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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노래가 들리는 곳에는...

Yuri |2013.07.25 15:14
조회 2,319 |추천 24

그의 노래가 들리는 곳에는...

 

 

 

 

 신년(新年)이라 그런지 대학로 거리거리에는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몹시 지친 표정의 민중이 대학로의 티켓박스 근처를 머뭇거렸다. 몇몇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있었다. 그 대부분은 연인들이었다.

앞에서 서성이는 민중의 모습을 봤는지 총각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여자친구 기다리시나 봐요. KBC ‘개그콘테스트’ 아시죠? 거기 출연하는 신인개그맨들이 바로 여기서 공연 중에 있는데, 이 쿠폰 가지고 사시면 50% 할인해드립니다. 친구 분 오시기 전에 미리 사놓으시면, 사랑도 팍팍 커지고...”

“아, 저는 그게...”

“손님, 오늘 공연이 마지막이라 기회는 오늘밖에 없는데...”

“나중에 볼게요.”

 

총각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쪽으로 호객을 하러 가자, 민중은 티켓박스 옆을 바라보았다. 한 할머니가 김밥과 떡을 팔고 있었고, 그 옆에는 ‘뽑기’장사가 어린이에게 싸구려 설탕사탕을 쥐어주고 있었다.

민중은 한숨을 내쉬었다. 용역이긴 하지만 현재 맡고 있는 ‘구청 단속반’이란 직업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이 자신처럼 그리 넉넉하지 못한 처지의 사람들과 본의 아니게 티격태격 해야 하는 본인의 삶이 한심스러웠다.

 

‘직업은 속일 수 없다보네. 일부러 저런 노점상 분들을 쳐다보고 있다니.. 그래도 여긴 우리 구청관할은 아니니까...’

 

민중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하나 뽑아서 벤치에 걸터앉았다. 그때, 남루한 옷차림새의 어떤 사람 하나가 민중에게 다가왔다.

 

“혹시 음악 좋아하세요?”

“음악이라뇨?”

 

개그콘테스트총각처럼 이 사람도 호객꾼인 모양이었다. 민중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지금 콘서트나 연극구경 하려고 여기 나온 것이 아니에요.”

“알고 있어요.”

“네?”

 

민중이 그를 쳐다보니 그는 삭발한 머리에 나이를 가늠하기도 힘든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일반적인 호객꾼’과는 그 느낌이 달랐다. 그는 민중에게 CD를 하나 내밀었다. 표지디자인이 매우 촌스럽고 볼품없었다.

 

“이거, 좋은 노래가 담긴 건데, 받으세요.”

“아.. 전 이런 거 살 생각이 없는데요. 또 요즘 누가 CD를 들고 다니면서 듣는다고...”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노래가 될 거예요.”

“그렇게 노래를 좋아하지 않..”

 

삭발 남자는 그 CD를 민중의 손에 억지로 들려주었다.

 

“여자친구 드리세요.”

“여자친구 없는데...요.”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딱 5천원만 받을게요.”

 

기가 막혔지만, 그의 초라한 모습에 동병상련을 느낀 탓일까? 피차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호주머니를 뒤져 구겨진 천 원짜리 몇 장을 그가 있는 쪽으로 내밀었다.

 

“그럼 여기 4천원 드릴게요. 잔돈이 그거 밖... 어라, 이분 어디 갔지?”

 

분명 방금 전까지 바로 앞에 서 있던 그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CD만 덩그러니 남겨놓은 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민중은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 속에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민중은 그제야 그 CD의 표지를 보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테마? 타이틀은 좋군.’

 

민중은 그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가 주고 간 CD를 옆자리에 내려놓고, 커피를 마저 마시려고 잔을 들었는데, 커피가 식지 않은 그대로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입술에 대보니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내가 오늘 정신이 없나봐. 모든 게 이상해. 근데, 이 사람은 화장실 갔나? 날 뭘 믿고 물건만 주고는...’

