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룸메이트 - (21화)

윙윙 |2013.05.24 15:23
조회 3,658 |추천 7

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룸메이트 이야기가 장편이다보니 본의아니게 게시판에 글이 도배된점 사과드리며

이번화부터는 분량을 늘리고 편수를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글이 보기싫으신분은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룸메이트 1화 ; http://pann.nate.com/b318390630

룸메이트 11화 ; http://pann.nate.com/b318393961

 

 

 

 

 

올해는 장마가 길어진다더니,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개운해야 할 아침이 높은 습도 때문에 찝찝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어제 목욕을 한 게 좀 손해처럼 생각되었다.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면서 밖에 나가니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펴기가 귀찮아서 차 있는 곳까지 뛰어가 재빠르게 탑승했다.



“아 신발, 이게 뭔꼴이야?”



빨리 뛰긴 뛰었는데, 나의 발보단 비내리는 양이 엄청 났나보다.

 

 

드라이한 머리는 물론이고 옷까지 그새 홀딱 젖었다. 의자 시트에도 물이 흥건하게 고일 정도였다.

 

 

날이 개면 물냄새가 더럽게 날 것 같았다.

 

 

장마가 끝나자 마자 새차를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고 경찰청으로 출근했다.



“좋은 아침!”


“오, 박 형사님 맞으세요? 완전 깨끗해졌네요.”



막내답게 가장 일찍 출근한 오 형사가 일어나 인사를 하며 나에게 말했다.



“까불긴 새끼... 서주희는 어때?”


“보시다시피...”



철창안에 있는 대학교 신입생 여자는 발령받고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말도 안하고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다시 속이 답답해져 짜증이 치솟았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내 자리에 앉았다.

 

 

정말 세상에 별 놈들을 다봤지만 저런년은 처음이었다.



“특이사항은 없었어?”


“네, 어제부터 저러네요.”


“밥은 먹더냐?”


“아뇨, 이러다 영양결핍으로 쓰러지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국밥까지 떠먹여봤는데 입도 안벌리고...”


“쳇, 지가 배고프면 먹겠지 뭐...”



내 말에 오 형사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평소의 나는 어떤 흉악범이 와도 밥은 배부르게 쳐 먹이고 감옥에 보내버렸다.

 

 

나는 그런 오 형사의 시선을 뒤로하고 서주희를 자세히 관찰했다.

 

 

물을 안먹어서 그런지 피부와 입술이 조금씩 갈라지는것 같았다.

 

 

장마철이라 습기가 없었으면, 더 심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서주희에게 일말의 동정심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누나는 어디 있는지 말만 하면 괜찮을 텐데...



“훌륭한 아침, 제군들.”


“오셨어요? 반장님.”


“음, 오 형사 특이사항은 있다가 보고서 올려줘.”


“네.”


“저 새끼는 반장이 왔는데 지 할일만 하냐?!”



이 반장이 나를 흘끗 쳐다보며 들으라는 듯 말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어이쿠, 이제 봤네! 밤은 평안하셨어요?”


“그래 새끼야 조카게 평안했다.”



이 반장은 크게 허허 웃으며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도 서주희가 걸리는지 그녀가 갖혀 있는 철창을 유심히 보았다.

 

 

나는 계속 그녀에게만 신경쓸 수는 없어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지 않는 한, 오늘은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


한참 타이핑을 엄청난 집중력으로 갈기고 있는데, 이 반장이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네, 네, 내일이요? 알겠습니다. 네, 네.”


이 반장이 전화 받는 말투는 높은사람을 대할때의 말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이 반장에게 가서 무슨일인지 물었다.



“무슨일 입니까?”



전화를 끊자마자 내가 앞에 서있자 이 반장은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지, 미간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서주희 내일 압송보내란다.”


“누가요?”


“민창수 검사다.”


“오.......”



나는 자동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민창수 검사가 이 사건을 맡을거라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즉답적으로 대답이 오니 기분이 좋았다.



“새끼, 좋아하긴...”


“그럼요. 저 년... 아니 저 범인도 민창수 검사님 앞에선 맥을 못출겁니다. 게다가...”



민창수 검사는 우리 누나의 남자친구다.

 

 

내가 힘들어 할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고 도와주겠노라고 해준 사람이었다.

 

 

누나가 실종되기 전부터 나와 민 검사는 형, 아우 하며 친하게 지냈었다.

 

 

또, 검사로서의 재능도 인정받고 있는 엘리트다.



“게다가?”


“민 검사님과 저의 같은 점이 있다면 누나의 행방이 더 중요한 거니까요.”


“알아, 임마.”



