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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성장판은 20세에, 글로벌 성장판은 25세에 닫힌다.

김홍철 |2013.03.16 14:17
조회 124 |추천 0

Global and Global talent
   21세기를 특징짓는 단어들 중 단연 돋보이는 단어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Global(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선택 하겠다. 많게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듣는 단어이다. 정확히 한 문장으로 그 의미를 담아내기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어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사회는 우리가 '글로벌 인재'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인재(人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란 정말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걸까? 각자가 정의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우리는 흔히 다음 세가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 '외국인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외국어로 일할 수 있는 사람'. 
   각자가 어떤 면에 더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서 '독일에서 한국어로 일하는 사람'을 또는 '한국에서 영어로 일하는 사람'을 두고 상이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일에서 독일어로 일하는 한국인이나, 미국에서 영어로 일하는 한국인'을 보면 아주 쉽게 글로벌인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즉 흔히 우리는 글로벌인재의 기준으로 지리적 또는 언어적 요소를 생각한다. 둘 중에 하나만 만족해도 되는지 아니면 둘 다 만족해야 되는지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지리적(geographic)' 그리고 '언어적(linguistic)' 기준으로 글로벌 인재를 특징짓는다는 게 타당한 것일까? 마침 어제 MBA수업에서 다루었던 경영학 컨셉이 있어, 이 문제에 적용해볼까 한다. 



Integration(통합)의 시대
[Strategic Integration : Competing in the Age of Capabilities]

(source :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Vol. 42. No.3 Spring 2000) 



   지금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Integration(통합)의 시대이다. 아무리 각각의 요소가 뛰어날지라도 다른 분야와 통합되지 않는다면 21세기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비지니스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위에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이 통합해야 할 요소들을 크게 두 묶음으로 나누면 'P0SITIONing(목적, 방향)'과 'Capabilities(역량)'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글로벌인재'라는 우리의 테마에 적용시켜보자면 각각 '글로벌마인드'와 '글로벌 역량'으로 대응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세부 사항들도 연결해 보자면, 가령 목적이나 방향을 나타내는 '글로벌마인드'에는 글로벌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근본적인 이유나 장기적 목적이라는 부분, 그리고 비교적 단기적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역량을 나타내는 '글로벌역량' 측면에서는 외국어 능력이나 개인적 성향, 적응력 등이 포함될 것이다.
   그림 하단(Group Alignments)에 나와 있듯이 이 논문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첫째 각각의 큰 묶음(Between P0SITIONing Groups & Among Execution Groups)안의 세부항목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 이 큰 두 덩어리 또한 서로 조화롭게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세부항목들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전체적인 통합을 이루지 못해 실패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덧붙여 마지막 그림에도 나와있듯이 통합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건 외부적인 요소들과의 조화이다(External Alignments).



편향(biased)
   그렇다면 글로벌인재가 되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글로벌마인드'와 '글로벌역량'에 속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큰 덩어리들 사이의 통합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두 덩어리 중 너무 한쪽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는가? Nokia, Xerox, Sony 등 20세기를 주름잡았던 기업들이 왜 이렇게 힘도 못쓸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그들의 역량은 당대 최고로 손꼽혔는데도 말이다. 그 근본적 이유는 Capability(역량)을 너무 믿은 나머지, P0SITIONing(방향)에 소홀했던 탓이다. 한 쪽이 일그러지니 당연히 시대에 발맞춘 전체적인 통합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었다. 글로벌인재에 적용시켜보면 영어를 거의 원어민처럼 하는 사람(Capability)이 외국에 가서 외국인들과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적인 마인드가 없다면(P0SITIONing) 글로벌 인재가 될 확률은 희박한 것이다.
   만약 역량만으로도 글로벌인재가 될 수 있었더라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사회의 리더가 되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환학생이든 워킹홀리데이든 뭐든지간에 외국인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이 친구가 글로벌마인드가 있는지 없는지 금방 느낄 수 있다. 내가 지금 있는 독일에도 언어만 갖췄지 마인드가 없는 애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지 똥, 오줌도 못가리는 애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이런애들이 절대 우리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서는 안된다. 얘네들은 언어만 갖췄을 뿐 오히려 우리보다 글로벌마인드가 떨어진 애들이 훨씬 많다. 오히려 노력해서 갖춘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갖추어진 언어적 능력이 글로벌마인드를 키워야 겠다는 이들의 생각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문제는 전체적인 통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전체적인 통합보다는 역량이라는 부분에 너무 치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당연히 글로벌인재가 될 확률도 덩달아 낮아질 수 밖에!
   물론 처음 외국에 나가면 눈에 들어오는거라고 그들의 언어능력뿐이 없을 것이다. 그들의 언어능력에 혀를 내두르다가 패배의식만 갖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일쑤이다. 그리곤 더욱더 글로벌 역량에 집중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방향없는 본격적인 노력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언어능력을 갖추고 외국에 나갔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오랜기간을 살아봐야한다. 외국으로의 여행과 외국에서의 삶은 완전 다른 범주이기 때문이다. 흔히 단기 여행만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 외국생활에 대한 환상에 빠지기 십상인데, 흔히 이런 사람들이 외국에 나와서 6개월정도 살아보고는 못살겠다며 한국으로 돌아가곤 한다. 외국에서 일정기간 살아보면 내가 외국에서 잘 살 수 있겠구나 아니면 나에게는 조금 힘들겠구나 하는 판단이 어느정도 선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생활에 잘 맞는 게 글로벌 인재가 될 확률이 더 높음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건 그냥 그 사람의 삶이 비교적 잘 현지화되었음을 설명하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현지화이지 글로벌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령 일본에서 산다고 해서 글로벌화 됐다고 말하는가? 아니면 일본화 됐다고 말하는가? 영어의 inter-action(상호-작용)처럼 inter-national(상호-국가)화 된 것이지 이것이 결코 Global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과 노동의 세계
   지금까지 대화에 어느정도 공감을 하는가? 나는 사실 지금까지 일부러 편향된 전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왔다. 위로 돌아가서 내가 깔아놓은 전제를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나는 글로벌인재를 정의하는 말들로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 '외국인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외국어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이야기해왔다. 
   지금 다시 잘 보면 알겠지만 내가 내린 세 정의 안에는 모두 '일(work)'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있다. 분명히 지금까지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 '어떻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왔을 것이다. 즉 우리는 지금까지 자본과 노동의 세계에 갇혀서 대화를 해온 셈이다. 이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 머릿속을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 자체 또한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과 노동이라는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글로벌인재는 외국 자본가로부터의 고용으로 시작된다는 무서운 전제. 그리고 일단 이런 전제가 서면, 그 집단으로 들어가겠다는 게 최대목표가 되고, 그것이 '글로벌마인드'를 대체했으니 이제 남은  '글로벌역량' 에만 집중하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정한 목표를 잃어버리게 된다.
   나의 글로벌화가 너무나 다른 사람(자본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 전적으로 달려 있을 수 없는데, 어찌하여 나의 글로벌마인드가 고작 자본가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단 말인가? 글로벌 마인드는 어디에 가서 구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부처와 예수는 내 마음속에 있는데, 어디에 가서 그들을 찾겠다는 말인가?



