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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은 노동자들에게 있다……주식회사의 네가지 고유성에 대하여 ⑸

참의부 |2012.10.21 07:12
조회 84 |추천 0

법학자들이나 경제·경영학자들이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즉, 현대의 거대 기업은 주식분산이 잘 이루어지고 주주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주식이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주식의 소유와 기업의 경영권 사이에 아무런 필연적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주식회사의 경영을 맡을 수 있고, 반대로 모든 주식을 소유한 사람도 경영을 남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전문가들이 사실문제(quid facti)를 권리문제(quid iuris)와 구별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⑤ 주식양도자유의 원칙

 

주식회사의 세번째 특징으로 주식양도자유(株式讓渡自由)의 원칙(原則)이 있다. 물론 이 원칙은 현실에서는 여러 제한조건 때문에 그대로 지켜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할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원칙은 내가 산 주식을 언제라도 되팔아 투자했던 자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내가 소유한 주식의 가격이 내가 주식을 살 때보다 높아졌다면 나는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時勢差益)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는 이 시세차익이 은행이자보다 높고 시세보다 안전하다고 믿을 때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주식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장 초보적인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에 관해 생각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누구나 주식을 자유로이 사고 팔 수 있다는 사실은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그 자체로서는 회사와 아무런 필연적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 주주가 회사에 관계하는 이해당사자로서 회사의 구성원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자격이 익명적이요, 비인격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주식이 표시하는 자본이 어떤 사람에게 속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주식회사의 신용의 근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출자한 자본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유한책임이라 부르지만, 주식회사에게 채권을 행사할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책임은 돈이 지는 것이지, 사람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므로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주식회사의 실체는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다.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이란 이처럼 사람이 아니라 자본에 기초한 물적회사인 주식회사의 존립을 위한 으뜸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김화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처럼 “이 원칙이 없다면 주식회사는 구성원의 변동이 있을 때마다 해산되고 재설립되어야 하므로 지금과 같은 사실상의 영구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아마도 과도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사람의 모임에 의해 결성되는 인적 회사나 협동조합 회사라 하더라도 구성원이 바뀐다 해서 회사가 해산되고 재설립되어야 할 것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그렇게 과도한 말도 할 수 있는 까닭은, 주식회사의 실체가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며, 인격성이 아니라 사물성이야말로 주식회사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물음이 생긴다.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주식회사는 가장 전형적인 법인(法認)이 아니었던가? 그것은 말 그대로 법적으로 인정된 인격체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그것은 주식회사의 첫째가는 특성이요, 근대 법학에서 법인의 개념 자체가 주식회사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주식회사의 실체가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며, 이런 의미에서 인격성이 아니라 사물성이 주식회사의 본질이라고 말한다면 법인으로서의 인격성과 주식양도자유의 원칙 속에 함의된 사물적 실체성이 어떻게 주식회사의 본질 속에 같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이 물음은 주식회사의 본질 속에 공속(公贖)하는 사물성과 인격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다. 또는 보다 쉽게 공속하는 사물성과 인격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다. 또는 보다 쉽게 말하자면, 주식회사를 이루는 구성원이 과연 누구냐 또는 무엇이냐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만약 주식회사가 순수하게 자본의 결합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루는 구성요소는 오로지 자본일 것이요, 인간적 구성원은 전혀 고려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의 입장에서 본다 하더라도 회사의 운영이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주식 소유의 목적이 아니고 오로지 결과적으로 수익을 얻는 것만이 목적이므로 법인으로서 주식회사의 구성원 자격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주주로서 주식회사 법인의 구성원으로서 그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오직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되는 일로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주식회사의 운영에 참여하는 자들은 주주의 자격으로서 참여한다기보다는 처음부터 다른 자격으로 참여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까운 말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주주가 주식회사 법인의 구성원이요,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단체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적 추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가기 시작하면 급기야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사단(社團)이 아니라 재단(財團)법인으로 간주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물음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미 법인이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19세기에서부터 주식회사를 사단법인이 아니라 재단법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학설을 주장한 학자들이 있었으며, 비교적 최근에도 일본학계에서 주식회사 재단설이 다시 제기되기도 했다.