이 반장이 툭 뱉 듯 말했다. 물론 나도 이런 마인드 가지고 수사를 하는 건 잘못된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나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난 이제....... 혼자다.



“저........”



누가 들어온 소리가 들려, 입구 쪽을 바라보니 또 나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놈이 나타났다.



“전선기 씨.”


“그녀가 걱정이 되어서 왔습니다. 밥은 잘 챙겨먹고 있나요?”


“아뇨, 사건터진 이후로 한끼도 안먹었습니다.”


“예? 그런... 제가 좀 봐도 될까요?”


“편하실 대로.”



원래, 이런 흉악범은 좀처럼 철창에서 꺼내주지 않지만, 지금까지 조용히 있어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 새끼랑 오래 대화하고 싶지 않다. 돌부처같은 놈.


오 형사가 그녀를 꺼내주자마자, 그는 그녀를 푹 안았다.

 

 

그렇게 진한 포옹을 한 뒤에, 전선기는 도시락을 싸왔는지, 보따리를 풀었다.



“자, 몇가지 좀 싸왔어. 아무것도 안먹었다며?”


-끄덕



사랑의 힘은 놀라운 것인가? 그동안 우리의 말을 처참히 씹어 삼키던 그녀가, 전선기의 한마디에 반응을 했다.

 

 

난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되는지, 흥미진진한 영화를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수갑이 채워진 서주희가 떠먹을 순 없고, 전선기가 직접 밥, 반찬, 물을 먹여주었다.

 

 

꼭꼭 받아 먹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 이외에도 모두가 충격을 받았는지, 주변을 살펴보니 시선이 거기로 집중이 되어있었다.



1시간이 조금 넘어 도시락을 깨끗하게 비워낸 서주희는 졸린지 전선기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하하... 이거 어쩌죠?”



전선기가 곤란하다는 듯, 뒷통수를 긁적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무관심한척 흘끗 쳐다보곤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용의자가 깨어날 때까지 봐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그에게, 나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식아.”


“?”



나는 형식이를 부르고 손가락을 V자로 만들며 담배를 피자는 신호를 보냈다.

 

 

형식이는 마무리를 하듯이 엔터를 경쾌하게 치곤 따라 일어났다.

 

 

형식이는 담배에 불을 붙이자 마자 이상한 괴성을 질렀다.

 

 

“캬~ 이제 살만하구만, 안 그러냐?”


“뭐가?”


“그제까지 상부에선 미친 듯이 갈구고 쪼아대는 바람에 야근에 야근인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달라지다니.”


“나는 아직 숙제가 많다.......”




나는 한숨쉬듯 담배연기를 뿜었다. 내가 그렇게 나오자 좋아서 실실 웃던 형식이는 금방 우울해졌다.



“걱정마 임마, 금방 찾을거야.”


“그러겠지.... 민 검사님이 맡는다는데.”


“아... 니 누나 남자친구라는 분?”


“어. 나도 쉴세없이 달리기만 했는데, 덕분에 조금은 쉬겠다.”



형식이가 씨익 웃는데, 오 형사가 급하게 문을 열며, 나타났다.



“추..출동입니다!!”


“출동? 왜?”


“살인 사건이...!!”

 

“뭐?! 신발!”



사건이 해결 된지 얼마나 됐는데, 또 살인 사건인가? 이런저런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차에 올라 현장으로 출동했다.

 

 

어설프게 따라오는 오 형사에게는 서주희를 지키라고 지시해뒀다.

 

 

긴박함과 짜증이 뒤섞여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도 눈은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비가 차의 유리창을 쉴 새 없이 두드리는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멈출 때쯤 되어서야 형식이 목소리가 들렸다.



“선후야, 도착했는디.”


“어.......”




현장검거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느긋하게 내렸다.

 

 

어차피 더 이상 누나가 관련된 일이 아닌 이상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우산을 펴들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먼저 도착한 감식반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 또 이건가?”


“잠깐만, 범인 잡히지 않았어?”


“어? 뭐지 이거?”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감식반을 밀쳐내고 시신을 바라보았다.



“.......!”



오직 머리부분만 고기를 다져놓은듯한 잔악한 살인수법, 다른 곳엔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살인을 할 사람은 분명.......



“서주희...?”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비가 많이 내리지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찰서에 남아있는 오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



“신발 새끼, 왜 이렇게 안받아?”



-뚜........뚜.........여, 여보세요?



“이 새끼야, 왜 이제 받아? 서주희 있어?”


-네, 있긴 있는데 그게...


“왜?”


-서주희 상태가 이상합니다.


“상태가? 어떻게?”


-그게... 저...


