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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시술소 여자들 27. 정신나간놈 [펌]

싸요 |2012.11.06 13:10
조회 8,345 |추천 6
내가 알바를 시작한 그 다음주,




금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두시가 다 되어갈 무렵




인상 좋게 생긴 아저씨 두 분이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안 계세요?”




사장은 카운터 가까운 자리에서




고스톱을 치는 중이었고




내가 사장을 부르자




돌아서서 막 들어온 손님을 확인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았다.




“요즘 장사는 잘 됩니까?”




“아유, 말도 마십쇼. 매상이 안 나와서 죽겠습니다.”




내가 커피 세 잔을 뽑아




카운터 바로 옆의 테이블에 갖다주었을 때




사장과 한 명의 아저씨는




이런저런 쓰잘데기없는 얘기들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가게 내부를 돌아보는 중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담배 한 개피를 다 피울 시간 동안




그들은 피씨방 안에 머물러 있다




금세 떠나버렸고




그들이 나가고 난 뒤에 사장이 조용히 얘기했다.



“혹시 말이야, 나 없더라도 쟤네들 오면 커피 한 잔 갖다 줘라.”




“친구분들이신가 ??”




“아니...경찰.”





그 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날 동안




그들은 두 번을 더 찾아왔었고,




그 중 한 번은 사장이 없을 때였다.




그때 그들은




사장과 나누던 쓰잘데기없는 얘기를




나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요즘도 주점 애기들 자주 옵니까?”




“네...뭐...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걔들이 괴롭힌다거나 그러지는 않죠?”




“네, 그냥 잠깐 와서 게임만 하고 가요.”




별 의미도 없는 얘기를




형식적으로 나누다가




커피 한 잔을 다 마시자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수고하십시오.”




“네, 안녕히 가세요.”




그때도 아마 금요일




아니, 확실히 금요일이 맞다.



오늘은 월요일,




열두 시가 넘었으니 화요일이라고 해야 되나.




그들이 찾아온 지 꽤 시간이 지났다고는 해도




원래대로라면 지난 주 금요일이나




이번 주 금요일에 와야 할 것이다.




물론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늘상 찾아오던 인상좋은 아저씨들이 아닌




다부진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건장한 남자들이라는 것이




불안감을 점점 더 증폭시키고 있다.




“저...커피...”



내가 미처 말을 건네지도 못한 채




그들은 곧바로 돌아서서




가게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한 사람만 가게를 둘러보고




한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무는




요령 따윈 피우지 않는다.





그보다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이




더욱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한 사람은 반대방향으로 간다면




더 빨리 순찰을 마칠 수 있을 텐데.




애초에




미성년자 단속을 위해




온 것은 아니었던 모양.







“잠깐 좀 둘러보겠습니다.”







라던 말과는 달리




그들은 전혀 둘러볼 생각이 없이




한 방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리고...






그들이 걸음을 멈춘 곳에는




볼륨녀와 채연이 앉아 있다.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는 않지만




그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이더니




채연과 볼륨녀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고하십시오.”




“......”





의례적인 인사를 짤막하게 던지고는




네 사람은 가게 밖으로 사라진다.




문이 닫히면서




휭하니 찬바람이 불어온다.






그들이 나가고 난 후에도




한참이나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채연과 쪽지를 주고받는 중이었는데.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는




그녀들이 앉아 있던 자리로 걸어간다.




두 대의 모니터에는




각각 인터넷쇼핑몰과 미니홈피가 떠 있다.




컴퓨터를 끄지도 않았고




자리가 정리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녀들이 앉았던 의자 또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들을 봐 오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




자신들이 앉았던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나갔을 때에는




몇 시간이 지나든 다시 돌아와서




정리를 하고 컴퓨터를 끄고 나갔었다.






다시...




돌아오겠지.




다시 와서 자리를 정리할 것이라 믿고




의자만 집어넣은 채로 돌아서다




채연이 앉았던 자리의 모니터에 눈이 간다.





그녀의 미니홈피에 떠 있는 작은 사진,




그 안에서




수정과




채연과




언제나 조용한 볼륨녀까지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웃는 모습이 왠지 애처로워 보인다.





그 후 몇 시간이 지나도




그녀들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늘은 형님들도 오시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일찌감치 돌아가버린 탓에




모처럼만에 한가한 하루였다.




청소를 하면서




그녀들 자리의 컴퓨터를 끌까 하다가




아직 정액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았음을 인식하고




그대로 내버려둔다.




화면보호기가 작동되는 모니터는




마우스를 움직여 다시




미니홈피와 인터넷쇼핑몰이 보이도록 해 둔다.




화장실청소를 마치고 나올 때쯤




그녀들의 정액시간이 끝나며




회원번호 입력화면이 뜬다.






