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에 맞게 이름, 상황을 각색하였습니다.)
나는 백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인간으로써 갖는 가장 천한 직업 백정.
나에겐 누이가 하나 있었다.
누이는 어렸을때부터 남달리 예쁘고 총명하여 나에겐 어떤 양가집 규수보다 더 귀품있어 보였다.
하지만 누이의 삶은 아들로 태어나지도 못해 그 천하다는 백정이라는 가업도 잇지 못하는 나보다 비참한 삶을 살았었다.
누이의 첫 번째 시련은 누이의 가슴 몽울이 채 올라오기도 전부터 동네 남성들의 성 노래개가 되는걸로 그 서막을 열었다.
누이는 내가 채 7살이 되기 전 내 눈앞에서 발가벗겨졌고...
빨갛게 누이 다리를 타고 흐르던 피냄새가 나를 오줌 지리게 만들었었다.
쩔뚝거리며 울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던 누이의 한쪽 팔을 어깨에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고 아비는 그런 누이의 모습을 보고도 이내 고개를 돌려 모른척했었었다.
그때 당시 난 어렸고, 누이가 왜 그런 해괴망칙한 일을 하기 싫으면서도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나이가 15세가 되던 해...
누이는 아름다웠고 풋풋했던 얼굴은 사라지고 70대 노인과 같은 얼굴로 변해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그동안 누이는 3번 이상의 임신을 했고... 누이의 배가 불러오면 아버지는 누이의 배에서 아이를 꺼내어 어디론가 보냈다.
그때마다 누이는 점차 점차 쇄약해 갔고, 자신이 보냈던 아이들이 그리웠고 미안했던지 매일 밤 방바닥을 기어다니며 울부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듯하다.
누이는 본인 스스로 목을 메 자살했고 아버지는 그런 누이를 땅에 묻어 이젠 누구의 손도 타지 않게 잘 묻어 보내주었다.
누이가 죽고 나서도 상을 치를 수 없는 신분이었던 우리는 다시 백정의 일을 하며 마음을 달랬고, 누이가 죽은 그 다음날에도 누이를 찾아 어김없이 찾아왔던 동네 건달 한 무리가 누이의 죽음을 알곤 나를 실컷 매질하였더랬다.
그들은 내 누이를 욕보이고, 이젠 나를 욕보이려하고 있다.
난 순간 눈이 뒤집혀 칼을 뽑아 휘둘렸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동네 건달 셋의 목이 날아갔다.
그 후 난 관가에 끌려가 죽을 만큼 심한 매질과 고문을 당했다.
차리리 죽어버리는 게... 아니 지금이 지옥일지도 모를 시간을 그렇게 보낸지 열흘이 지났을까?
관가에서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갔고, 난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몇 날을 질질 끌려가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때 난 죽을 듯 한 고열에 시달리며 사경을 헤맸다.
눈을 떳을땐 의외로 내가 살았던 곳과 많이 틀리지 않은 허름한 집안임을 확인했다.
어찌 사람 셋을 죽인 백정을 살려둔것인지...
햇빛도 안 드는 시궁창이 아닌 허름하긴 해도 따뜻한 이곳에 내가 누워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엉덩이가 곤죽이 되어 앉지도 못해 누워서 그 다음 일어날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있었던건지...
그때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눈동자를 움직여 그를 보려고 했지만 눈을 치켜뜨기가 힘들어 이내 포기해버리고 눈을 감았다.
"일어났구먼..."
난 눈을 감고 그가 하는 대로 듣고 몸을 맡겼다.
그는 내 옆에 바짝 당겨 앉으며 내 상처에 무언가를 연신 발라대고 있었다.
"지난번 온 놈이 죽어나가지만 않았어도 네 놈도 벌써 관가에서 죽은 목숨이었을꺼여. 운이 좋았어..."
뭐가 운이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치료도 받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면 행운일지도...
그는 내 몸을 성심을 다해 보살피더니 이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버렸다.
궁금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입안에 피고름이 난 채로 굳어버려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또 몇 일을 잤을까?
그 중년 남성의 치료를 받고 난 자리에 앉아 일어날 정도의 기력을 회복했다.
끼니때마다 나오는 고깃국에 쌀밥...
어디서도 이렇게 먹어본 적 없는데...
나랏님도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나같은 놈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그 남자가 너무도 고마웠다.
빨리 몸을 추슬러 작은것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중년남성 : 어뗘?
나 : 이제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그는 나를 여기저기 돌려보며 만족스러운듯이 누런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중년남성 : 이제 좀 쓸 만 하것구먼... 한 이틀 더 쉬다가 이틀 뒤부턴 일 좀 같이 해야것네.
나 : 네......
무슨 일인지 전혀 감도 잡을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에 비하면 그게 무엇이든 그게 무슨 대수랴...
지금보단 그 무엇이든 나으리라.
정확히 이틀 후
난 그를 따라 집에서 한 시간 가량 산길을 걸어 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축사 같이 보이는 한 곳을 가리키며 이제부터 저 곳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시 백정일을 하게 되는건가?
겨우 백정일을 다시 시키려고 날 살려둔것인가?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고개를 털어내고 뭐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여 우리가까이로 걸어갔다.
축사 가까이 갈 수록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축사로 들어갔을땐 그 냄새 때문에 눈을 뜨기도 힘든 상태였다.
난 연신 기침을 해대며 눈을 뜨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뿌옇게 보여지는 우리의 광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