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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나가지마시오2 8화

메시아 |2013.05.03 14:12
조회 714 |추천 4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익숙한 방 천장이 눈에 잡힌다. 정신을 잃었던 것인가.. 느리게 상체를 일으키는 도중 낯선 느낌에 고개를 돌린다. 왼손목에 꽂힌 흰색의 주사 바늘과 주욱 위로 이어진 링거가 보인다. 언제 이런걸 맞고 있었지? 대충 주사 바늘을 뽑아내고 다리에 힘을 준다.

“?”

하지만 자리에 서지도 못하고 옆으로 쓰러져버린다. 넘어지면서 무의식적으로 허우적거린 탓에 링거가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축축한 물기가 서서히 웃옷을 적신다. 멍하니 그것을 느끼다가 다시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쓰러져버린 지지대를 잡고 문을 열고 나선다.

휘이잉. 평범한 통로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까. 지지대를 다리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중앙 홀 쪽으로 걸어간다. 이렇게 길었던가. 드륵. 드르륵. 지지대를 바닥에 끄는 소리와 그에 맞춰 질질 끌리는 슬리퍼 소리만이 가득하다. 평소 소비하는 시간의 배를 투자하고 나서야 홀에 다다른 나는 바로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위해 이동한다.

띵-동.

운 좋게 문이 열리며 조수 한 명이 눈에 보인다. 조수는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는 내게 다가와 부축해준다.

“괜찮으십니까?”
“..얼마나 지났지?”
“5일 정도 됐습니다.”
“..5일이나?”

그 때 마셨던 백신 때문인가 내 몸도 이렇게 망가져가는 것인가. 마지막 은혜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 아이는 살아 있을까.

“결과는 어떻게 됐지?”

내 말에 조수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입을 연다.

“대성공입니다. 그 정신지체아 여자아이가 백신을 완벽히 소화했습니다.”
“그래? 잘됐..군?!”

이건 내 예상을 훨씬 벗어난 결과다.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있다니 은혜의 몸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인가? 은혜는 이제 밖으로 나갈 수도 없게 되는 것인가?

“왜 그러십니까?”
“그냥 좀 놀라서 그래. 그 아이는 어딨나?”
“추출 중에 있습니다.”
“..5일 내내 그 작업을 한건가?”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다만?”

조수는 약간 망설이는 듯 하더니 입을 뗐다.

“그 아이. 더 이상 피를 생산해내지 못할 겁니다.”
“..부작용인가.”
“예. 앞으로 추출을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길어야 10일.. 15일입니다.”
“그런가. 그리로 안내해주게.”

조수는 놀란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이런 몸으로 대체 뭘 하려는 속셈이냐고 묻고 있는 듯한 얼굴이지만 내 성격을 아는 이상 선뜻 물어보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했고 조수는 별 다른 제기 없이 5층 버튼을 누른 후 나를 단단히 부축했다. 빠르게 바뀌어 가는 층수. 5층에 도착한 나와 조수는 항상 실험이 행해졌었던 샘플실로 이동했다.

곧 여자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낯설지만 익숙히 알고 있는 목소리. 내 만행으로 인해 실험대에 오른 은혜의 소리가 분명했다. 서둘러 가고 싶지만 빌어먹을 두 다리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다.

“꺄아아아악!”

수 개월 동안 은혜를 지켜봤지만 저런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먹먹하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이를 꽉 깨물고 샘플실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백색의 大자 형 침대 위에 사지가 묶여 있는 상태에서 피를 강제적으로 뽑히고 있는 은혜의 모습.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두 명의 조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며 서있었다.

“....”

두 조수는 나를 보며 어떤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당장 은혜의 비명소리에 정신이 팔린지 오래다. 귀를 찢을 듯 강타하는 가련한 비명소리를 더 이상 듣고 있을 자신이 없다. 돌아가고 싶지만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사님?”
“송 박사님?”

두 조수가 나를 보며 다가온다. 번뜩. 그들 허리 춤에 있는 권총이 빛나기 시작한다.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 나를 부축하는 조수를 뒤로 밀쳐내고는 앞으로 꼬꾸라진다. 그러자 두 조수가 나를 자연스럽게 부축했고 그 틈을 이용해 두 조수의 허리로 손을 뻗어 권총을 순식간에 빼들었다.