“너 이 신발새끼 한번만 더 뜸들여봐. 신발놈아.”


-힉... 갑자기 횡설수설을 합니다!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는 둥... 그 말만 계속...


“뭐.......? 전선기 씨는?!”


-경찰 출동하고 나서 서주희가 깨어나자마자 제가 보냈습니다. 너무 오래있는 것 같아서요


-툭.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 나는 감식반 김정식에게 다가갔다.

 

 

정식이도 머리가 아픈지 오만상을 찌푸리며 수첩에 바쁘게 뭔가를 적고 있었다.

 

 

나는 그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뭔가 이상하지, 그치?”


“어... 이거 완전 싸이코야. 비가 조카 내려서 확실한건 아니지만 결정적 사인은 모두 후두부 가격에 의한 뇌출혈이야. 세 사건 모두.”


“그게 뭐가...?”


“일반인이 3번 후려친다고 해도, 이렇게 한방에 한곳을 때려서 즉사시키긴 힘들어. 게다가 서주희가 그랬다니... 힘도 없는 20세 여대생이 말이야...”


“말이 안되는 건 아니지?”


“확률이야 있겠지만, 힘들지. 서주희 팔뚝 봤어? 그 팔뚝으로 무거운 벽돌을 쥐고 피해자들을 때려 눕혔다? 게다가 이번 피해자는 남자야.”


“남자....!”



지금까지 피해자는 모두 여자였다. 최성은, 그리고 서주희의 어머니인 정금란이다.

 

 

이번 피해자의 신분은 지금 조회를 하고 있지만 시신 훼손이 워낙 심각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심지어는 지금도 비가 내려서 쓸려 내려가는 걸 어찌어찌 막고 있었다.


나는 머리가 다시 지끈지끈 아파옴을 느끼고 이 반장에게 갔다.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홀딱 젖어가며 현장조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반장님.”


“어, 선후야.”


“오대수 놈이랑 통화를 해보셨습니까?”


“오 형사와는 방금 통화를 했어...”


“어쩌죠?”


“내가 더 골치다. 왜 이렇게 타이밍 좋게 왔다리갔다리 하는 거야?!”



그 동안 서주희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무 증거가 없었다. 오직 서주희의 자백뿐이었다.

 

 

하지만 서주의가 잡혀있는 동안 동일수법의 살인이 일어났고, 자백을 번복한다면 증거 불충분으로 얼마든지 풀려날 수 있다.


결국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갈 분위기였다.



“최초 발견자는 누구죠?”


“성훈이.”


“.... 성훈이가....?”


“순찰 중에 발견한 모양이야. 누군가 도주하는 모습을 보고 쫓아갔는데 바로 번화가가 나와서 손을 쓸 수 없었다는군.”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번 술을 마시면 개떡이 될 때까지 마시는 성훈이 인데, 오늘은 아침 순찰도 착실하게 나갔나보다.

 

 

한쪽을 바라보니 성훈이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침통하게 도로 턱에 앉아 있었다.



“수고 많았다.”


“...? 선후구나...”


“들어가서 쉬지 그래? 감기 걸린다.”


“... 됐어... 현장보존도 안 끝났는데.”



성훈이가 억지 미소를 살짝 지었다. 웃을 힘도 없는지 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머쓱하게 그에게 우산을 건내 주었다.



“지난일은 이제 잊자. 다시 수사 원점으로 갈 것 같은데, 잘 해보자.”


“어...? 으응.......”



빗물이 머리카락 속을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더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사실 그때의 그 일도 성훈이의 잘못은 아니었는데, 내가 억지로 그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팬티까지 젖어오는 찝찝함을 느끼며 현장 조사를 돕고 있는데, 멀리서 형식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해자 신분 확인 됐답니다. 반장님.”


“그래? 이리 와봐, 누군데?”



나도 궁금하여 이 반장의 곁으로 갔다.




“김수철. 42세 남자입니다. 이 동네 편의점 주인입니다만 그게....”



형식이가 평소답지 않게 말을 하다가 갸웃거렸다. 이 반장은 뭔가 심상치 않은지 재차 물었다.



“왜, 뭐 이상한거 있어?”

 

“네, 서주희가 7개월 동안 알바하던 편의점 사장입니다.”

 

 

“또 서주희인가? 이젠 이름도 듣기 싫군.”



이 반장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녀의 주변에서만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증거가 보이질 않는다. 교묘하게 비오는 날만 골라서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

 

 

이래서는 증거는커녕 시신 수습도 어렵다.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나는 그대로 경찰서로 돌아왔다.

