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여자 같았나요??
.
.
전 처음부터 형, 누나가 있는 집에 막내라고 말씀드렸는데....
.
.
암튼 섬세해보인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일께요...감사합니다..
그럼,
오늘도 이야기를 시작해볼께요...
.
.
------------------------------------
.
.
저는 '인연' 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인연...
사람과 사람사이에 이어진 '끈' 이라 하죠.
즉,
내 등 뒤로 수백, 수천의 끈이 나와서,
다른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기억하시나요?
감우성하고 손예진이 나온
'연애시대' 라는 드라마 인데..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명작!)
근데,
우연히 이 드라마의 포스터를 보고나서,
한 참을 멍하니 서서 운 적이 있어요..
전 진짜...
눈물이 많은편이라...
(찌질하네요...)
암튼,
이 포스터가 정말,
'인연'이 뭔지 정말 잘 말해주고 있는거 같아요.
얽히고 섥힌 두 사람의 질긴 인연,
끊고 싶지만,
혹은
풀고 싶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관계.
그것이,
부모던,
형제던,
연인이던,
원수이던 간에..
.
.
그것이,
바로,
'인간' 사이에 '연' 라는 거죠..
.
.
물론, 그 연이 두껍고 질길수록,
깊은 인연이겠죠...
.
.
그런 연이 좋은 인연이면 좋겠지만,
나쁜 인연일 수도 있겠죠..
정말 두껍고 질긴....나쁜 연...(욕 아닙니다..)
우린 그걸 다른 말로
'악연'
이라 합니다...
.
.
.
혹시,
그 두껍고 질긴 '연' 이 끊기는 걸 경험해 보셨나요?
그 '연'이 끊겼을 때 오는 아픔을 경험해 보셨나요?
잠깐,
제 얘기를 해볼께요.
오래전,
저는 한 8년 정도 사귄 첫사랑이 있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의 연이 다했는지...
결국,,
우리 둘은 헤어지게 되었죠,,,
헤어지고,
혼자 돌아오던 그 때가 아직도 가슴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때,
.
.
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파,
숨도 제대로 못쉬는 경험을 했어요..
지하철 입구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주저 앉아 버렸죠..
뭐랄까...
애끓는 심정..
내 등뒤에 그녀와 연결되어 있던.....
정말 두껍고 질겼던 그 '연' 이 끊겨서,,
제 모든 피가 그 끝으로 줄줄 세고 있는 느낌이였어요..
함께 했던,
파릇파릇했던 10대와 20대 초반의 모든 청춘의 기억들이..
피와 함께 역류하는 느낌이였죠...
.
.
한동안,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
.
얘기가 길었네요.
제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그 인연이라는 것이,
이어지는 것도,
끊어지는,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죠.
그건,
정말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가 없다는 것,
다시 말하면,
그 이어짐과 끊어짐에 대해 예상 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정말 슬프지 않나요?..
그건,
그냥 앉아서 당하는 거잖아요..
뭐...
제 견해가 잘 전달 됐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전 인연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말입니다.
.
.
.
서론이 길었네요...
.
.
.
할머니와 강삼이와의 인연은,
분명,
얽히고,
섥히고,
또한,
강하고,
질겼을거예요,,
그 풀 수 없는 인연의 실타래가..
언제,
다시 둘을 만나게 한 걸까요....
.
.
.
.
할머니의 기억은,
몇 해가 지나고,
.
어느 따뜻한 봄 날 이었습니다..
.
.
할머니의 어머니, 즉, 저의 증조할머니께서는,
순사에게 끌려가시고,
몇 해가 지나도, 나오시질 못하셨죠...
자연스레,
집의 가장은 졸지에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희 할머니의 그 강인하고,
범접할 수 없는 포스는,
이 시기에 형성 된 것 같습니다.
어린나이에,
부모없이 혼자 집안을 이끌고 나가야 됐으니깐요..
여간,
강하지 않으면 안됐겠죠..
할머니는 그렇게,
아이에서 소녀로,,
또 소녀에서,,여자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
.
.
"쿵꿍아...들었나? 나 시집간다..."
"시집? 잘됐다...축하해..."
"고맙데이...아직 얼굴도 못봤지만, 괜찮은 사람이라 카더라...아 맞다...너랑 동네도 같고 성이 같던데...아는 사람 아이가?"
.
.
드디어,
저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혼례가 정해졌습니다.
아버지께 물어보니,
할머니가 20살 되는 해 였구요..