“저 두 자리는 뭐니?”




“정액손님이요. 잠깐 나갔다 온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그녀들의 자리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선다.




해가 떠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바깥은 어두컴컴하다.




날씨는 더욱 쌀쌀하다.




오늘은 비가 올 것만 같다.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서니




신발장 위로 마스크가 보이고




그 옆에 연고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

.

.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입술 위의 딱지가 거슬리긴 하지만




전혀 아프지도




흉하지도 않다.



샤워를 하고 식사를 마친 시간이




여덟시 삼십분.




출근시간까지는 한참이 남았기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창을 띄운다.





집에 있는 컴퓨터는




내가 입대 전에 구입한 완전 구형이라




마땅히 할 수 있는 게임이 없으므로




그저 인터넷서핑이나 하는 수밖에 없다.




티비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다.





이곳저곳 유머싸이트를 둘러보고




이메일도 확인하고




뉴스나 볼까 하여




한 포털싸이트로 접속한다.




관심이 가는 곳은 스포츠분야.




정치, 경제나 연예 쪽은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야구-축구 등을 차례로 살피고는




뉴스 홈으로 돌아가다가




메인페이지 한가운데 나 있는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안마시술소 성매매 업주 손님 무더기 적발’



떨리는 손으로 기사를 클릭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퇴폐불법 안마시술소 등에서

성매매를 일삼던 업주와 여성,

성을 구매한 남자손님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oo경찰서는 oo일 안마시술소를 차려놓고

찾아온 손님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oo구 oo동 oo안마시술소 업주 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안마사로 일하면서 돈을 받고 손님과 성매매행위를 한

o씨 외 oo명을 불구속입건......‘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나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찌할 수가 없다.




정말 그녀들이 그랬다는 말인가.





기사를 자세히 읽어 내려가니




다행히도 이 지역은 아니다.




졸아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관련기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경찰 집중단속기간...’




만약에 그런 거라면




어제의 사건이




이 기사와 관계가 있는 거라면...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열시 이십분 전.




컴퓨터를 끄고는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날씨가 추운 듯하므로




외투를 하나 더 챙겨입고




가방을 메고 나선다.




신발을 신다




마스크와 함께




신발장 위에 놓인 연고가 보인다.




잠깐 동안 연고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한 손으로 집어들고는




가방 앞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오늘은 돌려주어야 한다.




그녀들은 분명히 올 것이므로.





내가 자는 사이에




비가 내렸던 모양.




거리는 축축하니 젖어 있고




찬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온다.




아파트 출입구를 나오면서부터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문다.



아파트단지를 빠져나와




첫 번째 건널목 앞에 도달할 때쯤




담배는 이미 다 타들어가고 없다.




바람이 불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왜 이리도 담배가




빨리 타는지.



담배를 많이 피는 편은 아니지만




곧바로 담배 한 개피를 더 꺼낸다.




담뱃갑 속에는 담배가루만 부스스 떨어진다.




출근하기 전에 한 갑을 더 사야지.




두 개의 건널목을 더 건넌 다음,




신호등 바로 앞에 위치한 편의점에 들어가




디스플러스 한 갑을 사서 나온다.




나오자마자 한 개피의 담배를 또 꺼낸다.




줄담배는 피지 않는 성격인데




유독 오늘따라 담배가 땡긴다.




날씨 탓일까.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다시 가게를 향해 걸어간다.




세 번째의 담배는 금세 타들어간다.




이제 그만 펴야지.




담뱃불을 털어내고




꽁초를 버릴 곳을 찾다가




낯선 주위 풍경에 정신이 번쩍 든다.




여기가 어디더라?




이미 피씨방에서는 한참을 더 걸어 나왔다.




고작 담배 한 개피를 피는 사이에




오십미터 이상이나 더 지나치고 말았다.




그러고보면




담배는 그리 빨리 탄 것이 아니었던가.






내가 아무리 평소에




‘정신나간놈’이란 소리를 많이 듣긴 해도




이만큼이나 지나쳐온 것은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간다.




시간은 아직 오분 정도가 남았으니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늦지는 않을 터.




걸음을 서두른다.



얼마 안 지나 피씨방 건물 앞에 선다.




매일같이 봐 오던 건물이




이상하게도 뭔가 낯설다.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우리 피씨방 건물이 맞는지를 확인하다.




틀림이 없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다가




그대로 우뚝 멈춰 선다.



내가 여기를 그냥 지나친 이유도




이 건물이 낯설어 보이는 이유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언제나 노란색으로




밝게 빛나던 ‘딸기’에




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출처] [펌][안마시술소 여자들] 27. 정신나간놈 |작성자 극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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