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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걷다 Day2 파리 ~ 생장 (2011.12.27)

진형록 |2013.01.13 17:02
조회 69 |추천 0
호텔이 기차역과 가까웠지만, 그래도 타국에서 아직 동도 트지 않을 시간에 기차역을 찾아야 했기에 새벽6시에 눈을 떳다.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침식사 준비가 끝나 있었다. 나를 제외하곤 어떠한 투숙객도 보이지 않았으나, 식당에서 풍겨오는 냄새를 참을 수 없었기에, 혼자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빵을 세 접시쯤 비우고 나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고, 그 중에는 한국인들도 몇몇 보였다. 서로 한국인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가벼운 인사도 없이 식사를 끝내곤 얼른 방으로 올라와 짐을 쌌다. 기차 출발시간은 8시 29분이었으나, 먼저가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했기에 7시에 호텔에서 나왔다.


미리 뽑아간 지도를 보며 기차역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분명 지도에 표시된 곳에 왔음에도 기차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길거리에 사람들이 몇몇 보였기 때문에 아무나 붙잡고 영어로 길을 물었으나, 이 사람들...영어가 안된다. 난 되도 않는 영어와 바디 랭귀지로 기차역이 어디냐고 묻고 이 사람들은 불어로 쏼라쏼라 거린다. 결국 담배 피고 계시는 경찰관 한명을 붙잡고 지도를 보여주며 기차역이 어디냐고 물었고, 경찰관이 직접 기차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카미노의 시작점인 생장에 가기 위해선 우선 바욘이라는 도시까지 TGV를 타고 가서 거기서 다시 전용 열차를 타고 생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생장은 산 깊숙히에 자리한 시골이기 때문이다. 두 기차표는 모두 한국에서 인쇄를 해갔기에 따로 티켓 교환을 할 필요없이 기차가 오기만 기다리면 되었다. 그런데 8시 20분이 다 되었는데도 바욘행 열차는 보이지 않았다. 기차를의 행선지와 출발시간이 나와있는 거대 전광판을 보아도 바욘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칠지경이었다. 영어도 안되는 이 프랑스인들을 3명이나 붙잡고 물어봤으나 헛수고였다. 그때 표에 쓰여진 열차번호를 발견했다. 그리고 전광판을 보니 같은 번호가 있었다. 바욘행 열차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난 그저 맞는 번호의 열차에 타서 중간에 서는 바욘역에서 내리면 되는 것이었다. 27분이 되니 사람들이 모두 열차로 몰렸다. 문제는 2번 칸이 보이질 않았다. 7,5,3,1...2번이 없다. 그래도 이 열차가 맞긴 맞으니 일단 탔다. 알도보니 그래도 안에 들어가서 보니 2번칸이 있긴 있었다. 아직 스페인 땅은 밟아 보기도 전에 기차하나 타면서 진을 다 빼버리니, 집에 가고 싶어졌다. 짐을 놓는 곳에 배낭을 두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강에 호강이었다...앞으로 닥칠일에 비한다면...)


3시간동안 가야되는 먼길이지만 딱히 잠도 안오고 돈 정리나 하려고 하는 찰나에 누가 말을걸었다. 한국인이었고, 잘생겼다. 생긴걸로봐선 나랑 동갑이거나 한두살 차이가 나보였다. 인사를 하던 중 갑자기 나보고 혹시 카미노에 가시냐고 물었다. 놀라면서 어떻게 아셨냐니깐 배낭을 보고 알았고 자기도 카미노에 간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추세인건 알았지만, 스페인에 도착하기도 전에 한국인을 만났다. 이름은 전태수. 알고보니 29살. 나보다 10살이나 많은 형이었다. 태수형은 졸업후 학사장교로 군복무로 마치고 6개월의 시험준비 후 소방관에 합격했다. 군대 후임이 먼저 카미노를 같이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는데 그 후임분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혼자오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자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바욘역에 도착했다. 생장행 기차는 1시간을 기다려야해서 우리는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생장행 기차는 보통 기차랑은 생김새도 길이도 다르다.


