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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좀 부탁드릴게요. 전 엄마와 늘 싸우기만 합니다.

 

 

 몇 번을 고민해봤고 썼다 지웠다도 여러 번 해봤지만, 부족한 제 머리로는 해결이 안 돼서 글을 올립니다.

 

 전 올해 20살 여자입니다. 남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지만 초중고 다니면서 사고 한 번 치지 않았고, 공부도 늘 상위권을 유지해왔기에 이번에 수능 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남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 덕분에 이런저런 도움도 많이 받고 살았구요. 설레는 마음으로 개강 날짜만을 기다르는 제게 지금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있다면 바로 엄마와의 관계입니다.

 

 

 

 여기서부터 모든 게 저 혼자의 관점이라는 것을 감안해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어렸을 때 기억은 부모님이 싸우는 기억만 있습니다. 아빠가 외갓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하여, 울며 친정에 전화하는 엄마 곁에서 같이 울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구요.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아빠께서 출장을 가셨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아빠의 성격이 많이 바뀌셨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지금처럼 웃음이 많으시고, 가정적인 남자가 아니셨다고 하네요. 친할아버지께선 병원에 오셔서 니가 우리 집에 시집 와서 일이 이렇게 된 거다, 라고 엄마께 윽박지르셨다고 합니다(이 부분은 전에 엄마께 들은 부분입니다). 이 때 저와 동생들은 외갓집에 1년 정도 맡겨져 있었습니다.

 

 

 

 이 후 기억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넘어갑니다. 엄마께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산악회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등산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으셨고, 저와 동생들은 빈 집에 남겨져 텅 빈 냉장고를 바라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와 동생들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때는 저와 엄마가 지금처럼 자주 싸우진 않았습니다. 집 밖으로 쫓겨나면 쫓겨나는 대로, 파리채로 맞으면 맞은 대로 우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중학교 2학년, 컴퓨터와 닌텐도를 동시에 했다는 이유로 뺨을 열두 대를 맞았습니다. 그것도 엄마가 쓰고 난 팬티로요. 계단에서 맞았기 때문에 쉽게 방어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지 마."란 말을 들었습니다. 저 말은 굉장히 큰 충격이었고, 전 아직도 제가 왜 맞아야 했는지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전 시골에서 살고 있고, 학교가 집에서 멀었던 탓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기숙사 생활을 해왔습니다. 2주에 한 번, 집에 가는 날만을 기다렸지만 집에 오면 늘 엄마와 싸우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고 2 추석 때, 옷을 아무 곳에나 벗어뒀다는 이유로 뺨을 맞았습니다. 다시 때리려고 했을 땐 제가 팔을 붙잡았구요. 양 쪽 팔을 다 붙잡히자 엄만 곁에 계시던 아빠를 부르셨습니다. 절 어떻게든 하라고 소리치시더군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날 엄마라 부르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친척집에 가려고 싸뒀던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나와보니 비가 오고 있더군요. 하지만 거실에서 소리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싫어서 다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울고 있으니 아빠가 차를 몰고 동생들과 오시더군요. 그리고 친척집에 갔습니다.

 

 

 

 수능이 끝난 뒤 기숙사를 나와 집으로 온 뒤엔 셀 수도 없이 많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수시에 다 떨어진 뒤 재수를 생각하던 제게 교대를 강요해서 충돌이 생겼고(전 국문과에 가고 싶었습니다), 정시 때 다행히 제가 원하던 대학에 붙어 교대 면접을 보러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충돌이 생겼습니다. 제2외국어로 불어를 공부하겠다고 했다가 싸운 적도 있구요.

 

 

 

 

 최근 전 대학 OT, 신입생 환영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 간 서울에 계신 친척집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숙사와 장학금 신청에 필요한 갖가지 서류들을 챙기기 위해 오늘, 시골에 내려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와 또 싸우게 됐습니다. 제가 집에 들어오면서 "다녀왔습니다." 대신 "백화점에 언제 갈 거야?"(원래 제가 토요일에 내려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친구한테 부탁 받은 일이 생겨서 백화점에 못 가게 됐거든요.)라고 말했던 게 엄마의 화를 샀고, 컴퓨터에 켜 놓은 타임테이블을 엄마가 보시면서(제2외국어로 불어를 선택했거든요.)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엄마와 손잡고 속옷도 보러 다니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싶습니다. 하지만 처음 속옷 사러 간 날엔 제가 제 사이즈도 모른다고 엄마께서 화를 내셨고(전 정말 제 팬티 사이즈를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면 돌아오는 길에 꼭 다툼이 생기곤 했습니다.

