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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이를 찾습니다.

소떵이 |2013.03.14 03:52
조회 170 |추천 0

 

상처는 다른 상처로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여간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상대평가를 한 것으로 가장 컸던, 가장 최근의 사랑으로 덮여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갑작스럽게 연락이 되지 않는 너.

 

 

연락이 끊긴지 벌써 세 달 정도가 지났네?

 

 

정말 내 인생은 기구하다고 이야기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가 없는 세 달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2012년에 정말 안 좋은 일들이 많아서 2013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랐는데

 

 

이게 웬걸, 1월 1일 부터 아버지가 눈이 심하게 다치셨어.

 

 

몇 개월간 수금이 안 되더라도 엄마 노릇 대신 한다고 매일 집안 일 하는 딸 때문에,

 

 

집안 형편 아니까 천원 짜리 한 장 받아가는 것도 미안해 하더니 대학 진학 포기하고 취업해버린

 

 

철 든 아들 때문에 꿋꿋이 일 나가시던 아버지가 일을 하시다가 철 조각이 동공에, 재수없게도

 

 

정 중앙에 박혀서 지금까지도 실명 위기에 처해져 계셔.

 

 

실명이 안 되더라도 시력교정이 안 되고 흐리멍텅한 상태로 평생을 사셔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도

 

 

꿋꿋이 일 나가시던 아버지. 그것도 태안이나 백령도 쪽으로 내려가셔서 며칠 간 몇 평 안되는 숙소에서

 

 

지내시면서 일 하셨어.

 

 

그런데 며칠 안 지나서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에 태안으로 내려가시던 아버지는

 

 

곧바로 할머니가 계시던 병원으로 가셨고, 나도 놀란 마음에 급히 병원으로 갔어.

 

 

복막염에다가 폐혈증이 있으신데 연세가 너무 많으셔서 수술을 해도 회복하기 힘들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신기하게도 할머니가 아버지 눈 다시친 날에 계속 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다고 하셨데.

 

 

지병을 앓고 계셔서 아프신데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계속 아들, 아들, 하시면서 우시더래.

 

 

결국에는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금식인데 곰탕이 드시고 싶다고, 목이 너무 마르다고 하시다가 돌아가셨어.

 

 

나 정말 무뚝뚝한 거 알지? 도가 지나칠 정도로 무뚝뚝하잖아.

 

 

장녀에다가 아버지에게는 마누라와 딸 역할, 동생에게는 엄마와 누나 역할을 해주다보니

 

 

책임감이 생겨서 가족 앞에서는 절대 힘든 내색도 안 하고 울지도 않아.

 

 

그런데 나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다? 성당에 정말 열심히 나가시던 할머니 덕분에

 

 

냉담자였던 내가 다시 성당에 열심히 나가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할머니 생각이 불쑥불쑥 나서

 

 

미사 중에도 펑펑 울어버려.

 

 

그렇게 장례 치르고 나서 또 얼마 안 지나서 아버지가 제대로 못 걸으시는 거야.

 

 

눈 다치셨을 때도 아픈 거 티도 안내시다가 심해졌는데 이번에는 숨길 수가 없으니

 

 

왜 제대로 못 걸으시냐는 나의 질문에 하지정맥 때문에 그런다고 솔직하게 말씀 하시더라.

 

 

원래 몇 년 전부터 하지정맥이 있으셨는데 일하느라 수술을 못 받으셨더니 엄청 심각해지신 거야.

 

 

두 다리가 아주 새커멓게 물들었고 핏줄은 어지럽게 꼬여서 피부 위로 뚫고 나올 기세야.

 

 

그런데도 일 나가신다? 왠 줄 알아?

 

 

수금이 계속 안 되서 수술을 할 돈이 없어. 아버지 말로는 150만원 정도 든다는데 그 돈이 없어서

 

 

못받고 계셔. 동생은 그래도 월급 받을 때마다 아버지 힘드실 때마다 180 받으면 150, 170 받으면 135

 

 

이렇게 드렸는데 방세, 공과금 다 낼 돈도 없어.

 

 

나는 뭐 하냐고?

 

 

너도 알겠지만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그만두게 되고 나서 한심하게 다단계에 빠졌었잖아.

 

 

지금은 중학교 때부터 꿈꿔온 일을 하고 있어.

 

 

재택근무라고 하면 재택근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중에 연락이 닿으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해 줄게.

 

 

고정적인 수입도 없고, 일정한 금액도 아니니 허황된 꿈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너무 행복해^^

 

 

그러고 보니, 나는 우리 아버지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네?

 

 

나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저번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11월) 아직까지도 쓰고 있어~

 

 

엄청 아껴서 써 ㅋㅋ 대신 사람들을 못 만나니까 너무 외롭다.

 

 

만나는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어. 가끔 엄마 만나고, 성당 사람들 만나는 게 전부야.

 

 

이럴 때마다 너가 너무 생각난다.

 

 

대학 입학해서 처음 만나게 된 너와 나. 의남매 맺고 정말 가깝게 지내던 너와 나.

 

 

서로 걱정 하고 가끔씩 감정이 격해져 부둥켜 안고 엉엉 울던 너와 나.

 

 

너 군대 가기 전에 거의 매일 만나다 시피 했는데 그 때마다 펑펑 울던 너와 나.

 

 

한 살 차이 인데다가 의남매 까지 맺었는데 꼬박꼬박 존댓말 쓰던 너.

 

 

좀 더 가까워 지고 싶어서, 조금 더 알고 싶어서 편하게 말 놓으라고 했던 나.

 

 

너 제대하고 나서 아르바이트 할 때에, 나 회사 그만두고 나서 다단계 하다가 아버지가 알게 되어서 빠져나오게 되었을 때에,

 

 

나는 너무 힘들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가 가장 먼저 생각나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널 찾아 갔지.

 

 

나는 내 감정을 숨기고 있었어. 너도 너의 감정을 숨기고 있었지.

 

 

좋아한다고. 서로 좋아하고 있었다고.

 

 

의남매로 지내면서 가까이 지냈는데 우정과 사랑의 감정을 혼동한 것은 아닐까 서로 걱정 했지만,

 

 

아니 나 혼자 걱정하고 있었지만 결국 우리 서로 좋아하는 마음 확인하고 사귀게 되었잖아.

 

 

비록 한 달도 못 되어서 너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지만.

 

 

나는 절대 화가 나지 않았어. 차라리 헤어지자고 말하지, 그런게 아니라면 나한테 서운한 것이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지. 잠수 타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한정되어 있지 않은 이해의 범위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오해하지 않을 게, 이해 할 게.

 

 

내가 서운해 하는 것에 대해 너가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거라며 핑계를 댔지.

 

 

응. 나는 이해해.

 

 

나쁜 남자 보다 더 나쁜 남자는 바쁜 남자라고 하잖아.

 

 

너 많이 바쁜 거 알아. 연락도 잘 못 한 이유도 알아. 너 일하는 곳 직접 가서 봐서 알아.

 

 

그래서 나는 이해해.

 

 

그런데 너는 나한테 너무 미안해 했지? 차라리 사귀기로 한 거 서로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다시 시작하자고, 지금은 행복하게 해 줄 수가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했지?

 

 

아니야, 나는 그냥 너의 존재 만으로도 행복해.

 

 

지금 마음 변한 것이 아니라면, 혹시 다시 돌아올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거라면

 

 

나 지금 너무 힘드니까 용서를 구할 필요도 없이, 미안해 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한 번만 안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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