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룸메이트 - (23화)

윙윙 |2013.05.24 15:59
조회 2,157 |추천 6

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룸메이트 1화 ; http://pann.nate.com/b318390630

룸메이트 11화 ; http://pann.nate.com/b318393961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성훈이가 말하고 있는 말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해도 나는 지금 이놈의 죽빵을 갈겨버릴 것이다.

 

 

난 정말 대자연의 살기를 담아서 말하고 있는데도 성훈이는 실실 쪼개고 있었다.

 

 

쪼개는 얼굴을 쪼개버리고 싶어졌다. 아까부터 꾹꾹 쥐고있던 주먹이 서서히 올라오는데, 성훈이가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정금란씨 딸이 서주희라면 그 사실을 서주희는 알고 있었겠지? 그리고 서주희가 이상하리만치 사랑하는 전선기는... 몰랐을까?


“?!!”



성훈이를 갈겨버리겠다는 말은 취소다. 이건 꽤나 신빙성이 있는 말이었다.

 

 

나는 대답이나 감탄대신에 성훈이의 핸드폰을 뺏어서 서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 음.....여보세요?


“어, 서주희. 너 전선기한테 말했어 안했어?”


-예...? 뭘요...? 아침부터 무슨소리...



늬미럴 아가씨야 지금 시간이 몇 신줄 알고 아침이래? 나는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을 빡침을 뒤로하고 격앙된 채 말했다.



“정금란씨가 목격자라는거 말했냐고 안했냐고!”


-왜 짜증을.......


“우아아아아아악!!!!!!!!!!! 빨리 말 안해?!”


-히익...해..했어요..했다구...근데 거짓 증언이잖아요?


“그럼 그것도...”


-그것도 말했어요.



갑자기 맥이 쫙 빠져버렸다.

 

 

거짓 증언인거 까지 알고있었다면 전선기가 굳이 정금란씨를 죽일 이유는 없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오는데, 휴대폰에서 서주희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근데 반응이 조금 이상했어요.


“......?”


-조금 당황하는 것 같은? 잠깐이었지만... 근데 왜요?


“언제 알려줬는데?”


-제가 알바하고 있을 때요.


“그리고 어머니는?”


-그날 저녁에.......뚝.


끊고 싶어서 끊은 게 아니다. 통화 내용을 듣고있던 성훈이가 휴대폰을 뺏어서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시동을 걸고 속도를 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질 않았다.

 

 

미묘한 흥분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물질적인 근거는 아니지만,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던 발자국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정금란씨가 거짓 목격자이란 걸 알고 놀랬다는 건 이미 죽일 의도가 있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면, 정금란씨의 사망추정시간 때는 전선기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된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성훈이가 거칠게 운전을 하며 말했다.



“청부살인 맞지?”


“어, 거의 확실해. 공범자가 있어.”



차는 경찰청으로 갔다. 나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훈이가 순경복을 갈아입고 자신의 차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곧장 YY고시원으로 갔다. 나는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으로 성훈이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잠복하게?”


“그럼, 언제 공범놈이랑 접촉할지 모르는데... 좀 있다 저놈 퇴근하면 카운터에 도청기도 달아 놓을거야. 몰래 빼왔어.”



성훈이가 007가방에서 도청장치를 빼보였다. 나는 그의 행동력에 혀를 내둘렀다.



“영장은 있냐?”


“순경이 영장은 무슨 영장이냐? 몰래 하는거야.”


“너 걸리면 모가지...”


“이미 짤린 놈이 나한테 할 소리냐?”



여기에선 할 말이 없었다. 성훈이는 언제 가져온건지 저녁식사까지 꼼꼼하게 챙겨놨었다.

 

 

이놈이 평소에 어떻게 순찰을 돌았는지 눈에 선했다.

 

 

그렇게 저녁까지 먹었건만, 전선기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없어서 문제였다.

 

 

가끔 고시원을 들락날락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건 이미 파악된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성과없이 전선기가 고시원에서 나왔다.