 

 

다들 젖은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갔지만, 난 곧장 강력반으로 향했다. 오 형사가 홀로 지키고 있었다.



“서주희 있어?”


“아, 박 형사님. 현장은...”


“현장은 마무리 됐고, 서주희는?”


“철창에 있습니다.”



철창을 보니 초췌해진 서주희가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오 형사에게 열쇠를 받아 철창을 열었다.

 

 

꽤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지만, 서주희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대로 그녀를 부축하여 의자에 앉히고 오 형사에게 말했다.



“오대수, 이 여자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했다고?”


“네, 아까 전선기 씨가 가자마자 기운을 차렸는지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그래...”



나는 아직도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내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 건너편으로 혼이 빠져나간 서주희가 입을 벙긋벙긋 거리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나 궁금해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난........아니야.......”



그녀의 갈라진 입술로 쇳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확실히 계속 자신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책상을 내려치며 일어났다.



“이 썅년아, 그럼 전엔 왜 니가 범인이라고 했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강력반에 내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비가 와서 더 울림이 심한 것 같았다.

 

 

오 형사는 화난 내 모습에 쫄았는지, 내 눈치를 실실 보면서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새끼야,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뭐 풀어줄 것 같아? 전선기 그 새끼 보니까 다시 나가고 싶든?”



어떤 욕을 해도 반응을 안 하던 서주희의 동공이 부자연스럽게 미끄러지더니 날 똑바로 쳐다봤다.



“뭐.......? 다시.. 말해봐.......”


“허허,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남친님은 소중한가? 전선기 그 신발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쾅, 쿵쾅



갑자기 서주희가 책상을 넘어 날 덮쳤다.

 

 

모니터가 땅에 곤두박질 친건 말할 것도 없고. 무방비로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뒤로 넘어가 버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팔로 얼굴을 막았고, 서주희는 수갑 때문에 모아진 두 손으로 나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박 형사님!!”



눈치만 보고 있던 오 형사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뛰어들어 그녀를 나에게서 떼어냈다.

 

 

오 형사가 뒤에서 서주희를 꽉 잡았지만, 서주희는 끝까지 나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목에서 듣기 싫은 쇳소리도 끊임없었다.



“다시 말해!! 뭐라고?! 다시 말해 보라고!!”


“후.......”



나는 꼴사납게 넘어지면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려 했지만, 물기 때문에 떨어지질 않았다.

 

 

나는 오 형사에게 잡혀있는 그녀를 조금 여유있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삭이듯 천천히 말했다.



“전선기 신발새끼.”


그녀의 동공이 홱 돌아가며 발작이 더욱 심해졌다.



“죽일거야!! 널 죽일거야!!”


“죽여봐. 어떻게 죽일건데?”



내가 더욱더 실실 쪼개며 그녀를 약올렸다.

 

 

그녀는 2일동안 한끼만 먹은 사람답지 않게 더욱더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하지만 체격이 있는 오 형사를 뿌리칠 순 없었다.





“칼로.... 눈알을 파버리고... 입을 찢어버리고...손가락 끝부터 썰어버릴거야!!”


“뭐.....?”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서주희는 범인이 아니다.






“오 형사, 다시 철창에 넣어드려.”


“아, 네...”

 

서주희가 철창안에 들어가서 남은 기운을 쏟아내는 도중에 강력반 형사들이 옷을 다 갈아입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들 그녀의 기운찬 모습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마지막으로 이 반장이 들어왔다.

 

 

그 역시 서주희를 보자마자 깜짝놀랬다.



“뭐야, 이 여자 왜이래?”



나는 주변에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곧바로 이 반장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서주희는 범인이 아닙니다.”


“너 아직도 옷 안 갈아 입.... 뭐? 그건 무슨소리야?”


“일단 앉아 보시죠.”



이 반장은 심각하게 분위기를 잡으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나는 뒤에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푹 앉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형식이를 보니 표정이 영 좋질 않았다. 형식이 자리인가 보다.



“어디, 설명해 보시죠. 박 형사님.”


“감식반한테 들으셨을 겁니다. 1명을 운 좋게 후두부 가격으로 한방에 골로 보냈다고 칩시다. 2명째도 그렇고 3명째도 같은 수법이다? 이건 성인 남성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 얘기 하려고 했냐? 그건 이미 들었고, 여성도 가능성은 적지만 불가능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이것도 들으셨죠? 피해자가 사망추정시간이 언제죠?”


“10시 반 정도니까... 우리가 출동하기 20분 전쯤 되는군.”


“그녀는 그때, 여기서 밥먹고 있었습니다.”


“누가 그런 걸 듣고 싶데? 내가 다 아는 사실 말고, 니가 갑자기 왜 이 지랄인지 설명을 하라고!”



