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우는 사람도 없고, 그다지 시끄럽지도 않아 푹 자다가 8시쯤 일어났다. 주변사람들과도 안면을 터놔서 그런지 첫날처럼 초긴장상태는 아니였다. 유후~오늘 오후부터는 즐거운 청두여행!! 아침해와 함께 내맘도 두둥실 떠올라왔다.
옆 아저씨의 말로는 어제 새벽 1시쯤에 충칭(重慶)에 도착했단다. 이사람 저사람 내리고 탔을텐데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시체처럼 잔 모양이다. 어쨌든 지금은 스촨의 한복판이다. 몇시간만 있으면 드디어 이 지겨운 기차에서 내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신난다. 어메이샨의 원숭이가 손짓하는 듯 했다. 안녕~
....그러나 아직은 도시의 그림자도 안보이는 깡촌이 이어지고 있어서 금방은 도착할 것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옆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는데 계속 '금방(馬上)'이라고만 한다. 중국인의 '금방'은 종잡을 수가 없는 1분부터 한달이고 늘어나는 엿가락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경치를 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몇개의 시골역을 지나고...드디어...드디어...쳥두역에 도착했다!!!!
아아아....근데 난 이 기차에 몇시간 쳐박혀 있던거지? 계산해보니, 리우죠우까지의 이동시간(2시간반쯤)을 제외하더라도 37-38시간쯤 됐다. 와우...하루반을 꼬박 이 좁다란 침대칸에 누워서 개긴 것이다. 대단하군..이라고 잠시 생각했으나, 저쪽칸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을 생각하니 개좆의 피였다.
끼이이익...열차는 멈추고 수많은 인간들을 배설했다. 난 그 주말 메가박스같은 혼잡한 틈을 비집고 홍메이를 찾아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 '씨발 졸려서 뒤지겠다 침대칸좋더냐' 라고 굵은 글씨로 써있었다.
기차역은 혼잡 그 자체인데다가 안전해보이지도 않아 우리는 서둘러 역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이미 한발 늦었었다 아뿔싸..씨팔...이미 출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나가는 절차에 SARS검역이 추가되서 그런지 옘병할 줄은 더디게 줄어갔다. '씨발..좆같..'까지 나왔을때 우리 순서가 되었고, 우리는 대가리에 온도측정 총을 맞고 도살장소새끼처럼 합격판정을 받고.....드디어 밝은 세계에 발을 내밀었다.
아아아 여기가 청두다!!!!! 스촨의 심장이다!!!!!
너무 보고싶었다. 베이징에 있으면서도 꼭 가야지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아마 그곳의 기숙사에 근무하던 여자애들이 모두 스촨사람이라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자, 어디 한번 둘러볼ㄲ...하고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난 모처럼의 외국인관광객, 즉, 먹이를 발견한 호텔삐끼와 여행사삐끼에게 둘러쌓였다. 안그래도 못알아듣는 스촨사투리로 돌비서라운드5.1로 떠들어대는 그새끼들을 떨궈내는데는 홍메이가 큰 도움이 되었다. 홍메이가 스촨말로 몇마디하자, 쩝, 입맛을 다시더니 물러나는 것이였다.
우리는 그냥 아무 택시나 잡아탔다. 타고나서 어디 갈까...의논하다가 아까 삐끼들이 많이 말하던 '춘시루(春熙路)'로 가자고 일단 말을 던졌다. 그리고 나서 지도를 펴보니 도시 중심부에다가 번화가라고 친절하게 녹색줄까지 쳐져 있었다. 택시기사는 계속 자기가 아는 호텔이 있다고 거기로 가자고 했으나, 씨알도 안먹힐 중국본토아가씨와 한번 데인 나는 들은 체도 안했다.
택시에서 본 쳥두는 궤이린이나 베이징, 샹하이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뭐랄까...좀 더 인간미가 있는 느낌이였다. 있을껀 다 있지만 좀 덜다듬어졌달까? 그리고 이건 뭐 선입관일수도 있지만 뭔가 전통이 있는 옛 도읍의 느낌도 없잖아 났다.