 

바로 그때, 민중보다 두세 살 어려보이는 여자가 갑자기 민중의 곁에 다가오더니 옆에 있던 CD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깜짝 놀라더니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시디를 한동안 쳐다봤다. 그리고는 다시 반갑다는 표정으로 민중을 쳐다봤다. 한눈에 봐도 매우 예쁘장하고 세련된 여자였다. 민중의 이상형에 가깝다고 할까?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죄송한데, 저 그 시디 저한테 파실 수 있을까요?”

“네?”

“그 옆에 있는 시디요.”

“이거요?”

 

민중이 수줍은 표정으로 머뭇거리자, 여자는 아예 민중의 옆에 걸터앉아서 부탁을 했다.

 

“지금은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어서요. 이 앞을 지나다 우연히 봤거든요. 아저씨가 들고 계신 걸...”

“저, 아...저씨는 아닌데...”

“죄송해요. 그럼 오라버니? 그거 저한테 꼭 좀 파세요. 5만원 드릴게요.”

 

여자라고는 거의 만나본 적도 없는 순박한 민중인지라, 느닷없이 한눈에 쏙 드는 예쁘장한 여자가 나타나 부탁을 해오는데 거절한 재간이 없었다.

 

“그럼 좀 기다리세요.”

“기다려요?”

“이 시디 주인이 오면 직접 사세요. 아까 말씀하신 가격의 십분의 일, 5천원에...”

“그럼 이 시디의 주인이 아니세요?”

“누가 나한테 이걸 5천원에 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돈이 부족해서...”

 

민중은 4천원을 들고 있던 손을 내밀어보았다. 그러나 그쪽 손은 빈손이었다. 주머니를 뒤져봐도 천원짜리 한 장 만져지지 않았다. 민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정신이 없으려니... 그 사람이 돈을 가져갔나? 그러니까... 제가 산건 지, 안 산건 지 너무 헷갈리거든요. 구하기도 힘들다는데 그냥 막 함부로 할 수도 없고...”

 

여자가 잠시 고민이 빠지더니 뭔가 생각이 난 듯 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그럼 이렇게 해요. 저쪽에 레코드가게가 있는데, 제가 그 시디를 떠가면...”

“불법으로요?”

“흠 그렇지, 그럼 딱 하루만 빌려주세요. 부탁이에요!”

“이거 참..”

 

여자는 이미 거래가 끝났다는 표정으로 시디를 들고 일어섰다. 입고 있는 갈색 반코트가 그녀의 얼굴색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민중이 잠시 동안 그녀의 모습에 빠져있을 때...

 

“택배로 부쳐드릴까요? 아니면, 내일 이 자리에서 드릴까요? 오라버니...”

 

‘오라버니’라는 말까지 들으니, 민중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아직 시디 주인이 누군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자기도 모르게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근데.. 그 시디가 대체 뭐 길래?”

 

그녀는 CD 앞면과 뒷면을 번갈아 보고는 뜸을 들이더니 겨우 대답했다.

 

“아빠의 음반이에요. 음악을 가족보다 더 사랑하신... 아빠.”

“아빠요?”

“가족한테 너무 소홀했어요. 그래서 늘 싸웠거든요.”

“그러셨구나.”

“엄마도 그래서 집을 나간 거고요.”

“엄마가 집을 나가요? 그랬군요. 잘 말씀드려서.. 앞으로 다 같이 지내면 되잖아요?”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이 맺혔다. 민중은 자신이 말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 뜨끔한 마음에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녀의 입술이 바르르 떨리더니 움직였다.

 

“지금은 두 분 다 세상에 안 계세요. 그래서 간절히 부탁드린 거예요.”

 

민중은 당황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음반이.. 실은 아빠가 낸 1집이자, 마지막 음반이에요. 그거 딱 하나.”

“...!”

“그나마 살고 있던 다세대주택 전세금을 빼서, 500장을 찍었다고 했는데... 근데, 제가 처음 뵙는 분께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 죄송해서 어떡하죠?”

 

민중이 정색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저 얘기 듣는 거 좋아합니다.”

“저도 이런 얘기, 아무한테나 잘 안 하는데... 이상하게 편안하네요.”

