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1년 조금 넘은 25살 주부입니다. 사실상 거의 8년차네요.
결혼 전까지는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다가 잠깐 쉬고있어요.
쉬면서 결시친 즐겨보기만 하다가 그냥 제 얘기 들려드리고 싶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남편과 저는 두살차이로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어요
당시에 체육대회 준비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우연히 친해졌는데
마침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야자 끝나면 같이 하교하고 주말이면 같이 운동도 하고 하다보니
이제는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네요ㅎㅎ.
제가 6살 때 이혼하시고 저만 보고 살아오시던 엄마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위암 말기를 선고 받으시고 6개월간의 투병 생활 끝에 돌아가시기 직전에
임종을 같이 지키기 위해 수업도 빠지고 달려와준 남편. 남편 연락을 받고 달려와주신 시부모님.
(서로 집안에 밝히고 사귀었고, 엄마와 어머님이 마침 동갑이셔서 자주 왕래하며 지냈습니다.
남편은 서울에서 차만 4시간 타고 와줬어요. 멋있는 울 남편
)
시부모님께서 장례식도 거의 다 도맡아서 해주시고 엄마의 보험금을 받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는데 그때 아버님이 저만 불편하지 않으면 제 집을 정리하고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차피 집에 방이 한칸 남는다고.
머뭇거리니까 따뜻하게 웃어주시면서 집에 아들 하나밖에 없으니까 딸 한번 키워보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 폭발...
저도 아빠 없이자라서 매일 아빠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었거든요
그래서 장례가 끝나고 한달 여 동안은 집에서 엄마와의 추억과 짐을 정리하고
지금의 시댁으로 들어가서 살기 시작했어요.
집을 정리하고 보험료를 합치니 억 단위의 큰 돈이 덜컥 제 손에 들어오는데 너무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시부모님께 맡기며 제 생활비는 꾸준히 빼가시고 남는 돈은 저축해달라고 했더니
딸에게 무슨 생활비를 받냐며 호탕하게 웃으시고 오히려 적금을 꾸준히 들어주셔서 돈이 불었어요
남편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서 2주에 한번씩 주말에 내려오거나 방학 때만 보고
정말 시부모님이 딸처럼 대해주시고 (저도 엄마, 아빠로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ㅎㅎ)
남편도 시간 날 때마다 제 공부를 봐줘서 사춘기 한번 겪지않고 남편과 같은 학교로 진학했어요.
그 뒤로는 시부모님도 서울로 올라오셔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남편과는 애인처럼, 시부모님과는 부모자식처럼 지내고
남편과 연애 중에 한번도 바람은 생각도 안 해보고 시부모님 덕분에 싸움 한번 안 하고
이상하리만큼 권태기도 한번 안 오고 대학생활을 하며 졸업 후에는 종합병원 간호사로 취직했어요.
취직한지 얼마 안되서 갑자기 생리가 오지 않길래 스트레스성인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남편과 단 둘이 졸업여행을 떠나서 한 첫 경험에서 아이가 생겼어요.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아이가 생기면 식을 올리기 힘드니
배가 더 불러오기 전에 식을 올리라고 하셔서 급하게 식을 준비하다보니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이가 4개월만에 자연유산이 됐어요...
직장도 그만두고 일주일 내내 집에서 엉엉 울기만 했는데 그때마다 어머님께서
꼭 안아주시면서 말없이 토닥거려주셨어요.
그러더니 일주일 뒤에 이미 식 준비도 거의 끝났고 청첩장도 돌렸으니 식을 치르라고 하시더라구요.
아직 나이는 어리니까 아이는 또 생길 수 있다면서요.
그래서 그 날은 어머님 손 잡고 절에 가서 일찍 떠나버린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줬어요.
그래서 정신 차리고 식을 올렸지만 평소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주부가 됐네요ㅎㅎ.
요새는 새 직장을 알아보면서 요리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전 시부모님과 계속 살고 싶은데 시부모님이 이제 결혼도 했으니 분가하라고 매일 얘기하시거든요
.
몇일 전에는 지하철에 핸드폰을 두고 내렸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오늘 남편과 핸드폰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어제 밤부터 몸살 기운이 있어서
약 먹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집에 식구들이 하나도 없는거예요.
나만 두고 어딜 갔나 싶어서 전화를 해도 아무도 안 받길래 삐져서
방에서 결시친을 보고 있는데 시부모님과 남편이 같이 들어오더니
하얀 갤럭시 노트2를 쥐어주더라구요. 기계가 없어서 여러군데 돌아다니다 왔데요. 감동감동![]()
게다가 남편은 다음에 사거나 다른 대리점에서 퀵으로 받자고 했는데
어머님이 직접 사서 직접 손에 쥐어주고 싶으시다며 남편과 아버님을 끌고 다니셨더라구요.
우리 엄마 짱
그래서 지금 제 손에는 하얀 갤럭시 노트2가....
음... 짧게 자랑하고 말 생각이였는데 생각보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그럴 일 없겠지만 톡....이 되면
어머님이 사주신 핸드폰으로 가족사진 찍어서 올릴게요ㅎㅎ
음... 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음....
요즘 판에 괜히 읽고 있으면 같이 화가 나는
시댁들이 많더라구요.
꼭 그런 시댁만 있는거 아니니까 예비 신부님들은 너무 시댁에 대해서 겁 먹지 마셨으면 해요ㅎㅎ.
음..... 마무리... 음... 마무리......
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