촌놈처럼 두리번두리번 보고 있자니, 어느새 춘시루에 도착했다. 춘시루는 한국의 명동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으로, 깔끔하게 포장된 거리 양쪽으로 옷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백화점도 있는 전형적인 여자들이 꺅꺅댈만한 도시의 번화가였다.
자, 내가 여기서 찾아볼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스촨의 명물, 스촨미녀들이시다!!!!
스촨은 특히나 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지방으로 궤이린에서도 내가 스촨에 간다고 하자, '이야~스촨아가씨들 예쁜데~좋겠군'이라고 몇번 말했었다. 자,자,자...어디있을까요?
헉. 저기도!! 저기도!! 조오쪽에도!!!! 캬아아아아! 여기가 번화가임을 감안하더라도 거리에 넘실대는 미녀의 물결에 나는 그대로 쓸려갔으면 싶을 정도였다. 베이징보다도, 서울보다도 높은 미녀분포도에 나는 탄성을 금치 못했다. 이곳이 GN'R의 Paradise City에서 말하던 'Where the grass is green and the girls are pretty..'한 그 파라다이스시티란 말인가...
여기서 잠깐. 스촨에는 왜 미녀가 많은것인가. 과학적 고찰이다.(썰이긴 하다만). 우선 이곳의 기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곳은 여름에 찜통처럼 덥긴 하지만, 그게 햇볕이 나는 더위가 아닌, 말그대로 찜통식 더위기 때문에 살이 그을리지 않는다. 흠. 과연. 얼굴은 제각각이라도 피부는 거의 한결같이 희고 깨끗해보였다. 만지고싶ㅇ..쿨럭.
그리고 두번째는 음식인데, 워낙 매운걸 좋아하는 지방이라서 땀을 쪼옥 빼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히...해주나?-_- 하여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일본년들은 그냥 음식에 고추가루뿌려먹는 다이어트도 한다지 않은가. 그거보다 435배쯤 더 매운 스촨음식을 먹어대는데, 살이 찐다면 그건 동물원에 보내서 코끼리사료를 먹여야 한다.
이런 조건에 유전자적으로도 우성인지, 얼굴 생김새도 아주 날렵한 전형적 중국미녀 스타일이였는데 개인적 취향으로, 뭉뚝하고 둥그렇게 생긴 한국미인상보다 날렵하고 눈꼬리가 올라간 중국미인형을 좋아하는지라 지하철 짐받침칸의 스포츠신문처럼 널려있는 이상형들에 고개가 정면을 바라보지를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침흘리고 있기도 잠시...등에 붙어있는 짐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그리고...씻고도 싶었다. 일단 호텔을 잡자. 번화가라고 신났던 것도 잠시, 번화가 한복판에는 숙박업소가 잘없다는 걸 알아챈 순간 경솔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다행히 간간히 우리같은 멍청한 여행객을 위해 지어진 호텔이 있어 그중 하나에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첨에 간 곳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투숙을 제한당했는데, 어이, 씨바...인터폴에 꼬지르는 수가 있어. 그새끼들은 외국인은 삼성급(걍..무궁화3개정도로 보면된다..)이상에서 자야된다고 했는데,좆까네, 그런 규정이 실제로 있으면 내가 코끼리 코부분뚫린 코끼리 팬티만 입고 춘시루한가운데에서 피구왕 통키를 스페인어로 부르겠다.
다른 곳에서는 홍메이가 중국인신분증을 보여주고서야 투숙을 허락해주었는데,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해서 우리는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씹새끼...늑대같은 새끼..'라고 해도 소용없다. 경제적인 이유라니까. 어허.
우리가 묵을 방은 다른 방에 비해 좀 쌌는데 그 이유는 침대가 하나이고(쉿!..그래도..2개붙여놓거만큼 컸다...진짜야..) 엘리베이터가 5층까지 밖에 없는데, 6층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뭐 다 좋다. 그거빼고 방은 흠잡을데 없었으니까.
