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었다.
실 한올 걸쳐지지 않은 채 목에 목줄을 하고 널부러져 금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도 처음 본 내가 신기했던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날 쫒고 있었고...
난 그런 광경에 헉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져버렸다.
옆에 있던 중년 남성이 귀찮다는 듯 날 일으켜 세우며 내 앞으로 앞질러 걸어갔다.
중년남성 : 뭐여? 놀란거여?
나 : ......................................................
중년남성 : 소 돼지도 잡던 놈이 뭐 이런걸 보고 놀라고 그랴.... 새삼스럽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중년 남성은 우리 하나 하나를 꼼꼼히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중년남성 : 이제부텀 이제 자네가 여기 관리를 하게 될 것이여.
뭐... 관리랄것도 없고 그냥 저 놈들 도망가지는 않나... 어디가 아프진 않나...
뭐 그런거나 쉬엄 쉬엄 보면서............. 그러면 되는거여.
나 : 왜... 저렇게 갇둬둔건가요? 죄를 지은건가요?
중년남성 : 뭐? 죄???
중년남성은 큰 소리로 껄껄껄껄 웃으며 손바닥으로 내 등을 한 대 후려쳤다.
중년남성 : 아니... 소 돼지가 죄를 지어서 우리에 갇힌겨?
나 : 아니... 저건 소, 돼지가 아니잖아요.
중년남성 : 소 돼지는 아니지만 저것들이 뭐가 달러... 가축인 것 뿐인걸..
나 : 가축이라뇨? 사람이잖아요.!!!
사람이라는 말에 중년 남성은 전에 본 적 없는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봤다.
중년남성 : 저것들이 어디가 사람이여!! 어디가 사람이냔 말이여...
아 그럼 내가 지금 사람을 갇아 놓고 사육을 한단 말이여!!!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중년남성의 눈빛에서 이상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년남성은 격해진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옆에 있던 쇠꼬챙이를 들어 눈에 보이는 가축을 무작정 두들겨댔다.
중년남성 : 이것이 어디가 사람이란 말이여... 어디가!!!
중년남성에게 매질을 당하는 가축(?)들은 매질에 익숙해진듯 큰 눈을 꿈뻑 꿈뻑 거리며 신음하며 구석으로 몸을 숨기기 바쁠 뿐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중년남성은 힘이 빠진 듯 씩씩거리며 "그런 애먼소리 나불대지 말더라고..."
라며 마지막까지 살벌한 눈빛으로 희번덕거렸다.
그리곤 내게 쇠꼬챙이를 넘겨주곤 서둘러 축사를 빠져나갔다.
난 쇠꼬챙이에 의지해 간신히 서있을 수 있었다.
머리는 복잡해지고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이런짓을 하는거지?
사람을 가축으로 길러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도망가다 잡힌 노비인건가?
난 그렇게 반나절을 그들을 꼬박 관찰하는데 보내버렸다.
그리고, 반나절 만에 내가 느낀건...
이들은 가축이라는것이다.
말도 배운적 없고, 사람으로써 먹고 싸는것도 배운적이 없는 듯...
그들은 아무곳에나 배설을 하고... 그것을 몸으로 뭉개고 먹고... 구르고...
기르던 개도 하지 않을 만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며 가축보다 더 한 모습으로 인간이길 포기하고 있었다.
한쪽 우리에선 누구 보던 상관하지 않고 난교가 이뤄지고 한쪽에선 알 수 없는 울음인지 웃음인지도 모를 소리를 짖어대고 한쪽에선 어미가 젖을 물리고 있기도했다.
난 기묘한 분위기는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납득할 수 있을런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덧없이 흘러 나도 그들을 사람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버렸다.
먹을것이라도 줄라치면 개떼처럼 몰려들어 서로 밟고 밟히고 아수라장을 만드는 이런 가축같은 놈들 때문에 진저리를 치며 중년남성이 했던 그 모습 그 눈빛으로 쇠꼬챙이를 들어 그들에게 매질을 해댔다.
하지만, 매질을 받는 그 순간에도 그들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고 서로를 물어뜯고를 반복했다.
어쩌면 소, 돼지가 훨씬 나을지도......
그렇게 하루 일을 마감하면 난 내가 치료를 받던 그 집으로 돌아가 몸을 쉬고 새벽 일찍 다시 산에 있는 우리로 일을 나갔다.
