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판을 써보려니 살짝 떨리는 아줌마입니다...하핫
결시친 보면 아무래도 게시판 성격상 안좋은 얘기도 엄청 많고 해서 우리 시댁 이야기도 풀어볼까 해요-
연애할 때 남편을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시댁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던 그 이유에 대해서 +_+!
아직도 채팅말투(?)를 많이 쓰는 편이라 맞춤법과 이모티콘 사용은 살짝 이해를.. 부탁드려요 ㅠㅠ
유리 멘탈이라 악플도 정중히 사양합니다=ㅅ=ㅋ
그럼 대세인 음슴체로 고고!!!!
1. 처음 남친(현 남편)집에 놀러갔을 때!
어릴 때부터 워낙 여자에 관심이 없었던 장손 남편.
결혼은 평생 할 생각 없으니 포기하시라고 말하는 매우 무뚝뚝한 남편 때문에 시부모님, 할머님 할 것 없이 항상 걱정하셨다고 함.
그러던 남편이 처음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긍정적으로 엄청 변하기 시작함! (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써 보겠음 >.<)
그 변화에 시부모님은 물론 친지분들까지 모두 충격에 빠져서 어떤 여자인지 궁금하셨나봄.
사귄지 5개월 만에 초대를 받아 지금의 시댁에 놀러가게 되었음.
물론 나란 뇨자, 결시친을 즐겨보는 여자.
혹시 모를 상황(설거지를 시킨다거나 막말을 한다거나..)에 대비하여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보면서 결시친 선배님들의 조언을 머릿속에 꾹꾹 담아 갔음.
처음 갔더니... 세상에, 외가 친척들까지 다 모여있는 거임-_-;;
붙임성이 좋다는 평을 듣는 나로서도 솔직히 멘붕..ㅋㅋ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하하호호 웃기만 하면서 식사를 끝마치고, 대망의 정리/설거지 타임이 왔음!!
살짝 긴장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어머님이랑 이모님들께서 다 치우시곤 나 좋아한다고 그 겨울에 딸기까지 사와서 후식으로 내다주심.
그리고 우리 ㅇㅇ(남편이름)을 만나줘서 고맙다고 주구장창 그 말씀만..ㅋㅋ
아직 학생이라고 무슨 돈이 있겠냐면서 계속 사양했는데도 기어이 데이트할 때 맛난 거 사먹으라고 용돈까지 챙겨주심ㅠ_ㅠ
이 때 이후로 아 뭔가 다른 분들이구나 라는 걸 느끼기 시작함 (솔직히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감동받음 ㅎ)
지금도 시댁에 가면 뭔 일을 하질 못함.
당신이 아버님과 결혼하시고 지금까지 할머님 모시면서 호되게 시집살이 당하셨기에, 그런 안좋은 걸 물려줘야 쓰겠냐면서 어머님이 못하게 하심 ㅠㅠ
솔직히 나로선 요리와 칼질 완전 젬병이라 안시키시는 건 감사하지만 (이미 신혼 때 제가 한다고 설레발치다가 사고만 디립따 침...ㅠ) 설거지만큼은 꼭 하고 싶은게 며느리로서의 심정.
하지만 정말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상들고 부엌에 뛰쳐들어가서 문이라도 잠그지 않으면 -_-;; 설거지를 할 수가 없음.
요새는 시댁에 가면 남편한테 가드를 맡기고 여유롭게 부엌으로 들어가서 설거지를 함.
가드를 끝낸 남편이 옆에 와서 도와주니까 설거지가 한층 더 즐거움 ^-^*
2. 고야
여러분들 고야라는 과일을 아심? 사실 이름이 저것인지도 모르겠음. 그냥 들은대로 적은거라ㅎㅎ.
글쓴이는 여름에 어머님이 집 뒷마당 나무에서 자주 따다주시면서 알게 됨.
이게 딱 한입크기 자두같은 건데, 잘 익은건 자두보다 훨씬 달고 맛있고 안 익은건 정말 그 텁텁함이 감 저리 가라 할 정도임.
결혼하기 전에 큰이모님이랑 작은 이모님이 오신 어느 날이었음.
남편은 출근했고 나는 그냥 오빠방에서 하릴없이 컴퓨터를 하고 있었음.
