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1
전윤호
목초가 말라 죽은
저문 들판을 바라본다
이제 돌봐야 할 가축은 없다
말 한 필로 남은 내게
불지른 천막은 짐일 뿐이다
떠날 채비는 끝났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내게
찾아올 반가운 소식은 없다
나는 떠난다 초승달 아래로
새로운 소 떼를 찾아 하늘의 지붕을 넘고
빙하가 녹은 강을 건너면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말 등에 사는 족속에게
이별은 사소한 것
소중한 건
고삐를 잡는 힘이다 나는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