난 성훈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어쩔까?”



원래는 나의 주도에 조사를 해야했지만, 성훈이의 행동력에 기가 눌려 나도 모르게 그에게 물었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난 저놈 쫓아갈게. 넌 도청장치 설치해. 어떻게 하는지 알지?”


“그 정도는...”


“설치 하는대로 고시원 들어가서 통화걸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알 수 있게.”


“알았어.”



나는 곧장 007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성훈이도 내가 내리기가 무섭게 차를 출발했다.

 

 

고시원에 있는 CCTV는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거 하나뿐이다. 카운터 근처에는 CCTV가 없었다.

 

 

나는 손쉽게 카운터의 컴퓨터 본체 속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그리고 다시 창문으로 나와서 가스배관을 타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앗...!!”



갑자기 창문에서 사람이 튀어나오자, 서주희는 적지않게 놀랬다.

 

 

내가 들어와서 핸드폰으로 성훈이한테 전화를 걸때까지 그녀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성훈이는 전화를 즉시 받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스피커 폰으로 해놓고 전화기에 집중했다.

 

 

서주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내가 뭘하나 보고 있었다.


가끔씩 성훈이가 하품하는 소리, 뭘 먹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꽤 시간이 흐르고 나서 급박한 성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왔어...!


“어디로 가?”


-따라가 봐야지...



곧 자동차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속도는 크게 내지 않는 것 같았다. 엔진소리가 크지 않았다.



“걸어가는데?”



다시 시동을 끄는 소리가 들렸고 이번엔 발자국 소리였다.



-저벅. 저벅



전선기가 걸어가자, 자동차로 가는 것보다 걸어 가는게 좋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발자국 소리에서 성훈이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미행을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숨을 죽이고 듣게 되었다.



-여긴...?


“어딘데?”


-경찰청...?

 

성훈이가 걷는 걸 멈추었다. 규칙적으로 들리던 발자국소리가 갑자기 들리질 않았다.

 

 

그리고 성훈이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멈췄어...


“어.......”


-....근데... 오늘 비온다고 했었나...?......


“...? 갑자기 비는 왜?”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뭐야...? 왜그래?”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야! 성훈아!!”


--아.......



전화기에서 들린 목소리는 성훈이가 아니었다.

 

 

상당한 저음에 걸걸한 목소리. 전선기였던가?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목소리에 나는 뭔가를 들킨 것처럼 헉 소리가 났다. 전화기에서 계속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구 형사 나으리.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극도의 공포감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서주희도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나도, 그녀도 숨쉬는 걸 잊어버린 듯 고요하게 전화기에서 나오는 소리만 들었다.



--헛다리 제대로 짚었는데? 이거 어쩌냐? 실수에는 댓가가 따르는데.


“.......”



성훈이한테 말하는 줄 알았는데, 듣고 나니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꽤나 잘 추적하셨는데, 막판에 실수하셨네, 그려 껄껄.......



이번엔 쇳소리가 그윽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이쯤되자 혼란에 빠졌다.

 

 

대체 몇 명인가? 전선기가 범인이 아니었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을 꾹 눌러오는 답답함이 심해졌다.



--근데 이젠 전화만 듣고 있을 때가 아니오.


--큭... 이제부터 재밌어 지거든.



확실히 두명의 목소리였다. 존댓말을 쓰는 노인과 격한 어투를 쓰는 30대 중반의 남자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게.”



--이제야 말을 하는구만? 벙어린줄 알았네.


--다른 말은 생략하고 바로 말하겠소. 우린 이제 EE여고로 갈거요.



순간 속이 덜컥 내려앉았다. EE여고는 한은이가 공부를 하는 곳이다.

 

 

게다가 마침 학교가 끝날 시간이었다. 나는 재빨리 창문을 열어 밖을 보았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가 오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이 사람은 아직 죽지 않은 것 같소.



“어쩌자고 새끼들아!”