 

그녀의 말에 민중은 씩 웃었다.

 

“그래서... 그날, 아빠랑 대판하고, 집을 나갔어요. 그날 아빠가 속이 상하셨는지 그 500장을 죄다 불태워버리고, 약주를 하셨나 봐요.”“...”

“제가.. 그때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그랬지만, 아빠가 첫 공연에 입으실 옷까지도 만들어놨었는데...”

“그 옷을 보고 좋아하셨죠. 그렇죠?”

“그날 돌아가셨어요. 사고로... 노래를 발표도 하지 못하시고... 평생 무명가수로 사시다가..”

“아, 그렇군요.”

“아빠 사망신고를 하러 갔는데.. 엄마도 사망신고가 되어 있더라고요. 진짜 원망스럽고..”

 

민중이 당황을 해서 아무 말도 못하는 동안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눈물자국이 있는 얼굴 그대로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픔을 감추려는 듯 밝게 말했다.

 

“그래서 그쪽이 그걸 가지고 계신 걸 보고 많이 놀랐어요. 아빠가 시디를 더 찍으셨나? 아니면, 다 태워버린 거가 아니셨나?”

“그랬군요.”

 

여자는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보더니 민중에게 얼굴을 돌렸다.

 

“혹시 시간 있으세요?”

“저야 뭐...”

“좀 춥긴 하지만, 캔맥주 한 잔 하실래요? 제가 살게요. 간만에 아빠얘기를 했더니.. 기분이. 그리고 그쪽이 저에겐 구세주와 같으셔서...”

 

 

***

 

음반CD 한 장 때문에 엉뚱하게 인연이 된 민중과 그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초현이었고, 민중보다는 딱 한 살 어렸다.

서른을 넘기도록 변변하게 여자 한 번 만나지 못했던 민중은 그렇게 그녀를 만난 것이 꿈만 같았다. 나이도 거의 같은지라 두 사람은 그 이후로도 친구처럼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만나 영화도 보고, 맥주도 한잔하는 등 친구처럼 지냈다. 사귀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민중은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소탈한 매력에 빠졌고, 어느새 그녀가 민중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민중은 처음부터 초현에게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 감추었다고 하기보다, 말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구청 공무원이면, 시험 봐서 되는 거죠? 그거 어려운 거 아니에요?”

“응? 아... 조... 조금 어려웠지.”

 

어두운 과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도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꽤 괜찮은 대학의 의상디자인학과를 나와 도매 쪽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그녀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혹시나 사실을 이야기하면, 그녀가 실망하고 금방이라도 자신을 떠날 것 같은 두려움도 앞섰다.

민중은 구청 ‘단속반’이었다. ‘단속반’이라고 해봐야 구청직원도 아닌, 지시에 따라다니는 일반 노무직...

 

시간은 점점 더 흘러갔고... 생각보다도 빠르게 둘의 사이는 가까워졌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더 지나자,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민중은 아직도 자신에 대해서 많은 것을 그녀에게 감추고 있었다.

 

“초현씨 매장도 한 번 놀러가야 하는데... 번번이 못 가네.”

“매장엔 거의 안 나가고, 제가 있는 곳은 작은 작업실이에요. 너무 지저분해서 오시라고 하기가... 참! 친구들한테 근사한 공무원 사귄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

“이제 알려야 할 단계인 거 같아서요.”

 

초현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민중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에 비해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이제 와서 직업에 대해 사실대로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게다가 무엇 하나 장만할 형편도 되지 않는 고아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기회가 되면 사실대로 털어놓지 뭐. 내가 도둑질을 하면서 사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할 기회를 자꾸만 놓치면서 하릴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민중은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옷을 갈아입고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구청 담당직원이 지시를 해 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일부터는 저쪽 시장 근처를 돌아야 하니까... 참! 그쪽 지리는 민중씨가 잘 알고 있나? 그럼 민중씨도 공익근무요원들하고 그쪽으로 같이 나가도록 해.”