이 반장이 살짝 짜증이 났는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제끼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더욱더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도 철창에서 난리를 치고 있는 서주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에 침부터 뱉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침을 닦아 혀로 낼름 핥았다.

 

 

주변에서 “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이렇게 미인분의 침을 맛보게 되니 영광이구만.”


“너...!! 너!! 죽일거야!!”


“죽여? 어떻게?”


“사시미로 내장을 하나하나 도려내 버릴거야... 그리고 내장은 내가 갈아먹을거야...!!”




이 반장은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 반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서주희를 가르키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형사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정말 아니군!”


“내말이 맞죠?”



우리 둘만의 대화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형식이가 나에게 물었다.



“뭔 소리야? 난 모르겠는데?



그가 나서주자 주변에서도 옳다구나 하는 표정으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조금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의 살인은 둔기에 의한 살인이었어. 찍힌 부위를 보면 하나같이 돌처럼 무게가 있는 무식한 물건들이지.”


“그게 왜?”


“그녀가 날 어떻게 죽인데?”


“사시미로 내장을........ 아!”



그녀가 아무리 포악한 말로 나를 욕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욕은 단 한마디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게다가, 서주희는 미대생이다. 미대생답게 살인조차 아름답게 표현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있다.

 

 

아까만 하더라도, 나의 눈을 도려내고 입을 찢은 후에 손가락 끝부터 잘라버린다고 했었다.

 

 

살인을 무지막지하게 짓눌러 버리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잘라준단다. 이게 결정적 증거였다.


평생 써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범죄심리학이 여기서 도움이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나는 형식이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옷을 갈아입으러 나갔다.

 

“네?! 그게 무슨소립니까?”


“내가 손쓸 도리가 있냐? 검사 나으리께서 그런다는데...”


“그럴 리가....”



사건이 터지고 날이 갠 다음날, 우리는 검찰쪽에 보고서를 제출해서 서주희가 범인이 아니라는 문서를 보냈다.

 

 

하지만 문서는 검찰측에 보고되지 않았다.

 

 

중간에 민창수 검사가 보고서를 보고 중간에 끊어먹었다고 한다.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어서 바로 민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선후야.


“형?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서주희는 범인이...”


-알아, 보고서는 꼼꼼히 살폈다.


“그런데 왜...”


-만나서 이야기하자. 2시에....... 뚝.



민 검사는 나에게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끊어버렸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한참동안 끊어진 전화를 내려다보다가, 이 반장에게 급하게 물었다.



“뭐 아는 거 있습니까?”


“몰라 임마, 그냥 보내라는데 어떡하냐? 그 민창수 검사님이 말이다.”


“쳇....... 언제죠?”


“5시에 차가 오기로 되어있군.”



나는 신경질적으로 내 자리로 와서 앉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 약속시간까지 4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짜증난 기분으로 업무를 간단하게 보고, 서주희에게 갔다.

 

 

그녀는 더 이상 멍하게 벽을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찢어죽일 기세로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어제부터 계속.



“이봐.”


“죽일 거야!”


“내 말엔 반응을 하는군. 다른 사람이 말 걸어도 그렇게 도도하더니.”


“죽여 버릴 거야!!”


“오케이 좋아, 내 말에 반응하는 걸로 알고 진심으로 물어볼게.”



나는 서주희가 갖힌 철창 앞에 쪼그려 앉고 그녀와 시선높이를 맞췄다.

 

 

가까이에서 보니 큰 눈으로 째려보는 게 상당히 매섭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어주며 입을 열었다.



“너 살인 해본 적 있어?”


“넌 죽일거야!!”


“해본적도 없는데 어떻게 날 죽여?”


“없어도 넌 죽일수 있어!”


“.......”



역시 그녀는 살인을 해본적이 없다.

 

 

그렇다면, 누가 그녀에게 거짓자백을 시켰단 말인가? 그것도 공황상태인 그녀에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각인시켰다.

 

 

대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때, 머릿속을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전선기.”



나는 자리로 뛰어돌아가 키를 챙기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야! 너 업무시간에 또 어디가? 보고도 안하고!”



뒤에서 이 반장의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봐줄 것이다.

 

 

나는 차의 문을 꽉 닫고 한뼘통화로 성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웬일....


“너 전선기란 놈이랑 잘 알지?”


-어, 잘 아는건 아니고 같이 담배피는 정도?


“너 지금 어디야?”


-RR은행 앞인데?


“기다려.”


-뚝.



나는 그 길로 방향을 바꿔서 RR은행으로 갔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라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곳엔 경찰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성훈이가 보였다.

