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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 시어머니네 김장까지 우리가??

어쩌지 |2013.11.16 15:34
조회 9,096 |추천 36

결혼 한 지 일년 된 새댁입니다.

요즘 김장철이라 그런지 김장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이 올라오네요. 저도 최근 좀 특이한 경험을 해서 써봅니다.

 

얼마 전에 시댁에서 김장을 한다기에 저는 하루 전날 내려가서 어머니랑 무채 써는 것부터 도왔습니다. 신랑은 출장 중이라서 저 혼자만 갔구요, 그 날 정말 추웠는데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이미 배추를 다 절여 놓으시고 파, 양파 등등 다 썰어 두셔서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양파, 파 썰며 눈물 흘리는 일은 피할 수 있었죠 ㅋㅋ

 

시부모님이 자그마하게 논과 밭을 일구시는데 대부분 자식들 주려고 농사 지으시는거라 김치 담은거 가져간다던지, 채소나 쌀 가져가려면 돈을 좀 드려요. 그거 팔면 두 분 생활하시는 데는 지장 없으실텐데 안파시고 꼭 자식들한테 올려 보내시거나 하시더라구요. 덕분에 저희는 싱싱한 채소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좋지만 항상 죄송하더라구요. 그래서 작년에는 결혼 전이고, 친정하고 날이 겹쳐서 못갔지만 이번에는 시댁이 좀 더 빨리 김장을 해서 미리 내려갔구요, 아주버님네 식구들도 미리 다 오셔서 형님하고 같이 무채를 썰었습니다. 형님하고 평소에 의지하고 잘 지내서 분위기도 좋고 즐거웠는데...

 

이렇게만 김장 준비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누가 한 명 있는데 시누 남편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내려왔더라구요. 오신다는 말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고 제 시어머니가 부담스러워 하시는 걸 슬쩍 눈치 챘지만 김치 담는데 뭐 문제 있을게 있겠냐 싶어서 조용히 있었죠.

 

그런데 이 시누네 시어머니가 우리 형님 일하는데 딴지를 거시더라구요.

"아니 그렇게 손이 느려서 오늘 안으로 다 할 수 있겠어? 칼질이 그게 뭐야? 살림하는 사람 맞아?"

저 깜짝 놀라서 이게 왠 경우 없는 짓인가 싶어 제 손이 후덜덜거리더라구요. 우리 시부모님도 형님한테 안그러시는데, 저 할머니가 뭔데 저러나 싶어 제 기분이 팍 상했는데 형님이 재치 있게 상황 무마를 하시대요. 그 때부터 제가 기분이 슬슬 안좋아서 시누 시어머니의 행동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 진짜 경우가 없는거에요. 말로는 김치 공장을 차려도 될 것 같은데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고, 또 잠깐 보였다 사라지고 이러길래 다른 일을 하시나 했더니 거실에 따뜻하게 누워 계시다가 누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고, 허리야.. 왜 이렇게 허리가 아프대" 그러시는거에요. 육안으로 봐도 70대 할머니 같아 보여서, '그래 할머니가 무슨 김장을 하시겠어 날도 이렇게 추운데 이런 날 나와서 일하시다 병 나면 그게 더 큰 사단이지. 그냥 누워 계시는게 낫겠다' 생각하고 저희끼리 밖에 나가서 김장 했습니다. 그런데 저 지금까지 그렇게 김장 많이 해본게 처음이에요. 400 포기를 담았는데 해도해도 끝이 없어서 내년이 벌써 걱정되는 마음에 "어머니, 원래 김장 이렇게 많이 하세요?" 그랬더니 "XX네 시어머니 넉넉히 드리려고 배추 많이 했더니, 좀 많지? 내년에는 100포기 줄여야겠다. 이번에 좀 많이 하기는 했는데.." 그러시더라구요. 저희 아버님까지 나오셔서 같이 김장 하시는데 나잇대는 양가가 비슷하시거든요. 그런데 시누네 시어머니는 앉아서 먹고 누워 있고 상전이 따로 없는데 우리 시부모님은 밖에서 일하시고, 진짜 기분 별로대요. 시누가 결혼한지 꽤 됐는데 아이가 몇 번 유산 되더니 이제는 아예 소식도 없어서 저희 시어머니가 너무너무 걱정을 많이 하시고 있고, 시누네 시댁에도 되게 죄송해 하시거든요. 아이 안낳을 것도 아니고 낳으려고 부부가 생각하는데 아이가 없으면 시집 간 여자가 안여자로써 그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것이니, 그건 죄송한 일이라고 말씀을 하세요. 제일 힘들고 괴로울건 시누일텐데, 그런 친정 엄마를 보는 것 또한 가슴이 미어질 것 같거든요, 제 생각에는.. 하지만 시누 남편이 세상천지에 저런 자상하고 양반 같은 남자가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시누나 저희 시부모님께 잘하세요. 시누가 밥 때를 놓쳐 밥 못먹고 있으면 거기까지 밥 사들고 찾아가는 분이시라 시부모님은 물론, 저희도 되게 좋게 보고 잘 따르거든요. 그래서 때론 저렇게 둘이 좋은데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아도 그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시누는 아이를 무척 원합니다.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 시누의 시댁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동네 아주머니들이 김장을 도와주시는데 이 할머니 나오셔서 김장 먹음직스럽게 담지 못한다고 한 아주머니를 타박하시네요. 어처구니가 없는지 그 아주머니가 쳐다도 안보고 퉁명스럽게 말하니까 깨갱 해서 방으로 들어가시고, 김장 다 담고 뒷처리 하고 있으니까 나오셔서 저기도 깨끗히 하고 또 저기도 깨끗히 하라고 손가락으로 지시. 김치 나눠 담는데 자기네꺼가 적어 보였는지, 시누한테 "그거 담아서 누가 먹냐? 더 담아라" 이러시고, 마트에서 사면 비싸다면서 무 다 뽑아 가지고.. 그 무는 누가 뽑았게요?? 당연히 저희죠... 거기까지만 하면 다행이게요. 시누 남편(할머니의 아들)에게 여동생한테 전화하라고, 김치 보내준다고...

