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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나가지마시오2 5화

메시아 |2013.05.03 14:03
조회 567 |추천 2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이제 저 목을 부러뜨리기만 하면 된다. 박탈? 상관 없다. 설상 살인죄를 뒤집어 쓴다고 해도 후회따위는 하지 않는다.

“잠깐!”

내 행동이 꽤나 큰 소동을 일으킨 모양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남자 뒤를 보조하고 있던 두 명의 남자가 나를 보며 소리친다. 각자 양손에 권총이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여차하면 나를 쏠 기세다. 하지만 난..

“당장 멈춰!”
“쏜다!”

아플까. 저런 총알이 내 몸에 박히면? 아니, 뚫린다면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것일까. 잠시 두 남자의 눈을 본다. 일말의 동요도 없는 평온 자체의 눈빛이다.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지 않았던지 매우 침착해 보인다. 그렇다면 사격에도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을 것이다.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콰직.

역시 살려둘 수 없다. 기형적으로 목이 뒤틀린 놈의 시체를 가만히 내려다 본다. 죄를 지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한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타앙- 탕- 고막을 찢을 듯한 거대한 소음과 함께 내 몸에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 아마도 난 비명을 질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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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도 작지도 않은 백색의 공간. 그 가운데 위치한 데스크 탑과 좌우 책상으로 흐트러진 서류 더미들이 즐비한다. 정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지러운 공간 속에서 남자는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려댄다. 꽤 씻지 않은 모양인지 머리 군데군데에 까치집이 있다.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는 것은 물론. 입에서는 단내마저 날 지경이다.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남자의 얼굴은 곧 처참히 뭉개진다.

“송 박사님!”

노크도 없이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조수 때문이다. 송병헌은 흐름을 깬 자신의 조수를 보며 한숨을 쉰다. 거기에는 작은 원망도 섞여 있다. 그것을 느끼지 못할 조수가 아니지만 그의 얼굴은 당혹과 공포로 가득 차있다.

“그게.. 큰일 났습니다.”
“뭔데.”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꾸하며 키보드를 다시 두드려대는 송병헌. 타다다닥. 타닥. 타다닥. 송병헌의 손가락에 따라 울리는 소리에 조수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주저한다. 어린 아이가 잘못을 하고 벌을 받기 직전의 모습에 송병헌의 눈썹이 꿈틀댄다.

“답답하게 하지 말고 말해.”
“그.. 박사님이 데려오신 덩치 큰 남자 있잖습니까.”
“그런데.”
“그게..”

어물거리는 태도에 송병헌은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조수에게 걸어가 그의 멱살을 단단히 움켜 잡는다.

“야 새꺄. 지금 너랑 내가 장난할 짬이냐?”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 남자가.”

송병헌은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깊게 한숨을 쉬고 조수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다시 되묻는다.

“지금 내가 잘못들은거냐.”

조수는 어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송병헌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여지껏 수많은 실험을 같이 해온 조수지만 이런 식으로 공포에 떠는 모습은 본적도 없거니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물론 송병헌 그가 처음부터 거친 성격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곳에서는 절로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송병헌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진다.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덩치 큰 남자가.. 피실험자들 3명을 죽였습니다.”
“왜?”
“그건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뭘로?”
“손과 발로..”
“그 남자의 덩치가 큰 것은 알지만 그 정도로 괴력을 지녔다는게 말이 되나? 주먹 한방에 사람이 죽어나가?”

조수는 마치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송병헌은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다. 조수에게서 더 이상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컴퓨터에 앉아 남자의 검사 결과를 조회한다.

처음 자신의 흥미를 돋우었던 생김새와 분위기. 선뜻 실험에 응하겠다고 말했던 굵직하고 중저음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3초.. 데이터를 로드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송병헌은 바로 자료를 출력하여 조수를 이끌고 긴 통로를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남자는 어딨지?”
“여자아이와 함께 방에 있습니다.”
“방에..?”
“예.”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동안 송병헌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사람이 가질만한 수치가 아니야.”
“..예?”

