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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절 챙피해 하십니다

돌고래 |2008.08.22 11:03
조회 840 |추천 0

 

 

전 87년생 22살의 여자입니다.

수능보고 3차 지망 모두 하향 지원했는데도 대학교에 떨어진.. 제 생각으로는 운이 참 없는 진로를 걸어왔고.. 도피 반 희망 반 학점은행제도가 있는 학교로 가서 1년 반을 공부하다가 집안 사정과 막막한 편입 시험 준비 때문에 현재는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빠는 올해 55세, 적지 않은 나이로 가장이란 이름 때문에 동네 마트에서 배달일을 하고 계십니다. 매우 고지식하고 엄한 성격이시구요. 작은 사업을 하시다가 IMF 때 정리하시고 근 8년간을 집에서 증권만 보고 계시다가 엄마의 간곡한 부탁으로 족발 배달일 부터 시작하게 되셨습니다.

 

 

저희 집은 빽도, 돈도 없습니다. 친가 쪽도 그리 부유한 편은 아니라서 아빠는 중졸 후 혼자 검정고시를 통해 고졸 자격만 얻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공부에 대한 욕심이라던가 미련이 많으신 것 같다고 엄마가 그러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고3때부터 아빠는 절 닥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느끼기엔요.) 새해부터 고3이다, 수능이 코 앞이다 하시더니 계속 반년 남았다, 3개월 남았다 옆에서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생활하기에 바쁘시다고는 해도.. 아빠가 손수 문제집 한 권 사주시긴 커녕 학원도 다녀본 적 없고, 학교 공납금도 내 주신적 없습니다.. 과외는 생각도 안 했구요.. 다 엄마가 남의집 다니면서 일한 돈이나 주변에서 빌린 돈으로 문제집을 사고 공납금 내주시고 했었죠..

내신은 잘 안나와도 모의고사는 제법 점수가 나오는 편이어서 3학년 학생수가 총 800명 정도 되는 학교 다니면서 50등 안에 들기도 했었습니다.. 이게 뭐 자랑이냐 하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전 그때 굉장히 기뻤는데.. 칭찬받지 못했습니다. 그 때 뿐만이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칭찬 받은 적은 열 손가락도 아닌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입니다..

 

그러면서 넌 서울안에 있는-소위 제법 이름있는 대학-학교 아니면 안 보낼 거다, 전문대는 꿈도 꾸지마라.. 이런식으로 매번 아빠가 제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서류상 고졸이 되었구요.. 제가 더 노력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전문대라도 넣었으면, 아니면 서울 이외에 좋은 대학에라도 원서 넣었으면 지금과 상황이 좀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전문대는 꿈도 꾸지말라고 한 건 아빠잖아 라고 반박하고 싶어도 전 지금도 아빠는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말대꾸 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셋째 아들이십니다. 첫째 큰 아버지의 딸, 그러니까 저희 사촌언니는 큰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요양중이신 상태에서도 혼자 독서실만 다니면서 성신여대에 수시 합격해서 말 그대로 집안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사촌 오빠도 지방이지만 대학을 다니고 있고, 둘째 큰 아버지의 외동아들인 사촌오빠도 재수해서 대학 다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인 저.. 다른 친척들은 다 대학가서 캠퍼스에서 친구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면서 공부하고 있을때에, 너는 왜 집구석에서 그 모양으로 있냐, 챙피하지도 않냐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냐, 재산 물려줄 거 하나도 없는데 대학이라도 다녀야 니가 하고싶은 일 하는거 아니냐 하시면서 아빠는 술 마실때마다 저런 얘길 하십니다.. 제사나 차례도 저희집에서 지내는데, 저는 그때마다 제사음식 차례음식 차리는 것만 도와드리고 집에서 나가있습니다.. 전 숨기고 싶지 않았는데 아빠는 친척분들에게 다 제가 S여대 국문과에 입학해서 다니다가 휴학중이라고 거짓말을 하셨더라구요.. 그러시면서 니가 대학 못 간게 챙피해서 거짓말했다고.. 니가 더 잘했으면 이런 말 안해도 되는거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딸이 못되더라도 부끄러운 딸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학교 다닐때 용돈이 없어도 투정한 적 없고 수능 끝난 그 다음주부터 줄곧 아르바이트를 해서 핸드폰비, 용돈, 차비 다 제가 벌어서 썼습니다. 혹시나 방학중에 회사같은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 등록금조로는 턱없이 부족한 걸 알기에 생필품을 사는데 쓰거나 동생 문제집비는 제가 다 전담했습니다..그런데 대학을 못갔다는 이유로 비난의 시선을 받는 챙피한 딸이 되다니요.. 이게 맞는겁니까..?

 

저희 아빠 많이 늙으시고 전같지 않으셔서 출근하실때나 퇴근하실때나 안 쓰럽고 속상합니다. 맛있는거 하나라도 더 사드리고 싶어서 월급날에는 아빠가 좋아하는 술안주도 사가곤 합니다. 그런데 아빠는.. 제가 편의점이나 PC방에서 힘들게 알바한 걸 쓸데없는 짓으로 여기시고.. 지금 다니는 회사도 이름잇는 회사도 아닌데 뭐하러 다니냐면서 탐탁치 않게 생각하십니다..

 

그리고 제가 늘씬하고 키가 큰 편이 아닙니다.. 까놓고 말해서 키도 작고 좀 뚱뚱한 편입니다.. 저희 아빠가 저녁때 술한잔 하시면서 제가 앞에 잇으면 늘 그러십니다.. 대학 안 갈거면 살이라도 빼던가.. 너같은 여자를 어느 회사에서 써주겠냐.. 아르바이트도 너같은 애는 안 뽑는다.. 하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하십니다..

 

 

저 진짜 속상하고 억울합니다.. 대학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딸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겁니까? 몸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딸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겁니까? 다른 집안도 그렇습니까?

 

저희 엄마가 듣다못해 그만하라고.. 했던 말 왜 자꾸 또 하냐고 옆에서 한 마디 하시면 내가 뭐 틀린 말 해서 그러는 거냐고, 어디가 틀린말이냐고 큰소리 치시죠.. 변변치 못한 딸 때문에 면박받으시는 엄마께는 죄송하고.. 아빠께도 죄송하긴 하지만 화나고 속상한 마음이 더 큽니다..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월급 나오면 청약부금, 펀드, 곗돈에 투자하고 다음달부터는 헬스장에도 등록해서 운동할 계획입니다. 전산회계 공부해서 자격증 따 놓고 돈이 어느정도 모이면 다시 학교에 나가 학점은행제에 모인 학점으로 졸업증이라도 받을 생각입니다.

 

열심히 살고있고 그렇게 살거라는 계획은 다 짰는데.. 아빠가 무서워서.. 뭘 해도 전 탈락자로 보이는 아빠가 야속해서.. 차마 당당하게 말할수가 없습니다..

 

아빠랑 진짜 잘 지내고 싶은데.. 저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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