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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나가지마시오2 7화

메시아 |2013.05.03 14:09
조회 630 |추천 3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2년 가까이 이런 일을 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1~2주를 간격으로 충원이 되는 피실험자들과 검은 생물이 되어 불에 타버리는 ‘실패작’들이 순환되는 반복.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완벽한 내성이란 생길 수는 없는 법이다. 멀쩡했던 사람들이 변하고 그것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없애는 일. 그들의 고통섞인 비명 소리를 들으며 실험을 재개해 나가는 일. 점점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 해답이 보이지 않던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 나는 충격적인 사건을 맞는다. 다른 팀 조수의 실수로 유리관 몇 개가 오픈되어 버린 것이다. 고의적인 행동은 아니었으나 그가 한 행동으로 인해 2명의 연구원이 치명상을 입게 된다. 물론 그들에게 해를 가한 ‘생물’들은 처리한 상태였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치명상을 입은 연구원들을 비어버린 유리관 안에 넣었고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들도 자신의 처지를 인지한 모양인지 반항이나 거부를 하지 않았다. 최소 그들이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며 애원했더라면 그때 내가 내린 결정이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유리관 속에서 힘 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두 조수를 보며 나도, 유리관 속에서 울부짖은 생물들도 어느새 동화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순간이 가장 허망하고 씁쓸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한 명은 온연한 ‘생물’로 변해버린 상태였지만 다른 한 명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 상태였다. 우리는 거기서 작은 희망의 불씨를 잡을 수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조수의 상태를 며칠 더 지켜본 후 그의 신체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를 덮쳤던 괴물의 신체 역시 낱낱이 해부하여 데이터를 수집했다.

있다. 있었다. 우리들의 탈출구가 원하지 않았던 때에 발견이 되었다. 조수의 체질도 체질이지만 생물의 몸 안에서 아무런 감염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염체가 사라져도 온전히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생물. 그리고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던 조수.

연구의 진전이 쭉쭉 뻗어져나갈 것 같았던 것도 주춤. 우리는 도로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희망 따위는 없는 것인가. 그렇게 며칠이 지나 조수는 우리에게 자신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해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건 세간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매우 희귀한 병으로 앞으로의 생명이 1년 남짓 가량 남은 시한부 인생이었다.

우리는 거기서 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생물들의 몸 안에 있는 감염체들을 없앨 만한 강력한 바이러스 균이 있다면 생물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변환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결론. 충분히 해볼만 하다. 우리는 즉시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고 머지 않아 그 결과물이 나타나게 되었다.

녹색의 진한 액체 속에서 검은 알갱이들이 꾸물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아주 기묘한 결과물이다. 그 액체를 바로 실험에 사용했고 곧 성공했다. 허나 문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들이 모두 조수와 같은 희귀병을 앓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회의를 시작한다. 이렇게 된다면 생물의 균과 조수의 바이러스 균에 면역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다는 결론이 세워진다. 그런 몸이라면 분명 ‘백신’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시 움직였다. 예의 조수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그의 가족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저마다 같은 심정이었고 인간의 정을 느끼기에는 우리는 이미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실험을 했다. 그 중에는 갓난쟁이도 있었지만 오랜 연구의 종착에 다다르기 일보 직전에서 우리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딱히 힘을 쓰지 않아도 뒤에서 봐주는 정부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실험을 하는 도중 조수의 가족력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해냈다. 그들 모두 같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것에 대한 면역력이 대를 이어오면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해진다. 그 대의 마지막이라면 갓난쟁이 하나 밖에 남지 않는다.

광기에 물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말은 사실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내가 한 일들을 알게되고 후회하고 슬퍼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를 구하는 일이라며 각자를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가 살아남는다면 그게 더 이득이 아니겠는가.

