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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괴담] 히치하이크 中

초승달 |2013.11.17 23:13
조회 19,908 |추천 27

출처 > http://duseyo.com/150174140113

 

 

[일본괴담] 히치하이크

 

 


이윽고 차는 국도에서 빠져 나왔다. 그러더니 산길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나와 카즈야는 바로 일어서며
"죄송해요! 정말로 여기서 내려주세요! 감사했습니다." 라고 운전석에 말했다.
아빠는 여전히 "식사 준비 하고 있을 텐데...." 라며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엄마도 "정말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까 먹고가." 라며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린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여차하면 도망치자."
"(차가)달리는 중에는 아무래도 위험하니까, 멈추면 도망치자."

차는 이후로도 30분 정도를 더 달리더니
작은 시내가 있는 평지에 멈춰 섰다.

"다 왔다."(아빠)

그때, 캠핑카의 가장 뒷문에서 (우리는 화장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옹알대는 소리 같은것이 들려왔다.
"아직 누가 또 있었던거야....?" 그 사실에 가슴이 철렁했다.

"마모루도 배고프지?"(엄마)
(마모루.... 이 가족중에선 가장 이름 같은 이름이었다. 아직 어린아이인걸까....)

그러자 지금까지 말이없던 쌍둥이 아저씨들이 입을 모아서
"마모루는 내보내면 안~돼!" 하고 합창하듯이 소리쳤다.

"으음, 하긴 마모루는 몸이약해서." 하고 엄마가 말하자
"으하하핫핫!" 하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아빠.

(작은 소리로) "미첬어! 얘네들 완전히 미쳤어! 엑셀 꽉 밟았다구!"
카즈야는 평소에도 위험인물이나 정신나간 사람을 그런식으로 표현하곤했다.
우리는 차 밖으로 내렸다. 밖에서는 웬 남자가 부을 지피고 있었다.
"아직도 더 나타날놈이 남아있었냐...." 하고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리만치 키가 크고 우악스러운 느낌이다. 한 2미터는 되려나.

아빠와 마찬가지로 카우보이 같은 모자에 정장차림을 한 괴상한 패션이다.
모자를 눈썹까지 내려썼는지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닥불에 비치는 캠핑카 앞면에 찍혀있는 십자가도 뭔가 음산한 느낌으로 보였다.
휘파람으로 미키마우스 행진곡을 불며 커다란 나이프로 뭔가를 해체하고 있었다.
털에 쌓인 다리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무슨 동물인 듯 했다.
멧돼지인지, 들개인지.... 어느 쪽이건간에 절대 먹고싶지 않았다.
우리는 도망갈 궁리를하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덩치 큰 남자의 출현과
섬뜩해 보이는 대형 나이프의 등장에 겁을먹고 말았다.

"자, 자리에들 앉자구."(아빠)

덩치 큰 남자가 나이프를 내려놓더니
옆에 부글부글 끓고있는 냄비에 양념을 넣는 것 같았다.

"저, 저기....소변 좀 보고 올게요."
카즈야가 말했다. 도망가자는 뜻이겠지. 나도 가기로 했다.
"빨리 다녀와~."하고 엄마가 대답했다.
우린 캠핑카의 옆을 지나서 숲으로 들어가 도망치려고 했다.

그 순간,

캠핑카 뒤쪽 창에
이마가 심하게 튀어나오고, 두 눈의 위치가 이상하게 낮았으며,
양손도 퉁퉁 부은듯한 모습의 무언가가
팡! 하고 창문에 달라붙듯 양손과 얼굴을 붙이더니,

"마마~!!"

이젠 정말 한계였다. 우리는 그 즉시 총알처럼 숲 속으로 도망쳤다.
뒤쪽에서 아빠와 엄마가 뭐라고 소리치는것이 들려왔지만 신경 쓸 여유따위 없었다.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카즈야는 연신 중얼거리면서 숲길을 달렸다. 둘다 몇번을 굴렀는지 모른다.
"이, 일단 산을 내려가야 돼! 내려가서 도로로 나가자!"
미약한 펜라이트 하나에 의지하며, 무작정 아래로 아래로 산을 내려갔다.

