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웃대 (못된야옹)님 -
18부. 모진마음
아직은 제법 쌀쌀한 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에 올라가기 위해 지나치는것인지 아니면 간단한 담소라도 나누기위함이 목적인것인지 제법 어둑어둑 해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공원내부는 사람들로 붐볐다. 미끄럼틀에서 우왕좌왕하며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꼬마들은 제 손을 잡고온 엄마라도 잃을까 눈에선 일말의 불안함이 느껴졌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집에선 할수없는 놀이를 할수있다는 묘한 흥분감에 사로잡혀 시간가는줄 몰라보였다.
간간히 남녀 쌍쌍이 그네를 타는 모습도 보였으나 대체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인듯 대부분은 어린꼬마아이들과 부모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게 일상속에 녹아들어있는 평범한 공원의 모습에 그들이 모르는 또하나의 공간이 덧씌워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이는 아무도 없을터였다.
"다시만날 날을 기다려왔어. 내손으로 널 죽이기 위해"
".......지민아.."
"그 더러운입으로 내이름 부르지마.. 아니다 어차피 마지막이니 그정도 아량은 베풀어줄까?"
".....이건 아니야... 이런건..."
"뭐가 아닌데? 하긴 기껏 죽였는데 살아돌아왔으니 좀 많이 불안하겠다? 근데 그건 네사정이고"
"........지민아..그게 아냐...."
"근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 도데체 나 왜죽였어..?"
"..........."
"아니 처음부터 처음부터 날 사랑하긴 했니..?"
어느새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어가기 시작한 지민은 예전 감정에 대한 기억이 괴로운듯 목소리마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와서 네가 믿어줄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난 진심이었어.."
"히히히히.... 진심? 아직도 내가 네 속마음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히히히히히히 너 진짜 웃긴다"
떨리던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처음의 차가운 목소리로 변해있었고, 지민은 표독스럽기까지한 얼굴로 일그러진채 이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 몸속에 있던 우리 부모님의 원수 그 개자식을 네가 품고있는걸 내가 모를줄 알았어? 불안불안 했겠다? 그래서 날 안심시켜놓고 죽인거니?"
과거 지민과 행복한 미래를 갈구하던 이기적인 내욕심때문에 숨겨왔던 사실이 지민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오자 난 어느정도는 맞는 이야기이기에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 언제부터 알고있었어...?"
"처음 학교에서 네가 날 데릴러왔을때부터 전부 근데 지금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내가 언제부터 알고있었든 그건 중요치않아"
"...근데 왜 말하지 않은거야..?"
"...난 네마음도 나랑 같다고 생각했어. 진심으로 날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걸것이라고.. 따지고보면 넌 날 살리기위한 선택이었을뿐이니까.."
"........지민아.."
"근데말야.. 그런 날 결국 죽인건 너잖아? 겉으론 사랑한다고 입에 발린말만 지껄이더니.. 넌 결국 나보다 네 죄책감이 먼져였던거 아냐?"
직접적으로 죽인건 아니었어도 지민의 말이 틀린건 하나도 없었다. 지금 내몸속에 존재 하는 나이트메어로 인해 지민과 가족 모두의 인생이 만신창이가 된건 엄연한 사실이었고,
비록 지민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곤 하나 그런 녀석을 내몸속에 품고있으면서 적어도 지민에게만큼은 말했어야 되는거였다. 그러나 난 하지못했고 업친데 덮친격으로 그 존재에 의해 그녀는 살해당했으니..
난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얼수밖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난 굳은 결심을 할수밖에 없었고 겸심이 섬과 동시에 몸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 그래 맞아.. 내가 죽였어.. 나 참 빌어먹을 새끼야 그렇지..?"
"........."
"그런데 말이야.. 미안하지만 이왕 빌어먹을 새끼인거 끝까지 그모습으로 있어야겠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난 몸을날려 지민과의 거리를 좁혔고 예상하지 못한 내행동에 지민은 눈이 커다래지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순간적으로 내손엔 길다란 장검이 들려있었고 난 망설임없이 지민의 목을 사정없이 그어버렸다. 아니 그으려했다.
'타악'
어느새 옆에서 다가온 준석의 손에 의해서 내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고 그틈을 놓치지 않고 지민은 뒤로 구르며 위기를 모면했다.