 


이 기차를 타는 사람은 두 분류다. 나와 같은 순례자거나, 실제 생장 거주민이다. 케이블카를 타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산과 계곡을 지나 30분쯤을 갔을때 드디어 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장의 기차역)


생장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가장 먼저 순례자 여권을 만들러 가야한다. 순례자 여권이란 카미노 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여권 대용의 필수품인데, 각 마을에 도착할때마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어서 나중에 산티아고에 다 다르게 되면 여권이 도장으로 가득차있게된다. 보통 여름이나 가을에 카미노에 오면 역에서 내리면 외국인 순례자들의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내가 내렸을땐 나와 태수형 뿐이었다. 다행히 이 마을에는 우리와 같은 순례자들을 위해 친절히 화살표 표시가 다 되어있다.


 


표지판들 덕에 쉽게 순례자 여권 만드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여권 만들어 주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우리는 저녁때쯤 도착했는데 이미 3명의 한국인들이 오늘 도착했다는것이다. 첫날이 한국인 5명이라니, 우연의 일치다. 여권을 만들고나서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조개를 하나씩 주셨다. 이 조개는 순례자의 상징인데, 모든 순례자들은 자신의 배낭에 이 조개를 달고 다닌다. 할아버지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알베르게로 갔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이 숙박을 해결하는 곳이다. 일종의 게스트 하우스인 것이다. 알베르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잠자리를 제공하고 순례자들에게 도장을 찍어준다. 모든 알베르게가 싸고 좋은 것은 아니다. 어느 알베르게는 매우 춥고 온수도 안나오고 또 어느 알베르게는 콘센트에 와이파이, 히터까지 갖추고 있다. 


먼저온 한국인 3명중 2명은 부자지간이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당일의 피로로 인해 두분자 주무시고 계셔서 인사를 하지 못했가. 나머지 한분은 28살의 남자분(통성명을 안함)이셨는데 이분은 생장에서 순례를 시작한것이 아니라 포루투칼의 남쪽 끝에서 산티아고를 거쳐 동쪽으로 순례를, 즉 우리와는 정 반대 방향으로 거꾸로 오신, 오늘이 이 길의 마지막 날이신 분이었다. (몰골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릴 포함한 한국인 3명이외에도 부부인 이탈리아인 2명, 캐나다 여자 1명이 더 있었다. 저녁 시간에 되자, 28살의 남자분께서 우리에게 여행팁을 알려주겠다며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래서 근처에 식장을 찾아다녔는데 때가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였기에 문을 연 가게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한 피자집을 찾아 들어갔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는길에 이 분께서 자기가 오늘 나폴레옹 루트로 생장에 도달했는데 눈이 많이 녹았으니 내일 나폴레옹으로 가셔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말을 했다. 생장에서 다음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까지 가는길은 2가지다. 하나는 나폴레옹 루트로 나폴레옹이 이 길을 따라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제는 이길이 너무나 험하다는 것이다. 해발 1450m의 산맥을 넘어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거의 입산이 불가하며 생장의 주민들도 순례자들이 이 길로 향하는 것을 막는다. 카미노를 다룬 영화 'THE WAY'에서도 주인공의 아들이 여정 1일만에 겨울이 아니었음에도 나폴레옹 루트에서 추락하여 목숨을 잃는다. 다른 한길은 산맥을 우회해서 가는 길이다. 차도를 따라가는 길이어서 경치는 떨어지겠지만 훨씬 안전한 길이다. 태수형은 그래도 한번 와보는데 나폴레옹으로 가자는 입장이었고 나는 안전한 길로 가자는 입장이었다. 어느길로 갈지는 다음날 아침에 정하기로 하고 우선은 잠에 들기로 했다. 내일이면 진짜로 걷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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