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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6화)

윙윙 |2013.05.09 00:23
조회 1,317 |추천 10

출처 ; 어느날갑자기(유일한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습니다.^^

 

 

 

 

 

나는 은혜가 내민 봉투를 엉겹결에 받아들고, 물어보았다.

"증거라니? 무슨 얘기야?"

"어제 아저씨가 내 얘기 안 믿는다고 해서, 가져왔어요.

한번 보면 내가 한 얘기를 떠도는 괴담이나, 상상력 많은 여고생이 지어낸 얘기니 하는 생각이 없어질 껄요!

이것들은 오빠가 아무한테도 안 보여준 것인데, 제가 오빠 방을 뒤져서 찾아낸 것예요...

 

난 무서워서 다 보지 못했어요.

그날 밤 독서실에서 오빠들이 찍은 사진들이에요.

그리고 이건 내가 우연히 듣게 된 카세트 테잎이예요.

이것도 무서워서 다 못들었어요.

그날 밤 실수로 오빠가 워크맨의 녹음 스위치를 눌러 놨는지,

학원 강의가 든 90분짜리 테잎에 그날 밤 일들이 녹음되어 있어요.

오빠가 듣던 국어 강의 테잎을 찾아 듣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아마 오빠도 몰랐던 것 같아요... 한번 들어보세요... 그럼 제 얘기를 믿게 될 테니까....."

은혜에게서 받은 봉투를 내려 보면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은혜는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지도 않은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거니?"

"아저씨가 내 얘기 전혀 믿어주질 않았잖아요!"

은혜는 좀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순간 고민이 생겼다.

 

만약 은혜가 말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은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내가 그것에 대해 믿게 만들려는 것을 봐서는,

 

내가 만약 그 괴담들을 현실로 받아들인 후에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무당을 불러 굿을 해야 하나..

 

퇴마사라고 알려진 수 많은 사기꾼들을 찾아서 귀신을 쫓아달라고 해야 하나..  별 생각이 다들었다.

은혜는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얘기했다.

"지난번 총무 아저씨도 처음에는 안 믿었어요...

아저씨도 좀 있으면 제 얘기가 모두 사실인 걸 알게 될거예요.."

"그런데, 은혜야.. 내가 설사 그 얘기를 믿게되더라도, 무엇이 달라지겠니?

 

그 악령을 내가 쫓아낼 수도 없을테고... "

"그래도 내 얘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잖아요!"

은혜의 대답을 들은 나는, 한숨을 내쉬고, 그 봉투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사진 몇장과 '고전 강의'라고 써 있는 낡은 카세트 테잎이 하나 들어있었다.





우선 나는 천천히 그 사진들을 살펴봤다.

처음 몇장은 3명의 남자 고등학생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여자 독서실에서 우수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들이었다.

 

아마 그날 그 방에 숨어 들어가 처음 찍은 사진 같았다.

 

대충 독서실 의자에 카메라를 놓고 찍은 사진인지 구도같은 것은 엉망이었다.

다음 몇장은 독서실 안을 어지럽게 찍어 놓은 것이었다.

 

불이 꺼진상태에서 후레쉬를 터트려 가며 찍은 것인지 책상 의자들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독서실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급했는지 사진은 심하게 흔들린 상태로 찍혔고,

 

독서실 안의 모습이 여기 저기 찍혀있었다.

 

그런데 이 사진 몇장 중에는 그 세 명의 모습이 찍혀 있기도 했다.

그 모습들을 보는 순간,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그 세 명의 얼굴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심하게 겁에 질려 있었고, 어찔할 바를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떤 사진에서는 다들 손으로 한 쪽 구석을 가르키면서 절규하는 모습도 찍혀 있었다.

 

장난으로 연출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실감나는 표정들이었다.

 

나머지 사진들은 그냥 암흑속의 독서실 안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마지막 사진까지 보고나니 괜히 찝찝해 졌다.

옆에서 보고 있던 은혜가 내 손에 있던 사진을 가져가더니 몇장을 골라 다시 건네 주며 얘기를 했다.


"이것들이 내가 본 사진들이예요.. 나머지는 사실 무서워서 다 보지 못햇어요."