그러나,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차에서 내린 공터에서도 마을의 불빛이 가까운듯이 보였었는데
한 시간은 쉬자않고 달린것같은데도 불빛이라곤 찾아볼수가없었다.
완전히.... 길을 잃고 말았다....
심장도 팔다리도 지칠대로 지쳐서 우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하아.... 후아.... 그.... 이상한 놈들.... 쫓아 올려나?" 카즈야가 물었다.
"하아.... 하아.... 우릴 잡아먹으려는것도 아니고.... 안오겠지 설마....
무슨 영화도 아니고.... 그냥 어디 괴상한 정신 나간 가족이겠지....
마지막에 그 괴상한 놈은.... 진짜 식겁했다...."

"짐은 어떡하지?"
"....돈이랑 전화는 주머니에있고, 옷은.... 어쩔수없지, 포기해야지...."
"진짜.... 장난아니다.... 하악.... 하우.... 흐.... 하핫.... 우히히히...."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태에 있어서였는지, 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웃고 난 후, 숲 속 특유의 진한 내음과
주변이 일체 보이지 않는 어둠에 현실감이 되돌아왔다.

그 가족한테서 도망친것은 좋지만, 이런 곳에서 조난을 당했다간
그것 또한 대책 안서는 일이었다. 뭐, 여기가 밀림도 아니고
조난까지 당할일이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는것도 있으니....

"아침까지는 가만히 있는게 좋지않을까? 아까 아줌마 말처럼
곰까지는 아니더라도 들개라도 나오면...."
난 한시라도 빨리 내려가고 싶었지만, 이렇게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무작정 달리다가 다시 그 개울개로 빠지게 되는것도 무서운 일이어서
다 쓰러져가는 낡은 나무에 앉아 쉬기로했다.

한동안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에
둘 다 꾸벅꾸벅 졸며 비몽사몽으로 빠져갔다.
.... 팍 하고 눈이 떠졌다. 반사적으로 전화의 시계를 확인한다.
새벽 4시를 살짝 넘긴 시간. 주변은 어스름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옆을 보자 카즈야가 없었다. 순간 당황하고 일어나려는데 바로 뒤에 카즈야가 서있었다.

"뭐해?"
"아, 일어났냐?.... 무슨 소리 안들려?...."
작은 소리로 대답한 카즈야는 나무막대를 들고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 했다.

"뭐ㄱ..."/"쉿!"
멀리서부터 어렴풋이, 정말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휘파람이었다.... 미키마우스 행진곡....
CD를 내도될 것 같은 멋드러진 휘파람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저 공포의 소리일뿐이었다.

"그.... 덩치 큰 남자?"
"그치?.... 찾고있는거야! 우리를!"

우린 또 다시 숲길을 뛰기 시작했다. 해가 조금씩 뜨고 있어서인지
주변이 더 잘 보였다. 허둥대다 구르는 일도 없어서 상당한 스피드로 달렸다.
2, 30분은 달렸을까, 제법 넓은 장소에 도달했다.
지금은 쓰이지않는 주차장인듯했다.
마을의 모습이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고 있었다. 꽤 내려온것같았다.

"배 아퍼!...." 카즈야가 말했다.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낡은 주차장 한켠에 작은 화장실이 있었다. 나도 조금은 가고 싶단 생각을 했지만
덩치 큰 남자가 언제 쫓아올지 모르는 판에 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밖에서 망을 보고있는동안 카즈야가 안에서 일을 보기 시작했다.

"휴지가 있기는 한데.... 푸석푸석하고....
나방도 붙어있어.... 우엑!.... 없는것보다야 낫지만...."
....투덜대는 것 치고는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있었다.

"....야....지금 누구 우냐?!" 카즈야가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뭐?!"
"아니.... 뒤쪽에 여자화장실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여자 우는 소리 안나?"

말을 듣고 나서야 들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여자화장실에서 여자의 우는소리가 들렸다.
카즈야도 나도 순간 침묵했다. 누가 여자화장실에 있는건가? 왜 울고있지?

"야, 너가 확인 좀 해주라, 점점 심하게 우는 것 같은데?"
....솔직히 음산하고 싫었다. 이런 산중에서 여자가.
낡아빠진 화장실에서 이 시간에 혼자 울고있을일이라고 한다면
뭔가 상당히도 엄한 일이 있었음에 틀림없지 않은가....