“무슨..?”
“박사님?”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보는 두 조수의 얼굴을 보며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것은 두 조수의 얼굴에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타앙- 탕. 꽤 큰 소리지만 은혜가 지르는 비명보다는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

“흐아아아!”

순식간에 당한 두 조수를 보고 공포에 지린 조수가 뒤로 어이 없게 넘어져버린다. 나는 그 작은 틈을 내주지 않고 그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준다. 순식간에 정리된 현장. 간신히 내 몸을 일으켜 은혜의 사지를 풀어주고는 몸에 박힌 바늘들을 모조리 뽑아 낸다.

그제야 잠잠해진 은혜는 굵은 눈물만을 흘리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역시 이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은혜를 강제로 일으킨다. 그 동안 당한 것이 꽤 충격이 큰지 비틀거리며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은혜. 으드득. 이가 갈리지만 지금은 여기를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은혜야 걸을 수 있겠니?”

은혜를 보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묻는다. 머지 않아 다른 팀이 들이닥칠 것이다.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시점이다.

“..응.”

은혜가 나를 보며 말했다. 멍했던 눈의 초점이 돌아와 있다. 정확히 내 두 눈을 보고 말하고 있었다.

“아..”

안된다. 여기서 감격하면 안된다. 서둘러 은혜를 밀다시피 샘플실에서 벗어난다. 위급한 순간이라 그런지 두 다리가 조금씩 움직여주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은혜의 상태를 간단히 살핀다.

군데군데 붉은 바늘 자국을 제외하고는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 이제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띵-동. 1층에 다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평소와 같은 고요하고 넓직한 홀이 보인다.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은혜야 아저씨 좀 부축해줄래?”

물끄러미 나를 보던 은혜는 어설픈 동작으로 내 왼손을 자기의 어깨에 두르고는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그거면 족하다. 비록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문제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선 몸을 숨길 곳이 필요한데.. 도시와 이곳의 거리는 꽤 떨어져 있어서 걸어서 간다면 꽤 걸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내 몸 상태와 은혜의 상태라면 얼마가지 않아 잡힐지도 모른다.

“큭..”

하지만 여기서 주저할 수는 없다. 홀을 벗어나 회전문을 통과하자 넓은 공터가 눈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나는 그 자리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피실험자들을 데리고 오는 작업을 하던 두 명의 경호원들이 나를 보며 서있었다.

“....”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내 상태와 은혜의 상태를 본다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을터. 여기만 벗어나면 돼. 나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두 경호원에게 외쳤다.

“안에 소동이 일어났소! 빨리 가서 지원해주시오!”

물론 내 눈은 그들 옆에 조용히 주차되어 있는 중형 세단에 가 있었다. 노련한 그들이지만 눈치는 그렇게 빠르지 못했다. 피 범벅이 된 내 상태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은혜의 상태 덕에 그들은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나와 은혜를 세단 안에 앉히고서 차키를 건넸다.

“조심하십시오.”

예의상 그렇게 건넨 후 세단을 거칠게 몰았다. 부우응. 부드러운 엔진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세단.

“크아아아아!”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어마어마한 포효소리. 그 소리에 나는 바보처럼 세단을 세우고는 창문으로 몸을 빼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3~4층 높이의 백색 건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 색의 거구의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뚫었는지 꽤 큰 구멍이 눈에 보인다. 다시 들리는 포효소리. 꿈속에서 보았던 그 거구와 너무나 흡사했다. 하늘을 향해 길게 포효하던 검은 생물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린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인가.

타앙- 탕. 탕.

경호원들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검은 생물에게 총알을 퍼부어대지만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슬쩍 뒤로 몇 걸음 물러난 검은 생물은 그대로 나를 직시한다.

“!”

상당히 멀리 있음에도 붉은 색의 두 눈이 정확히 나를 꿰뚫어보고 있다. 그런 검은 생물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안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검은 생물은 곧 모습을 감췄고 나는 서둘러 세단을 몰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던 간에 일단 은혜를 살리고 봐야 했다.

“크워어어!”

검은 생물의 비명 소리가 점차 작아져만 간다.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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