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많은 분들의 댓글로 힘도 얻고, 제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도 알았습니다.
많은분들의 충고와 격려가 엇갈려서 누구보다 이사람을 제일 잘 아는 제가 어떤 방법이 나을지
고민해봤는데요. 일단은 그 고민에 앞서 제 상황파악이 먼저 인 것 같았습니다.
앞의 글에 잠시 썼었지만,
부모님 빚때문에 돌아가시기 전에 부모님은 부모님 형제들과 모두 의절 비슷한 상황이셨어요.
돌아가신 것도 다들 모르셨고 나중에나 아셨어요. 아이도 없고..그래서 저는 정말 혼자 입니다.
남편과 전쟁을 치룰 생각을 하니 착잡하더라구요.
심각하게 고민해봤어요. 나는 이혼을 하고 싶은가,
만약 이혼을 안 하고 싶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가진 것도 없고 가족도 없으니
이 사람이 아니면 살아갈 길이 막막해서 이혼을 안하고 싶은건가, 이 사람은 나를 진정 사랑하는가,
남편을 향한 나의 마음은 사랑인가 정인가.. 이혼을 하고 싶은게 맞나..
진짜 나열할 수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었습니다. 점점 비참해지기도 하더라구요.
조심스러운 결론은, 저는 가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제 가족 이라는 것과
남편이 저를 소유 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고쳐주어 평범한 부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더라구요.
그리고 갑자기 대학때 둘이 있으면 눈도 못 마주치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자신감도 생겼구요.
남편은 사업을 하는데 한달에 생활비, 보험 외 기타등등으로 쓰라고 꽤 많은 현금을 주고,
급한 곳이나, 필요한 것 있으면 사라고 카드도 주는데요. 그 현금 주는 것에서 남을 때 마다
모아 놓은 돈이 좀 있습니다. 정확한 액수는 말하지 않은 것이 좋겠네요.
만약 한달에 주는 돈이 100만원씩 이라면 생활비로 50만원 쓰고 50만원이 남았어도
다음 달엔 또 100만원을 주는 식 입니다. 가계부를 적게 하거나, 어디다 돈을 썼는지 확인하거나..
그러지도 않구요. 옷도 제가 사다주는 거 입고, 영화, 여행, 외식.. 솔직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해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뭔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제 표정이 안 좋을 때, 성관계를 할 때,
또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될 때.... 하루에 한 번 꼴로 저렇게 욕을 하거나,
음식을 버리거나, 성관계를 할 때는 항상..
아무튼 확인해보니 모아놓은 돈이 꽤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 통장도 보여줘야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해주신,
결혼 전 처럼 행동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연애 때는 없습니다. 저희는 연애를 하지는 않았거든요.)
주말 저녁에 부부동반 모임 다녀와서 언제 이야기를 꺼내볼까, 이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이야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땅하지가 않더니, 자려고 누웠는데
잠자리를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더라구요. 그래서 이때다싶어, 불 켜고 하기 싫다고 말했습니다.
좀 놀라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가 잠자리를 자주 갖는 건 아닌데,
결혼하고 제가 거부 하는 건 거의 처음이라 많이 놀랐을거에요.
당신이 관계중에 하는 말들이 듣기 싫다. 고 했더니,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그래?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글로 옮기기 껄끄러운 남편의 말들을 줄줄이 말 해주었더니
입을 벌리면서 본인이 정말 그러냐고 하더라구요. 모르는 척 하지 말라고,
내가 대학 때 맘고생 시킨 것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 누가 나 좋아해달라고 했느냐.
언제부터 오빠가 나한테 그렇게 대할 수 있었냐.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 집안일도 하고 싶지 않다. 오빠가 그렇게 말할 때 마다 내 가슴은 찢어진다.
오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없어지고 이젠 오빠가 무섭다. 내가 오빠를 무서워 하는 것이
오빠가 바라는 것이냐. 내일 당장 다른 방에 침대를 사겠다. 나는 오빠랑 같이 안 잘 거고,
밥도 같이 안 먹을 거다. 오빠가 나를 그렇게 대하면 나도 오빠에게 노력하지 않겠다.
좋은 옷 사주고 선물 사주고 하면 내 마음까지 오빠 것이 되는 줄 알았냐. 더는 참을 수 없다.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자. 내쫓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라. 오빠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내 행동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나도 이제 일하기 시작할 거고,
오빠가 당장 이혼하자고 해도 먹고 살 수 있다.
저는 말 하기 시작하면 제가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한 방울도 안나오더라구요.
지금 생각나는 대로 글로 옮겨보았지만 거의 30분을 혼자서 다다다다 악을 쓰며 말한 것 같아요.
정말 결혼하고 처음.. 중간중간 남편은 그러지 말아라, 내가 잘 못 했다. 소리지르지 말아라.
너만 힘들다. 제발 그만 해라. 등등 안절부절 하더라구요.
남편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저에게는 계획된 일이라, 상황을 모두 살피게 되더군요.
뭔가 저한테 주도권이 넘어온것 같은 느낌에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서
몇 년 동안 쌓아 놓은 것을 다 털어놓으니 살 것 같다며 오빠가 나한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호텔가서 자겠다고 나갈 채비를 하니,
이 밤에 어디를 가려고 하냐고 울고 불고 다 늙은 남자가........
남편이 그러니 마음이 너무 짠하고, 안아주고 싶고 그랬는데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히 하자 싶어,
옷 갈아 입고 지갑이랑 차키, 핸드폰 잘 챙겨서 나와 호텔로 갔습니다.
호텔방에 혼자 있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더라구요. 왜 진작 이럴 생각을 하지 못 했나..
제가 원망스럽기도 하구요. 울던 남편 모습이 생각이 나서 마음도 너무 아프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다음날 아침에 남편 출근 했을 시간에 집에 들어가니
출근도 못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생각해봤냐고 했더니
너만 보면 미칠 것 같다. 난 네가 너무 좋은데 그럴 때 마다 내가 왜그러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
행복하게 해주겠다. 네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러면서 또 울먹 거리는데
아, 나도 이 남자를 사랑하긴 하나보다 느꼈습니다.
그리고 A4용지 6장을 주는데 밤새 썼는지 글자가 빼곡 하더라구요.
남편은 침대에 누워있고 소파에서 앉아 혼자 읽으면서 정말 소리죽여 펑펑 울었습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절절하게 나를 사랑하는지, 나한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한테 얼마나 미안한지 구구절절 적어 놨더라구요.
여기 까지가 월요일 아침이야기구요.
처음 연애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조심스럽게 이틀이 지났네요.
나이 마흔 다 되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만, 진정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조치였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 의견에 감사합니다. 3자가 보면 간단한 일을 왜 여태 못했나 제가 참 바보 같네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일이었어요.
상황 설명 하느라 글을 길게 썼더니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잘 살겠습니다. 남편의 진심만 보면서, 저도 남편을 진심으로 대하면서요.
고맙습니다. 현명하신 분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