 

학!!!!!!!!!!!!!

나 지금 임신 6개월인데 그 집 딸래미 줄 김치 담은거야?? 맙소사...

 

저희 아버님 날 추운데 들어가 있으라고 하시는거 두 분 다 허리디스크 있으신데 고생하시는게 안쓰러워서 안들어가고 끝까지 김장 했습니다. 그리고 시누도 그렇고 시누 남편, 저희 형님, 아주버님 코 빨개져서 너무 열심히 하셨고 또 식구들끼리 하니까 재미도 있고 해서 같이 동참하고 싶어 했는데 남의집 그렇게 퍼다 줄거였으면 그냥 들어가 쉴 걸 그랬나봐요.. 임신했다는 핑계로 들어가 쉬는거 혼날 일 아닐건 아는데, 집 안에 들어가서 그 할머니랑 둘이 있는게 더 싫어서.. 그 할머니 창문 앞에 서서 김치 담는거 보며 "우리 아들은 저런거 한 번도 안해봐서 잘 못하는데 장가 와서 저걸 하고 있으니..." 하는 소리 듣고 완전 경악. 네, 알죠.. 어머니는 며느리보다 아들이 먼저 보이는거 잘 압니다. 하지만 그 옆에서 일하는 며느리는 힘들겠다는 말 한마디 안하시고, 계속 "아이고.. 안쓰러워죽겠네. 쟤가 저걸 어떻게 해 글쎄.." 휴.... 진짜 짜증나서 물 한 잔 마시고 바로 나왔네요.

 

그렇다고 저희 시누가 당하고만 사는 성격은 아니에요. 성격 자체가 사내 같아서 아닌건 아니라고 앞에서 내지르고 뒤끝 없이 딱 끝내는 스타일이라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데, 자기네 시어머니가 동네 아줌마한테 뭐라 그러고 김치 더 담으라 그러고 밭에서 뭐 좀 뽑아오라 그러고 하니까 저희 시누가 그러대요. "우리 어머니는 제발 좀 조용히 계셨으면 좋겠네~ 어머니가 직접 손에 흙, 고춧가루 바를거 아니시면 그냥 좀 계세요. 어머니가 가져가실거 우리집 식구들이 다 해주잖아요. 그럼 그냥 해주는대로 가져가시면 안되겠어요? 어머니 그냥 계셔도 내가 다 챙겨서 해드리잖아." 물론 화내면서 말한게 아니라 웃으면서 화통하게 말했죠. 원래 스타일이 그래요. 그렇게 말하니까 또 조용하게 계시더라구요. 저희 시누니까 저렇게 넘기지 저 같으면 진짜 속병 나서 신랑하고 못산다고 이혼하자는 소리 나올 것 같아요.

 

그 할머니가 김치며 채소며 휩쓸고 가니까 집에 남아 있는게 없네요. 게다가 저희 어머니는 김치에 고춧가루 너무 많이 안넣으시는데 그 할머니는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 빨개야 맛있다고 팍팍 넣으라고 했다네요. 그 고춧가루 그럼 직접 사오시던지..

 

하루 그렇게 신경 쓰며 시달렸더니 힘이 다 빠져서 그 날 신랑한테 다 말했습니다. 시누네 시어머니 그런 스타일인거 알았냐고, 시누가 시어머니 말 맞받아 치는게 세니까 저 정도지 시누가 맨날 깨갱깨갱 했으면 못산단 소리 백번도 더 나왔을 것 같다고, 어머님 아버님 신경 많이 쓰시던데 차라리 안오시는게 두 집안 사이에 더 좋을 것 같으니까 여보가 잘 좀 말해보라고, 김치를 이렇게나 많이 가져갔는데 돈이나 주고 갔나 모르겠다고... 20만원 주고 가셨다네요. 20만원 ㅡ.ㅡ;; 김장 담은거 못해도 100포기 이상은 가져갔을텐데 20만원?? 진짜 이건 사람 무시하는거란 생각 밖에 안들어서 화가 나더라구요. 절임배추 몇 포기만 사도 20만원이 넘을텐데 배추김치 뿐만 아니라 다른 김치 담은 것도 종류별로 다 몇 통씩 가져가고선 20만원???

 

재미 붙이셔서 내년에 또 온다고 하실 것 같아요. 신랑이 시누한테 말을 했나는 모르겠지만, 가겠다는 시어머니를 못가게 하는 시누 입장도 참 난처 할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그 할머니 일 다시는 안해주고 싶어요 진짜! 

추천수36
반대수1
베플또르륵|2013.11.16 16:56
개념이고 경우고 없는 시모들 보면.. 초기치매가 아닌가 싶을때가 많아요. 치매 아닌이상 헛소리가 어찌그리 잘 나오는지.. 시누이가 성격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저라면 홧병으로 뭔일 났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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