 

 

나는 크락션을 울렸다. 그는 바로 반응하여 내 차를 돌아보았다. 나는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야! 타!”


“응.”



약간 정신없어 보이는 성훈이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내 차에 올라탔다.



“무슨일이야?”


“너 전선기놈의 집 어딘지 알아?”


“직접 가려고? 그냥 전화해서 불러내면 되지.”


“아냐, 몰래 알아볼게 있어.”


“음.......”



성훈이가 수첩을 꺼내더니 이내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전선기는 서주희와의 혼인 신고를 마쳤다.

 

 

서주희도 동의를 했으니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원래 살던 원룸을 나와서 서주희가 살던 고급아파트로 옮겼다.

 

 

물론, 서주희의 명의로 되어있는 YY고시원 건물도 전선기가 맡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고 김수철씨가 죽었다.



“치밀한 새끼구만. 일부러 노린거 아냐?”



“그건 아닌 것 같아. 먹고 나른게 아니라 고시원도 착실하게 운영하고 있고, 집도 그냥 거기서 살 뿐이지 다른건 없어.”


“통장같은거 조회해 봤어?”


“어. 빠져나간건 없던데.”


“그래.......근데 너도 전선기를 의심하고 있었냐? 생각보다 자세히 아는데?”



성훈이가 의외로 아는 게 많자, 내가 조금은 농담투로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성훈이는 웃지 않고 오히려 심각하게 말했다.



“그 새끼, 좀 이상해졌어. 원래 하는것도 시원치 않고 비실비실 거리던 놈이었거든...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변하나?”


“... 그건 좀 이상하군...”


“그래서 뒷조사를 시작했지. 아직 확실하게 잡아낸 건 없지만...”



성훈이와 나는 그길로 서주희가 살았었던 고급아파트로 갔다.

 

 

그리고 경비실에 협조를 구해 아파트로 들어갔다.

 

 

성훈이는 아직 순경복 차림이라 눈에 튄다고 툴툴거렸지만, 어르고 달래서 겨우 끌고 왔다.



“이제 어떡할건데?”


“아파트 지형을 좀 알아보려고... 참 고급아파트는 복잡해 죽겠구만.”



여기저기 미로로 되어있는 아파트를 한바퀴 순회하며 길을 충분히 익혀두었다.

 

 

그리고 혹시나 잠복을 하게 된다면 어디가 좋을지도 생각해 두었다.

 

 

나는 민 검사와의 약속도 있고, 성훈이는 순찰을 돌아야 되서 적당한 시간에 다시 돌아왔다.

 

 

내 차에서 내리면서 성훈이는 이해가 안된다는 식으로 나에게 물었다.




“전선기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은거야?”


“증거는 없는데, 난 그렇게 생각해.”


“그냥 니 생각? 반장님한테는 뭐라하고 나왔냐?”


“그냥 나왔지. 히히. 나간다. 약속있어서.”


“어 알았다. 수고해.”



성훈이가 순찰가는 것을 여유있게 지켜보다가, 2시가 되자 늦지 않게 CC카페로 나갔다.

 

 

카페 앞에는 이미 왔는지, 검은색 고급 중형차가 햇빛을 받아서 까리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나는 고급 세단의 위엄에 탄성을 지르곤 카페로 들어갔다.

 

 

에어컨틀 틀어놨는지 시원한 바람이 옷 사이사이에 파고들었다.

 

 

난 민 검사를 찾기 위해 카페 전체를 쭉 둘러봤다. 한쪽 구석에 양복을 차려입은 민 검사가 앉아 있었다.

 

 

나는 유쾌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형,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앉아. 니꺼도 미리 받아놨어.”



내가 앉자 민 검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슥 건냈다.

 

 

빨대가 있었지만 그걸 빼버리고 벌컥 마시던 나는 자판기 커피와는 다른 씁쓸한 맛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 표정으로 커피 컵을 쳐다보고 있는데, 민 검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서로 업무시간이니까, 빨리 이야기 할게.”


“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게?”


“우리는 범인을 서주희로 몰고 가기로 했다.”


“아... 예.......... 뭐? 뭐라구요?”


“흥분하지마. 앉아.”



민 검사의 말을 듣고 놀라서 벌떡일어난 나를 민 검사가 차분한 표정으로 말렸다.

 

 

나는 소리없는 위압감에 눌려 고분고분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


“요즘 정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하루종일 범인만 쫓아다니는 형사가, 무슨 짬이나서 신문을 보겠는가? 그 시간이 나면 담배나 한대 더 피워야지.


민 검사는 내 표정을 보고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했다.



