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어느덧 스물일곱.
10년지기 친구의 결혼이 3개월 남은 시점에
소개로 친구의 예비신랑 18년지기 친구로 만나게 된 그.
나보다 4살 위인 그..
그의 직업은 공무원... 국가 공무원이지.
결혼상대자의 직업으로는 제법 번듯한 편에
키는 170에 눈도 작고 못나보이는 모습.
첫날에 번호를 교환했고 그 이후로 이어지는 아침, 점심, 저녁 안부문자
처음 단 둘이 가볍게 한강 데이트.
나의 진지한 질문들에 그 역시 진지하게 대답을 해.
" 이런 질문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요.
급여가 어떻게 되요? "
" 250~260이요. "
" 저 차는 할부로 사신건가요? "
" 제가 직장일 시작하면서부터 너무 사고싶어서 3천만원 모아서 일시불로 샀어요. "
6년차 7급공무원인 그.
속물이라면 속물이야, 내 나이도 나이인 만큼 능력적인 면을 많이 물었고
나의 월급 170만원이라는 사실도 솔직히 털어놓았어.
2013년 6월 12일.
한강데이트를 이후로 우린 연인이 되기로 했고
다음 주에 커플링이 나온다.
우연찮게 그가 집앞에 날 데려다 주는 길.
내 아버지와 얼핏 마주치게 되었고,
그는 자주 물었지. 부모님은 별 말씀 없으시냐고.. 난 없다고 했어.
하지만 술한잔 하며 난 말해
"사실.. 우리 부모님은 본인들의 삶에서 집이 중요한 요소였어.
그래서 내가.. 집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길 원하셔..
이건... 그냥 나의 상황을 말할 뿐이야."
"응.. 하지만 난 지금 집을 가질 능력이 안돼. 너의 부모님을 설득시키고 싶진 않아.
그건 부모님의 오래된 생각이시니 존중해. 내가 지금 은행을 털 순 없잖아.
하지만 널 오래도록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순 있어."
"오빠는... 왜 나에게 그리.. 말할 수 있지?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확..신.. 갖는지 말해줄 수 있어?"
"사실.. 준호(소개시켜준) 영향이 크지.. 그만큼 믿음이 커.."
이런 대화를 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까.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시간 전 회식을 마치고 온 그에게 전화가 왔다. 좀 전에.
술에 취한 목소리로
"같이 살래? 같이 살자. 결혼하자. 너 갖고싶어...
부모님이랑 연 끊고 살면 안돼? 그냥 도망 나오면 안돼?
나 사실 많이 참고 표현 자제하는 거야.. 나 너 사랑해. 사랑한다.
그리고 나 사실 너무 불안해. 난 너무 사랑하는데 너가 날 떠날까봐.
나 너가 하는 사소한 말들 모두 다 기억해.
근데 그 중에 집... 얘기가 가장 날 힘들게 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반드시 집이 있어야 하는 사람... 그거라면 날 지금 잘라내.
내 목표가 5급 공무원이 되는거고 널 사모님소리 듣게 해주는 거야.
하지만 너무 힘들다. 진급하지않고 너랑 오손도손 살고싶어.
그래도 널 위해서 진급할거야.
너에게 미안한 건 난 의정부에서 살 거야. 하지만 넌 서울에서 계속 살아온 서울여자잖아
부모님이랑 떨어져서 살게 해서 미안해.미안하다. 하지만 곧 서울로 돌아가게 할거니 걱정마
그리고 집은 융자끼고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너가 그러고 싶지 않다며.
나도 부모님에게 손벌리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손벌리고 싶지 않아.
왠 줄 알아? 나중에 너가 코낄까봐. 너가 코끼면 시어머니한테 전화와서
시아버지 생신이니 좀 찾아보지않을래? 이런 거 하게 하고싶지 않아.
걱정이다.... 지금 우리가 1~2년 돈을 모아서 집을 사더래도 그건 부수적인 거지
지금 너의 부모님이 날 싫어하실까봐.
너 알아 몰라. 알겠어 모르겠어. 여자는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살아야돼. 그게 너야."
........................
난 대답했지.
"난 내가 더 걱정이다....
지금 오빠가 하는 말들이 모두 취중에 하는 말이라서 진심일지 아닐지도 모르지만...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난 지금 오빠 목소리를 2시간 동안 듣고있었어."
통화를 끝낸 지. 30분 후.. 난 이 글을 남긴다.
"오빠... 근데 궁금한게.. 이렇게 빨리.. 사랑에 빠져본 적 있어?"
"아니.. 없어. 이전에 3년 연애 했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어. 빨라... 너무 빨라.
그래서 최대한 슬로우~슬로우~ 하고 있어.
너무 빨리 달아오르는 냄비가 빨리 식는 법이잖아. 그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 사실... 20대 후반까지는 저녁이나 아침에도 발기가 잘 됐는데,
최근에는 발기가 잘 안된다는 걸 느껴서.. 오빠 요즘 약먹고 있어. 사실...
사슴이랑 뭐 그런거... "
"내가 정말 너 많이 행복하게 해줄게...
내가 너희 부모님께도 잘할게... 같이 살자. 같이 살고 싶다.
살면서 많이 싸울꺼야. 그래도 싸우고 무조건 하루안에 화해하고, 절대 전화먼저 끊지말자."
"사실 많이 미안하기도 해. 나보다 잘생기고 키크고 하는 남자들 많이 있을텐데.
하지만 나 너 안놓을꺼야. 나 너랑 살꺼야."
"난 너가 마음에 들어."
아이는 무조건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그...
두렵지만, 정말 많이 두렵고 무섭지만, 나.. 이 사람 하나만을 보고...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내가 미친건지...
그가 미친건지...
결혼은 미쳐야 할 수 있는 건지....
ㅎㅎㅎ... 이 글은 남기고 간다. 좋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