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가 장대비 쏟아지듯 귀 를 때렸다. 적대감과 고통이 담긴 울 음이었다. 청각이 둔해지자 썩는 냄 새가 코를 송곳처럼 찔렀다. 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키고 두통을 일으킬 때 쯤 눈앞에는 패잔병 같은 개들이 나 타났다. 진드기가 목 둘레를 목걸이 처럼 감싸고 있는 누렁이, 한쪽 다리 를 잃은 발바리, 이마에서 피를 흘리 는 강아지….
지난 18일 오전 경향신문 기자는 3명 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경기 포천 갈 월리 산기슭의 '애신동산'을 찾았다. 유기견 보호를 위해 1994년 조성된 한국 1호 사설 동물보호소인 애신동 산은 쥐와 진드기, 파리떼가 주인이 된 '죽음의 땅'으로 변해 있었다.
애신동산은 1982년부터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던 이애신 원장(77)이 민원을 피해 서울 평창동 판잣집, 북 한산, 경기 일영 등을 옮겨다니다 안 착한 것이 시작이었다. 사람이 없는 산 중턱에 보금자리를 만든 이 원장 은 후원금과 대출금으로 비용을 감당 했다. 소문이 퍼지며 버려진 개들이 맡겨졌고,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7273㎡(약 2200평) 터에 개집 257동 과 고양이집 3동이 어지럽게 널려 있 다. 750여마리의 개와 100여마리의 고양이가 이곳에 산다. 가수 이효리, 하리수씨 등이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 는 등 애신동산은 방송과 신문에 여 러 번 소개되기도 했다.
보호 손길 기다리는 유기견들
24일 경기 포천시 신북면 갈월리 사 설 동물보호소 '애신동산'에서 보호 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1994년 이애신 원장 설립… 지난달 사기 혐의로 구속 850여마리 개와 고양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음 쥐·진드기·파리떼 우글… 희망쉼터, 죽음의 땅으로
"다른 개들이 물었어요."
봉사자들이 도착하자 애신동산 옆 민 박집에 살며 매일 동물을 돌보는 윤 모 할머니(64)는 "야생에 가까운 개 들이 좁은 장소에 모여 있다 보니 서 로 물어 죽이고 상처 입히는 일이 많 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윤 할머니는 이 원장이 사기 혐의로 법정구속된 지난달부터 애신동산에 살기 시작했다. 후원자와 봉사자들 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방치된 개·고 양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애신동산 가장 높은 곳, 좁은 평지에 는 인부와 윤 할머니가 일할 때 머무 는 작은 집이 있다. 그 옆에는 임시 수술실과 간이병동이 꾸며져 있다. 병동에는 다른 개에게 물려 왼쪽 앞 다리를 잃은 개가 진드기에게 시달리 고 있다. 윤 할머니는 "고등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가 냄새 때문에 입구에서 돌아간 적도 있고, 동물보 호단체들도 찾아오다 해결책이 보이 지 않아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 했다.
취재진이 접근하자, 여러 마리가 한 꺼번에 짖어대며 달려드는 등 방문객 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취재기자와 봉사자들은 방진복·장화 ·마스크·장갑을 착용했다. 진드기와 쥐 때문이다. 봉사자들은 이날 한 손 에는 파란 분말로 된 진드기 박멸제 를 들고, 다른 손에는 식빵을 들고 애 신동산 구조에 나섰다. 자신들의 영 역으로 사람이 들어오자 개들의 짖는 소리는 더 커졌다. 각 동에는 번호가 쓰여 있었고 1m가 조금 넘는 작은 문 들에는 모두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 다.
야생에 가까운 애신동산의 개들은 사 람을 두려워한다. 또 외부에서 들어 온 개는 철저하게 물어 죽인다. 굴을 파고 숨어 있는 개들도 많다. 사료통 안과 개들이 자는 곳 근처에는 죽은 쥐들이 많았다. 쥐들은 병균을 옮길 뿐 아니라 개들의 사료도 먹는다. 봉 사자 명지현씨(31)는 "처음에 800마 리 정도가 사는 애신동산에 한 달에 400만~500만원 정도의 사료비가 들 어간다고 해서 믿지 않았다"며 "와보 니 쥐들이 개 사료의 절반 정도를 먹 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은 새끼를 발견하면 따로 마 련한 컨테이너 박스에 머물게 하거나 봉사자들의 집으로 데려간다. 물을 갈아주는 일도 급했다. 봉사자들은 각 동마다 설치된 호수를 이용해 물 을 갈아줬다.
명씨는 "학대를 당하고 보신탕집에 팔려가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곳의 환 경은 너무 열악해 결국에는 사라져야 하는 시설"이라며 "하지만 그 전까지 고통받는 개들을 보호해줄 대책과 손 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