한마디만 더 들으면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그때, 미약한 숨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성훈이가 살아있는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시간이 없어. 짭새야.



-퍽.........뚜, 뚜, 뚜....



핸드폰을 던져 버린 듯 큰 충격음이 나더니 전화는 끊겨 버렸다. 나도 큰 충격에 빠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회오리 치는 것 같았다.



“이봐요!!”



얼빠진 나를 서주희가 흔들었다. 그녀도 지금까지 모든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나는 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뭐라 하는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별로 알아듣기도 싫었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는 것 같았다. 서주희의 모습이 일렁거렸다.



-쫘악.



눈앞이 번쩍 했다.



“뭐해? 가만히 있는 다고 해결이 돼?”


“아.......”



서주희가 내 뺨을 갈겨버린 모양이다. 볼이 얼얼했다. 하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침착하게 생각을 했다. 여기에서 경찰청까지 가는 길은 뛰어서 15분정도.

 

 

EE고등학교도 비슷한 거리다. 하지만 방향은 정 반대 방향이었다.

 

 

이제야 목소리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나는 서주희에게 도청장치를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을 건내주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한쪽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비가 와서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냅다 뛰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빠?”



한은이가 노랑색 우산을 들고 나타났다. 이미 온몸이 젖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살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오빠, 무슨일 있어?”



그녀가 걱정스럽게 날 바라봤다. 그리고 이미 젖은 나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이제 어떡하지? 한은이까지 죽어버리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한은이가 노려지는 건 오직 나 때문이었다.

 

 

목소리놈들이 어떻게 내 주변인물을 알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한은이를 제대로 집까지 바래다 주는게 먼저였다.



“선후 오빠...?”



그녀가 나의 상태를 걱정스럽게 살피며 조심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오늘 어땠어?”


“비가 와서 좀 꿀꿀하긴 하지만...”



한은이가 활짝 웃어보였다. 아마 그녀는 이미 나에 관한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경찰을 때려눕히고 살인자를 탈취하여 잠적. 하지만 나에게 그런 일은 묻질 않았다.

 

 

오늘 수학시간이 어땟느니, 영어 쪽지시험을 본 일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런 그녀가 너무 고마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온통 젖어버린 탓에 손이 가다가 멈춰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웃으며 내 손을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놓았다.



“괜찮아...”



그녀의 괜찮다는 말은 여러 가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난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차츰 정리가 되었다.

 

 

안정이 되자, 나는 목소리들이 있을까 주변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집에 가는 여고생들을 제외하고는 수상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일부러 빠른 골목길로 가지 않고 큰 대로로 갔다. 목소리들이 몇 명인지 모르는 이상 혼자로도 한은이를 보호하기엔 벅차다.

 

 

도로엔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데려다 주는지 평소보다 차가 많았다. 비오는 날엔 이런 일이 흔하다.



-빵빵빵!



갑자기 뒤에서 크락션 소리가 들렸다. 민감해진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흰색 SUV차량이 흙탕물을 끼얹으며 유유히 지나갔다. 한은이는 내 옆에 있던 탓에 다행이 젖질 않았다.

 

 

짜증이 치민 나는 그 흰색 SUV의 번호판을 보려했다.



“응?”



번호판이 없다. 그리고 보란 듯 천천히 서행하며 가고 있었다. 난 차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차 유리가 속이 깨끗하게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그리고 뒷유리엔...



“누나...?”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 흰색 SUV의 후면 창을 두드리며 날 보고 있는 사람은 우리 누나인 박지혜였다.

 

 

그걸 알자마자 보란 듯이 차가 빠른속도로 달아나 버렸고 나는 뛰어서라도 쫓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마음은 이미 뛰었지만 내 옆에는 한은이가 있었다.



“오빠...?”



나는 튀어나오려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냐... 잘못.....봤나봐...”



한은이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누나를 쫓아갈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건 덫이다.