 

민중은 구청으로 향하며 벌써부터 노점 상인들과 싸워야만 하는 일이 짜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일찍 출근하는 것만큼 퇴근도 일찍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니 저녁이 될 때 즈음에 초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불과 20분 정도의 버스길이었지만, 민중은 주머니에서 ‘9급 공무원 행정학개론’이란 문구가 적혀있는 작은 책자를 하나 꺼내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시장 주변이라 그런지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민중은 이마에 구슬처럼 배인 땀방울을 닦아냈다. 도로변을 꽉 막고 있는 노점상과 여기저기 널려있는 오물들, 게다가 빽빽이 쌓아놓은 각종 물건들은 한마디로 숨이 콱 막힐 정도였다. 때문에 차들도 정차되어 여기저기서 빵빵거리고 있었다.

민중은 인상을 찌푸리고 맨 앞에 있는 리어카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 있는 노점상의 사람들은 진짜 어려운 서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입에서는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장사하면 어떻게 합니까? 빨리 치우세요.”

“그럼 날보고 어디로 가서 장사를 하라는 거야?”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잔소리 말고 치우세요. 강제철거 들어가기 전에...”

“너무들 하는구먼!”

“아 글쎄 치우라니까요.”

“당신네들 윗대가리들은 온갖 더러운 돈이란 돈은 다 처먹으면서... 우리 같은 서민들, 먹고 좀 살자는 데 밥줄마저 끊어 놓으려는 거여?”

 

민중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노점 상인들과 싸움 아닌 싸움을 시작했다. 옷이 몇 군데 뜯어지기도 하고, 할머니에게 잡혀 목덜미에 손톱자국이 나기도 했다. 민중은 빨리 할당지역을 끝내고 초현을 만나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너무 미안하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그래, 초현이만 생각하고 일을 하자. 공부도 열심히 해서... 공무원 시험을 보는 거야. 그럼 당당하게 청혼도 할 수 있을 거고...’

 

민중이 그렇게 세 번째 지역을 돌 때쯤이었다. 비좁은 골목에서 노점상들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물건을 팔고 있었다. 이미 성질이 오를 만큼 오른 민중은 가장 앞에 있던 돗자리의 한쪽부분을 거칠게 잡아 올려 물건을 엉망으로 망가뜨리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두 번 말씀드려야 합니까? 이곳이 관광특구지역이라 이렇게 무허가로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 말입니다. 철거 들어가기 전에...”

 

생각보다도 세 번째 지역의 일은 다른 곳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한 시간 정도면 모두 끝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의 일만 끝나면 잠시 후에는 초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민중은 보다 박차를 가해 전보다 더욱 심한 말투와 행동으로 노점 상인들의 물건을 치우게 했다.

 

민중이 그렇게 한참동안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도중, 한쪽에서 공익근무요원과 장사꾼이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민중은 짜증스런 표정으로 그쪽으로 달려갔다.

 

“자꾸 이러면, 오늘 바로 철거반을...”

 

민중은 소리를 지르려다가 깜짝 놀라 멈추었다. 그곳에는 공익요원과 싸우느라 머리와 옷가지가 흐트러진 초현이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는 구겨지고 볼품없는 싸구려 옷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닐까, 민중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초현이가 분명했다.

 

‘너도 바보같이 날 속인 거였어? 아빠와의 과거를 솔직히 얘기해서 솔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둘은 한동안 같은 생각에 멍한 표정으로 그렇게 쳐다보았다.

잠시 후, 초현이 민중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민중의 옷을 붙잡고 쇳소리로 다짜고짜 따지기 시작했다.

 

“고작 하는 일이 이런 거였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망치는 거?”

“그... 그게..”

“너무해. 이럴 줄은 몰랐어. 공무원 좋아하네.”

 

그렇지 않아도 짜증스러웠던 민중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민중은 잠시 동안 말없이 서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한마디 뱉어버리고 말았다.

 

“매장? 작업실? 길바닥 싸구려 짝퉁 의상실 주인 박초현씨! 잔소리 말고, 빨리 치워주세요. 치우지 않으면 철거반을...”

 

초현은 민중의 따귀를 때리며 대답했다.

