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반말체입니다.
이해해주세요.![]()
아주 먼 옛날
2001년도 일이다.
난 주유소 알바를 가기위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엔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쥐죽은 듯 조용했다.
모두들 더운 날씨탓에 지쳐서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근데 그 조용한 분위기는 다음 역에서 깨졌다.
떡대 좋은 4명의 살벌한 고등학생들이 요란하게 떠들며 탔기 때문이었다.
한 눈에 딱 봐도 그들은 사회에 불만이 많아보였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무지막지하게 떠들어댔다.
역시 10대였다!!
엄청난 사운드로 대화를 나눴다.
그 바람에 지쳐 졸던 사람들이 거의 다 눈을 떴다.
어르신들은 서서히 인상을 찌푸렸다...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러웠다!
아무도 말 한마디 안하는데, 떠드는건 오직 그 4명 뿐이었다.
거기다 어르신들도 많은데,
전혀 개의치 않고 부적절한 언어를 마구 남발했다.
그들에겐 씨 발은 필수어였다.
씨 발 없인 그들의 대화는 3초이상 이어지기 힘들었다.
존..나는 깜찍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폭력적 언어와 성(性)적인 언어를 운치있게 구사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니 대갈통 빵구낸다!....
아침X살봤냐? 송혜교 뛸때 봤어? 와~ 진짜 뒤진다!
등등...
기억하실려나 모르겠지만
2001년 당시 아침X살 모델이 송혜교였다.
뛰는 장면때문에 당시 전설같은 광고였다.*-_-*
아,아무튼...
글로는 그들의 표현을 10분의 1도 표현할 수 없다.
상상에 맡기겠음-_-
너무 떠들어대서 꼴보기 싫긴 했지만,
그들의 어휘력은 솔직히 신세계였다.
많은 욕과 다양한 비속어를 보유하고 있는 나로서도,
처음 듣는 욕이 많았다.-_-
그런데 역시 10대!
이들의 체력은 대단했다.
4개의 역이 지났는데,
단 한 순간도 쉬지않고 열띤 대화의 장을 펼쳤다.
그러나 어느정도 질서도 있어보였다.
한명이 장단을 치면 한명이 추임새를 넣고..
주고받는 형식으로 대화를 해나갔다.
떠드는게 짜증이 나긴 했지만,
경청을 하는 그들의 성숙된 대화형식은 배울만 했다.
그들의 대화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그들의 논쟁은 대단했다.
무슨 MBC 100분 토론을 보는 기분이었다...
다음 역에서 내리겠지, 내리겠지 했지만,
그들은 내릴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쉬지않고 계속 크게 떠들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서서히 상기되어 갔다.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떡대좋고 살벌한 그들을
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다......
그나마 용기있는 아저씨가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헛기침 한번 했을 뿐....
그 아저씨도 헛기침해놓고 후환이 두려웠는지...
늘 했다는 식으로 연달아 기침을 해댔다.
놀라운 연기력이었다...
고딩들은 전혀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고,
아주 큰 소리로 계속 떠들어댔다.
심지어 한 놈은 노래까지 불렀다...-_-
노약자석의 어르신들도 극도의 스트레스때문인지,
철기둥을 잡고 전신을 비틀고 있었다...
다혈질의 나도
애들이니깐 뭐! 하면서
참다참다
결국 엄청 분노하고 말았다!!!
하지만......
참는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을 좋아해서 꾹 참아주었다.
헤헤...-_-;;;
어르신들도 해도해도 너무 하네 하시는 표정으로
고딩들을 계속 노려보셨다.
그러나 고딩들,
일절 신경쓰지 않았고 계속 안방처럼 떠들었다.
오히려 노려보는 시선들이 많아질 수록
목소리가 더 커지는 듯 했다.
그러다가 다음 역이 내가 내릴 역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문 앞으로 갔다.
그렇게 서서 가는데...
갑자기 그들중 한 새끼가 일어나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내 옆에 서서는 위에 있는 노선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 있으니까 더욱 꼴보기 싫었다.
분노의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계속 밀려왔다.-_-
근데 이 새퀴가 뒤를 돌아보더니
"야! XX역 1호선 맞어! 일루 와봐!!" 라며
앉아있는 나머지 3명을 큰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그 떡대들이 내 옆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전철 한번도 안타본 놈들처럼 노선도 앞에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었다.
아까보다 더 떠들어댔다.
바로 옆에서 그러니까 정말 갑절로 짜증이 났다.
그러던 중...
그때 사건이 일어났다!
그중 한새퀴가 실수로 내발을 밟은 것이었다.
그 순간 고딩들을 주시하던 그 안의 시민들도 긴장했다.