"맞다 강준석 네가 있는걸 깜박했네"
난 뒤로 두걸음정도 미끄러지며 들고있던 장검을 한일(一)자로 지그시 휘둘렀고 준석은 몸을 숙이며 내게 파고들었다.
내 가슴팍까지 순식간에 파고들은 준석은 양손으로 내 복부를 사정없이 가격했고, 한손으론 다 막아낼수 없던탓에 두어대가량 그의 공격을 허용할수밖에 없었다.
'퍽퍽 퍽'
"크흑.."
자연스럽게 몸은 앞으로 숙여졌고 그틈을 놓치지않은 준석은 무릎으로 내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빠각'
난 엄청난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공중에 한참동안 붕 떠있다 땅바닥에 곤두박질 쳐버렸고, 코가 깨져버린듯 코피가 흘러 입술을 적시며 비릿한 피내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으...."
"빨랑 일어나라 좀더 재밌게 즐겨보자고 빵"
"강준석 내가 말했지 이기준은 내가 죽인다고"
"내가 사정없이 두드려 패줄테니 마무리는 니가 하면 되잖아 박지민"
"됐거든?"
신음을 흘리던 내 앞에 마치 먹잇감을 두고 경쟁하는 짐승들처럼 지민과 준석은 주거니받거니 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난 그런 그들의 모습에 괜시리 피식 웃어버렸다.
학교내에선 말한마디도 잘 안섞던 녀석들이 한번 죽고나니 한편이 되어버렸다는게 마냥 어이없었기에...
난 옷에묻은 흙을 탈탈 털어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직히 입을 열었다.
"니들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냐 별로 보기 부담스럽네"
"오~ 이제 도발까지 할줄알고 빵셔틀에서 많이 발전했다야~ "
"이번엔 내가 할께"
준석이 비아냥거리며 자세를 잡으려는데 지민이 손으로 제지하며 끼어드는 바람에 그는 뻘쭘하게 뒤로 한걸음 물러날뿐이었고,
난 그런 지민을 보며 나직히 입을 열었다.
"지민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께"
"뭐지?"
"정말 미안하다."
"........"
지민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지만 불과 몇초 지나지않아 처음의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고 침묵으로 일관한채 서서히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그런 지민을 보며 자세를 잡기 시작했고, 그때쯤 가만히 있던 준석마저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정에 휘둘려 혹시라도 죽어줄 생각따위 하는거라면 집어치워 이기준 저들은 어차피 한번 죽은존재 니가 해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고'
머릿속에서 들려온 나이트메어의 말을 뒤로한채 난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들고있던 검을 더욱더 꽈악 쥘뿐이었다.
'나도 그런것쯤은 안다고, 하지만 어차피 나로인해 벌어진일.. 적어도 마지막 끝매듭은 내가 짓고싶을뿐이야..'
어느덧 지민의 손에서 강한 붉은 빛이 반짝인다 싶더니 제법 길다란 검의 모양을 형성했고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다리를 노리고 찔러들어오는 검을 한쪽 다리를 들며 가볍게
피한 나는 한바퀴 회전하며 들고있던 발로 그녀의 가슴을 걷어찼지만 뒤에있던 강준석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듯 내 발을 잡아버렸다.
한쪽 다리가 잡힌채로 엉거주춤 중심을 잡기바빴던 난 이어지는 발목을 향해 그어지는 지민의 공격을 막기위해 들고있던 장검을 바로 발밑에 내리꽃았고 이내 병장기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에 한쪽 다리가 무사함을 확인할수 있었다.
'깡'
안도의 한숨을 쉰것도 잠시 준석이 잡고있던 내발을 당기는탓에 자연스럽게 내몸은 녀석을향해 미끄러지듯 중심을 잃은채 가까워졌고 그런 내 얼굴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온 주먹에 정신이 아득해질법한 통증을 느낄수 있었다.
녀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을 놓지 않았고 기울어지는 몸을 다시한번 앞으로 당기더니 사정없이 얼굴에 한방을 더 꽃아버렸다.
'빠악'
'슈우우우우 타다다닥.. 터덕..'
저만치 뒤로 날아가 보기좋게 땅바닥을 구르며 흙먼지와 잠깐동안의 '부비부비 할수있는 시간을 얻은 난 고통에 이를 악물며 구르는 반동으로 재빨리 일어났고 정확히 얼굴을 향해 날아온 지민의
칼끝을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옆으로 몸을 굴렸다.