기분나쁘긴 해도 무서워서 볼 수 없는 정도의 사진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은헤는 너무 무서워서 더 이상 사진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의아한 기분이 드는데, 은혜는 다시 건네준 사진들에 대해서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

"좀 꼼꼼히 보라고 했잖아요. 자 이 사진 봐요. 이 천장 구석에 흰 것이 뭐 같지 않아요?

이렇게 한 번 돌려서 봐 봐요.. 여기가 입이고, 여기가 눈이고... 이렇게가 얼굴이잖아요."

은혜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 볼때는 단지 어두운 독서실 안을 찍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진이었다.

 

은혜가 가리킨 부분의 하얀 것은 현상할 때 빛이 들어갔으려니 하고 넘어간 부분이었다.

 

그런데 은혜의 설명대로 보니, 영락없이 천장 구석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한 여자애의 얼굴이었다.

 

은혜는 다음 사진을 가르키며 설명을 계속했다...





다른 사람이라니...

그럼 이렇게 선명히 나온 얼굴이 사람의 얼굴이 아니란 얘기란 말인가...

 

나는 다시 한번 사진에 찍힌 정체 모를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아까 세명이 찍힌 사진을 옆에 들고 그 사람의 얼굴을 대조해 보았다.

은혜 말이 맞았다.

이 마지막 사진 속에 찍힌 얼굴은 그 세 명중에 어느 누구의 얼굴도 아니었다.

 

완전히 딴 사람의 얼굴이었다.

 

고등 학생정도로 보이는 남자애의 얼굴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눈동자에 초점도 없어 보였고,

 

옆에 찍힌 은혜의 오빠와는 달리 얼굴도 핏기가 없이 창백해 보였다.

다시 한번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바로 독서실을 배회하는 그 귀신들 중에 하나일꺼예요.."

은혜의 얘기가 귀에서 웅웅거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은혜가 무서워서 못 봤다는 나머지 사진들을 다시 한번 보기시작했다.

 

그 사진들 중 몇 개는 은혜가 발견 했던 것 같은 사람 모양의 형태가 찍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잘못 현상 되서 생긴 자국같고, 어떻게 보면 정말 사람의 형체로도 보였다.

 

그런 사진들을 보고 나니,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고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은혜를 보고 간신히 입을 뗐다.

"음...

내가 보기에는, 이 사진에 찍혀 있는 것들이 확실히 괴기스럽긴한데, 명확한 증명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아.

이런 흰 형체들이 후레쉬가 터질 때 반사된 것일 수도 있고, 인화가 잘 못되서 생긴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이 정체모를 사람의 얼굴은, 어쩌면 그때 3명이 아니라, 4명이 들어갔을 수도 있잖아?

이 사람은 네가 모르는 오빠 친구일 수도 있는 것이고...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은혜는 내 얘기에 별로 놀라지 않은 표정을 하고는, 시계를 보더니 얘기했다.

"독서실에 사람들이 오기까지 아직 한시간 정도 남았으니, 이 테잎한번 들어봐요.

 

그러면 뭔가 알 수 있을 걸요..."

그러면서 그 카세트를 오디오에 넣었다.

은혜 말대로 공부하러 올 사람들은 한 시간 정도 후에야 올 것 같았다.

 

약간 고민하고 있는데, 은혜가 부탁하듯이 얘기했다.

"제발 같이 들어요. 혼자서는 무서워서 이 테잎 들을 수 없다니까요...."

나는 그 기분나쁜 사진들을 다시 봉투안에 집어 넣으며 잠시 생각했다.

정말 귀신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그것도 이 독서실에....




사진이라는 좀 현실적인 매체에 잡힌 것들을 보니 좀 무서워졌지만,

 

그냥 이대로 모르는 체로 넘어가는 것은 더 힘들고 찝찝할 것 같았다.

 

진실이 뭔지 알고 싶어졌다.

 

나는 말 없이 은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은혜는 얼른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처음에는 원래 녹음된 고전 강의가 약간 나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소리가 바뀌더니 그날 녹음된 것이 들려왔다.

- ...그러니까 연대가 고대보다 좋다는 거야!

 

- 자식들, 연고대 갈 성적도 안 되는 놈들이 별 쓸데없는 소리 다 하고 있네..
(은혜가 자기 오빠의 목소리라고 가르쳐 주었다.)