 

 

내가 누나에게 가는 순간 한은이는 살해될 것이다. 상대는 분명 혼자가 아닌 2명 이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성훈이도 분명 전선기를 미행하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당했으리라고 판단이 되었다.

 

 

나는 한은이를 최대한 안심시키기 위해 흰색 차에 신경쓰지 않고 걸었다. 그때, 흰색 차에서 무언가 버려졌다.



“?”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걸어가다가 그 물체를 주웠다.

 

 

특이하게 생긴 물체는, 한참 전에 유행하던 폴더형 핸드폰 이었다.

 

 

다만, 모양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웠다. 한은이가 그걸 잠깐 보더니 말했다.



“이거 방수 휴대폰인데?”


“방수?”


“응, 오빤 몰라? 옛날에 나왔던 기종인데 아직도 있네...”



나는 불길한 기운이 들어 휴대폰을 열진 않고 그대로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한은이도 지금 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는지, 더 이상 묻진 않았다.

 

 

불안과 걱정 속에서 나와 한은이는 그녀가 사는 고시원에 도착했다.

 

 

나는 그녀를 들여보내기 전에 어깨를 꽉 잡고 신신당부를 했다.



“문 꼭 잠궈. 알았지? 창문도 반드시 꼭 잠그고.”


“알았어...”


“반드시. 알았지?”


“응...”



거듭 말한 뒤에야 안심이 된 나는 몸을 돌려 오던길로 걸었다. 비는 여전히 지독하게 내리고 있었다.



“오빠!”



뒤에서 한은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오빠가 스스로 말할수 있게 되면... 말해줘...!!”



나는 손을 들어서 대답을 해줬다. 그녀는 씨익 웃더니 수줍게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경찰청으로 뛰었다.

 

 

아까 휴대폰에서 계속 듣던 둔탁한 타격음이 잘못들린 것이라고 끝없이 믿으며 뛰고 뛰었다.

 

 

잡히는 것도 상관안하고 경찰청 주변에 가자, 엠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띠~용 띠~용...



우산을 쓰고 있는 많은 인파 때문에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다친 사람이 누군지는 짐작이 갔다.

 

 

나는 차 뒤에 숨어서 그것을 지켜보는 자신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가서 성훈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희생된 성훈이를 봐서라도 그럴 순 없었다.

 

 

나는 입술을 씹으며, 고시원으로 돌아섰다. 그때 아까 핸드폰을 넣은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액정은 다 나가서 알아볼 수 없었다. 일단 전화를 받았다.



“.......”


--오, 받는데? 기분이 어때?


“... 성기같은데...?”


--하하하핫! 이런 게 다~ 자업자득 아니겠어?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공 이었다. 기분 나쁜 말투는 여전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최대한 냉정을 유지했다.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뭐야?”


--허... 참나 이런 뻔뻔한 놈을 봤나,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야?!


“어...”


--야이 신발 새끼야. 지금 장난하는 줄 알아?


--어이, 화내지 말게. 지금 도발하는거 아닌가?



이번엔 늙은이의 쇳소리였다. 역시 상대는 2명 이상이다.

 

 

나는 이번 통화로 최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냉정에 냉정을 거듭했다.

 

 

하지만 노인도 침착하여 상대하기가 쉽질 않았다.



--자네에 대하여 감탄하였소. 순간순간 냉정한 상황판단을 하다니, 우리가 가장 최악으로 여기는 시나리오가 되어버렸소.



“최악? 이게 최악인가?”


--자네에겐 슬프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이게 최악이오. 우리 원래 목표는...


“그런건 다 알고 있으니 하고싶은 말만해. 괜히 전화를 주진 않았을 텐데?”


--음... 알겠소. 먼저 할말은 난 더 이상 그 여고생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거요.



이건 조금 의외였다. 지금 나에게 있는 가장 큰 약점인 그녀를 놔두겠다니...

 

 

신뢰할 순 없지만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그리고?”


--서주희를 내놔.