 

“당신한테 실망했어요.”

 

 

***

 

‘오해라고, 오해...’

 

민중은 속으로 그렇게 자위하고 있었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이었다. 벌써 며칠 째, 잠도 자지 못하며 술을 밤을 지새웠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사랑에 대한 믿음마저 사그리 사라지게 했다.

 

‘바보같이... 세상에 여자는 얼마든지 많은데...’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자꾸만 그녀가 눈에 아른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일이든 뭐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딱 일주일 째 되는 날, 민중은 그녀에게 사죄하기로 마음먹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라고 나오는 것이었다. 무료문자 주소록에도 보이지 않았다.

 

‘만나서 사과를 해야겠어. 안 받아주면, 무릎이라도 꿇고...’

 

막상 그녀를 만나려고 지하철역 앞까지 갔지만, 정작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있는 민중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많이 부족했구나.’

 

민중은 그녀와 마주쳤던 노점상 골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철거반들이 노점상을 죄다 철거를 해버린 이후라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골목은 깨끗해졌지만, 오히려 허전해진 느낌의 그 골목은 민중의 마음까지 을씨년스럽게 했다.

그곳에서 나온 민중은 둘이 같이 갔던 카페나 식당 같은 곳을 뛰어다녔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 잊자. 전화번호까지 바꿨다는 것은 영원히 헤어지고 싶다는 의미겠지. 과거에 연연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다들 날 그렇게 떠나갔잖아. 어렸을 때 내가 고아원이 버려졌던 것처럼...’

 

민중은 그날로 철거반을 그만두고, 전화번호도 없애버렸다. 그것은 순전히 그 ‘미련’이란 것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사장 잡부 일을 시작했다.

 

“어이, 김군... 그렇게 일하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 열심히 한다고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그녀와 헤어진 지 일 년이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소주잔을 기울일 때도 민중은 벽돌을 나르고 모래를 골랐다. 악착같이 일해 그때의 아쉬움을 잊으려고 하는 것처럼....

 

“매년 자네 같은 젊은이가 꼭 한 명씩 찾아오곤 하네. 무섭도록 악착같은...”

 

같은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씨 아저씨였다. 벌써 삼십 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민중의 옆에 앉으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자네, 뭔가 후회를 하고 있지?”

“그런 건 아니지만...”

“얼굴에 다 써 있다네. 사람들은 꼭 후회란 것을 하지. 그런데 웃기는 것이 그 후회 중에 반 이상이 말 한마디에 달린 거야. 그걸 풀 수 있는 좋은 말을 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그만두곤 하지.”

“....!”

“내 친한 친구 놈이 하나 있었는데... 밤에는 음악을 하고, 낮에는 이 일을 했어. 그 친구도 자네처럼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네. 알고 보니, 고민이 많았나봐. 딸하고도 사이가 나빠졌고... 결국에는 오해만 쌓인 채 사고로 저 세상을 갔어. 결국엔 후회만 남은거지.”

“....!!”

 

 

***

 

민중은 자기도 모르게 대학로의 그 벤치 앞으로 뛰어갔다. 역시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중은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녀가 여기 있을 리가 없지.’

 

민중이 허탈한 마음에 뒤돌아서려는데, 바로 앞에 초현의 얼굴이 보였다. 잘못 봤을까? 주변을 다시 두리번거리다가 그녀를 바라봤다. 초현이 맞았다.

그녀의 표정도 민중과 같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몇 분간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무언(無言)의 말이 민중의 심장을 때렸다. 민중도 그녀에게 무언으로 대답했다.

 

‘바보...’

‘그래, 나 바보야.’

‘오빠가 여기 나타날 줄 알았어요. 갈 곳도 별로 없는 바보니까...’

‘들켰네. ‘당신의 마음속’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그동안 손이 거칠어진 거 보니 안쓰럽네요.’

‘내 손보다 당신 마음이 더 상한 거 같아. 미안해.’

