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춤, 사진이 빚어낸 발랄한 유머 – 조던 매터 사진전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미술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 하나! 눈빛 반짝거리며 의욕 충만하게 작품 앞에 머무는
관람객 한명과 지루함을 눌러가며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또 한명(남성이나 아이인 경우가 많죠)의
안타까운 동행…. 공감하시나요?
미술관은 분명 대중적인 문화 공간은 아닙니다.
안국역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사비나미술관. 아담한 규모이니 미술관 초보자라도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벽에 걸린 정적인 작품들은 따분할 수 있고, 혹 추상적인 작품이 이어지면 ‘탈출 욕망’까지 샘솟게 되지요.
하지만 미술관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에게도 과감히, 주저 없이,
기분 좋게 권할 만한 전시가 있어 소개합니다.
사진작가 조던 매터(Jordan Matter, 1966~)의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사진전인데요.
작품을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고, 어느 순간 ‘풋’하는 웃음이 터지는 전시, 정말 이런 전시가 없습니다.
유쾌한 사진가, 조던 매터를 만나다
일단 오늘의 주인공, 사진작가 조던 매터부터 만나보실까요.
그는 이번 사진전의 테마인 무용수와의 콜래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지난해 사진집 ‘Dance Among Us’
(2012)를 발간,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고, 전 세계 사진계와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거장’이라기보다는 ‘라이징’ 작가로 볼 수 있는데요.
그의 무기는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데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무용수들의 몸짓을 접목하여 감동과 유머,
미학적 성취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것이지요.
특히 그와 무용수들과의 작업 모습을 담은 메이킹 영상을 보면 그는 까칠한 예술가가 아니라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 에너지를 발휘하는 친구 같은 모습입니다.
야구선수와 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그리 놀랍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여기에 조부가 사진작가인 허버트 매터, 아버지가 영화감독 알렉스 매터이니
예술적 감각을 타고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NO 와이어, NO 보정, 인간의 순수한 도약
작가는 역시 사진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요.
이번 전시는 앞서 말했듯 발레단과 댄스 시어터 소속의 세계적인 무용수들과의 협업으로 진행됐습니다.
늘 땅을 밟으며 지상에 묶여있는 인간이 아니라 중력에서 해방된 인간의 자유로운 몸짓을
순간 포착해낸 것이 핵심 테마인데요.
중요한 것은 트램펄린이나 와이어의 도움 없이 순수한 인간의 도약을,
어떠한 보정도 없이 담아낸다는 것이지요. 왜 세계적인 무용수와 함께해야만 했는지 아시겠죠.
Under the Boardwalk. 댄서 : Jill Wilson, Jacob Jonas / 캘리포니아 주, 산타 모니카. 사진제공 : 사비나미술관.
때문에 ‘역시 무용수구나!’라고 감탄을 자아내는 사진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일반인이라면 가히 상상도 못할 유연한 꺾임과 짜릿한 도약이 돋보이기 때문이지요.
또 하나의 포인트는 그 와중에도 다들 시치미를 뚝 떼고, 일상에 맞는 표정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얼굴의 찡그림과 주름, 근육의 꿈틀거림을 순수하게 살린 1000분 1초를 포착해내기 위해
무용수들은 뛰고 또 뀌고, 조던 매터는 바닥에 누워 연신 셔터를 눌렀을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집니다.
Light as a Cloud. 댄서 : Jason Macdonald / 뉴욕 주, 뉴욕. 사진제공 : 사비나미술관.
일상이 선사하는 반전의 유머
무용수들의 몸짓이 이토록 강력하게 다가오는 건, 역설적이게도 무대 위가 아니라 지하철역, 극장,
도서관, 광장 등의 일상 안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모차를 도약대 삼아 뛰어오르는 엄마, 수술대 위에서 천사처럼 나는 의사,
횡단보도를 날아가듯 건너는 행인, 공연이 끝난 후 대수건와 함께 뛰어오른 청소부 등
우리의 삶과 춤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발랄한 아이디어로 포착해내고 있지요.
일상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초현실적으로 보이면서도 또 유머를 품습니다.
Stroller Boogie. 댄서 : Karin Wentz, Madeleine / 뉴욕 주, 뉴욕. 사진제공 : 사비나미술관.
이는 분명 조던 매터의 감각에 점수를 주어야 할 부분인데요.
현장의 예측불허 변수에 맞춰 새로운 스토리를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그의 감각은 정말 뛰어납니다.
Double Take. 댄서 : Angela Dice, Demetrius McClendon / 일리노이 주, 시카고. 사진제공 : 사비나미술관.