기차에 있다가 방에 들어와 침대에 대자로 엎어지자 극락이 따로 없었다. 이대로 씨발 그냥 자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그럴 순 없지.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공중전화빡스같은 칸막이가 쳐진 샤워실에서 몸이 녹아내릴듯한 시원한 샤워를 하면서 생각해보니....참으로 묘한 상황이였다.
불과 이틀전에 알게 된 집으로 돌아가는 여자애를 여기까지 데려와, 같은 방에 투숙하고 난 샤워를 하고 있다. 뭐냐...썅...완전 시마과장같은 스토리다. 뭐 그래도 긴생각 안하기로 했다. 좋은게 좋은거니께.
핫. 잠깐. 씨발....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홍메이가...꽃뱀이면 어쩌지....?!
지금 딱 나갔는데, 내 짐이고 뭐고 다 없어져 있는거다. 물론 샤워하느라 풀러놓은 현금복대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중국여행트러블사례집'에 H군으로 나오는 것이다. 헙.
난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서둘러 옷을 입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러나, 홍메이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멍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티비를 보고 있었다. 뭐...음..좀 무안하긴 했는데 이런 의심하는 습관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다닐땐 일단 다 의심하고 봐도 된다고 본다. 좆되는거보단 낫잖아.
홍메이는 샤워를 하고 나와서 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와줄 것을 부탁했다. 방에 있기도 뭔가 어색하고 답답해 그냥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밖에 나가 미녀들을 헤집고 약속장소에서 그 친구를 기다렸다. 약속시간...10분...20분....씨바...30분...안온다 죽어도 안온다. 넌 누구냐.
중국의 핸드폰은 받는 사람도 돈을 내야되는 엿같은 시스템이라서 그 여자의 핸드폰이 돈이 오링난 지금, 연락을 할 수도 없다. 우리는 그냥 KFC아저씨처럼 멍청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는 수밖에 없었다.
40분이상이 지나 초조함이 해탈로 바뀔때쯤 이쁘진 않지만 피부는 좋은 그 망할 친구가 나타났다. 그녀는 백번 사과하면서 학교가 멀어 늦었다는 변명을 했다. 학교? 물어보니 사스때 휴교를 한 상태라 지금 방학기간이지만 수업을 한단다. 그리고 이때(6월중순) 베이징은 학생들의 외출이 전면 금지되었으나.
상황이 덜했던 스촨은 주말은 외출이 허락되고 평일은 사유가 있으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베이징에 있던 학교의 중국인 친구들은 3달정도를 아예 바깥 구경을 하지 못했다. 학교안에 갇혀서 산 것이다. 미치고 지랄할 노릇이겠다만, 그래도 큰 반발없이 그 말에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이 사회주의의 빠워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는 그녀(이름은 '후롱'이라고 한다)의 안내로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 유명한 '청두샤오츠(샤오츠는 간식이라고 보면 된다)'를 먹기로 했다. 부부의 폣조각이라는 엽기적인 이름의 '후치배이피엔(夫妻肺片)'과 '단단면'을 시켰는데, 둘다 그 매움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먹게 될 수많은 음식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만, 한국에서 김치, 떡볶이 맵다고 먹던 내 혀에는 타바스코소스를 쭈욱 짜서 골고루 펴는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단지 매운 것만은 아닌 뭔가 싸아하면서도 중독성있는 맛을 갖고 있어서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는 것이 이곳 요리의 강점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매운 맛이 '티엔라(달콤한 매운맛)'이라면 여기의 매운맛은 '마라(마비되는 느낌의 매운맛)'이다. 딱이다. 얻어맞기라도 한듯이 얼얼한 입속에 느껴지는 감칠맛은 한국의 그것과는 또다른 색다른 것이였다.