일을 하는 동안 먹을것이든 입을 것이든 부족함 없이 생활하지만 단 하나...
이 곳을 벗어나는 일만큼은 할 수 없었다.
내가 하는 일때문이기도 하지만 난 이미 죽은 놈이기 때문이다.
뭐... 그런건 크게 상관없다.
이 일도 내게 맞는 것 같고..
슬슬 스스로 죄의식이란 놈이 거진 사라질때쯤 중년 남성이 나를 불러 앉혔다.
난 시원하게 우물에서 물을 떠 한번에 들이키곤 중년 남성과 난 큰 바위에 걸터앉았다.
중년남성 : 어뗘? 살아있길 잘한 것 같지?
나 : ...............................
중년남성은 예전과는 다른 눈빛을 하고 있는 나를 찬찬히 살피며
"밤에 사람들이 올꺼여... 오늘은 축시부터 바뻐질테니께 나 좀 도우라고..."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시 : 오전 한시부터 세시까지)
여기에 온지 몇 달이 지났지만 그렇게 늦은 시간에 우리에 남은 적은 한번도 없었었다.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이내 고개를 털어내버렸다.
늦게까지 축사를 점검하고 중년남성에게 찾아갔다.
중년남성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물을 한바가지 건네며 마시라는 시늉을했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산속 새벽은 을씨년하게 춥기 때문에 난 손을 저어 마시지 않겠다는 표시를 했다.
중년남성은 또 눈을 희번덕거리면 "어서 마시라면 마셔..."라고 내 입에 바가지를 들이밀었다.
난 그의 기에 눌려 눈은 그를 응시한채 한바가지의 물을 다 마셔버렸다.
아침에 먹은 물맛과는 다른... 쓴 맛이 느껴졌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 싶어 이내 잊어버렸다.
그제서야 중년남성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중년남성 : 뭐 그동안 관리 잘해줘서 고맙구먼..
나 : .......................................
중년남성 : 오늘 일은 자네에게 좀 힘들지도 모르것네만... 내가 준 물을 먹었응께 괜찮을꺼네...
뭐... 나도 다 겪었던 일이니께... 괜찮을것이네...
중년남성은 오늘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길것처럼 말을 끌며 내 눈동자를 유심히 살폈다.
그리곤 때가 됐다는 듯이... 일어나며 축사로 향했다.
나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중년남성의 뒤를 따라 축사로 들어갔다.
중년남성은 놈들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놈들이 모여있는 축사로 다가가 자물쇠를 열었다.
순간 자고 있던 가축(?)들이 어떻게 그 소리를 듣고 깬건지 다 일어나 구석으로 사박사박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호롱불에 의지해서 보는 그 광경은 과히 소름이 끼칠정도로 공포를 느끼게했다.
중년남성은 우리 안으로 들어가 한놈 한놈의 얼굴을 들쳐보며 한놈의 목줄을 잡아 끌고 질질 우리를 빠져나왔다.
그 놈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자기가 묶여있던 말뚝을 잡고 중년남성과 힘겨루기를 할 셈인지 우리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다.
중년남성은 나를 향해 "뭐햇!"이라고 소리쳤고... 난 안으로 들어가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뒤로 꺽어 못쓰게 한 후 그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힘을 그렇게 많이 주지 않았건만 그놈의 손가락이 힘없이 꺽이며 우득 우득 소리를 내는데 괴로운듯 몸부림치던 그 놈이 마지막 손가락 두 개가 남았을때까지 말뚝을 잡고 몸부림을 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난 괴기스런 웃음을 지으며 그 놈의 뒤를 쇠꼬챙이로 찌르며 이상한 희열같은걸 느꼈다.
그 모습이 하도 괴기스러웠는지 중년남성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곤 목줄을 힘껏 끌며 막사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곤, 이미 준비되어있는 제단위에 그 놈을 고정시켜 묶은 뒤 내 아버지가 했고, 내가 했던 것처럼 그 놈의 관자놀이를 힘껏 내리치곤 칼로 하나 하나 뼈를 발라냈다.
잡혀온 이놈은 아무 말도 없이 칼에 몸을 맡기고 있었지만...
축사안에 남아있는 놈들은 왜 그렇게 울어대는지....