조수의 가족들에게 처음 만들었던 샘플을 모조리 주입했다. 2~3일이라는 과정에서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들은 단 하나,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갓난아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맑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를 하얀 수술대 위에 올려 놓고 악마의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고막을 찢는 듯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우리는 모든 걸 멈췄어야 했다. 그것이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저울질하는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아기가 죽고 나서야 실험은 성공했다. 죽음에 대한 슬픔을 느끼기에는 우리 모두가 둔감해져 있었다. 마침내 온연한 녹색의 액체를 얻게 된 우리의 뒤에는 검은 생물들이 아닌 멀쩡한 가족들의 시신과 조수의 시신이 쌓여 있었다. 거기서 최소한의 예를 갖췄어야 했다. 우린 시신들을 생물들과 같이 태워버렸고 녹색 액체를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 온연한 모습으로 돌아온 인간들 몇몇을 잡아 같은 방식의 실험을 시행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우리는 액체를 받아들이는데에도 특이한 체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는 바이러스 균과 감염 균을 모조리 견뎌낼 만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체질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으며 설사 발견되더라도 바이러스 균을 이기지 못해 죽어나가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더 이상 실험에 응하는 자들이 생겨나지 않자 우리는 2억이라는 파격저긴 제안을 하며 사람들을 모았다. 결과는 상당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실험이지만 2억이라는 금액에 눈이 뒤집힌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지원했다.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감염 균을 온전히 버틸만한 체질을 찾기 시작했다.

1년.. 2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지칠 수 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지친 몸을 달래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곧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한 몸과 멍한 눈.. 문득 우리의 손에서 죽어나간 아기의 얼굴과 비명이 여자 아이와 겹쳐졌다.

연구원과 피실험자의 관계에서 사소한 감정이 개입되어 버리면 곤란하다. 어차피 이들은 곧 죽어버릴 운명에 처한 이들이고 나는 그런 그들을 실험을 해야만 하고 ‘살인’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자 아이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은혜라고 했다. 19살이 된 은혜는 고아원에서만 지내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여기에 온 것이라고 했다. 부득이한 사정이라.. 분명 이 아이와 2억을 바꾼 것이 틀림 없겠지. 정신지체아를 데리고 있어봤자 시설에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 없으니 ‘처분’을 한 것이 분명하다.

불쌍한 아이다. 문득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마누라와 딸 자식이 생각났다. 지금쯤이면 은혜와 같은 또래다. 잘 지내고 있을까. 연락이 두절된 이곳에서는 가족에게 안부를 물을 수도 전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잘 있기만을 바라고 기도할 뿐이다.

이대로 은혜를 실험대에 오르게 할 수는 없었다. 지나간 세월 동안 내 지위도 꽤나 상승했기 때문에 은혜 몸 하나를 빼돌리는데는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1회차 2회차.. 3회차가 되던 해에 덩치가 큰 남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남자를 권유하게 된다. 요즘 세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거구, 분명 몸 안의 구조는 남들과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도 잠시. 남자는 엄청난 사고를 치며 검은 생물이 되어버렸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곳을 나갈 희망도 방법도 모두 사라진 것이다.

오늘은 3회차 실험의 마지막 날이다. 전처럼 은혜의 신변을 빼돌릴까 하다가 어제 일어난 일로 더욱 분명해졌다. 더 이상 은혜를 방치하는 것 역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여긴 나는 피실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주입되는 액체가 아닌 온전한 백신을 주입하기로 한다. 물론 불법이지만 괴물의 모습으로 죽어가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는 나았다. 설사 실험이 잘 되도 바이러스 균에 의해 죽어나갈 테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런저런 핑계로 밖으로 빼돌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처분하게 된다면 내 곁에서 두고 돌봐주고 싶었다.

유리관에서 멍한 눈으로 몸을 크게 움찔거리는 은혜를 본다. 작고 핏기가 없는 입술이 위 아래로 움직인다.

“아..파.”
“....”

주륵. 그 말에 바보처럼 눈물을 흘린다. 아직 내게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인가. 짧은 시간 동안 큰 고통에 시달리던 은혜는 그대로 혼절했다. 시술이 완료된 것을 알리며 바늘이 다시 들어가고 버튼을 누르며 조작한다. 유리관에 주입되는 작은 병 에 담긴 액체를 꺼낸다. 혼절해 버린 탓에 시술이 멈추고 액체가 조금 남아버린 것이다.

‘아..파.’

힘 없는 목소리가 뇌리를 강하게 흔든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액체를 단숨에 들이킨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액체가 식도를 타고 뱃속으로 내려간다. 잘하고 있는 것일까. 회의감이 든다.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 나가서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평범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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