어떻게 그를 이렇게 잘 아냐고요? 전시가 열리는 사비나미술관에는 지하1층부터 2층까지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는데 각 층마다 각기 다른 메이킹 영상이 상영되고 있답니다.
이 놀라운 한 컷을 담아내기까지의 과정이 사진만큼이나 흥미로우니 북적이더라도
꼭 놓치지 말길 바랍니다.
She Said Yes. 댄서 : Ricky Ruiz, Carrie Nicastro / 일리노이 주, 시카고. 사진제공 : 사비나미술관.
제목과 해설, 놓치지 마세요
조던 매터의 센스를 볼 수 있는 또 하나는 사진의 제목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영문과 한글제목이 나란히 있고, 몇몇 작품에는 작품이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스토리까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어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제목 맞추기 게임을 하기에 최적의 전시가 아닐까 싶네요.
사비나 미술관에서는 스마트한 작품해설도 만날 수 있습니다 C-:
그냥 봐도 딱히 어렵진 않지만 사진 속 뒷이야기를 좀 더 속속들이 만나보고 싶다면
평일 11시, 3시, 주말 11시, 2시, 4시에 진행되는 도슨트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하지만 시간을 못 맞췄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마트한 시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소지자라면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을 통해
직접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답니다.
스마트폰 환경설정에서 NFC를 활성화시킨 다음 전시장 곳곳의 태그에 갖다 대기만 하면 끝!
정말 편리한 기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이 운동이 된다면’도 기대해볼까?
이번 전시는 ‘춤’이 주제이지만 지하 1층 전시장에서는 그가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Athletes Among Us’
시리즈 10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조던 매터가 2013년 새롭게 시작한 작업으로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운동선수 특유의 집념과 파이팅이 일상과 어우러진 모습 역시 재기발랄하고 신선합니다.
Waiting for Green. 선수:Jackie Carlson / 뉴욕 주, 뉴욕. 사진제공 : 사비나미술관.
사실 그의 사진 촬영 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위예술 같기도 합니다.
또 그의 사진은 아이디어와 유머가 먼저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그의 사진에서 무용수들의 몸짓을 지운다 해도 그 차체로 충분히 멋진 사진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나 쇼로 승부하는 작가가 아니라 미학적 깊이에 순발력까지 있는 작가인 것이지요.
그리고 ‘순간포착’이라는 사진 본연의 장기를 역동적이고 유쾌하게 살린 사진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참 익숙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사진은 스마트폰 액정이나 컴퓨터 모니터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지요.
사비나미술관에 들어서면 가로 2미터, 세로 1.5m에 이르는 대형 사진이 전신을 에워쌉니다.
너무 흔해서 잊고 있었던 사진의 감동이 자연스럽게 깨어납니다.
누구와 함께 가도 유쾌하게 둘러볼 수 있는 전시, 꼭 한번 찾아보세요.
Tip. 야매 사진작가의 조던 매터 따라잡기
광활한 풍경이나 여행지의 랜드마크 앞에서 한번쯤 도전해보는 점프 샷.
무용수의 도약을 따를 순 없지만 조금만 더 신경쓰면 한결 멋진 점프 샷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1. 사진 찍는 사람은 최대한 자세를 낮춰라.
조던 매터의 메이킹 영상을 보면 그는 언제나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아래서 올려 찍는 건 점프 샷의 기본 중 기본이죠.
2. 높이뛰기보다는 다리를 접어라.
최악의 점프 샷은 높이뛰긴 했지만 1자로 꼿꼿이 서있는 느낌만 나는(다리는 짧아 보이죠)
사진입니다.
농구 슛을 쏘듯 제자리에서 뛰면 No~ No~. 낮게 뛰더라도 무릎을 뒤로 충분히 접어주는 게
사진 효과는 크답니다.
3. 사지를 사방으로 펼쳐라.
팔 다리를 갈 지(之)자로 쭉쭉 뻗어주어야 역동성이 살아납니다.
슈퍼맨 포즈, 달리기 포즈, 요가 수행 포즈가 베스트 포즈로 꼽히지요.
4. 운동부족인 당신, 3번 이상 뛰면 헉헉거리죠. 연속 촬영 모드는 이럴 때 쓰는 것입니다.
5. 수동조작이 가능하다면 셔터 스피드를 1/250초 이상으로 설정해주세요.
그래야 움직이는 상이 또렷하게 잡힌답니다.
그럼 이번 휴가 때 작품 하나씩 기대해보겠습니다! C-:
원문:: http://www.insightofgscaltex.com/?p=57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