상인들, 양복입은 중년 회사원, 호객하는 사람 등등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옷깃을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항상 습관처럼 찾아뵙는 한 사람.

앉은뱅이 아저씨다.
처음엔 안쓰러워 천원짜리 몇장 넣어드렸었다. 하지만 거리를 거닐때마다 눈에 밟혀 어느덧 나도 모르게 이 앉은뱅이 아저씰 찾아뵌다. 그리곤 그에게 항상 묻는다. 밥은 누가 주며. 언제부터 불구가 되었는지 하지만 물음에 답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말자체를 하는걸 본적이 없다.
한번은 가족들은 있는지에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당황스럽게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입을 굳게 다문채 헤진 소매로 눈가를 쓸어내리곤 등돌려 어디론가 몸을 이끌고 홀연히 사라지셨었다.
왠지는 감조차 잡히질 않는다..

오늘도 그가 머무는 근처엔 울려퍼지는 가요들 틈에 성가대 멜로디가 갸냘프게 흘러들어오고
이내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가가 자세를 낮춰 천원짜리 두장을 바구니에 놓자 감사하다는 그의 목레와 함께 눈이 마주치자 나를 반기듯 화색이 밝아진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자꾸 주위 눈치를 보며.. 고갤 숙이곤 다시 다리에 끼워진 고무덮게를 끌으시며 뒤편쪽으로 사라지신다.


 

 

 

 

'설마..누군가에게 감시를..?’

 

 

 

 

그를 감시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찾아보려 좌우로 고개를 돌려보지만..

알아챌수가 없었다.

 

 

 

 

 

 

'아차!'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8시20분을 가르킨다.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생각에 거진 뛰듯 집에 도착했다. 문틈의 끼워져 있는 고지서를 꺼내 주머니 춤에 쑤셔 넣은후 녹슬어 잘열리지 않는 대문의 열리는 굉음과 함께 들어온다.

 

 

 

 

"나왔어~"

 

 

 

 

좁은 부엌을 지나 방문을 열곤 어머니부터 살핀다.

어머니는 언제부터 주무신지 모르겠지만.. 수술 받은 뒤론 부쩍 잠이 많아지셔서 한편으로 걱정 된다.

그리고 구석에서 늘어진 자세로 만화책을 보고있는 동생에게 별일없었냐는 물음에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에 침을 묻혀 페이지를 넘기며 날 바라본다.

그러더니 내 손에 쥐어진 비닐봉지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는지 묻는다.

 

 

 

 

"뭐야?"

 

 

 

손에 들고 있던 만화책을 팽개치듯이 이불위로 던져버리곤 한걸음에 다가와서 장봐온걸 뒤적인다.

 

 

 

 

 

"지 생일인것도 모르고....형 낼부터 산업체 들어가면 집에도 잘 못오니까.. 이번 만큼은 너 좋아하는거 해줄께.. 형 씻고 올때 동안 쌀 얹혀놔라.."

 

 

 

 

 

내일 떠난다는 말때문인지 밍기적거리며 알았다는 주문이의 얼굴보니 아쉬운지 어떤건진 모르겠지만

기운이 빠져있는 모습이다..
개운하게 샤워를 끝내고 남은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내면서 부엌으로 나와 곧장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동생도 이번 만큼은 옆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눈여겨 보며, 요리하는 내내 옆에 붙어있다.
밥솥에서 밥이 됨을 알리는 스팀이 솟아오르고 어느덧 부엌은 밥내음이 한가득이다.
어머니가 주방의 요란함에 잠이 깨셨는지 다리를 절며 환하게 웃으며 문턱에서 어눌하신 말투로 왔냐며 활짝 웃으신다.
어머닌 3개월전에 일하시는 도중에 쓰러지셔서 병원에 급하게 옮겨졌지만 뇌졸중 판정을 받았었다. 그 영향으로 언어 장애가 온 동시에 오른쪽팔과 왼쪽다리가 마비때문에 저신다.
그렇게 모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며 식사를 마쳤고,뒷 정리와 설거지하는 내 모습을 뒷편에서 어머니께서 빤히 바라보신다. 이제 곧 떠나보내는게 걱정되시는게 등뒤에서도 느껴져온다.괜시리 뒤돌아 어머니의 얼굴을 보게되면 슬퍼져 버릴까봐 고개를 돌려 쳐다볼수가 없다. 묵묵히 그릇을 헹궈내고 있을때쯤. 어머니의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아들.. 내..이일..가다 언..지지지에 오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뗀다.

 

 

 

 

 

 

"휴가때나 와야지 .. 지방이라 멀어서 잘못 올라와 2년만 참으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병원이랑 꼬박 꼬박다니면서 치료 받고 있어..돈 걱정은 하지말고 거기선 여기서 일하는것보다 훨 많이 버니까~ 알았지?"


 

 

 

 

그래도 맘이 안놓이시던지


 

 

 

 

"다아치지 말고 조..오오시매..아들 아.아.라아찌?“"

 

 

 

 

 

등 뒤로 어머니의 작은 숨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이내 손에 끼워진 고무장갑이 작고 야윈 손으로 가리워 지고.. 따뜻한 온기가 고무장갑 위로 전해진다.
고개를 돌려..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혀진다.


 

 

 

 

 

내가 7살 때 감기몸살에 몹시 아파 누워있자 아버지께서는 약국을 다녀오신다고 나가신 후.. 그렇게 행방불명이 되신 아버지의 얼굴을 다신 볼 수가 없었고,
그 후로 어머닌 잠한번 제대로 못 주무시고 행여 나와 동생이 밖에서 아버지 없다며 손가락질이나 놀림을 받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어머니는 우리 두 손을 절대 놓지 않고 강인하게 이겨내셨다.
그런 어머니의 고생과 거침으로 물들어진 삶에 .. 콧등이 아려온다.

애써 전화가 온척 밖으로 나가 차오른 울음 참으려 떨리는 입술을 꽉깨문다.
그리고 두어 번 서늘한 밤공기에 한숨을 내쉰끝에 겨우 진정된다.

주머니에 접어둔 고지서가 생각나 주머니에서 꺼내 달빛에 비춰 읽어본다..

방세 포함해 넉넉잡아 40만원은 빠져나갈 거 같다.

하지만 일하게 될 산업체에서 받는 연봉이 5천만 원 이라고 들었다.
그곳에 들어가 일을 한다면 오히려 어머니의 병원비 생활비 등등 포함해서 다 내고도 적금까지 들 수 있다. 고졸인 내가 어떻게 그런 산업체 인력에 뽑혀 합격 됐는지 나로선 믿기지가 않지만.
이런 일도 있는 거 보면 아직 세상은 빌어먹을 정돈 아닌거같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르고 안정을 되찾은 후 방안으로 들어오자 주문이가 미리 이부자리가 펴놓았다. 베개를 한번 다듬고 몸을 뉘어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지게와 함께 눈꺼풀을 내려놓는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손수 조각칼로 조각해 만들어주신 동자목걸이를 매만지며...

앞으로 벌어질 칠흑같은 어둠으로 뒤덮은 끝없는 미궁을 앞둔채........

그렇게 고요한 마지막밤에 몸을 맡긴다...

 

 

 

 

 

 

 

 

 

[2편-계속]

추천수6
반대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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