그렇게 빡세게 고추기름범벅의 음식을 먹어치우고 우리는 작렬하는 태양아래 도시 한복판에 있는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마오쩌둥이 인민을 향해서 손을 쭉 뻗은 동상이 세워진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할 것없는 단순한 광장이였다. (하이루~인민여러분~!!혁명쟁이쩌둥이예여~↓)
홍메이는 '에게~궤이린 중앙광장보다 훨 별루다~'하면서 투덜투덜 거렸고, 난 그런걸 입밖에 내서 나불대는 그녀가 맘에 안들었으나, 뭐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존나 별루다.
그곳을 지나 런민꽁위엔(人民公園)이란 곳에 갔는데, 중국의 공원들이 대체로 문화재스럽게 잘해놓은 것에 반해 여기는 그냥 파고다공원같은 노친네들의 쉼터였다. 여기저기 지팡이내려놓은 노인네들이 마작이나 포커를 두고 있고, 간간히 연인들이 앉아 뻘짓꺼리를 하고 있었다. 관광객따위....있을리 만무했다.
우리는 공원내의 한 찻집에 자리를 잡았다. 기석(奇石)으로 잘꾸며놓은 곳이였는데, 좋은 자리는 마작노인들이 이미 다 차지하여 우리는 공사판같은 후미진 곳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종업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보는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싼 차도 있었지만, 비싼 차는 한잔에 40元씩이나 했던 것이다. 호텔도 아니고, 제조원가 100원에 분위기값 5900원받아쳐먹는 스타FUCK스다방도 아니고, 비싼데는 뭔가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싶어 시킬까도 했으나, 혼자 맛본다고 시키자니 좀 거시기하고 그렇다고 3명껄 다시키려니 지갑이 울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20元선의 그나마 서민차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잠시후 종업원은 찻잔 세개와 존나 투박한 보온병을 가져왔다. 찻잔 속에는 말라비틀어진 잔디같은게 밑바닥에 깔려있을 뿐이였는데, 후롱의 말로는 그냥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먹으라고 한다. 어이,...뭐 거르고 그래야되는거아냐?..-_- 아니란다...부,부었다.-_-
찻잔속은 뜨거운 물 위에 인조잔디같은게 둥둥 떠있는 '이게 뭐여 씨발'스러운 사태가 되어 있었는데,
후롱말대로 잔디는 입에 대지 않고 금붕어새끼처럼 입을 오무려 물만 쪽쪽 빠니 상당히 맛있었다. 간간히 잔디가 섞여 들어와 '우푸푸'하며 뱉어 냈어야 했지만, 그것도 좀 마시다보니 요령이 붙어왔다.
잔디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중국여자애들은 역시나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혐오하다시피 드라마를 싫어하는 나로선 별로 해줄말이 없었지만, 그냥 '배용준 인기좋져?' '김희선 너무 이뻐여~' 수준이라서 '아 예~'정도로 대꾸해줬다.
'가을동화'와 '겨울연가'는 내몽고에서 말타고 양치는 소녀도 봤을 정도로 보편적인 국민드라마가 되어있었는데, 이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지만 한국에 대한 쓸데없는 편견을 만들기도 했다.
우선, 중국여자들은 한국여자를 대단히 불쌍하게 본다. 중국의 부부사이에서는 맞벌이가 빠구리처럼 기본인지라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면서 남편오면 '다녀오셨어요~?힘드시죠?'하는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여자가 나가서 일하는게 천만배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외국인의 입으로 들으니 좀 불편했다.
또, 어디서 봤는지 한국미인은 다 성형미인이고, 다 미용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냐는 얘기도 했다. 무슨 E여대 취재프로그램이라도 봤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중국에 비해서 몸치장에 엄청난 뻘짓꺼리를 하는 게 우리나라 여자들이긴 하다. 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얼굴의 어떤 부위가 맘에 안들어서 성형수술하는 건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 남자들도 그러지 않는가. '아..눈썹이 더 짙었으면..' '피부가 더 좋았으면..' '좆이 더 컸으면..' 같은 것들 말이다. 여자는 오죽 하리오.