 

두 사람이 그렇게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개그콘테스트 총각이 나타났다. 총각은 민중과 초현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우와, 예전 그 형님 아니세요? 오늘은 진짜 엄청 초 울트라 슈퍼 왕 예쁜 애인을 모시고 오셨네. KBC ‘개그콘테스트’ 아시죠? 거기 출연하는 신인개그맨들의 공연이 아주 기쁘게도 ‘연장’ 공연을 결정했습니다. 이 쿠폰 가지고 사시면 50% 할인해드립니다. 공연 보시면, 두 분의 사랑도 팍팍 커지고...”

 

민중이 입을 열었다.

 

“볼까?”

“응.”

“보면... 웃을 수 있겠지?”

“글쎄...”

 

민중은 총각에게 쿠폰을 받고는 티켓박스에서 개그콘테스트 표를 두 장 사고는 초현과 함께 총각이 안내하는 공연장으로 갔다. 다시 만난 이후, 실제 대화로서는 단 한마디 화해를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예전처럼 손을 꼭 잡고 사람들의 줄을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긴 줄로 인해 인산인해인 바깥과는 달리 공연장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뭐지? 밖에 분명 줄이 길었는데...”

“그러게요. 지하2층 공연장이 또 있나?”

“내가 나가볼게.”

 

민중이 공연장 입구 문을 열려고 하는 동시에 공연장 내에 조명이 꺼졌다. 깜짝 놀란 초현이가 민중의 팔짱을 끼는데, 무대의 커튼이 스르르 열렸다.

그 안에는 누군가 기타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역광 때문에 그 사람의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그 사람 뒤에는 커다란 그랜드피아노가 있었고 그 피아노는 정면을 향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잠시 후,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공연장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하더니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세상이 붉게 물든 어느 날

[ 작디작은 손과 발을 볼 수 있었네.

[ 지구는 태양보다 작은데

[ 우린 태양보다 큰 것을 얻었네.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란 말,

[ 그걸 믿지 않았는데

[ 진실일 줄 정말 몰랐지.

[ 마법처럼 왔네.

[ 내 모든 것, 내 모든 세상.

[ 향기가 나요. 어여쁜 내 사랑...

 

마지막 기타소리가 멈추자 갑자기 초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입술의 살짝 움직였다.

 

“아... 빠?”

 

이윽고 무대의 역광이 사라지고, 조명이 켜지면서 그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민중이 깜짝 놀랐다.

 

“나한테 시디를 팔았던 분이잖아?”

 

그때 초현이가 갑자기 무대 쪽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무대 위에 서 있던 삭발머리의 남자가 마이크를 입에 대고 다급하게 말을 했다.

 

“초현아, 잠시 거기 있으렴. 이쪽으로 오면, 아빠가 말을 못할 거 같아. 옆에 씩씩하게 생긴 분, 좀 앉혀주실래요?”

 

역시나 어리둥절한 민중이었지만, 애써 초현을 붙잡고 근처에 있는 좌석에 앉혔다.

 

“아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빠가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멀리 떠나간 후,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너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어서 다시 찾아왔어. 오면 안 되는데.. 왔어. 미안하다. 널 또 힘들게 하겠구나.”

 

삭발머리의 초현의 아버지는 잠시 눈물을 닦았다. 초현도 울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실은 네 엄마는 시한부 병을 앓고 있었단다. 그런 시련은 왜 우리처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지...”

 

뭔가 대꾸를 하고픈 초현이었지만, 꾹 참고 있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앉아있었다.

 

“나쁜 병이 있다는 걸 너한테 꼭 알리고 싶었는데, 약값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네가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한다고 할까봐 엄마가 강력하게 반대를 했어. 그리고 네 앞에서 꾹 참고 있다가 병이 악화될 때 기도원으로 들어갔지.”

“그래서, 거기서 돌아가셨어요? 쓸쓸히?”

 

초현이가 차가운 말투로 대꾸를 하자, 그랜드피아노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연주자가 일어났다.

 

“그건 내가 얘기할게.”

 

초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엄마?”