'스윽'
살짝스친탓인지 볼에선 한줄기 생채기에서 피가 맺혀있었고 난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며 들고있던 장검을 놓아버렸다.
공간을 찢어발기는듯한 파공음이 들린것도 잠시 장검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내 양손에는 족히 50센티는 될법한 칼 두자루가 들려있었다.
"오~ 다양한 재주도 부릴줄 아는구나 빵"
약간 놀란듯 쳐다보는 준석의 얼굴은 만화영화라도 보는듯한 천진난만한 미소가 어려있었고 지민은 그런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무심한 눈빛을한채 내게 달려오기 바빴다.
'지난번에 말해주길 잘했군, 적절히 응용할줄도 알고말야 잘하고있다 이기준'
나이트메어는 잘하고 있는것이라 칭찬을 해줬지만 난 박형사는 커녕 이 둘한테도 이길수있을지 막막하기만 할 뿐이었다.
'준석에 비해 실전경험이 너무 부족한탓인가.. 젠장 그렇다 한들 너희에게 죽을수는 없다고..!! 꼭 내손으로 모든걸 원래대로 되돌리고 말겠어'
난 들고있던 쌍검을 준석과 지민에게 각기 하나씩 날려 버렸고 날릴거란 생각은 못했는듯 갑자기 날아온 검에 당황한듯 지민은 황금히 몸을 옆으로 숙이며 아슬아슬하게 피해냈고 준석역시 가뿐하게 손으로 낚아채며
내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리는듯 했다.
그러나 내가 노린수는 처음부터 이게 아니었다.
순식간에 지민과의 거리를 좁힌 난 어느새 소환한 아까의 장검을 쥐며 자세가 흐트러진 그녀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베어버렸고 쓰러지는 그녀를 볼 틈도 없이 그대로 몸을 회전하며 준석에게 검을 집어던졌다.
갑작스래 지민에게서 피가 튀는것에 넋을 잃은듯 바라보던 준석은 이내 날아오는 검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몸을 구르며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그러나 앞으로 구르며 피할걸 예상이하도 한듯 난 이미 녀석의 앞에 서서 일어나려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고 동시에 나직히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너희를 위해서라도 난 지금 죽을수가 없어... 나중에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게된다면.. 다 설명해줄게.. 잘가라."
준석의 머리에 얹고있던 손에서 순식간의 아까의 단검이 쥐어졌고 이미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준석의 머리를 관통한채 생겨나는 칼의 모습을 보던 나는 사정없이 잡아 뽑았다.
'촤아아아아악'
마치 샤워기를 틀어놓은듯 붉은 피분수가 사방으로 튀었고 가장 가깝게 서있던 난 자연스럽게 피로 온몸을 뒤집어 쓸수밖에없었다.
'털썩'
힘없이 고꾸라지는 준석을 보며 핏물에 섞인 한줄기 눈물이 볼을타고 흘러 발밑에 떨어졌고 난 서서히 김동혁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준석의 시신을 확인할수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김민기 김동혁의 몸에 혼을 주입한거였나..."
난 그런 김동혁의 시신을 뒤로하고 몸을돌려 저만치 쓰러져있는 지민에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아...하아..."
아직 숨이 붙어있는듯 거친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고통으로 아무말도 하지못한채 날 쏘아볼뿐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앞에 당도한 난 눈을 질끈감았고 일순간 기분나쁜 살을찢는듯한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한순간 몸을 부르르 떤 지민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털썩'
"흐으으.... 으.... 흑흑흑.......으으으으으으으으으....."
들고있던 칼에선 방금전까지 내가 저지른 일이 현실인것을 반증하듯 검신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고.. 난 힘없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채 흐느낄수밖에 없었다.
"흐으으윽 흐흑...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 어어어엉...엉엉....."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나이트메어 역시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탓인지 아무말업이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고.. 난 그렇게 한참동안 흐느낀후에야 미약하게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 있었다.
난 자리에서 안간힘을쓰며 일어났고 어느새 김민기의 모습으로 변해있는 시신을 한참동안 바라보고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너희를 죽인 날.. 절대 용서하지 마.."
내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몸에서 흐르는 살기는 그 어느때보다 짙게 넘실거렸다.
이미 돌이올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걸 잘 아는 나였기에 더이상의 망설임이란 남아있지 않았고, 난 그들의 시신을 뒤로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멀지않은 곳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기에...
내게 이런 참담한 현실을 안겨준 장본인
박형사 그 개자식의 기운이..
19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