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본문수정)[일본괴담] 히치하이크 下

초승달 |2013.11.18 09:59
조회 23,064 |추천 35

출처 > http://duseyo.com/150174140113
 
 
[일본괴담] 히치하이크
 
 

 화장실로 다가오는 발소리에 주의를 집중했다.

....미키마우스 행진곡.... 그놈이다!....

경쾌하게 휘파람을 불면서 덩츠 큰 남자가 소변을 보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화장실의 울음소리가 한층 더 격해졌다.

 

"어째서?!.... 어째서 모르는 거지??"

 

이윽고 울음소리는 단말마의 절규로 바뀌었고 이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무슨 일 났나?! 들킨 건가?.... 덩치 큰 남자는 아직 남자화장실에 있는데....

다른 가족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기척도 없었는데....

그리고, 휘파람 소리와 함께 남자는 화장실을 나갔다.

혹시나 여자가 화장실에서 끌려나간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위험을 무릎 쓰고 화장실 뒤편에서부터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카우보이 모자에 정장을 입은 덩치 큰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기였었지~~!!"

덩치 큰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난 황급히 다시 숨었다.

 

"들켰어??"

카즈야가 막대기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게, 맞다."/ "큰 죄를 지었지."

아빠와 엄마의 목소리. 쌍둥이 아저씨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울고불고 아주 난~리였었지~~!!"(덩치 큰 남자)

"응, 응!"/ "울었어! 울었어! 회계한거지! 할렐루야!!"(엄마와 아빠)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아무래도 우리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잠시 뒤, 차의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주차장을 나가는 것 같았다.

주변은 이제 완전히 날이 밝아있었다.

그 가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에, 난 여자화장실로 달려갔다/

모든 칸을 열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열쇠도 모두 부서져있었다.

 

"말도안돼...."

나중에 들어온 카즈야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너도 중간부터 알았을 거 아냐.... 처음부터 없었어...."

둘이 똑같이 환청이라도 들었다는 건지....

하긴, 그 가족들이 울음소리에 대해서 일절 반응하지 않았던것도

그 증거가 된다면 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선명하게 들리는 환청이 있나?

 

주차장에서 오르는 길도 내려가는 길도 차도가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분명히 국도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칫 캠핑카하고 다시 마주칠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숲길을 따라서 가기로 결정했다. 마을도 그리 멀지 않은 듯 하고,

우린 아무 말 없이 숲을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나서, 무사히 국도에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갈아입을 옷도, 가져왔던 짐도 없었다.

그때 머리에 떠오른 것은 그 친절한 편의점 사장님이었다.

도로는,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아침이 된 덕에 교통량이 늘어있었다.

그런 꼴을 겪고도 또 히치하이크를 하는 건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트럭 한 대를 세워 신세를 질 수가 있었다.

 

기사아저씨는 우리 모습에 꽤 곤혹스러워했지만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흔쾌히 태워주셔서 고마웠다.

사정이라고 해도, 그 일을 그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캠프중에 산에서 길을 잃었다고 둘러댔다.

그 아저씨도 그 편의점을 알고 있었으며 자주 들른다고 했다.

 

한 시간쯤 뒤에 편의점에 도착했다./

사장님은 캠핑카를 알고 있을 터였기에 우리가 겪었던 일을 이야기했지만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사장님은 미심쩍은 표정이 되었다.

 

"캠핑카?....글쎄.... 난 그때 너희가 갑자기 가게를 나가더니 도로를 따라 걷길래 말렸거든.

태워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한건가 싶어서.

그런데 한 10미터 정도를 따라가면서 말을 거는데도 너희가 계속 무시하고 걷길래

나도 좀 기분이 안 좋아져서.... 말았지 뭐.... 근데 어떻게 됐다구?"

 

어떻게 된 일인건지.... 우리는 분명, 그 캠핑카가 편의점에 서서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모습까지 봤었는데.... 게다가 계산한 건 사장님이었는데....

사장님 말고도 또 한명 알바생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아닌건지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도.... 한패인가??...."

불안감이 마음을 스쳤다. 카즈야와 눈빛을 교환했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카즈야가 말을 꺼내더니 날 화장실로 데려갔다.

 

"어떻게 생각해?"

"(사장님이)거짓말 하는건 아닌것 같긴한데.... 혹시나 한패면 어떡하냐는거잖아.

....근데 한패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번거로운 수를 쓸 필요가 있나?