시민들의 날 보는 눈빛에서
'그래! 자네가 우릴 대신해서 저 4명을 혼내주게!'
라는 간절한 메세지를 읽을 수 있었다.
순간 강한 사명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난 분노의 초사이어인 전사로 변해가고 있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성격이 좋지는 않다. 헤헤-_-
난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등에 업고,
내 발을 밟은 새퀴를 힘껏 밀어버렸다!!!
그러자 그 4명은 서로 부딪혔다.
아주 세게...
순간 난 죽었다고 생각했다......-_-;;;
쪽수 딸린다.
1 대 4
그들은 날 밟아죽이고도 남을만한 녀석들이었다.
난 교회도 안 나가면서
그 순간 간절히 기도했다.
신앙심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었다.
'하나님! 저들은 공공질서를 파괴한 사악한 자들입니다!
정의를 위해서 그런 것이니
저 4명을 물리칠수 있는 기적의 힘을 내려주소서!
아멘! 슈퍼 울트라 아멘!!!'
어차피 그들은 서로 세게 부딪혔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난 피할 수 없었다.
거친 그들과 정의를 위해 맞장을 떠야만 했다.
이 안의 시민들을 위해서도!
그것은 운명이었으리라......
죽을 때 죽더라도 성인으로서 위엄은 잃지말자!
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그들에게 회심의 욕을 뿌렸다!
"씨:발... 조용히 안 해? 절라 떠드네 X새퀴들...
주댕이 확 찢어버리기 전에 입 닥쳐!"
후달리긴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그 순간 내 모습은 멋있었다.
안의 아가씨들이 멋있다고 그러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크게 반항할 거라 생각했던 그들이...
정말 의외로 인사를 깍듯이 하며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니
조용히 자리에 돌아가 앉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풀이 죽어 아까처럼 떠들지도 않았다.
'어...어...어? 이...이게 아닌데...'
막 개기거나 주먹을 날릴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의 결과였다.
사실...
내 인상이 많이 더럽긴 하다.-_-
게다가 키가 180이 넘으며
2001년 당시엔 술로 몸매관리를 하던 때라
100킬로 가까이..
난 내 생긴 거 생각 안하고
고딩들만 살벌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_-;;;
예전에 시내에서 어떤 사건 났을 때
경찰들이 피시방 들어와서는
안에 사람들 많았는데
나 한명만 주민번호 조회하고 검문하고 나간 적도......-_-
암튼 예상치못한 살벌한 고딩들의 행동.
오히려 나 때문에 지하철안이 더 살벌해진 것 같았다.
뻘쭘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고딩을 분노의 눈빛으로 보던 사람들.
날 영웅처럼 보겠지 하고 칸 안을 둘러보았는데...
이...이럴 수가...
사람들은 이젠 날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고딩들을 다시 보니
아까는 어둠의 자식들같았던 그들이,
이젠 EBS장학퀴즈에 나오는 학생들같았다.
-_-;;;
오히려 사람들은 풀죽은 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두 아가씨는 날 슬쩍슬쩍 쳐다보며
"무서워... 요즘 지하철 분위기 왜 이러냐..?
저 아저씨 되게 무서워..."
...라고 속삭이는게 아닌가!
젠장...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었다...
억울했다...![]()
내가 내릴 역이 다가왔고..
난 내리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
분위기 상 사과를 해야만했다...
안의 사람들 모두 원하는 눈빛들이었다.
난 그들에게 다가가
"아까 욕해서 미안하다...
여기 니네만 있는게 아니잖아.
조금만 조용하자. 알겠지? "
라고 말했다.
솔직히 그들이 지금이라도 반항했으면 했다.
그래야 이 억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_-;;
난 그 순간 눈빛으로 고딩들에게 속으로 외쳤다.
'개겨! 빨리 개겨! 니네 원래 이런 애들 아니잖아!
개겨! 개기라구우우우~!!!!!'
하지만...
그들은 착했다...
또 다시 내말에
"죄송합니다!" 라고 깍듯이 인사까지 했다.
씨...파...
-_-
내리기 전
칸 안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날
어린 고등학생들한테 욕하는 쓰레기로 보고 있었다......
-_-
난 잠시 후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내렸고...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날
애한테 왜 그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주황색 티셔츠 입은 아가씨는
두려움에 눈동자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난 그렇게 한참을
지하철이 사라진 후에도
그 자리에 그렇게 서있었다......
[끝]
사실 혈투는 아닌데
제목 죄송.
헤헤...*-_-*
글쓴이- 활화산.
출처-다음 활화산 글카페
http://cafe.daum.net/hwalhwasan
부족하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번 글 재밌게 읽어주시고
추천 많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