 

“법인이란 일정한 사람의 집합(사단) 또는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바쳐진 집합체(재단)에 마치 살아 있는 자연인과 같은 법인격을 부여하여 법률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같은 법인이라도 사단법인은 사람들의 구성원으로서 법인이 사원(社員) 곧 그 구성원들의 총의(摠意)에 따라 운영되는 데 반해, 재단법인의 경우에는 재산의 집합체가 법인격을 부여받은 것이므로 법인의 운영을 위해서는 소수의 운영진만 있으면 될 뿐, 굳이 법인의 다른 구성원들에 있어서 그들의 총의에 의해 법인이 운영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주식회사가 인적 결합체가 아니라 자본의 결합체라는 것만 놓고 본다면 차라리 사단법인이 아니라 재단법인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느냐는 것이 주식회사 재단설의 요지이다. 이 경우 주주들은 법인의 사원이 아니라 외부의 채권자로 간주된다.

 

물론 이런 입장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소수 이론으로 남아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재단은 오직 비영리 법인으로서만 인정되기 때문에 한번 조성된 재단의 재산은 배당을 한다거나 이익을 사원들에게 분배할 수 없다. 재단이란 어떤 식으로든 출연되고 조성된 재산을 통해 처음에 정해진 비영리 목적사업만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재단의 이런 성격을 고려하여 현행 상법에서는 주식회사를 재단이 아니라 사단법인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주식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인데다가, 사원들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법률은 사단법인으로서 주식회사의 구성원을 주주라고 보고, 주주총회를 회사 운영을 위한 최고의 의결기구로 상정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주총회에서 그들을 대표하는 이사들을 선출하면 이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들 가운데 대표이사가 선출되면 그가 법인으로서 회사를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주식회사는 간단히 말해 주주들의 단체이며 주식회사의 대표는 주주들의 대표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문제 삼는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에 따르면 바로 이 단순한 성격규정이 그대로 관철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즉, 아무리 법리적으로 주식회사를 주주들이 모여 이룬 인적 단체라고 규정한다 하더라도, 실제에서 보자면 주주들의 인적 결합은 무의미한 결합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주식회사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자본의 모임에 의해 창설되기 때문이다. 법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식회사는 전형적인 물적 회사로서 사람의 결합체라기보다는 자본적 결합체이다. 즉 주식회사에 있어서 자본이란 그 성립의 기초인 한편, 주주의 출자액과 책임의 한계를 나타내며, 회사가 보유할 재산의 기준으로서 채권자 보호 기능을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앞에서 말했던 대로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에 따라 사람이 주식회사의 사원(즉 구성원)으로 참여하거나 탈퇴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이 구성원이든 주식회사의 존립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데 반해, 자본에 관해서는 자본확정(資本確定)의 원칙(原則), 자본충실(資本充實)·유지(維持)의 원칙 그리고 자본불변(資本不變)의 원칙이 엄격하게 요구된다. 그런즉 주식회사의 자기정체성 또는 자기동일성은 사람의 동일성이 아니라 자본의 동일성에 존립하는 것이니, 이런 의미에서 주식회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본의 결합체라고 말하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성격을 두고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앞서 말했던 대로 주식회사가 인격적 단체인지 사물적 단체인지가 명확하게 규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로 어려운 문제는 주식회사의 본질이 사물성에 있는지 인격성에 있는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회사의 본질 속에 저 두 가지 상반되는 요소가 같이 있다는 사실이다. 주식회사는 한편으로는 자본의 결합체로서 인간적 요소를 배제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주인 없는 자본이란 없으므로 반드시 자본의 뒤에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주식회사는 한편으로는 어떤 인격적 단체의 모습을 띠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물질적 단체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그리고 한번은 인간이 자본의 주인 노릇을 하지만 다른 한번은 자본이 인간의 주인이요, 인간은 자본의 한갓 대리인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회사의 대표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본의 대리인, 죽은 사물에 지나지 않는 자본에 빙의된 영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식회사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마르크스는 바로 이처럼 자본에 빙의된 사람이 자본가라고 보았으니, 그런 자본가를 일컬어 ‘인격화된 자본(personifiziertes Kapital)’이라 불렀다. 하지만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사물을 대리할 수 있으며, 자본에 빙의될 수 있단 말인가? 다시 말해 자본이 어떻게 인격화될 수 있겠는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든 결국 이것은 사물이 인간의 권리를 얻고 거꾸로 인격적 주체는 사물로 전락한다는 말이니, 자본주의의 모든 해악과 모순이 바로 여기 감추어져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깊은 철학적 논의는 뒤로 미루고 다시 우리는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으로부터 연역되는 주식회사의 네번째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 김상봉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술『기업은 누구의 것인가』꾸리에 편찬(2012년 출판)133쪽~180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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