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릴적 누군가를 사랑했었던적이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 혼자 살아온 나는
언제나 주변의 사람을 멀리했고,
과거에 내 옆을 지켜주던 사람들과의 기억은 ......
모두 지워버렸다.
그 기억들이 이제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기에......
오랫만에 부모님 댁에 들렀다.
한동안 찾지 않았던 내 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게 예전과 그대로였다.
아무런 생각없이 의자에 앉고
서랍장을 열었다.
낯익은... 하지만 기억에 남지 않은...
어떤 조그마한 상자 하나가 보였다.
기억하지 못하는 상자...
그 상자는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것인지
궁금해졌다.
기억에 남지 않았다면, 무시하면 될 것인데,
나의 어리석은 호기심은
이미 잊혀져버린 의미가 없어진 기억들을
쏟아내주었다.
비가 쏟아져내리던 날...
너와 나는 골목 구석에 서 있었다.
너의 눈에는 불안 불안한 가로등이 매달려 있었고,
너를 바라보던 내 눈은 그 불안한 가로등을 위태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골목길의 가로등은 이내 땅으로 떨어져 빗물과 함께 쓸려내려갔고,
나는 조용히 너를 안았다.
숨소리와 함께 들썩이던 너의 어깨가 느껴졌고,
애써 참고 있던 나의 심장 고동 소리가 골목 전체에 울려퍼졌다.
'언젠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게 된다더라도,
끝까지 너의 기억 속에 남아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
너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너는 너의 손에 끼여있던 조그마한 반지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이라던 반지...
니가 돌아간 후, 나는 매일 밤 그 반지를 만지며 너를 떠올렸고,
매일 너를 그리워하며,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지냈다.
더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반지를 나는 조그마한 상자에 넣어두었고,
그 상자를 서랍장 안에 넣어두고는
나의 기억의 의미를 모두 지워버리고는
집을 떠났다.
상자 안의 반지를 조용히 꺼내어본다.
반지에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고,
나의 눈에서 멈춰있던 눈물이 쏟아져내린다.
반지를 조용히 나의 약지에 끼워본다.
나의 얼굴에 갖다대본다.
너를 느낀다.
아무런 의미없어진 과거가 무너지고,
그 무너진 기억의 모퉁이는 추억으로 채워진다.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인지 알았던 기억들은
다시금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너를 느낀다.
떠올린다.
기억한다.
가슴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