걸걸한 녀석이 끼어들며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런 요구를 해온다는 건, 그들은 아직 서주희가 어디있는지 모른다는 소리였다. 나는 내심 안도하며 말했다.



“싫다면?”


--너 혼자 그런다고 우리가 무서워 할 것 같아? 마음만 먹으면 서주희도 금방 찾아. 귀찮게 하다가 후회하지나 말고.


“이 새끼야 귀 쫑긋 세우고 잘 들어라.”



나는 말하기 전에 한숨을 푹 쉬었다. 숨을 쉴때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콧속에 빗물이 들어가 시큼시큼했다.



“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가질 것도 없어. 가지려 하지도 않을 거야. 가지면 분명 너희가 부숴버릴 테니까. 근데 신발, 이건 확실하게 말해두마. 강아지들아, 뒷통수 조심해. 신발 내가 이대로...”



--시간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네.



노인이 내 말을 끊고 말을 했다. 난 무시하고 내가 할말을 냅다 지르고 싶었지만 꾸역꾸역참으며 노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린 오래 끌 생각이 없네. 방해가 되면 자네부터 죽일거니.



-뚝.



그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렸다. 내가 지금 다 잃어버린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뒷통수를 어떻게 날려버릴지는 감이 잡히질 않았다.

 

 

겨우겨우 찾아낸 발자국들이 하나 둘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스스로 억지를 부려봐도 나는 이들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참아 왔던 무력함이 눈에서 흘렀다.


지금은 비가 와서 다행이었다.

 

 

 

 

 

발끝 하나도 움직일 기운이 없었다. 움직일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고시원에서 몸뚱아리를 침대에 축 늘어뜨려놓고 있자 서주희가 한심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쳐다볼테면 쳐다보라지, 내가 한심한 건 사실이니까.


나는 오히려 그녀의 눈빛을 약 올리기라도 하는 듯 하품을 쩍쩍해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거대한 헤드폰을 귀에 끼고 있었다. 헤드폰은 카운터의 도청장치랑 연결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자꾸 이런 식이자 그녀도 참을 수 없는지 나에게 헤드폰을 던지며 말했다.



“뭐하는 거에요?!”


“... 비싼거다. 조심히 다뤄.”


“가만히 있으면 뭐 해결이 되나요!”


“누군가 죽지는 않겠지...”



어제 있었던 일은 서주희에게 다 말을 해 주었다.

 

 

그녀도 내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충격에 빠져 잠시동안 말을 잃고 말았지만, 직접적으로 다가오진 않는지 곧 회복하고 자신이 할 일에 전념했다.

 

 

반면, 나는 이제 나가는 것조차 무서워져 버렸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고 있다간 벽돌이 뒤에서 날아들 것 같았다.



“이성훈 씨는요?”


“성훈이는...”


“죽은걸 눈으로 본 것도 아니잖아요? 병원이라도 좀 가보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화가 났는지, 억지로 나를 일으켜 새우더니 창문 밖으로 밀어 내려고 했다.



“자, 잠깐!! 떨어.......우악!!!”


-쾅!


“아 젠장........”


“뭐 하나 건질때가지 들어올 생각하지마!”



서주희는 창문을 거칠게 닫았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다가 엉덩이의 아픔이 강렬하게 느껴져서 엉덩이를 슥슥 문질렀다.

 

 

일단 쫓겨나오긴 했지만 지금부터 뭘 한단 말인가? 성훈이를 찾아간다고 쳐도 난 이미 지명수배가 되었을 것이다.

 

 

성훈이의 상태가 궁금하긴 하지만 어설프게 접근할 순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니 성훈이가 그렇게 된 건 어떻게 보면 내 탓일 수도 있다.

 

 

성훈이를 이 일에 끌어들인 것도 나였고 전선기를 추적하자고 제안한 것도 나였다.