“그래, 엄마야, 이 엄마가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해. 엄마가 반대했어. 엄마가 몹쓸 병에 걸린 것도.. 엄마가 멀리 떠난 것도.. 유언으로 죄다 말하지 말라고 했어. 네가 행복해지는 그 날까지 꼭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

“왜, 왜 그랬어요!”

“우리 딸.. 귀한 내 딸 눈물 흘리는 모습 보기 싫었으니까... 그냥 엄마가 철없어서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면 많이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내 딸이.. 내 가슴으로 낳은 딸이.. 우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았어.”

 

초현이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두 분 모두 말도 않고... 내가 원망했잖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미안해. 내 딸.. 그런데, 네 아빠는 원망하지 마렴. 엄마 치료비 모으려고 낮에는 일용직으로 일하시고, 밤에는 음악을...”

“노래가 밥 먹여줘요? 왜! 왜! 왜!”

 

초현이 울부짖자, 초현의 아버지가 대신 대답했다.

 

“엄마가... 엄마가 좋아했거든.. 못난 남편인데.. 그래도 내 노래를 들으면 웃었거든... 단지 그 이유였단다.”

 

엄마가 대답했다.

 

“온 몸이 끊어지는 고통... 네 아빠 노래를 들으면 괜찮아졌어. 그리고 그 첫 번째 음반, 500장 태운 거.. 아빠가 너랑 싸워서 태운 것이 아니란다. 엄마가 49제 되는 날 태웠던 거야. 그 날 심하게 취해서 아빠도 내 곁으로 온 거고...”

“그랬던 거예요?”

 

초현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가 없으니, 필요가 없는 음반이었거든... 이 아빠가 노래를 부른 것도 오직 네 엄마 때문이었어. 단 한 사람.”

“그래도 너무하잖아! 왜 아무 말, 안 했어요?”

 

초현의 엄마가 아빠의 팔에 팔짱을 두르며 대답했다.

 

“아까 말했잖아. 유언으로 네가 행복해지는 그 날까지 꼭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아빠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준 거야. 그리고.. 오늘 너에게 이야기하는 것이고..”

“오늘?”

“그래, 네가 행복해진 그 날이.. 바로 오늘이잖니. 네 옆을 보렴.”

 

초현이 옆을 쳐다보자 잔뜩 경직되어 있는 민중의 얼굴이 보였다. 그때, 초현의 아빠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럼! 누가 뽑았는데... 여보, 내 눈썰미 잘 알잖아.”

 

초현의 아빠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민중을 바라보며 계속 이야기했다.

 

“내 딸 옆에 있는 분... 이젠, 자네라고 불러도 되겠지? 자네가.. 이 세상에 올 때까지 우리 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예쁜... 내 딸.. 잘 책임져줄 수 있나?”

“아.. 네에.”

“그리고.. 자네. 자네 부모 말인데...내가 알아보니..”

 

초현의 엄마가 말을 끊었다.

 

“여보, 그 이야기는 할 필요가...”

“아냐, 오해는 풀어야지. 자네를 버린 것이 아니라, 자네만이라도 배불리 먹고 살게 하려고 고아원에 맡겼던 걸세. 더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지만, 이 세상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네. 그러니, 부모에 대한 원망은 하지 말게나.” 

 

민중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금은 잘 계시나요?”

“그렇다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디선가 빛줄기가 타고 들어오더니 무대 위에서 회오리바람처럼 빙빙 돌았다. 그리고 그 빛이 초현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초현의 엄마가 손을 흔들었다.

 

“갈 시간이 되었나보구나. 아빠와 엄마는 네가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고마웠어. 행복하게 살다가 먼 훗날에 보자꾸나. 엄마아빠가 기다릴게.”

 

빛줄기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초현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습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 초현이가 그쪽으로 뛰어갔다.

 

“잠깐! 가지 마요. 아빠, 엄마.. 내가 미안해요!”

