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너무 짜증나고 답답해서
이런 곳에 몇 자 남겨보려 합니다.
누구시든 제 입장을 공감해주실 수 있는 분들의 따뜻하거나 냉철한 댓글 부탁드려요.
저는 이제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예요.
뭐, 아직까진 싱글이구요.
딱히 연애가 궁하거나 하진 않았던, 제 일 열심히 하고 사는 여자였어요.
스무살때 난생 처음 사랑하게 된 남자와 7년을 사귀었어요.
지금 객관적으로 돌이키려 해 보니 제가 더 좋아서 들이댔던 것 같네요.
그렇게 위태로운 모습으로 7년을 그 남자 곁에서 시간낭비를 하다가
이별을 맞았죠.
이별 통보도, 준비기간도 없었어요.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어요.
아니지, 남긴 게 있긴 있었네요.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야 할 빚들과 내 명의의 휴대전화...
그리고 실연의 아픔과 황당함을 남기고 사라졌죠.
그러고 1년 정도는 정말
차였단걸 실감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린 남자의 자취를 찾아다니며
병신같이 살았어요.
괜히 그 남자가 있을 것 같은 동네에 가서 얼쩡대고
받지도 않을 메일이나 매일 날리면서요
그러다 그 짓도 하루이틀이지 못해먹겠더라구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있었고
빚갚기도 바쁜데 감상은 사치였죠
얼마나 처절하게 일했는지 어린나이에 나름 직장에서 승진도 빵빵하게 하고
이제 상처가 아물쯤 되었고 다른 남자가 생겼음 좋겠다는 나름의 희망을 갖기 시작했죠
그런데 3년만에 그 남자한테 문자가 오네요
사과하고 싶다고
또 바보같이 그 말에 잠깐 흔들렸어요
오래 사귀면서 그 남자의 부모님께 가졌던 친부모님같은 마음도 남아있었고
그래서 부모님 안부 물으며 또 감상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지금 생각하니 참 거지같은데
제 연락처 알고싶어서 제가 가입한 사이트 [메일같은 거...]
회원정보를 뚫었다더라구요. 그게 당연히 열받아야될 일인데
그땐 그냥. 아, 어디보고 알아냈는데? 이러고 끝냈네요.
그런데 뭐 자기는 일을 해야 되고 지금 당장 만나자는 건 아니었고
우리가 잘되긴 힘들고 안좋게 헤어진거 양쪽 부모님이 다 아는데 다시 만날 수 있겠냐고
그딴 헛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저 하고싶은대로 하래요
만나서 사과 받고 싶음 받고 아님 말래요
자긴 나한테 뭘 요구한 적이 없다고
정말 욕하는거 싫어하지만
욕이 절로나오더라구요.
사람을 얼마나 병신취급을 하는건지...
내가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에
답장을 받고 일주일정도 침착해지자 좋게 생각하자 마인드컨트롤을 했지만
이 남자는 정말 쌍욕을 퍼부어주지 않으면 죽을때까지,아니 귀신되서도 한이 남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장문의 카톡을 보냈어요.
[며칠을 좋은방향으로 생각하자 하며 맘을 차분히하려 했는데 생각처럼 안되네.
진짜 사람 열받게 하는덴 소질있어, 너.
사과를 하겠답시고 반만년만에 불쑥 나타나더니
한단 말이 뭐 자기도 상처를 받았다?
그게 다 버리고 도망간 사람이 할 소리인가?
사과한다더니 뭐 얼마나 대단한 사과를 하실라고
남의 개인정보 털고 기껏 한단 말이 사과받고 싶음 말고 아님 말아라?
아니 정말 미안하다 하고 싶음
미안해 제발 내 사과를 받아줘 해도 용서할까말깐데
니가 뭐라고 사과한단놈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뭐? 난 너한테 뭘 요구한 게 없어?
사과하고 싶다고 요구하는 거 아니었나?
내가 그걸 니 스케줄 맞춰 들어줘야 될 정도로 대단한거면 최소한 예의는 있어야지
개념은 니 전여친이 싸들고 도망갔냐?
어쩜 사람이 나이는 뻘로 처먹었나 변한게 최소한 한가지는 있어야 될 거 아냐.
니가 나 버리고 나간날은 너무 오래되서 다 잊어버렸나?
방세가 몇달이 밀리고 휴대전화 요금이 몇달이 밀리고 개인회생이 몇달 밀려있었는지
전혀 짐작도 안 되니?
내가 그 세월을 얼마나 고통받으며 살았는데
빚쟁이한테 쫓겨 이사오며 죽을 결심까지 했던 나야.
니가 다 알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짐작이라도 하려고 노력했다면 나한테 이따위로 못해.
난 악착같이 살아남았어. 근데 너따위한테 이런취급당하려고 산 거 아니야. 정신차려.
그따위로 사람 들었다놨다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면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했어.
니 자존심 받아주기엔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고 이 나쁜새끼야.
사람을 병신 호구 취급을 해도 유분수지.]
정말 길죠. 정확히 저렇게 보냈네요.
그런데 또 보내놓고 생각해보니 저런 말을 하는 자체가 스스로 너무 찌질해 보이네요.
..그래서 또 잠못자고 흥분하면서 이 새벽에 이러고 있습니다..
도데체 귀신은 저런새끼 안잡아가고 뭐하는걸까요.
그리고 저는 또 왜 이러고 있는걸까요...
말로는 이러면서 왜 또 가슴 한켠이 욱신거리고 그러면서 짜증솟구치고
누군가 '그래서 뭐 어쩔건데, 어떻게 할 건데' 물어본다면
또 딱히 뭐라고 대답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이런 어정쩡한 기분이 왜 드는 걸까요.
너무 답답합니다....
저는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