“비리문제로 검찰쪽은 시끌벅적해. 안그래도 민감한 문제에 검찰측 인물도 엮여서 상황이 좋지 않아.”


“그래서요?”


“잘못하면 우리들 모가지가 전부 날아갈 참이야. 그래서 이 사건은 얼른 마무리 짓고, 그 일에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서주희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없단 말입니다. 아니 범인이 아니에요, 확실히.”



내가 손을 휘저어가며 다소 격렬하게 말했다.

 

 

민 검사는 내 이야길 끝까지 듣고 역시나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어투는 아까보단 좀 더 단호했다.



“증거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


“네.......?”


“그녀가... 범인이다...”

 

“무슨 소리에요?! 조작이라니.”


“목소리 낮추라고 했다.”



민 검사의 목소리가 어느새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있었다.

 

 

얼굴도 내가 한마디만 더하면 한대 쳐버릴 기세다. 하지만 나는지지 않고 대들기로 했다.



“다른 일이 급해서, 살인사건... 연쇄살인사건을 조작해서 끝내요? 다른 피해가 또 발생하면 어쩔겁니까?”


“그땐 그때가서 처리하면 돼.”


“신발, 뭐라고?!”



나는 일어나서 민 검사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민 검사의 표정은 미묘한 변화조차 없었다.

 

 

오히려 나를 살짝 깔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약이 올라서 주먹이 나도 모르게 올라왔다.



“현역 검사를 때릴려고? 너 현행범으로 붙잡히고 싶냐? 경찰이?”


“너, 우리누나 남친 아냐? 그럼 이러면 안되지! 우리 누나를 위해서라도 진범 잡아서 깜방에 쳐넣어야지!”


“누구? 박지혜? 우리가 무슨 결혼 한것도 아니고, 내가 그년 원수까지 갚아줘야 되냐?”


“이 신발새끼가!”



나는 민 검사의 얼굴을 풀 스윙으로 날려버렸다. 이미 카페 안은 우리에게 시선이 쏠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민 검사를 짓밟았다.

 

 

오늘 같은 날엔 굽이 뾰족한 구두로 정강이를 까버려야 하는데, 에어가 빵빵한 신발을 신고 온 게 그렇게 한이 될 수 없었다.

 

민창수는 양복이 더럽혀진건 둘째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웅크리고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곧 카페 직원이 와서 우리를 떼어놓았다.



“너 이새꺄! 니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년? 신발, 그년?!”



민창수는 그제서야 옷을 털며 일어났다. 그리곤 핸드폰으로 카페를 찍기 시작했다.

 

 

그러곤 나를 신경도 쓰지 않으며 말했다.



“민창수 검사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만약 SNS나 인터넷에 방금 있었던 일을 올리면, 바로 고소장 날라올테니, 그럴 생각도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이 새끼는 구타 혐의로 바로 감방에 쳐 넣을 거니까...”


“하....... 해봐... 해봐 신발놈아!!”



나는 발작을 일으켰지만 카페 점원 몇 명에 의해 밖으로 쫓겨나 버리고 말았다.

 

 

한참 있다가 민창수가 카페에서 나왔다. 나는 바로 민창수에게 다가갔다.

 

 

민창수는 미소를 가득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수갑 찰 준비는 됐냐?”



나는 헛웃음을 날리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버튼을 눌렀다.



-증거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 무슨 소리에요......... 모가지가 잘릴 참이야...............


..........그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돼........ 툭.



“너.... 너 이 새끼 언제 녹음을...”


“형사가 이정도 준비도 안하고 현장을 덮칠 줄 알았냐? 퉤...”



나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직도 아까 민창수를 때린 주먹이 얼얼했다.

 

 

슬쩍 민창수의 얼굴을 보니, 코피는 말할 것도 없고 눈 밑에 피멍이 들어 점점 부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말했다.



“신고안하나?”


“너 이새끼.......억...”



나는 마지막으로 민창수의 배를 걷어 차버리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창문을 스윽 내리곤 말했다.



“이건 경찰에 넘기지 않을거야. 나도 니 팬건 마찬가지니까. 근데 신발 새끼야, 이제 너한테 안 맡겨. 내가 처리한다.”



나는 그대로 경찰청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이 반장이 노발대발하며 어딜 쏘다디냐고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나는 모두 무시하고 내 책상으로 갔다.

 

 

그리고 한참 옛날에 써둔 사직서를 서랍에서 꺼냈다.

 

 

맨날 성기같은 사건이 터질때마다 수백번 들었다가 다시 내려둔 사직서였다. 하지만 오늘은....



“이게 뭐야?”