송병헌은 말 대신 출력물을 조수에게 건넸고 이내 그의 눈도 크게 확장되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연달아 눌러대며 송병헌이 말한다.

“그 정도의 몸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거였어.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매일 스파링을 하면서 버텨낼 수 없는 일이야. 그것도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내왔다는 것은 이미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몸의 구성을 벗어났다는 얘기가 될 수 있었어. 쉽게 생각하면 되는 일이거늘..”
“박사님 어쩌면..”

조수의 기대가 가득한 눈빛을 보며 송병헌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과 ‘이것’은 별개지. 하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겠어. 준비 단단히 해둬.”
“저.. 그게 박사님.”

아까와 마찬가지의 태도에 송병헌은 당장 화를 내며 조수를 패고 싶었지만 꾹 참고 들어주기로 한다.

“말해.”
“그 남자 총에 맞았습니다.”
“뭐?!”

이제껏 침착을 유지하던 송병헌의 이성이 한순간에 무너지려고 하는 순간이다. 조수는 양팔을 저어가며 자신의 상황을 다급하게 설명한다.

“들어주십시오. 박사님. 그 남자가 사람을 죽이려고 하기에 경고차 총을 들어 위협을 줬는데 들은 척도 안하고 바로 사람을 죽여버렸습니다. 저와 제 동료는 연구실 수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발포한 것입니다.”
“..후.”

송병헌은 자신의 신변과 조수의 신변을 옭아매고 있는 연구소의 규칙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면 된다. 근데 다른 조수는 어디갔나?”
“역시.. 죽였습니다.”
“....”

송병헌은 사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연구소에서만 연락이 되는 단말기를 꺼내 비상을 발령시키고는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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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바닥이 온통 붉은 색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침대에서 멍한 얼굴로 앉아 있는 은혜가 보인다. 일어나려고 힘을 주지만 이상하게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을 뻗어 백색의 빛나는 곳으로 가고 싶지만 내 손은 이미 더럽혀져 있다. 그저,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크.. 컥.”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정면에서 앉아 있는 은혜를 볼 수 있는 것은 내게 내려진 마지막 하늘의 선물이 아닐까. 소리를 내어, 손을 뻗어 은혜에게 닿고 싶다. 한 번더 손을 잡아 보고 싶다. 머리를 쓰다듬고 싶다. 곁에 있고 싶다.

“00씨?”

익숙한 목소리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얼굴이 내 앞을 가로 막는다. 남자는 처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내 몸 이곳 저곳을 훑어본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한다.

“00씨는 저를 실망시키는군요.”

말투는 평온하지만 그의 눈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는 나는 남자를 바라볼 뿐이다.

“서둘러라. 많이 버텨야 10분이다. 그 때까지 샘플을 주사해야한다.”
“하지만 박사님.. 이런 몸으로..”
“닥쳐! 옮기라면 옮겨!”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러 명의 손길이 나를 끌어내기 위해 힘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 게다가 바닥과 벽에 끈적대며 붙어 있는 피들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끙..”

역시나.. 나를 옮기는 일이 쉽게 되지 않자 남자 역시 팔을 걷어 올리고 나를 들어올리려 애를 쓴다. 그렇게 몇 번의 사투 끝에 내 몸을 들어 올린 남자들은 침대 비슷한 것에 나를 눕힌 후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꽤나 소란스러운 일들이었는지 인조 공원에 몰린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난다.

주르륵. 미끄러지면서 단숨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한 번만 은혜를 보고 싶다. 몸에 남아 있는 모든 기운을 써서 간신히 고개를 튼다. 남자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저 멀리 있는 115호의 문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아, 볼 수 없는 것인가.

띵-동.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직전. 느리게 걸어 나온 연약한 은혜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눈에 보인다. 찰나의 순간. 은혜의 한쪽 손이 올라가 있다. 이어 좌우로 흔든다. 조그만 입술이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인다.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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