고요한 새벽 "우~우~우~"거리는 흡사 늑대 무리의 울음 소리처럼 산속을 어지럽피고 있었다.
난 중년 남성이 하는 그 모든 장면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고, 마지막 대가리를 정리할 때 올라오는 토악질 한번을 빼곤 무난하게 모습을 보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항아리 별로 나눠진 그 놈의 몸뚱아리는 잘 밀봉되어 처음부터 사람이었는지 동물이었는지...
생선인지 야채인지 열어보기 전엔 알 수 도 없게끔 깔끔하게 포장되어 나란히 진열되어있다.
난 그 중년남성의 솜씨에 감탄하며 내 아비도 저렇게까진 깔끔하게 일을 하진 못했는데 라는 묘한 씁쓸함도 느꼈다.
그렇게 축시의 막바지때쯤 몇 명의 사람 웅성거림과 함께 덜컹거리는 수레소리가 들렸다.
이내 산속과는 어울리지 않은 좋은 옷을 입은 젊은 남자와 노인 둘이 막사로 들어왔다.
젊은남자 : 벌써 다 된건가? 일 한번 빠르게 하는구먼...
노인 : 이거 싦으면 되는건가요?
젊은남자는 노인에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눈을 깜박였고 노인둘이 항아리를 들고 수레에 싦기 시작했다.
그 들의 모습은 한 두 번 이 일을 해본 것 같지 않게 능숙했다.
중년남성은 고개를 조아리며 젊은 남자뒤를 따라다녔고, 나는 멍하니 앉아 그들이 하는걸 지켜봤다.
어느 샌가 젊은 남자는 내 앞에 서 내 턱을 들어올리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젊은남자 : 얼마나 먹인건가?
중년남성 : 오늘이 첫날인지라 조금 양을 과하게 넣었더니만...
젊은남자는 내 턱을 힘 있게 내치더니 뒷짐을 지고 막사를 빠져나갔다.
난 멍하니 그들이 나간 막사를 쳐다보며 그들이 떠날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언제 깼는지도 모르고 다음날이 밝았다.
꿈인지 생시인지도 알 수 없지만 내가 막사 의자 앞에 꼬꾸라져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어제 내가 본 것이 헛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순간 어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어제 다 하지 못한 토악질을 막사 밖으로 뛰쳐나가며 마지막 한방울까지 게어냈다.
내가 나무에 한손을 얹고 토악질을 할 때 중년 남성은 산 위로 올라오며 날 발견하고는 쯧쯧하며 혀를 찼고, 난 그 모습을 들킨것이 부끄러워 축사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어제 그렇게 울고 짓던 어제 그놈들이 맞는건지...
아무일도 없던 듯 먹을것에 싸우고... 난교를 하고... 똥 오줌을 갈기고 있는 이 놈들을 보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난 쇠꼬챙이를 들고 아무 우리나 들어가 눈에 보이는 놈년들을 마구 잡이로 때렸고 이 놈들은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겁에 질린 눈으로 구석으로 도망갈 뿐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보자 난 다잡히지 않은 감정으로 어린 계집들이 있는 우리로 뛰쳐 들어가 한 계집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고 나와 그것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 계집을 강간하였다.
어린계집은 아픔에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음에도 어떤 놈들은 이런 일들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물통에서 여물을 먹으며 내 모습을 쳐다보기도 하고,
또 어떤 놈들은 내 행위에 자극을 받은건지 옆에 있는 계집들을 하나씩 잡아 집단 난교의 장을 벌이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지옥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제 먹은 그 물 때문인지 이 모든 모습들이 괴물처럼 내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며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내 밑에서 머리채를 잡힌채 발버둥 치던 어린 계집의 몸짓에 순간 정신이 들었다.
계집의 눈에선 눈물인지 똥물인지 모를 것들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까만 다리 사이에선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난 그 어린 계집에게서 몸을 빼내며 손에 움켜졌던 머리채를 놔주었다.
어린 계집은 그제서야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으며 바르르 몸을 떨었다.
난 그 어린 계집을 그대로 방치한 채 밖으로 비틀 비틀 나와 우물로 다가갔다.
우물의 물을 퍼올리는 그때...
두레박 안에 내 누이의 얼굴이 매섭게 날 노려보고 있었다.