“사직서입니다. 거기 보이잖아요? 안보여요?”


“누가 몰라서 물어?! 갑자기 왜?”


“됐어요, 성기같아서 못해먹겠으니까 때려 칠랍니다.”


“뭐라고? 너 임마...!”



이 반장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는데, 내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하하하. 성기같다는 건 농담입니다. 사표내면서 항상 이 대사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럼....?”


“아니 아니, 그래도 사직서는 낸겁니다. 다른 일이 생겼네요. 경찰 신분으로는 못하겠군요.”


“대체 뭐야?”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그길로 경찰청을 나왔다. 막상 나오니 후련 한건지 후회 되는 건지 찝찝하던 기분이었다.

 

 

영 찝찝해서 똥씹은 표정으로 경찰청 현관을 나서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뭘 어쩌려고?”



형식이였다. 유독 손이 큰 녀석이 어깨를 잡자 꿈쩍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애써 웃음을 보이며 태연한 척 말했다.



“나중에 술 한 잔 하자.”


“.......”



형식이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형식이에게 간단하게 손을 흔들고 차에 올랐다.

 

 

햇빛을 받아서 후덥지근해진 탓에 속이 답답했지만, 이 상황 때문에 그 답답함이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하아...”



나는 크게 한숨을 뱉고 시동을 걸고 경찰청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길로 큰 길이 잘 보이는 한적한 골목으로 왔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오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형사님!!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그만 두다니요!


“아이고 귀야, 시끄러 임마 조용히 말해.”


-아... 죄송합니다.


“됐고, 5시에 서주희 압송 누가하냐?”


-네? 제가 하는데요?


“그래? 잘됐다, 전해 준다는 걸 깜박했는데 압송하면서 잠깐 나 좀 보자.”


-그건 어렵지 않지만... 왜요?


“어쭈, 이제 선배 아니라고 말대꾸 하는거야?”


-아... 그게 아니고... 알겠습니다. 좀있다 뵙죠.


“그래, 그래.....”


-뚝



나는 차안에서 5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갓길에 세워놔서 혹시나 성훈이 녀석이 뭐라하면 어쩔까 생각도 해봤는데 쓸데없이 웃음만 흘러나왔다.

 

 

여름이 다되어서 그런지 어제만 해도 비가 수돗꼭지 틀어진 것처럼 콸콸 쏟아졌는데 지금은 햇빛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웬만하면 에어컨을 안키고 버티려 했지만, 이젠 참을 수 없다.

 

 

나는 신나는 음악과 에어컨을 가장 약하게 틀고 비트에 몸을 맡겼다. 눈을 감으니 잠이 스르르 왔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깜짝놀라 시간을 보니 이제 4시 40분. 참으로 적절하게 깨어난 것 같았다.

 

 

나는 기지개를 쫙 피고, 이제부터 내가 할 엄청난 사건에 대하여 다시한번 검토했다.

 

 

검토할 것도 없이 충동적인 일이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았다.

 

 

그렇게 15분 정도 시간을 보내자, 오대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 형사님 저 나왔습니다. 어디십니까?


“어, VV시장 들어가는 골목 알지? 거기 갓길에 있어. 거기로 와.”


-거기 차 돌리기 힘든데... 알겠습니다........뚝.



나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내 모습이 잘 보이게끔 길 중앙으로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육중한 엔진소리가 땅을 울려왔다.

 

 

나는 익숙한 엔진소리에 반응하며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압송차량이다.


내가 길을 살짝 터주자, 오대수는 내 차 앞에 주차를 시키곤 운전석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곤 나를 참 오랜만에 보는 사람인 양 활짝 웃었다.



“와, 형사님 실망이네요. 왜 저한텐 한마디 말도 없이.”


“미안하다.”


“하핫, 농담이에요. 너무 진지하게 사과하시네.”


“미안해.”


“.... 형사님....?”


“미안.”



나는 마지막으로 사과를 하고 재빠르게 뒤로 돌아 그의 후두부를 강타해 버렸다.

 

 

오대수의 거대한 몸뚱이가 힘없이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졌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그를 힘겹게 들어 압송차의 뒷좌석에 태웠다.

 

 

그리고 뜨겁지 않게 그늘에 차를 주차시킨뒤, 그에 품에서 압송차량의 열쇠를 찾았다.

 

 

그냥 가려니 너무 미안해서 나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서주희가 갖힌 창고같은 뒷 트렁크에서 그녀를 꺼냈다.

 

 

그녀가 커진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넌.......?”


“니가 안 그랬다며, 시간 끌지 말고 나와. 바빠.”

 

 

 

추천수7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