그렇지만 화장품에 몇십만원 쏟아붓고 명품사느라 개짓꺼리하는 꼴보면 '골빈년'소리가 절로 나온다. 물론 다 그렇진 않다는거 알고 있지만, 저런 외국인의 지적(비단 중국사람뿐 아니다...많은 외국인이 같은말한다)에 발끈하지 말고 한번 더 생각하는 '골빈년'들이 되어 줬으면 한다.
어쨌든 지금 한말은 한국인으로서 도둑이 제 발저려서 한거고, 뽀르노맞먹게 과장과 억지가 도배된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을 이해하는 그네들이 안타까웠다.(심지어는 한국은 일부다처제인가요? 신분차이가 있으면 결혼이 안되나요? 하는 말도 들었다-_-) 천편일률적이고 시청자의견따라 엿가락처럼 늘었다 줄었다하는 지랄쌩쑈 한국드라마가 바뀌지 않으면 조만간에 한류는 실개천이 되어 졸졸졸 흐르다가 말라 비틀어질 것이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잘못된 편견을 잡아주고 있는 찰나, 배에서 뭔가 신호가 왔다. 헙!....아까 먹은 음식들의 고추기름이 위벽을 스크래칭하고, 믹싱하고 있는게 아닌가.....아아아악...씹탱..ㅠㅜ 맛있다고 어거지로 꾸역꾸역 받지도 않는걸 쑤셔넣은게 잘못이다...
'이,이제 스,슬슬 갈까?'하면서 애써 웃는 얼굴로 그녀들을 제촉해서 택시타고 호텔로 돌아와 '하하 잠시 화장실 좀..'하며 천천히 걸어들어가 문을 닫자마자 존나 빠른 속도로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걸터 앉았다.
'자, 이제 나와도 돼..자, 어서! 어서!! 이녀석들..수줍어하지말고!!'.........묵묵무답. 자극이 워낙 강해 대장이 위축됐는지 힘을 줘도 나올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알잖은가. 정말 싸고 싶은데 나오지 않는 그 고통....세상일 내맘대로 안되는구나하는 서러움도 겹친다.
할 수 없이 바지를 올리고 나오니 홍메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한 친구를 더 부른다고 한다. 여행 처음으로 중국친구들과 식사를 해보는구나, 좋은 경험이다.
잠시후 벨이 울리고 무림고수같은 이름의 '양우림(楊武林)'이라는 키가 작고 눈이 부리부리한 명랑만화캐릭터같은 청년이 들어왔다. 이를 환하게 드러내고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왠지 푸하하 웃음이 나오게 웃겼는데, 애써 참아냈다. 후옵.
점심도 많이 먹지는 못했던지라 우리는 곧장 밥을 먹으러 갔다. 여기서 잠깐.
후오구오(火鍋)라는 음식을 아는가? 모른다고? 설명해주지.
이건 스촨음식으로 쉽게 말해 중국식 샤브샤브이다.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맛있게 먹는것은 큰 냄비를 태극모양으로 반 갈라서 한쪽은 매운 마라탕, 한쪽은 육수같은 칭탕(淸湯)을 붓고 거기에 양고기, 소고기를 데쳐서 소스에 찍어 먹는건데, 몇가지 소스가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땅콩소스를 추천하는 바이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맞는다.
홍보는 아닌데, 홍대역 1번출구로 걸어나가면 '불이아(弗二我)'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여기....거의 본토비스꾸리한 맛 낸다. 괜찮으니 가보시길.