어머님이랑 이모님들이랑 고야를 수북하게 따서 집에 들어오심.
인사를 하러 나와서 보니 고야가 두 바구니 있는데 하나는 색깔도 모양도 이쁜 것들만 있고 다른 하나는 딱봐도 못난 것들만 담겨 있었음.
큰 이모님 (참고로 어머님이 첫째임)이 이쁜 고야들이 담긴 바구니를 통째로 나에게 주시곤 막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야 △△야 (내이름) 니 어머님이 얼마나 팔불출인줄 아니? 아니 우리 며느리 줘야 한다고 저렇게 이쁜 것만 따로 담는다. 살다살다 우리 언니가 이러는 거 처음 본다 얘."
ㅎㅎㅎㅎㅎ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어머님이 진심으로 이뻐해주신 다는 걸 깨달았음..
그 이후에도.. 소소한 일이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어머님이 내가 혼자 매니큐어를 바른답시고 낑낑거리는 걸 보시더니 직접 발라주신거임. 나보다도 오히려 서툰 솜씨였지만 어머님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지우지 않고 다녔음.
큰 이모님이 그걸 아시곤, 언니가 이런 것도 하는 사람이었냐면서 또 깜놀.ㅋㅋㅋㅋㅋㅋ
내가 들어와서 남편뿐만 아니라 어머님도 변하셨나 봄ㅎㅎ
3. 발렌타인데이 사건
예전에 댓글에서도 짧게나마 쓴 적이 있음.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을 앞두고 있던 발렌타인 데이.
생일을 제외하고 다른 기념일같은건 챙기지 않는 우리였지만 연애적 마지막 발렌타인이었기에 살짝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음.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아가면서 부엌을 다 뒤집어놓은 다음에야 간신히 초콜렛을 완성하고..
남편은 다음날도 출근이었기에 남편동네에 호텔을 예약하고 이벤트를 준비했음!
(수원-춘천 ㅠ 나름 중장거리 커플이어서 주말에만 볼 수 있었음)
물론 남편은 평일에 생각지도 않게 와 있는 나를 보고 포풍 감동 +_+!
초콜렛 수여식을 마치고 호텔에서 딱 분위기를 잡으려던 찰나! 할머님께 전화가 왔음.
내용인 즉슨, 어머님이 일을 하시다가 어찌 다치셔서 피가 철철 나는 상태로 혼자 응급실에 가셨다는 것임.
우리 시댁은 작은 목장을 운영하고 있음. 그래서 모든 생활 패턴이 소와 우유납품 시간에 맞추어져 있음.
마침 우유를 짜고 납품하는 시간이어서 아버님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ㅠㅠ
시누랑 남편은 집에 없으니 그냥 혼자 운전해서 가신거임. (아니 왜 119를 안부르시고? ㅠㅠ)
너무 놀래서 바로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음.
우리 어머님, 평소처럼 호호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크게 다친 거 아니라고 걱정말고 오늘 발렌타인데이니까 너희들끼리 재미있게 놀라고 오늘같은 날 걱정끼쳐서 미안하다 말씀하시곤 폰을 꺼버리심.
헐 멘붕 -_-;;;;
그 와중에 남편눔은 목소리 들어보니까 괜찮으신거 같네 걱정 안해도 됨 ㅇㅇ 이제 놀자 이러고 있음.. 아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0- 이래서 아들눔은 키워봤자 소용이 없단 거임-_-
아 잠깐 그 때를 떠올리니 격분해서 말이 딴 데로 샘.;
아무튼 막 남편한테 등짝스매싱날리고 바로 시내 종합병원 전화번호 다 검색해서 전화를 다 걸어봄.
춘천이었기에 망정이지 서울이었으면 찾기 힘들었을 거임.
다행히 어머님이 계신 병원을 알아내서 바로 응급실로 달려갔음.
가서 보니까 다른 환자들은 다 보호자랑 같이 와서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데 어머님 혼자 덩그러니 침대에 앉아 의사를 기다리고 계신거임. 그것도 이마가 찢어져서 얼굴이며 몸은 피범벅이 된 채로. ㅠㅠ
너무 마음이 아파서 보자마자 달려가 어머님 손 잡고 어머님 밉다고 ㅠㅠ 왜 우리한테 알리지도 않고 혼자 오셨냐고. 지금 어머님이 중요하지 이깟 발렌타인이 문제냐고. 어머님한테 저는 그거 밖에 안되는 며느리냐고 막 혼자 횡설수설하면서 울었음.