 

 

 

 그래서 전 오랜 기간 동안 저 스스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지에 대해 말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만난 심리학을 전공하셨던 한 선생님께선, 저와 엄마의 성격이 똑같기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도플갱어와 비슷한 거라 생각하면 뭔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이유 중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건 이겁니다. 엄마께 약간의 피해의식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아빠께서 쓰러지시기 전, 그러니까 아빠의 성격이 지금처럼 부드러워지긴 전, 엄만 상당히 많은 피해를 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솔직히 여기엔 확신이 없습니다. 친할머니께서 신혼이시던 엄마께 전화했다가, 엄마가 아빠께 소리지르는 걸 들으시고 놀랐다고 제게 말씀하셨거든요.). 엄만 스스로를 가족내의 왕따라고 생각하시고 계시고(오늘도 저와 싸우던 도중 아빠께 "당신은 왜 아무 말도 안 해. 항상 나만 **만들지"라고 소리치셨습니다.), 그걸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물론, 저희 가족 모두가 있을 때요. 그럴 때마다 저희 가족은 어색하게 웃을 뿐입니다. 어떤 일을 엄마가 아닌 아빠께 먼저 말하거나, 엄마께 말하는 걸 잊어버리면 엄마는 크게 분노하시며 왜 자신만 왕따시키냐고 화를 내십니다. 저와 남동생들 입장에선 먼저 저흴 버려둔 건 엄마인데 말이죠(이 쪽에 대해선 전에 동생과 얘기한 부분입니다. 동생들은 후에 아빠는 부양해도 엄마는 부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저 역시 같구요. 저흰 저와 남동생의 사이가 다른 이들에 비해 유독 돈독한 건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엄마께선 피해의식이 있으시고, 그것이 상대적으로 만만한(아빠와 남동생들은 남자니까요) 제게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학교 때 사고만 치다 대안학교로 간 제 남동생은 엄마와 이렇게 크게 싸운 적이 없거든요. 좀 민망한 얘기지만 바람막이 같은 것도 동생이 새 걸 사면 동생의 옷을 물려받곤 했습니다. 바람막이가 비싸서 그런지 제게 사주실 생각은 잘 안 하시더군요. 고 3 때 가방 끈이 떨어졌을 때도 전 새로 사지 못하고 기숙사에 있던 친구의 것을 빌려서 다녔습니다.

 

 

 

 

 

 전 다른 딸들처럼 엄마께 애교를 부리지 못합니다. 엄만 그걸 "넌 돈이 필요하면 엄마 찾지." 라고 생각하셨고, 그게 점차 반복되다 보니 이젠 어떻게 애교를 부려야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엄마와 마주치는 게 좀 두렵기도 합니다. 언젠가 결국 칼에 찔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도 뺨 맞을 뻔 했거든요..... 엄마와 단둘이 있는 게 불편하고, 어색합니다. 엄마가 친한 척 굴 땐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모르겠구요. 언제 화를 내실 지 모르니까요. 엄만 나중에 제가 미안하다며 울면서 찾아올 거라 하시지만 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전에 엄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고 너무 슬퍼서 잠에서 깨고도 먹먹했던 걸 생각하면 많이 힘들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살아 생전에 제가 죄송하다며 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그동안 사고 싶었던 옷, 지갑, 가방, 신발, 노트북부터 라섹, 흉터수술.... 어느 것 하나 눈치보여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알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알바는 반대하시더군요.

 

 

 

 

 

 

 "말하지 마, 넌 말 잘하니까." 엄마가 싸울 때마다 늘 달고 있는 말입니다. 전 이걸 반대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걸 엄마가 트집잡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는 대답에 말문이 막히시는 거라구요. 이대로 엄말 외면하고 싶기도 하지만...... 역시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상담사를 찾아가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에 한 번 얘길 꺼내봤는데, 엄마께서 크게 화내셨거든요. 니가 나한테 풀 게 어딨냐, 라고 하셨어요. 제가 상처받았던 일(뺨 맞고, 엄마라 부르지 말라고 했던 것들.)들을 얘기했더니 자신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면서 또다시 화내셨구요.

 

 

 

 

 도대체 엄마와 제 사이는 뭐가 문제였고, 저와 엄마의 사이가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좋은 의견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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