난 두레박을 있는 힘껏 내 던지며 뒤로 벌러덩 넘어져 뒷걸음질쳤다.
멍하니 우물만 쳐다보며 왜 나오는지도 모르는 눈물을 줄줄줄 흘리며 오열하였고 그 소리를 들은 중년남성이 막사에서 나와 내 모습을 보고 쯧쯧 혀를 차고 다시 들어가 버렸다.
한동안 눈물로 힘을 다 써버린 난 무슨 생각인지 다시 우리로 들어가 어린계집에게 다가갔고 어린계집은 무슨 일을 당할지 다 안다는 듯 한 눈빛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몸을 부들 부들 떨었다.
난 그 어린 계집에게 다가가 여벌의 내 옷으로 어린 계집의 헐벗은 몸을 감싸주고는 우물로 데리고 나왔다.
여름의 햇빛을 처음 본 것인지 어린 계집은 있는 힘껏 양 미간의 주름을 잡으며 눈을 가늘게 떳다.
난 두레박을 올려 어린계집의 아랫도리를 정성스럽게 닦아줬다.
계집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고개를 숙여 나를 쳐다봤고 피가 씻겨나가면서 그 어린 계집의 몸에 묻은 오물도 씻겨가며 하얀 속살을 내 보이자 난 너무도 여린 그 계집의 다리를 잡고 한동안 계속 눈물을 흘려야했다.
난 그 어린계집의 몸을 정성스레 닦아줬고...
다른 것들에 비해 조금은 깨끗해진 그 계집은 아까의 일은 다 잊은듯 내 손길이 간지러운 듯 꺄르륵 꺄르륵 거리며 내 누이와 같이 해맑게 웃어제겼다.
난 감정 없는 눈빛으로 어린 계집의 웃음을 한동안 쳐다보고는 다시 어린 계집의 손을 잡고 우리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집으로 돌아와 눈을 감자 어제 보았던 일들이 악몽처럼 다시 떠올랐고...
난 그 기억을 애써 잊으려 다른 생각을 하려했지만 도무지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곤, 아련하게 손에 남았던 어린 계집의 손길이 생각나 한동안 손을 올려 들여다 보니 내 손이 제 아비의 손인 것 마냥 내 손을 꼬옥 잡고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그 어린 계집이 생각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일은 모든 걸 물어봐야겠다. 궁금했던 모든 것을...'
난 큰 각오를 다짐하듯 그렇게 되내이며 잠에 들었다.
나 : 어르신... 안에 계십니까?
중년남성 : ............... 들어와.
중년남성은 장비들을 녹슬지 않게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중년남성 : 잠은 잘 잔건감?
나 : 덕분에....
틀린말은 아니다... 그 물이 아니었다면 난 미쳤을지도 모르니...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을때쯤 중년남성이 이런 어색함은 질색이라는 듯이 먼저 말을 꺼냈다.
중년남성 : 뭐가 궁금한거여... 너도 저놈들이 어디서 굴러온건지... 내가 무슨 일을 하는건지...
뭐 그딴것들이 궁금한거여?
중년남성은 이런 질문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듯 내가 할 말을 먼저 내 뱉고 있었다.
순간 난...
이 모든 비밀을 알게 되면 이런 것들이 궁금했었을 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소리 소문 없이 없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중년남성 : 니가 무슨 생각을 하던 그건 아닝께 걱정마러...
저것들은 내가 여기 있기 전부터 저기 있었고... 앞으로도 저기 있을꺼니께...
중년남성은 날이 선 도구들을 빛 아래서 각도별로 비춰보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중년남성 : 중국놈들이 인육을 먹는다는 건 들어봤는감?
중년남성은 힐끔 날 쳐다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중년남성 : 나도 들은 얘기니께...
중국놈들 사이에서는 이 인육이 최고의 음식인거여.
너도 먹어봐서 알겠지만 그 맛이 아주 일품이지...
아참... 그 니가 먹은 그 괴깃국... 그게 다 그거여...
'... 내가 먹었던 고기가 인육이었다고...'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어찌보면 답이 있는 문제였는데...
왜 난 알려고 하지 않았던것일까?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알기 두려워 모른척 했을 수도...
중년남성 : 뭐... 그건 그렇고...
근데 이 인육이 구하기 힘든 고급 음식이라고 해도 말여...