 

- 근데, 여기 왜 이렇게 춥냐?

 

- 그래 나도 추워

 

- 에어컨도 꺼져 있는데, 입김을 나올 정도야.. 으으 추워..

 

- 야, 지금 몇시냐?

 

- 2시 반, 여기 들어온 지 이제 겨우 20분이야..

 

- 야 심심한데, 사진이나 찍쟈.

 

- 아까 찍어잖아. 그리고 필름 아껴야돼...

 

- 왜? 귀신 찍으려고? 웃기지 마. 그런 것 없다 없어..

 

- 종석이, 그렇게 자신 하지마... 아직 해 뜨려면 3시간은 있어야 돼. 그 동안 뭐가 나올수도 있어.

 

- 나오긴 뭐가 나와? 괜히 잠만 설치는 거 아냐?

 

- 졸리면 너는 그냥 자라.

 

- 아함.. 그러니깐 잠이 온다. 와...

 

- 잠깐!

 

- 왜...

 

- 잠깐 조용히 해 봐!

(...잠시 침묵이 흘렀다...)

- 니네 이거 들려?

 

- 뭐?

 

- 이 소리! (다시 조용해 졌다....내게는 테잎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 이게 무슨 소리야? 기분 나쁘게..

 

- 어디서 나는 소리니? 응?

 

- 저쪽 벽 쪽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나는 잠시 여기서 테이프를 멈추고, 다시 앞으로 돌려 그 소리를 들어보려고 볼륨을 최대로 했다. 역시 잡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잡음 속에서 뭔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바로 며칠 전에 내가 들었던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너무 놀라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때 은혜가 계속 들어보자고 얘기를 해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테이프를 재생시켰다...)




- 잠깐만... 맞아. 저쪽 벽에서 나는 소리 같아.

(모두들 일어나서 벽 쪽으로 가는지,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며 목소리들이 멀리서 들렸다.)

- 여기 한 번 귀를 대봐

 

- 음.. 그래 저쪽 벽 뒤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한데..

 

- 아냐, 나는 바닥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 씨x, 그런데 왠 애새끼들 소리가 이 야밤에 들리는 거야. 기분나쁘게...

 

- 이 빌딩 어디에 애들 있는데 있냐?

 

- 없어. 설사 유치원이나 탁아소가 있더라도 지금 새뱍 2시가 넘었는데, 거기 애들이 있을 리가 있니?

 

- 그럼 이 소리는 뭐란 말야?

(갑자기 '툭'하는 소리가 들렸다.)

- 씨x, 뭐야 정전이잖아!

 

- 하필 기분나쁘게 지금 정전이냐...

 

- 아냐, 저 문틈 사이로 불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 방만 나간 것 같은데..

 

- 은철아, 내 가방에 손전등 있거든.. 그것이나 꺼내봐.

 

- 야, 이런데서 쓸데없이 시간 보내지 말고, 그냥 나가자.

 

- 그래,

 

- 나도 찬성

(그 독서실에서 만약 전등이 나가버렸다면, 정말 1인치도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암흑이 되었을 것이었다.

 

사방이 창문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이었고, 빛이라곤 현관 문틈으로 보이는 아주 희미한 불빛이 전부였을

 

정도로 글자 그대로 암흑이 되었을 것이다.

 

세 명 모두 말은 직접적으로 안 했지만, 말투를 들어보니 다들 무서워지기 시작한 것처럼 좀 떨린 목소리

 

로 얘기했다. 가방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

- 자 이 정도면 환하지?

 

 

- 그 후레쉬 좋은데... 그런데 그 정도 밝히면 건전지 많이 잡아먹겠다.

 

- 걱정마. 어제 건전지 새 걸로 갈았으니, 한 3시간은 켜놓을 수 있을걸...

 

  그건 그렇고, 내가 이거 비춰 줄테니 빨리 가방이나 챙겨. 여기서 빨리 나가자..

(가방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녹음기는 가방 안에 있었었는지,

책 같은 것이 들어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세 명은 뭔가에 쫓기듯이 다급히 가방을 챙기는 것 같았다.

문으로 걸어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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