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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버릇 나쁜 남편의 버릇 고치기

|2013.08.09 04:59
조회 81,603 |추천 184

결혼한지 10년 조금 넘은 삼십대 여자입니다. 결혼 후에야 알게 된 남편의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쁜 습관 모두가 남편의 입에서 벌어지는 것이네요.


1. 자기가 말해놓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안 했다고 우긴다.
2. 말싸움에 불리해지면 인신 공격을 시작한다.
3. 조금만 화가 나면 욕을 한다.

 

자라온 환경의 다름으로 인한 잔잔한 행동이나 사고방식 차이는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다 싶은데, 심해지면 결혼 생활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데다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은 습관이라 제가 큰 마음 먹고 고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100% 이 습관들이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고, 거의 안 하거나 예전만큼 자주 하지는 않는다 입니다.

 

1번의 경우는 예를 들면 ‘일요일 저녁에 청소할게’ 해놓고 막상 그 날이 되어 바쁘면 "내가 언제 그랬냐"고 우기는 식입니다. 사람이 바쁘다 보면, 생각지 않은 일로 인해 약속한 일을 못할 수도 있지요. 그러면 "갑자기 바빠서 못하게 되었네, 미안" 이렇게 하면 얼마나 이쁩니까? 그런데 이 사람은 무조건 그런 말 한 적 없다, 로 발 뺍니다. 왜 약속 안 지키냐고 아내가 빠락 빠락 소리 지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 걸로 제가 따지고 남편은 우기다 보니 싸움이 커지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부부간의 중요 대화를 이멜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 집에 사는 부부끼리 이멜로 대화한다는 게 웃기죠. 일상적인 대화는 마주보며 잘 하다가 꼭 기억할 일이 있거나, 남편이 아니라고 또 우기면 곤란해질 만한 내용은 멜로 주고 받는 것이죠. 다행인 것이 남편이나 저 모두, 업무나 개인적인 일로 컴퓨터를 달고 삽니다. 그리고 기억력이 안 좋나^^, 평상시 메모를 자주하는데 누가 구두로 뭘 알려주면 곧바로 온오프라인으로 기록을 하니 이멜로 연락하는 것이 차라리 편하더라고요.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이번 주 토요일에 xxx 만나러 가자.” 이러면 저는 “나 지금 바빠서 그러니 멜로 보내주세요.”라고 합니다. 멜로 받으면 지금 당장 메모를 못하더라도 나중에 열어보고 내 다이어리에 기록한다는 뜻도 되지만, 앞서 말한 1번의 나쁜 습관이 또 발동할 기회를 아예 뿌리 뽑겠다는 의지도 숨어 있지요.

 

2번의 시작은 결혼 전, 남편이 제 친정 집안 어른과 사돈이 되는 사람을, 우연히 다른 모임에서 알게 된 것이 계기입니다. 그 때는 아무 말 없다가 결혼 후 우리 부부의 말싸움 중에 그 때 얘기를 뜬금 없이 꺼내더군요. 남편의 잘잘못을 따지는 아내의 잔소리가 피곤했다는 이유로 저 보고 “그래 그 때 XXX가 그러더라. 당신 집안 여자들 다 그렇게 드세냐”고. 참 황당하죠. 그 사실을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저와 결혼은 왜 했으며, 지금 싸움의 원인과 우리 집안 여자 드센 것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들끼리 우스개로 나눈 사적인 대화를, 당사자를 직접 거론하면서, 아내에게 까대는 졸렬한 모습을 보이니 웃기죠.

 

그리고 또 다른 인신 공격은, 제가 어릴 적부터 아빠의 폭력을 직접 경험도 하고 엄마가 맞는 모습을 자주 보고 자랐습니다. 그런 걸 연애 시절부터 솔직히 말했고 남편도 위로했죠. 그렇게 어른스럽던 남편이 어느 날인가부터 자기 화를 주체 못해 폭력의 욕구까지 느껴졌는지 한 번은 “장모님이 맞았던 이유를 알겠다.”까지 하더군요.

 

울 아빠 남 앞에서는 한 없이 말도 못하고 죽어지내고 자신감도 없던 분이 엄마에게 폭력으로 화풀이 다 했습니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이던 제가 아빠에게 대들고 훈계까지 했겠습니까? 그런 아빠의 폭력을 남편이 빗대며 저에게 때릴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거죠.

