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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흔한 게이 일기 1

ㅈㅎ |2013.03.26 01:12
조회 944 |추천 6
11~12월쯤부터 썼던 일기 올릴예정



레 미제라블을 보러 갔다. 애인은 좀 보기 싫어하는 눈치였다만(호빗을 보자고 그렇게도 졸라댔으니) 내 고집 아닌 고집(?)에 결국 넘어와서 심야로 보고야 말았다.

눈이 나쁘지만 안경을 쓰진 않아서(건강상… 그리고 미관상ㅋㅋㅋㅋ) 맨 앞 자리를 골랐다. 애인은 뒷자리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편하게 만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영화보러 왔지 ㅅㅅ하러 왔냐는 말에 애인도 결국 수긍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만 불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영화관 앞자리에 앉았다. 심야 영화관엔 게이 커플이 많았는지 남자 한 쌍이 오는 것이 흔해보였다. 애인이 킬킬거리며 웃으며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우리 말고 게이 많은 것 같다. 안그러냐? 대답할 가치도 없어서 그냥 몸을 의자에 더욱 깊게 파묻었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재밌게 봤다. 러셀 크로우 얼굴이 잘생겼다…는 개드립이고…. 애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초반에 조금 계속 추근대다가 반응이 없으니 그냥 잠을 잤다. 코제트가 부르는 'Castle on a cloud'노래가 나올 때쯤 애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넌 안 졸리냐? 저딴 걸 왜 돈보고 보냐?"
"지랄 ㄴㄴ;; 그냥 잠이나 퍼자세요;;""

애인이 화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볼을 꼬집었다. 미동도 하지 않자 애인도 흥미를 잃었는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계속 영화가 흘러가고 에포닌이 부른 On my own을 들을 때쯤 눈물이 저절로 글썽여졌다. 짝남이 저도 모르게 떠올랐다. 애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눈물은 왜 흘리냐?"
"넌 진짜 감성이 없는듯;;"
"저거 짝사랑 노래 아녀 미친년아; 너 나 몰래 다른 남자 만나냐?"
"걍 저 여자애 불쌍해서라고. 그리고 지금 다 조용히 하고 있잖아. 영화나 봐라."
"나쁜 새끼…."

허허, 그저 웃고선 애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얘 없었으면 더 감동적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 나중에 혼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에 다시 집중했다.

영화는 돈 내고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한 영화였다. 배우 지망생이라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장실, 소변기 앞에 선 채로 애인이 물었다.

"재밌었냐?"
"ㅇㅇㅋㅋ 러셀크로우 개잘생김 리얼 씨벌"
"걔 얼굴밖에 안보였냐? 주면 안되겠고만 ㅉㅉ"
"꺼져 좀;;"

애인이 결국 지가 졌다는 듯이 툴툴대며 바깥으로 나갔다. 나도 오줌을 다 싸고 바깥으로 나왔다. 심야 영화라서 밖은 어느새 밤이 되었다. 더운 데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매우 추웠다. 애인을 바라보자 애인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키스를 할 타이밍…은 개뿔이고…

"야 밥은 내가 산다 ㅇㅋ?"
"ㅇㅋ"

그래서 포장마차에서 밥먹고 나왔다는 소소한 이야기.
추천수6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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