우리 어머님.. 그와중에도 이런 날 너네 좋은 시간 방해해서 면목 없다고 미안하다고만 하심..ㅠㅠ 하우.
4. 반 년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키워주심..
이건 말그대로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년간 날 키워주심.
그것도 남편이랑 사귄지 1년 남짓 된 시기에. 아직 결혼얘기 오가지 않았을 때.
글쓴이에겐.. 가족이라고 하고 싶지도 않은 남동생이 있음. 기억도 하기 싫음.
내가 대학생일때부터 내 신용카드를 훔쳐가지고 마구 써 댄게 3년간 거의 2천만원.
심지어는 내가 카드를 조각조각내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도 그걸 주워모아 카드번호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긁어대던 개색히임.
내 명의로 쓴 데다가 언젠간 정신차리겠지란 마음으로 그것도 다 내가 ㅄ같이 갚았음..
집안이 좀 어려운 편이라 장학금받고 학교 다니면서 과외알바로...
그런데 이 XXXAFD!#%가 기어코 대형사고를 치고 만 것임.
내 명의, 친구 명의 등으로 핸드폰 아이패드를 개통하고 심지어 -_- 저축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 아 지금 생각해도 열받네. 이 때 공인인증서만으로 저축은행에서 대출가능하다는 걸 알게 됨.
밀린 핸드폰 아이패드 개통 요금, 대출금까지 합치면 ....ㅋㅋㅋ
자세한 금액은 얘기하지 않겠지만, 밀린 폰 요금만 해도 200만원이 훌쩍 넘었음.
당연히 우리 집안은 풍비박산이 남.
빨리 빚 갚으라고 계속 독촉전화오고...
엄마는 계속 울고,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나 또한 정말 그동안 뭔가 팽팽하게 당겨져있던 것이 끊어지는 걸 느꼈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음. 진심으로 살기가 싫었음. 그 색힐 죽이고 나도 죽고 싶었음. 정말로 그 색히가 죽길 바랐음. 그 시기에 내가 생각하던 건 오로지 분노와 죽음에 대한 것 뿐....
남편은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었음. 진짜로 내가 죽어버릴 거 같아서 두려웠다고 함.
그 때 난 자취중이었고, 2-3일을 거의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울다가 화내다가를 반복했음...혼자서.
남편하고도 연락하지 않았음..
걱정이 된 남편이 평일에 밤 12시 넘어 퇴근했는데도 달려와서 무작정 나를 데리고 내려옴.
그 때 당시 나는 아무 의욕도 의지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끌려갔음.
그 이후로 6개월간, 남편집에서 그대로 살게 됨.
어머님 아버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내색도 안하심.
그저 때 되면 맛있는 것 먹여주시고, 오빠 방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그대로 받아주심.
그렇게 얼마간 집에서 떨어져 지내다보니.. 분노와 절망도 조금씩 사그라들었고, 점차 안정을 되찾았음.
그래도 엉망진창인 집으로 돌아가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갈 수 없었음.
하루종일 바쁘신 어머님아버님을 위해 간단한 집안일을 하고, 그외의 시간엔 마당의 평상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음..
남편집에서 보낸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힘을 내서 유학도 가고 외국에서 좋은 직장도 얻어서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고 있음.
유학 중간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 울집 가서는 별 감흥 없었는데도 시댁갈 땐 멀리서 집이 보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음. 그리운 마음에.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시부모님 정말 멘탈 갑이신듯..-_-;;;
아니 어떻게 그렇게 뭘 바라는 것도 없이 날 받아주셨는지 모르겠음..
글쓴인 그렇게 못할 거 같음 ㅠㅠㅋ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려용.
이외에도 다른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저는 이런 시댁이었기에 결혼을 할 수 있었어요..
안그럼 평생 혼자 살았을 거임..ㅎㅎ
이거 어떻게 끝내지.. -_-ㅋㅋㅋ
다른 분들도, 행복한 결혼생활 하시길 바랄게요...(???)
아 마무리가 엉성하니까 도망갑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