(기본 1인15000원)
어쨌든 오늘 간 곳은 후오구오는 아닌, 그러나 비슷한, 츄안츄안샹(串串香)이라는 것으로, 쉽게 말해 샤브샤브처럼 고기를 데치는게 아니라 꼬치를 데치는거라고 보면 된다. 냄비를 하나 시키고 꼬치가 쭈욱 늘어선 곳에 가서 원하는대로 꼬치를 집어온다. 그리고 푹 담궈서 익으면 먹고 나갈때 꼬치수만큼 계산.....괜찮은 시스템아닌가?...장사해봐라..성공하면 나 좀 어떻게 해주라. 그지다. (츄안츄안샹과 두여인의 가슴↑)
양우림은 전기공학과였는데, 중국도 취업이 빡세기는 마찬가지인 듯 그걸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후롱은 의대생으로 역시 한국처럼 만만찮은지 학교다니고 시험보는게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친구들은 1년여만에 처음 만난건데, 자기네들끼리도 할말이 많을텐데, 날 배려해서인지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주제를 잡아주어서 좋았다. (기념사진을....찰쿠덕!↓)
잔뜩 배터지게 먹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와 슬슬 가려고 하니 양우림이 "아니 벌써 가게? 야! 모처럼인데 우리 밤새 놀아야지!"하면서 껄껄껄 웃었다. 뭐...나야 놀아도 좋은데 피곤의 극치를 달리던 홍메이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우림이 워낙 큰 소리로 밝게 말해서 누구하나 거절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어디갈까 어디갈까 말만 잔뜩하다가 결국은 어이없게도 우리의 호텔방으로 그냥 들어갔다. 이럴꺼면 뭣하러-_-
들어오자마자 양우림은 티비를 켜고 농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NBA농구팀 어떤걸 아냐고 나에게 물어보았는데, 최근엔 별로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중국식이름은 알지도 못했다. 중국식?그것은...한국이 '올랜도 매직', 일본이 '오란도 마직꾸'하는 것과는 8차원정도를 달리한다.
'오란도 마술'
....그냥 고대로 번역한다-_-
'휴스턴 불화살', '새크라맨토 왕', '인디애나 보행자'....다 이딴 식이다...그래도 이건 양호한편. 유럽축구로 가면 아예 이름을 알 수가 없어진다. '국제밀란', '황가마드리드'....아...더이상 대화진행이 불가능하다-_-
어쨌든 양우림은 농구와 축구를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고, 여자애들은 지네끼리 지난얘기를 수다떨고 있었는데 후롱이 한마디 물어온다.
"근데...이번에 한국...월드컵 4강한거 말이야~그거 무슨 수작부린거 같던데?우린 다알어~"
....이 썅년이 갑자기 뭔 소리야-_-
한국실력으로 이태리와 스페인을 이길리가 없는데 이기고 올라간거는 분명히 뭔가 조작이나, 뒷거래가 있었을꺼라고 생각한단다..지뿐만 아니라 중국인들 다 그렇게 생각한단다.
난 홈어드벤티지와 히딩크 감독 등의 몇가지 이유를 들어서 말했는데, 전혀 듣는 눈치도 아니다. 보아하니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괜히 시비거는거다.
그래서 그냥 "뭐...니네 나라가 우리를 역대 한번도 못이겨서 질투해서 그런걸 수도 있는데, 우린 실력으로 이기고 올라갔어. 억울하면 이겨봐."라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했더니 그제서야 픽 하고 콧방귀를 뀌고 입을 닫았다.
중국인들은 보면 자존심과 열등감이 같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지금은 별로지만 옛날엔 세계를 주름잡았어. 조만간에 함 보자고.응?!' 같은 심리랄까...그러니 한국이 지금 잘산다고 '아~하오 하오!' 그러지만 속으로 깔보는건 당연하지.
그래서 항상 이런 부분이 부딪힐때마다 안좋은 방법인줄 알면서도 "근데 왜 지금은 우리보다 못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럼 안된다. 논리도 결여되있고 인신공격적인 논술점수 23점짜리다. 그래서 말했듯이, 역사나 기타 국제에 관해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단 말이다. 공부하자....반성하고,
우리가 그런 까대기를 하고 있을때는 양우림은 "그래! 거기야! 아~패스했었야지..쯧쯔!!"하면서 혼자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다. 난 처음에 송재익캐스터처럼 맞장구쳐주다가 지쳐서 그만 잠이 들었는데, 양무림은 3시정도까지도 혼자 티비를 보며 중얼대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구?.....씨발!! 배가 아픈데 똥안나와서 밤새 화장실 3번갔다와서 안다.왜!?-_-
(제8일끝)
PS: 끝까지 읽어주신 분 메리크리토ㄹ..아니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