난 결국 마음을 굳히고 여자화장실로 들어가, 소리가 나는 칸에 대고 말을 걸었다.

"저기.... 무슨 일 있으세요?"
....대답은 없었고, 계속해서 우는소리만이 들렸다.

"어디 안 좋으신 건가요?.... 괜찮으신가 해서...."
점점 우는 소리가 심해질 뿐 대답을 할 기색은 없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 위쪽에서부터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나와!!"
난 확신에 가까운 불길한 느낌에 여자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카즈야가 있는 칸의 문을 두드렸다.

"왜 그래?!"
"자동차 소리가 나. 혹시 모르니까 빨리 나와!"
"어!? 어어.... 알았어!"
카즈야가 잽싸게 마무리를 한 뒤 청바지를 입으면서 나왔다.
그와 동시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캠핑카가 보였다.

"젠장 일 났네!!...."
지금 숲을 내려가려고 나갔다간 100%들킬것이다. 남은 방법은
지금 상태에서 유일한 사각지대인 화장실 뒤편으로 숨는것뿐이었다.
여자를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진 우리는 화장실을 빠져 나와 뒤편으로 숨어서
최대한 숨소리를 죽이고 상황을 살폈다.

"제발.... 오지마라.... 그냥 가라.... 그냥 가.... 그대로...."
"야, 야. 틀킨거야? 응? 응?"
카즈야가 불안한지 말이 빨라진다. 캠핑카의 엔진소리가 주차장에서 멈춘것이다.
차 문을 여는 소리가 나더니 화장실 쪽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가있는 화장실 뒤편은 바로 5미터 정도의 절벽이었고
벽에 붙어 겨우 서있을 정도의 공간만이 있었다.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굳이 이곳을 보려고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를 눈치채고 다가온다면
최악의 경우, 절벽을 뛰어내릴 생각도 하고 있었다.
뛰어내려도 죽을만한 높이는 아니었기에 못할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볼일만 보고 가라.... 제발...."
우린 그저 숨죽여 기도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자의 울음 소리가 멈출 생각을 안했다.
혹시나 여자가 저 미친 가족한테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그것도 그것대로 심각하게 신경이 쓰였다.

남자화장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빠인것 같았다.

"아~, 좋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아무래도 소변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이어서 화장실에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여럿 들렸다. 쌍둥이 아저씨들인가?
울고 있는 여자의 존재는 진작에 들켰을 터였다.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듯한 엄마도
"휴지가 없어!" 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아직도 울고불고 있다.
이윽고 아빠도 (아마도)쌍둥이들도 모두 화장실을 나간 것 같았다.

이상하다.... 여자에 대한 저 가족들의 반응이 전혀 없다....
이어서 엄마도 화장실을 나갔고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멀어져갔다.
모를리가 없었을텐데?! 지금도 계속 울고있는데....
나와 카즈야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마주보는데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를 기다리자. 곧 올거야."
....누구를 기다린다는건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쌍둥이 아저씨들이 뭉그적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손바닥으로 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쌍둥이 아저씨들인 것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악몽같았다.... 즐거워야 할 히치하이크 여행이 어째서 이 모양이된건지....
지금까지는 너무나도 급격한 흐름에 떨기만 할 뿐이었지만
갑자기 저 미친 가족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차라리 저 차를 뺏어서 산을 내려가는 것도 방법 아닐까? 전부 다 때려눕혀서라도....
그 덩치 큰 남자가 없는 지금이 찬스잖아?! 기다린다는거
그 남자 말하는거 아냐??" 카즈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들이 우릴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이상 이대로 아무 일 없이
스쳐 지나가는것이 최상이라고 생각되었다. 울고 있는 여자도 신경쓰이고....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면 여자화장실을 다시 들어가 볼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들을 이야기했더니 카즈야도 마지못해 납득해주었다.

그렇게 15분 정도 흘렀을때쯤....
"~~야~, 왔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리던 사람이 주차장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잘 들을수가없었다.

또 다시.... 화장실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추천수27
반대수12
찬반살랑살랑|2013.11.18 22:28 전체보기
내 심장은 쫀득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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