할아버지는 할머니보다 7살이 많으셨다 합니다...
할아버지는 옆동네 사는 청년 이였고,
일본 정부에서 운영하는,
철도회사에 다니셨죠..
뭐,,,
친일파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겁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 당시는,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대이고,
모든 것이 일본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되던 시대였어요..
일반 사람들이,
살려면,
살아갈려면,
일본과 관계될 수 밖에 없었겠죠..
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그러셨다.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 중,
창씨개명을 한 비율이 80% 이상이였답니다.
(창씨개명이라는 것은 일본식으로 성과 이름을 바꾸는 거예요)
슬픈 역사, 비참한 시대속에서
어쩔수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일반 사람들을 이해해야죠...
.
.
각설하고,
.
.
아직 얼굴도 대면하지 못한,
할아버지와의 혼례가 정해졌습니다.
비록,
부모는 안계시지만,
할머니의 집안은 오래전 부터 명망이 있었고,
무엇보다,
할아버지가 일본 회사에서 일을 하시다 보니,
증조할머니가 잡혀계신 교도소에 연줄을 좀 댈 수 있었나봐요..
.
.
증조할머니께서,
열악한 교도소 내에서,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었나 봅니다.
뚜렸한 유죄의 증거도 없지만,
또 그렇다고 딱 무죄를 입증할 수도 없다보니,
그냥 잡아두고 있던거죠..
탓할려면, 나라를 잃은 시대를 탓해야 겠죠..
.
.
한시라도 빨리 할머니의 어머니를 빼내와야 됐습니다.
그러다가,
옆 동네 청년을 소개로 알게 되고,
서로 얼굴도 안본 상태에서 혼례가 결정된 것이죠.
지금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인건 분명합니다...
.
.
"그 형님...내 친척이다...나도 잘 안다...아주 좋으신 분이야..걱정마라..."
"그나?....다행이네...걱정했는데..."
저는 할아버지를 치켜세우며,
할머니를 안심시켜 드렸어요..
할머니는 강한사람 이였지만,
그래도
'여자' 이니깐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시집갈려 하니.
우선, 걱정이 앞섰겠죠...
.
.
.
그렇게 혼례날이 정해지고,
저도 할아버지의 친척이자, 할머니의 친구로서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물론,
할머니와의 대화속에서 느낀 상상이지만....
분명,
그날은 유난히 햇살이 따뜻했던, 봄날이였습니다.
서로를 처음 대면한
신랑과,
신부의 풋풋한 미소,,
하객들의 밝은 웃음에서..
온 동네가 더 따뜻하게 됐을거예요..
.
.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
.
저의 할머니...
그리고 저의 할아버지...
그 젊은 시절.
그 아름다웠던 한 순간...
우리 아버지로,
또 우리 어머니로,
또 나에게로...
이어지는 그 순간,,,
사진기가 있었다면...
분명,
제가 상상하는 것과 같이...
너무 벅차서 눈물이 나는 풍경이였을 거예요..
오랜시간,
할머니의 집안을 야금야금 잠식하던,
어둠이,
그 순간 만큼은,
두사람의 미소와,
하객들의 박수로,
말끔히 사라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
.
.
나의 할머니...
나의 할아버지...
혼례를,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
.
저는 벅찬 마음으로 그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
.
.
하지만,
.
.
.
"니...강삼이 아이가?....."
.
.
할머니의 어쩔 수 없는 인연,,,
어쩌면,
친 동생일지도 모르는,
강삼이..와의 어쩔 수 없는 인연.
그,
두 사람의 연이,
혼례가 한 창이던,
그 순간에,
다시 이어집니다...
.
.
.
"...강삼복 이라고?.....니가 우째..성을 붙었노?..."
바로,,
강삼이가...
할머니와 같은 성씨를 붙혀...
.
.
'강삼복'으로서,
그 혼례식에 나타난 것입니다.
.
.
.
할머니는 연신,,
강삼이...
강삼이...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났느냐...
아지매는...아지매는....어디갔느냐...
.
.
어서 데려와서 우리 어무이를 풀어내라...
하시며,
봄날의 신부의 풋풋한 미소를 거두시고...
분노하셨습니다..
.
.
.
근데...
강삼복...
그분은,
할머니의 형제로서 돌아온 것입니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그 놈의...
질긴...인연떄문에요...
.
.
.
끊어서,,계속 욕먹네요.. (출장가야 되서..)
.
.
.
그래도 계속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