 

 

다른 이유를 다 제쳐놓는다고 하더라도 성훈이는 내 하나뿐인 동기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자동적으로 병원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평소에 경찰들이 부상을 당하고 가는 병원은 잘 알고 있다. 나도 수십차례 들락날락한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얼굴을 알까 겁나긴 했지만 가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병원 문앞에 도달하였지만 수십분동안 어떻게 들어가나 생각을 했다.

 

 

가스관을 타고 가야 하나 환자복을 하나 뺏어입고 들어가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당당하게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자동문 앞에 서자 문이 스스스 소리를 내며 열렸고 나는 무척이나 당연한 걸음걸이로 병원 접수처로 갔다.



“이성훈 순경 어디에 입원하고 있죠?”


“410호입니다.”



카운터에 있던 간호사는 나를 쳐다 보지도 않고 말을 해주었다.

 

 

이래저래 밀린 업무가 꽤 되는지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고마움의 묵념을 까딱하고 곧장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로 가면 좋았겠지만, CCTV도 있는데다가 문이 열렸을 때 누구와 마주칠지 모른다.

 

 

혹시라도 경찰 관계자가 문 앞에 떡 하니 서있게 되면 거기선 빼도 박도 못한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올라가다가 혹시라도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층으로 빠져나와 화장실에 죽치고 있었다.



“신발...”



욕이 안나올 수가 없었다. 좀 올라가려고 하면 어김없이 인턴새끼들이 나타나서 경쾌하게 계단을 내려온다.

 

 

그럴때마다 나는 도깨비를 만난 듯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한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계단에서 화장실까지의 루트엔 CCTV가 없다는 점이었다.

 

 

하기야 화장실 근처에 CCTV를 단다는게 더 웃기긴 하지만 나로선 그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나 반복하다가 결국 4층으로 올라왔다.

 

 

4층으로 올라오자마자 바로 또 화장실로 들어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을 했다.

 

 

4층은 입원실이 있는 층인 만큼 사람들의 드나듦도 심했다.

 

 

지금 화장실의 좌변기에 앉아 있는 이 순간에도 쉴세없이 슬리퍼 끄는 소리와 구둣굽 소리가 박자를 쪼개며 들리고 있었다.



“이래선 돌아가기도 애매한데...?”



4층에 오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그때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휠체어 소리도 들렸는데, 기름칠이 덜 됐는지 끽끽 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난 불현듯 뭔가가 번쩍 떠올라 문을 열고 나왔다. 그 사람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그 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 네...”



낯선사람이 말을 걸자 그자는 조금 경계하는 눈치를 보냈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씻었다.

 

 

아무리 경계해 봤자 그는 휠체어 탄 환자다.


-빠각.
.
.
.
.
.
.
.
.



나는 그가 탄 휠체어를 밀며 유유히 복도를 지나갔다.

 

 

이런 사람이 꽤 많아서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가는 동안 410호실을 발견하였다.

 

 

이름표를 확인해보니 성훈이가 맞았다. 나는 구석에 휠체어와 그를 밀어 넣고 조심스럽게 410호로 들어갔다.



“.....!!”



그 병실은 1인용 병실이었다. 성훈이는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봤다.



“미안하다.”



할말이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살아있어서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성훈이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이제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을 열으려 하는데,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에 귀를 대고 들어보았다.



“성훈이는 어떻습니까?”


“아직 깨어나질 못했어요... 이게 무슨 일인지...”


“죄송합니다...”



큰일났다. 들어오려는 모양이다. 나는 당황하여 숨을 공간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옷장도 열어봤지만 물건이 많아 여의치 않았고, 냉장고는 너무 작았다.

 

 

이곳 저곳 들춰봤지만 숨을 공간이 나질 않았다.



“이런 젠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결국 문이 스르르 열렸다.



-드르륵....

 

 

 

 

 

“일단 들어오세요. 과일이라도 드실래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드리는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우리 강력반의 이 반장이었다. 그리고 성훈이의 어머니인 듯하다.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니 얼추 그렇다.


