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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껍(?)한 청량리 588, 나의 구리스마스 이브

원조자라 |2003.12.24 13:46
조회 14,468 |추천 0

오늘이 이브란다.

먹고 사는데 정신 없고 낼 모레가 사오정이라

이브는 무슨 얼어죽을 이븐가...

 

그래도 나에게도 한때는 이브가 있었지...

그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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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번 구리스마스는 서울서 하자"
서울? 서울...
갱상도 촌 보리 문디이들이 자다가 뻘떡 일어나
구리스마스를 시골 시내도 아닌 서울서 하잖다.

초딩 6학년때 이모집에 가본게 서울의 다였던 나는
졸라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 서울 가보자"

78년도, 예비고사를 끝내고 고3 졸업식만 남겨든 우리 호박회 촌놈 3인방.
집에다가는 교회 수련회 비슷한거 하는데 날밤 새운다 구라쳤다.
아부지 왈,
"야 이놈의 시끼야. 니는 교회도 안다니는 놈이 무신 수련회는 얼어죽을..."

그러거나 말거나 어매 붙들고 울며불며 통곡하여
곡한 결과, 돈3만원 받아 들고 24일 오후 우린 역앞에 모였다.
짜잔...
영주발 청량리행 열차를 타고 드뎌 서울로 출발했다.
"자아~~ 떠어나자 동해 바아다로오~~~"

여기는 청량리,청량리...
오늘도 저희 열차를 이용해 주신 손님 여러분께 감샤하오며
장시간 여행에 거시기하게 수고 하셨스무이다.
잊어 버리신 물건없이 가시는 곳까지 졸라 잘가시기 바랍니다.

어득어득 해가 져물때 우린 드뎌 서울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갔다.
어렵게 구한 가발 덮어 쓰고 그당시 유행하던 베이지색 골덴마이로 갈아 입었다.

"역시 한 인물 하는군. 서울 가스나를 너거들 오늘 다 쥑이삔다. 지달려라"
도끼빗 꺼내 가발 한번 빗어 넘기고 밖으로 나왔다.
아 근데, 이 촌놈들 종로가 어딘줄 알아야 가지.

길가는 사람들께 물어 보기도 쪼까 팔리기도 하고 어리버리 대다가
"야, 저쪽 골목길로 나가면 버스 타는데 안있겠나"
그 골목길이 모하는데줄 우린 몰랐습니다. 진짭니다.

당시 맘모스백화점이었을 껍니다.
백화점 뒷길이 보이길래 우린 무심코 그쪽으로 갔습죠.
컴컴한 길을 10여미터 들어가자 갑자기 옆에서,

"총각 놀다가. 잘해 줄께"
놀다 가란다. 하긴 우리도 놀러 왔긴 하지만 모 분위기가 이상하다.
팔을 잡고 안으로 자꾸 끄집어 넣는다. 겁시 덜컥난다.

안에는 벌건 불빛이 무신 정육점처럼 켜져 있고
그 추운 날에도 왠 아가씬지 아줌만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연 다리를 쑥 내놓코 배시시 웃는다.

난 그 뇨자가 여자 저팔곈줄 알았슴다. 걸리면 뼈다구도 못 추릴꺼 같았슴다.
실내로 몸이 반쯤 들어 갔을때 순간적으로 나는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근데 내 손을 놓치 않았던 포주 아지매때매 나는 앞 가게 문지방에 걸려
그집으로 들어 가게 되었다.

"오모모, 총각 구엽게도 생겼네. 지발로 다 들어 오고 호호호"
이런....지발로 들어 오다니, 디랄 옆차기하고 있네.
밖을 보니 나의 아그들 두놈도 시껍하고 있다. 아무리 시껍은 겁도 아니라지만
갱상도 촌놈들의 서울 신고식 치고는 너무 심하잖는가.

"아지매요, 우린 총각 아니고 학생들이시더"
"아이고, 학상들이라꼬. 순자야 여그 봐라. 오늘 날계란 좀 쪄먹자"
"오모, 언니 계란 왔어. 어디어디..."
미친년들. 이집 저집 다 튀어 나오고 우린 완죤 거시기 됐다.

그 뒷일은 묻지 마라. 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타.
라이온일병이 왜 라이온일병이었겠는가....
이브 두번만 했다간 내가 지금 여러분들 못만났을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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