 

뭔가 번쩍하더니,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민중과 초현이 주변을 둘러보자 좌석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금방까지 초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 있던 무대 위에는 우스꽝스런 분장을 한 개그맨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민중과 초현은 그들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공연을 하던 개그맨 한 명이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어라? 거기 여성분, 우리 공연하는데... 같이 하시려는 겁니까? 왜 갑자기 고함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겨우 정신을 차린 민중과 초현은 방해를 해서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가는 도중, 민중은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심하게 구겨진 천 원짜리 4장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민중이 초현의 부탁을 받고 간 곳은 소규모 패션쇼장이었다. 벽보를 보니 대여섯 명의 디자이너 명단 중에 ‘박초현’이라는 이름도 보였다. 민중이 잠시 기다리자 초현이 웃으며 뛰어나왔다. 그리고는 민중의 손을 잡았다.

 

“진짜 디자이너였네. 나만 거짓말을...”

 

민중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젠 괜찮아요. 앞으로 솔직하면 되죠, 뭐.”

“그때 그 노점 리어카는?”

“우리가 옷을 만들다보면, 원치 않게 버려야 할 것들이 생겨요. 그걸 입을 수 있게 가공해서 어려운 분들께 지원해드리곤 했는데, 마침 그곳에 오빠가 찾아온 거예요.”

“그랬구나.”

“그리고 오빠 부탁이 있어요.”

“부탁?”

“오늘 모델 좀 해주세요. 오늘은 아주 중요한 패션쇼를 하는 날이에요.”

 

민중이 따라 들어가자, 초현 파트에는 도저히 입을 수 없을 거 같은 튀게 생긴 옷들이 걸려있었다.

 

“입어보세요.”

“이걸.. 나한테, 입으라고?”

“오빠가 적격이에요.”

“하..”

“오늘.. 전.. 홍대 언더가수들 옷을 디자인했거든요. 그분들께 지원해드리려고요.”

“언더그라운드?”

“아빠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그분들도 아빠처럼 노래를 부르잖아요. 그래서 제작해봤어요.”

“...?”

“그분들은 누군가가 행복해지길 원하고... 또 누군가가 아프지 않길 바라고... 또 누군가가 변화하길 바라면서 노래를 부르잖아요.”

“그런가?”

“그래요. 노래는 그런 거잖아요. 그런 게 없으면 노래가 아니고요.”

“흠,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래서 오빠가 제 모델에 적격이에요. 그런 느낌이 나요. 오빠를 보고 있으면...”

“오빠는 노래를 못하는데..”

“알아요. 그런데 오빠 마음속 노래는 늘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데요?”

“...!”

“앞으로도 쭉 불러주실 수 있죠? 오빠의 그 노래... 아빠가 엄마를 위해서 불러주셨을 때처럼...”

 

 

- THE END -

 

 

 

(제가 쓴 저작물이므로 도용, 불펌 및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안 됩니다.)

 

 

 

 

 

간만에 한 편 올리고 갑니다.

바쁜 일이 좀 있어서 글 쓸 시간도 별로 없네요.

 

'세상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을 때...'  란 글의 댓글을 읽어보니

혹시 퍼온 글 아니냐는 분 계셨는데... ^^;

제가 원작자가 맞고요.

당시 그 잡지에 올렸던 글을 요즘에 맞게 각색해서 올린 겁니다.

 

그리고....

'파우스트의 진실'편 에...

해피엔딩은 없나요?라는 댓글이 있더군요.

그래서 특별히 이번엔 해피엔딩으로 써 봤습니다.

참고로 본 '그의 음악이 들리는 곳에는..'이라는 글은 오늘 써서 여기 처음 올리는 글입니다.

 

날씨 좋네요.

막걸리가 땡깁니다. ^^

 

 

 

 

 

1화: 말하는 거울

2화: 포스터를 그리면서

3화: 하얀 원피스

4화: 딸을 위한 선물 (19)

5화: 천재 작가 (19)

6화: 소름끼치는 목소리

7화: 뫼비우스의 운명

8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을 때...

9화: 최고의 상품

10화: 과거로 돌아간 남자 (운명의 새해)

11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上

12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下

13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14화: 내 잘못이 아니야

15화: 파우스트의 진실

16화: 그의 노래가 들리는 곳에는...

17화: 상류층의 놀이거리

18화: 피 흘리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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