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간호사 쌤 이야기
답답해
|2012.10.02 23:03
조회 1,079 |추천 0
안녕하세요^^여기저기, 이곳저곳 판을 즐겨보는 올해 딱 30세 되는 간호조무사 입니다. 뭐, 이젠 서른 하나가 되겠지만요ㅎㅎㅎ판을 보면서 공감도 많이 되고, 정보도 쏠쏠히 얻곤 했는데, 오늘은 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다른 공부를 하다가 늦게서야 간호 조무사를 시작했지요. 26세에 간호조무사 공부를 시작해서 처음엔 치과, 피부과, 정형외과도 들어갔다가 병동에도 들어갔다가 내과도 들어가고 이리저리 해매다가 내과에 정칙해서 3년이란 시간을 보냈어요. 정말, 배운 것이라고는 내과업무가 전부였어요. 그것도 개인병원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래도 이 과가 다른 과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잖아요. 적응이 되다보니, 여기가 편하더라구요.
올해 여름. 다른 내과로 옮기게 되었는데 원장님 한 분에 RN선생님이 한 분 계셨죠. RN선생님은 저보다 나이가 몇 살 아래이셨지만, 그래도 저는 선임+RN선생님 대우를 꼬박꼬박 해드리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일단 저는 교육받기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업무를 돕는 위치라고 배웠고,(물론 여태 있었던 병원에서는 조무사 선생님들 밖에 만나보지 못했으나)또 RN선생님이니 병원실무나, 지식적인 면에서 제가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에자존심? 이런 것 없이 가까이 지내면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개인병원에 RN선생님이 계실 줄 몰랐는데, 인상도 사납게 생기지 않으시고, 저는 정말 꿈만 같았어요!
원장님께 처음 소개받기로는 이 선생님께서 병동에 5년이나 계셨데요! 병동근무 5년이 어디 쉬운가요?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며칠 같이 근무하다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실수를 자주 하시더라구요.(예를 들면, 혈액검사 샘플이 뒤바뀐 다던지, 접수 및 수납, 금고 정산, IM 하실 때 좌골신경 건드리셔서환자들 컴플레인에, 수액놔드린다고 IV 하실때 많은 시간 소요, 공담검진 누락 등등)처음에는 병동에만 근무하셔서 외래업무가 익숙하지 않으신가보다. 여기 병원에 오신지 얼마 안되셔서(저보다 4개월 먼저 들어오셨어요.) 그런가보다 했어요.그런데 알고 봤더니, 병동은 병동인데 한방병원 병동 5년이시더라구요.
쌤은 간식도 정말정말 잘 사오셨고, 청소도 너무 깔끔하게 잘하셨어요. 하지만 선임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신지, 아님 정말 외래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으신 듯옆에서 보기에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원장님 눈치보시느랴, 기가 쎈 환자들 등살에고생이 많으셨죠.
쌤은 몸집도 작으신데다, 같은 여자가 봐도 연예인급 외모를 지니셨어요. 그래서 좋아하시는 환자분들도 많이 계시고, 한편으로는 접수 및 진료실 보조업무가 어려울 때도 있을만큼 목소리가 작으셔서환자들이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쌤은 이런 상황이 힘드셔서 제가 오기 전부터 원장님께 그만 두겠다고 몇 차례 말씀드렸고, 그럴 때마다 원장님께서 붙잡아두신 모양이였어요.
저랑 근무하기 시작하고, 그 선생님은 어김없이 기가 센 환자들의 불만을 들으셨고, 저는 그 선생님이 그만두실까봐, 환자 많이 몰리는 시간대인 오전 타인 접수 킵, 오후 5시부터 퇴근까지 접수 킵, 마감 및 정산 킵, 내시경 라인 킵, 공단검진 킵을자원해서 원장님께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쌤이 원장님께 그만두겠다고 또 말씀드린 상황이었거든요.
원장님은 미안해하시면서도 고마워하셨고, 같이 일하시는 쌤도 본인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을제가 도맡아서 하겠다고 하니 좋아하시더라구요. 저는 목소리도 우렁차고, 할 줄 아는 업무는 내과업무이니까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부터.....원장님께서는 병원에 주요업무(금전, 물품관리, 장부 등등)를 제게 시키기 시작하셨어요. 쌤도 그러고 나서부터 얼굴 표정이 한결 밝아지시더라구요. 내가 내 무덤을 팠나 싶었지만, 전 그래도 그 선생님이랑 일하고 싶었거든요.
여기까지는 뭐....제가 자처해서 벌인 일이라 후회는 없어요. 월급은 제가 쌤보다 30만원이나 적게 받았지만....다른 선생님 들어와서 적응해야 하는 것도 싫고, 어떤 사람이 들어올지도모르고, 이래저래 이 선생님과 일하는게 제겐 낫겠다 싶은 생각에 내린 결론이었죠.
하지만 속상한 건, 그로 부터 선생님은 병원업무에 진료실 보조외에는 신경을 거의 안쓰시더라구요. IV도 왠만하면 제가, 사람이 좀 많이 밀려서 접수가 꼬인다 싶으면약속한 시간이 아니여도 제게 떠밀고....눈치껏 제 비위나 맞추고, 간식 같은 것 사 가지고 있다가 본인이 잘못한 일이나 실수가 있으면 무조건 원장님 방에 갖다 드리는 식으로 기분을 풀어드리더리구요.
원장님이 어려워서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던 분이,이제 원장님께 농담도 하고, 잘 웃으니 원장님도 아주 좋아하시네요. 어떤 실수를 해도 오케이 입니다. 대신 제가 수습을 하죠.
뭐랄까요.......저를 바보로 알고 이용한다는 생각(?) 만 드네요. 여리고, 순수하고, 착하다고 생각되었고 그래서 오래 같이 일할 생각에잘 대해드렸는데.....참 어이없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