중국 인구가 몇인지 아는감?
뭐... 속없는 사람들 말로는 잡아다 파는 놈들이 있다곤 하지만 말여.
그걸 그렇게 어떻게 충당하냔 말여... 말이 안되는 소리랑께
그래서 중국은 오래전부터 저놈들을 사육해 온 것이제...
그런데 말이여...
우리 축사에 있는 놈들이 한 100마리 쯤 된단 말여...
내가 첨에 여기 왔을땐 500마리도 넘었다니께...
그땐 관리하는 인원만 5명이었어...
왜... 이렇게 숫자가 줄었을까?
인육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크크크크크크크크
물론, 그 말도 맞어...
그런데 말여... 이 놈들은 새끼를 너무 오래 벤단말여...
10달씩 품고 있어 불면 그 애미도 못 잡고... 새끼도 못잡고...
숫컷만 죄다 잡아서 넘기는데...
문제는 이 새끼를 낳았어도... 암컷은 나중에 또 새끼를 봐야하니 못잡고...
소, 돼지처럼 일이해 지난다고 새끼를 갖는것도 아니고...
적어도 십년은 키워야 새끼를 베니... 이게 환장한단 말이여...
그러다 보니 이 노무것은 매해 그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것이여.
근데... 이것이 우리만 그러것어.?
중국도 그런것이제...
그러니 중국에선 우리 나라로 인육을 특산품으로 지정해서 올리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그래서 우리같은 놈들이 괴깃국 먹어가며 사는것이고...
여튼... 첨엔 중국놈들이 지들 감당을 못하니께 우리 나라것들 잡아서 진상을 올려라 이것이었는디...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다 알지도 못하믄서 무조건 중국것이라면 좋아죽는 우리나라것들이 중국놈들 인육맛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암암리에 여기까지 찾아와서는 이 괴기를 찾는단 말이지.
나 : 그.. 그럼... 저 사람들이 처음부터 여깄었다는 말은...?
난 나도 모르게 중년 남성의 말을 가로채며 끼어들었다.
중년남성 : 내가 너헌티 뭐라고 하드냐...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 않드냐...
또 한번만 그 소리 입에 올리면 니 혀를 잘라서 염장을 해부릴랑께...
중년남성은 정리하던 칼을 내 코 앞으로 가지고 와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난 겁을 먹고는 고개만 연신 끄덕끄덕거렸다.
중년남성 : 나도 이 우리가 처음 생길때부터 있었던건 아니라 저것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진 모르재.
뭐 전에 있던 사람들 얘기로는 첨엔 노비도 있고, 궁녀도 있고, 죄수도 있고... 뭐... 선비도 있었다고 그러드만...
중년남성은 한번도 사람, 인간이라는 말을 스스로 하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이 뱉은 대답이 사람임을 인정한 꼴이되어버린지라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중년남성 : 넌 운이 좋은지 알그라.
내가 일찍이 너희 아부지한테 신세를 진 적이 있어 특별히 내 놈을 내 밑에 두고 있는거니께.
나 : 저희 아부지를 아세요?
중년남성 : 니 아부지가 몇 번 뱃속에 있어야할 새끼를 갖다 준적이 있으니께...
아직 태어날 때가 안 된 새끼가 젤 비싸게 거래가 되는데...
솔직히 우리쪽에서 개체수를 늘려야되기에 중국에서 진상올리라 하지 않고선 그런짓을 안허제...
잘 못하다간 애미도 죽어나갈 수 있으니께..
그렇게 몇 번 내가 신세를 졌었응께 나도 이렇게 갚는 거 아니겠는가?
다행이 사또가 이쪽 취향이라서 자네 빼오는것도 쉽게 끝냈고 말이여...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럼... 그때 내 누이의....
아무리 금수와 같은 백정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내 아비가... 그런 짓을...
중년남성 : 이제 너도 슬슬 나 한테서 일을 배워야 쓰지 않것냐.
니도 백정이었으니께 잘해낼꺼라 믿지만서도
니 애비를 봐서라도 다른 놈들처럼 목을 메거나 뭐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라 이말이랑께...
정리가 다 끝났는지 중년남성은 손을 마주쳐 탈탈 털며 중얼거렸다.
"저런놈들 뭐가 불쌍해서 자기 목숨을 버리냔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