나는 지금 창문에 매달려있다. 문득 창문을 바라보니 손을 걸칠만한 틈이 있었고, 문이 열리자 더 생각하지도 않고 창문밖으로 몸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있는 턱에 손가락만 걸친 채 버티고 있었다.

 

 

이 곳은 4층이라 떨어지면 발목 하나 부러지는 일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병실 안에선 계속 목소리가 들렸다.



“이 순경이 스스로 누군가를 추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처에 있던 그의 차에 요전에 있었던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자료 복사본이 몇 개 있었습니다.”


“성훈이가요?”


“네. 그는 순경이라 누군가 이런 일은 지시하지 않습니다. 혹시 짐작가는 일이라도...”


“사실... 이번에 죽은 김수철이란 분이 성훈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갑자기 그렇게 되시니 저도 당황했는데 혹시 성훈이가 그것 때문에...”


“그렇군요.”


“범인은 어떻게 됐죠...?”


“사실 서주희라는 용의자가 잡혔습니다. 아직 확실치 않아 언론에 보도되진 않았구요. 지금은 검찰측에서 조사받고 있을 겁니다.”



이말을 듣고 나는 거짓말임을 금방 알아챘다. 서주희는 지금 내방에 있었고, 검찰로 보낸적이 없다.

 

 

조금 생각해보니 뉴스같은 곳에서 서주희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없었고, 내가 용의자인 그녀를 탈취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었다.

 

 

사실 이런 일이 드문일은 아니었다. 검찰이나 경찰모두 자신의 사회적인 이미지에 꽤나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피해가 될 사건은 함부러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번 용의자 탈취건도 분명 경찰의 이미지엔 치명적인 사건이다. 입을 막고 있을만 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 병원에 들어오면서 했던 짓은 다 뻘짓이 되어버렸다.

 

 

경찰의 인물이 아니라면 내 얼굴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추격당하는진 모를 것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아니에요. 조심히 가세요. 마중은 나가지 않을게요.”


“네, 그럼...”


-드르륵.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나는 몸을 끌어올려서 병실로 들어왔다.

 

 

갑자기 창문에서 누군가 들오는걸 본 성훈이네 어머니는 정말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지를 태세를 갖췄다.



“쉿...! 저 선후입니다.”



나는 손가락을 입으로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성훈이의 어머니는 내 이름을 듣고 여전히 놀란 표정이긴 하지만 소리 지르는 걸 멈췄다.

 

 

나는 숨을 푹 내쉬며 안심했다. 성훈이 어머니는 목소리를 낮추고 나에게 말했다.



“성훈이한테 말은 많이 들었어요....... 근데 왜 거기에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근데 전 과일같은 거 안줘요?”




내가 다소 장난스럽게 말하자 성훈이의 어머니도 긴장이 풀렸는지 피식 웃고 냉장고에서 사과와 참외등을 꺼내어 깎기 시작했다.

 

 

난 준비된 과일을 한입 크게 먹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에 먹는 과일인지 모르겠다.

 

 

맨날 인스턴트에 삼각김밥만 먹다가 파릇파릇한 과일의 과즙이 입안에서 터지자 희열마저 느껴졌다.

 

 

나의 이런 감동을 뒤로한채 성훈이의 어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할말이란게.......”


“아참, 죄송해요. 과일이 워낙 맛있다보니...”



나는 먹던 과일을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방금 들어왔던 반장님에게 들었던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예...?”


“다는 아니군요. 하여튼 상당수가 거짓말 이예요. 어떤 내용인지는 아까 다 들었습니다.”



성훈이의 어머니가 복잡한 표정으로 내 다음말을 기다렸다. 나는 약간 뜸을 들이며 이야기 했다.



“성훈이가 김수철씨 때문에 사건을 추적한 건 맞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요.”


“그럼...”


“서주희란 사람이 경찰에 잡힌 건 맞지만, 검찰측에서 증거도 확인하지 못한채 억지로 범인으로 몰아갔죠.”


