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헤어질 예정이라 글을 올려봅니다.
남자친구는 잘못없고 순전히 저때문에 헤어지는 거라서 제 자신이 한심하네요;;
저는 28살 여자이고 3년 넘게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올해부터 남자친구가 계속 결혼 이야기를 꺼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 결혼할 생각을 한번도 한적이 없고 오히려 두렵습니다.
제가 앓고 있는 병이 있거든요.
제가 앓고 있는 병이 간질입니다.
간질이 사람들이 생각한 것과 달리 약만 꾸준히 먹으면 발작을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도 간질 확정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약을 먹고 있고
발작도 7살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서 문제가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벼운 병일지라도 병에 걸렸다고하면 안좋게 생각하는데
간질은 발작 일으키는 병이라고 더욱 이미지가 안좋잖아요.
특히 나이드신 분들께는 두말할 필요도 없구요.
저희 할머니도 하필이면 하고많은 병중에서 지랄병;;에 걸렸냐고 가끔씩 한탄하십니다.
간질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평소에는 티를 안내지만 가끔씩 저를 너무 걱정해주는 것도 부담스럽구요.
간질 걸린걸 밝히는 건 어렵지 않은데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안좋은 것 반, 심하게 걱정하는 것 반이어서 부담스러워요.
아무튼 남자친구는 제가 간질 걸린 걸 몰라요.
솔직히 일상생활에 지장도 없고 간질이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말할 필요도 못 느꼈었네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올해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는데
그 뒤로 안정감을 느꼈는지 결혼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저는 당황해서 나는 아직 결혼할 생각없으니까 결혼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끊었고
한동안 결혼얘기를 꺼내질 않더라구요.
그런데 여름에 남자친구 여동생이 속도위반을 해버려서 급하게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여동생이 결혼 준비하는걸 보고 다시한번 자기도 결혼을 하고 싶었는지
여동생 결혼을 핑계 삼아서 결혼 얘기를 슬슬 꺼내더니 이젠 대놓고 결혼 얘기를 꺼내는겁니다.
집안이 여동생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당장은 아니고 여동생 결혼식이 끝나면
부모님께 저에 대해서 말을 꺼낼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11월에 있는 여동생 결혼식때 같이 가자고도 합니다.
이제는 제가 결혼 생각이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못들은척 하고 마냥 신났습니다;;
남자친구는 정말 좋은사람이고 이 사람과 결혼하는 건 복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간질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남자친구보다 제가 더 신나서 결혼했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제가 아직 결혼 자체에 자신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 할 자신이 더더욱 없어요.
남자친구는 장남에다 장손이고, 가족 얘기를 들어보면 집안이 보수적이더라구요.
여동생이 속도위반한 사실을 듣고 남자친구 아버지와 할머니는 여동생에게 완전히 돌아서서
결혼 준비하는데 관여도 안하고 여동생이 집에 올때마다 방문닫고 모른척 하신다네요;;
그리고 여동생한테 실망한 만큼 남자친구 결혼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남자친구가 결혼하자는데 OK하는건 자신없네요.
간질 걸렸다는걸 밝히는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 남자친구 반응이 두려워요.
만약 운이 좋아서 남자친구가 간질따위는 상관없다 이래도 남자친구네 집 반응이 안좋을 건 예상되구요.
(여기까지는 당연한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남자친구집은 이미 딸 한명이 속도위반으로 집에서는 원치 않은 결혼을 하게 되어서 분위기도 안좋구요.
결정적으로 저는 만약 결혼한다해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거든요.
저는 선천적 간질인데 선천적 간질은 자식에게 유전되는 경우가 있어서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장남에 장손이라서 남자친구도 집안 때문에 아들 하나는 있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하나씩 손꼽아 생각해봐도 안좋을 쪽으로 결론이 나는 상황이고
제 자신도 아직까지 결혼 자체에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결혼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내가 간질 어쩌고저쩌고 하느니 헤어지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헤어지자고 말할거면 빨리 말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내일 남자친구 만나기로 한 날인데 내일 이별통보를 할까 하고 있습니다.
간질 앓고 있는지 하도 오래된데다가 어차피 끌어앉고 가야되는 병인지라 마음 편하게 살려고 하다가도
이런 제 자신이 한심하네요.
끝까지 읽으신 분들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