 

물론 진짜로 큰 폭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서 물리적 피해는 없었지만, 저는 정신적으로 너무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툭하면 제 집안 환경이 안 좋다는 말로 인신 공격을 일삼았습니다. 남편 집안이 좋기라도 하면 억울할 일도 없지요. 그래서 저도 똑같이 대해줬습니다. 남편 친척분 중에 불미스럽게 돌아가신 분도 있고 집안 형제끼리 싸워서 원수같이 지내기도 합니다. 사기로 돈 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거 일일이 차례대로 나열하며 당신 집안은 참 좋아서 그런 말 하냐, 라고 해줬지요.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집안 들먹이는 소리 싹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다행히 애가 크기 전이었습니다.

 

3번이 가장 피해가 컸던 습관인 것 같습니다. 남편이 착하게 생기고 고학력자라 아무도 욕한다 하면 안 믿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금만 화가 나면 욕이 나옵니다. 뭐 시정잡배나 할 욕까지는 아니지만, 또라이, 미친년, 신발 정도입니다. 들으면 기분 나쁘고 옆에서 같이 들어야 할 애에게도 못할 짓이죠. 욕하는 아이들, 100% 부모에게서 영향 받았죠. 하다 못해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욕이 나오면 부부 싸움이 본격적으로 번지니 별거 아닌 일로 싸움이 커집니다.

 

신혼 초에는 저도 위의 2번 습관 고칠 때처럼 똑같이 맞받아 쳤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지금껏 못다한 욕이란 욕은 따라 다했고 어떨 땐 싸움이 너무 심해져 남편이 손찌검까지 하면 저도 맞대응 한다고 의자를 집어 던지거나 남편 목을 손톱으로 할퀴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맞대응하니 충격 받은 남편 때문에 싸움이 일단락되긴 했는데 애가 생기고부터 이렇게 싸우려 하니 아이에게 죽을 만큼 미안해서 안되겠더군요. 남편은 오히려 저의 그런 모성애를 악 이용했어요. 애가 들을까 봐 제가 심한 말을 못한다는 점을 아는 남편이 오히려 자신이 잘못한 일로도 큰 소리 치며 욕까지 곁들여 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서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입막음을 위해 참았습니다. 그렇다고 욕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조금만 논쟁이 길어지면 또 욕 나왔습니다.

 

이건 정말 크게 고민했습니다. 몇 차례나 욕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사정까지 했는데, 매번 그러마 해놓고 또 화가 나면 일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결론 내린 것이 남편의 약점을 찾아서 이 욕과 맞교환하는 것이죠. 남편이 친구가 많거든요. 저는 붙임성이 좋아, 요리는 못하더라도 처음 뵙는 남편 친구, 동료 그 아내들까지 저희 집에 와서 재미있어 해요. 그리고 남의 집, 모임 어디서나 누구나 잘 어울리고요. 그러니 이런 기회를 없애면 남편이 재미도 없고, 친구들도 의아해 하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또 욕을 하면 자식과 나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전까지 절대 친구 초대도 안하고 모임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처음엔 “그래 너 데리고 가지도 않고 집에도 손님 안 데려 올 것이며, 나 혼자만 모임 재미있게 다닐 거다”하더군요. 그래 말은 잘했는데 당장, 이사오신 아는 분이 꼭 가족 데리고 놀러 오라 하지, 지방에 혼자 파견 나온 후배를 집에 데려와 밥 먹여야 하지, 부부 동반 모임도 있지.. 친구 좋아하는 남편과 사귈 때부터 같이 다니느라 남편 친구들도 잘 아는데 이런 사람이 하루 아침에 그런 모임에 아내를 못 데리고 가고 집에 초대할 수 없게 되니 곤란해지겠죠.

 

그래서 처음에는 “지난 번에 사과했잖아”라고 얼버무리며 모임에 나가는 것으로 자기 혼자 약속 잡더군요. ㅎㅎ 이제 울 아들이 아빠가 한 말 다 기억합니다. “아빠 사과 안 했는데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잘못을 실토하고 굴욕적이지만 사과했습니다. 그 후에도 두어 차례 반복되긴 했는데 이제는 조금 열 받는다 하면 그냥 집 밖으로 나가서 담배 피고 들어오면 끝입니다. 당연히 싸움 줄어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대화가 약간의 언쟁으로 이어질 무렵 욕이 나와서 싸움이 될 뻔한 일이 이제는 서로 심하다 싶으면 알아서 자제하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184
반대수15
베플|2013.08.10 11:16
근데 해결책들이 다 임시적인 방편일듯 싶어요 둘다 언젠가 폭발할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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