글로벌 시민이 되라
   김 용 세계은행총재는 한국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글로벌 인재가 되기에 앞어 글로벌 시민이 되라." 글로벌 시민이란 말그대로 전세계를 내 관심의 영역에 두는 것이다. 마치 대전에 살면서도 뉴스를 통해 부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주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 듯이, 그 범위를 세계로 넓혀 중동에서는 어떤 인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유럽의 경제는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 등등에 관심을 두는 게 바로 글로벌 시민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 시민으로 살아가다보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 문제점들에 관여해 보고 싶게 되기도 하고, 또는 그들을 위해 작은 일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비행기를 타고 그들이 사는 나라는 방문해보게 될 것이고, 이러한 방문을 통해 세계에 대한 더 큰 관심사를 가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그들의 진정한 삶을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레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만국공통어인 영어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될 것이고, 이것이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글로벌 역량이 키워지면 당연히 나의 장, 단기적 목표와 행동(글로벌마인드)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로써 진정 글로벌인재로서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글로벌 인재이다.
   자본과 노동이라는 틀에 박힌 전제에서 빠져나오면 객관적으로 나의 글로벌마인드를 정립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글로벌역량을 쌓아야 하는 진정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물론 글로벌역량 쌓기가 먼저 시작될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논문에서도 가장 중요하듯이 우리의 테마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글로벌마인드와 글로벌역량이 서로 균형을 맞추면서 같이 발전해 나간다는 점이다. 둘 중에 하나를 무시하고 너무 한쪽으로 치중했다가는 결국은 Nokia, Xerox, Sony와 같이 몰락하는 경우에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글로벌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지리적, 언어적 요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얼마나 글로벌 시민이 되었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 시민은 언어와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서 될 수 있는 것이다. 텔런트 김혜자, 달라이라마, 새롭게 선출된 아르헨티나 교황. 이들이 진정한 글로벌시민인 동시에 글로벌 리더인 것이다. 



글로벌 성장판은 닫히지 않는다
   한국 기업에서 한국사람들과 한국말로 일한다고 글로벌인재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남녀 평균 만 25세에 첫 직장을 잡는 한국사회에서 그 첫 직장이 비록 대단히 한국적인 기업일지라도 글로벌인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은 갖지말자. 그 성장판은 여전히 열려있다. 글로벌 시민이 되려는 노력만 한다면 그 성장판은 평생 닫히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외국기업에서 외국사람들과 외국어로 일한다고해서 전적으로 글로벌 마인드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일만 외국에서 했지, 글로벌적인 마음이 없다면 그건 그냥 외국기업의 일개미일뿐이다. 그게 어떻게 해서 글로벌인재인가? 물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더 훌륭한 글로벌시민 또는 글로벌인재가 될거라는 건 섣부른 판단이자 쓸 떼없는 열등감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대학생으로서 외국에 나와서 외국애들이랑 외국어로 대화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글로벌적인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지 마라. 그건 단지 작은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나 또한 독일에 있으면서 "가장" 글로벌화되고 있다고 느낄 때는 다양한 신문이나 매체들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볼 때이지 파티에 가서 외국애들이랑 술먹고 춤출 때이거나, 독일최고의 경영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독일어로 신문을 읽고 있으면 이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이곳에서 영어로된 중국신문을 보고 있으면, 유럽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시각들도 알게 된다. 또한 뉴스사이트에서 외국에 관한 기사들이 우리나라 신문에서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나오기 때문에 그것또한 글로벌 시민이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가 한국에 가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일뿐이고, 지금 한국에 있는 나의 친구들도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지니스 세계에서도 이미 수차례 증명되었듯이 비젼이나 똑바른 목표의식 없는 기업은 결국은 후퇴하게 되어있다. 더군다나 자기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스스로 믿었던(겸손함이 없던) 기업들은 더 빨리 꼬꾸라졌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오히려 비록 지금은 영어도 못하고 대단히 한국적인 삶을 사고는 있지만, 오히려 그대가 더 훌륭한 글로벌 시민(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진정한 부처와 예수는 마음속에 있다. 그 소중한 걸 자본가에게 인도하지 말자.
2013. 3. 15김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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