“근데 왜 뉴스에 나오지 않죠...?”


“서주희가 탈옥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경찰쪽의 과실로. 그래서 언론에 공개를 할 수가 없는 거죠. 성훈이는 그 서주희란 사람이 아닌 진범을 추격하다가 이렇게 된 거구요.”


“선후씨는 대체 그걸 어떻게...?”



이 질문이 안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물어보자 대답하기가 곤란했다



“아... 저는...”



여기에서 거짓말을 또 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다.

 

 

방금까지 이 반장이 거짓말 했다고 해놓고 나도 거짓말을 하면 좀 우스워 보일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성훈이가 지금 내 앞에 누워있어서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 성훈이와 같은 수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 왜 수사를 같이 했죠?”


“사실 그 서주희를 탈옥시킨 장본인이 접니다.”


“예?!”



성훈이의 어머니가 입을 가리고 크게 놀랐다. 나는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성훈이와 함께 진범을 잡고 있었습니다. 잠깐 흩어진 사이에 성훈이가 계속 진범을 추적했고 그 사이에 이렇게 된 겁니다.”


“아...”



성훈이의 어머니는 충격이 꽤 큰 것 같았다. 눈 앞이 팽글팽글 도는지 초점도 조금 흐릿해져갔다.

 

 

하지만 오래 끌 수 없었던 나는 정보라도 알아가기 위해 물었다.



“혹시 그 외에 아시는 거 있으세요?”


“....... 성훈이가 쓰러졌을 때 가지고 있던 수첩에 뭔가 적혀져 있었다고 들었어요.”


“수첩에...? 내용을 아시나요?”


“글쎄요. 보안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더 이상은 알려주지 않았어요.”


“음...”



나는 그 말을 듣고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인사를 한 뒤에 병실에서 나왔다.

 

 

수첩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아마도 성훈이가 쓰러지고 진범들이 사라진 사이에 빗속에서 힘겹게 쓴 것 같았다.

 

 

그 내용이 몹시 궁금하긴 했지만 이미 경찰청에 증거품목 보관소에 짱박혀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병원을 나왔다. 아직 수배가 되지 않은 상태라 훨씬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거리에 깔린 CCTV만 조심하면 된다. 그길로 성훈이가 당한 경찰청 앞으로 가봤다.


크게 특이한 점은 발견이 되질 않았다. 그때 멀리서 형식이, 정식이, 오대수가 나오는게 보였다.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다. 나는 재빨리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형식이가 어깨가 뻐근한지 특유의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크아... 대체 이 일은 언제 끝난댜?”



형식이가 거대한 몸을 움직이자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정식이가 껄걸 웃었다.



“역시 강력계가 힘들지?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해야 하지 않겠냐?”


“쳇... 그래도 감식반은 싫다. 아마 평소에 밥도 못 먹을거야. 특히 요즘에... 우엑.”



형식이가 장난스럽게 말을 하자 정식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마도 참혹한 시신의 모습이 상상되었을 것이다. 꽤 활발한 둘에 비해서 오대수는 표정이 몹시 않좋았다.

 

 

원래는 분위기도 띄울줄 알고 호응도 많이 하던 놈인데 기가 많이 꺽인 것 같았다.

 

 

형식이는 그런 대수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새끼, 아직도 맘에 담아 두고 있냐? 잊어버려, 니 잘못도 아니랑께”


“예...”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게, 감봉으로 끝났제?”


“........”


“선후 이새끼, 나한테 잡히기만 해봐. 강냉이 몇 개 날려서 선물로 줄라니께.”


“감사합니다 선배.”



형식이한테 강냉이를 뽑힌다니, 절대 잡혀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라 재미는 있었지만 도움이 되는 말은 없을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좀더 듣고 싶었지만 여긴 경찰청 근처라 이만 돌아가기로 했다.

 

 

몸을 골목쪽으로 돌리는데 정식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성훈이꺼 수첩 봤어?”

추천수6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