다 미친건지.... 아무튼 석연치가 않긴해.... 야.... 그럼.... 아까 타고 온 트럭 아저씨한테

잘 말해서 좀 더 태워달라고할까?"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가려고 한 그 순간

화장실 안쪽 칸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와 동시에.... 미키마우스 행진곡이 들렸다....

해가 밝게 떠 있는 이유도 있던것인지, 두려움보다는 분노가 치밀었다.

 

"이리 나와!! 임마!!"

카즈야가 문을 걷어찼다.

 

"으앗!?.... 왜, 왜 그러시는데요??...."

교복을 입은것이 이 지역 고등학생인 것 같았다.

"아! 아니, 아니.... 미안해, 미안해.... 하핫....."

자기도 당황하며 멋쩍게 웃는 카즈야.

다행히 화장실 바깥까지는 소리가 나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학생에게 사과하고 사장님과 기사아저씨가 있는 카운터로 갔다.

 

"음.... 사장님께 부담드리기도 그렇고.... 아저씨께서 마을까지만 좀 태워주시면 안돼요?"

카즈야는 부탁과 함께 아저씨가 피우던 것과 같은

담배 한보루를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아저씨도 OK해주었다.

 

그 일가족의 일을 경찰에 가서 말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어이없고 비현실적인 그 일을 우리도 빨리 잊어버리고만 싶었다.

가방에 넣어두었던 옷과 짐들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트럭아저씨와 방향이 같은것이 행운이었다.

선물한 댐배 한보루에 즐곧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어느 틈에 우리는 잠이 들어있었다. 눈을 떠보니 트럭은 휴게소에 서있었다.

아저씨가 야키소바를 우리것도 사다주셔서 차 안에서 먹었다.

차가 출발하고 카즈야는 다시 잠들었다. 난 창 밖을 바라보면서

그 악몽같던 시간을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뭐지?.... 화장실에서 울던 여자는?....

 

'....!!?....'

 

난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왜그래?" 기사아저씨가 물었다.

"....세워주세요...."/ "뭐?"

"여기서 내리려고? 마을 가려면 아직 멀었는데?"

의아해하면서도 아저씨는 트럭을세웠다. 소란스러웠는지 카즈야도 일어났다.

 

"왜 그래?"

"저거 좀 봐봐...."

내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 카즈야는 말을 잃었다.

버려진 듯한 낡은 휴게소에, 그 캠핑카가 서있었다....

틀림없었다.... 색, 모양, 앞에 새겨진 십자가까지....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차체가 마치 몇 십년은 지난것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타이어는 다 터져있었으며 창문도 다 깨져있었다.

 

"....죄송한데요. 5분, 5분만 기다려주세요. 얼른 다시 올게요."

아저씨께 그렇게 말하고 트럭을 갓길에 세워둔채로 우린 캠핑카로 향했다.

 

"어떻게 된거야 이거...." 카즈야가 말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가까이서 확인해보아도 분명히 그 가족의 캠핑카가 확실했다.

하늘도 밝았고 주변에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려와서 안심이 된 것인지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있는대로 녹이 슨 문을 열고 냄새가 심하게 나는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야!, 야!.... 저거!.... 우, 우리 가방 아냐?!" 카즈야가 소리쳤다.

확실히.... 우리가 차에 두고 도망친 가방 두개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차와 마찬가지로 몇십년은 방치 되어있던 것처럼 낡아있었고,

옷이나 일회용품 등 가방의 내용물 역시 낡아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또 한번 카즈야가 중얼거렸다.

뭐가 어찌 된 것인지 더 이상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았다.

좌우간 이 기분 나쁜 캠핑카에서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야, 가자! 가자!" 카즈야도 떨고 있었다.

캠핑카에서 막 나가려고 하던 그때, 가장 안쪽 문 안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문은 닫혀있었다.... 열어볼 용기는 없었다....

우리는 당시 두려움에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소리를

제대로 들었던 것인지 아닌지 지금에 와서는 아리송한 생각도든다.

어쩌면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분명히 들렸었다. 가장 안쪽의 문 너머에서 났던 그 소리....

 

"....마마~!"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트럭으로 뛰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기다리고 있던 기사아저씨의 얼굴도 파랗게 질려있는 것이었다.

말 없이 트럭을 출발시키는 아저씨.

 

"무슨 일 있...."/ "무슨 일 있었나요?!"

아저씨와 내가 동시에 말을 꺼냈고 잠시 뒤에 아저씨가 말을이었다,

"그....어쩌면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는데.... 저 차....

너희 말고 아무도 없던 거 맞지?.... 아니, 있을리가 없기는한데.... 아니다, 됐다."

"왜 그러시는데요?? 말해보세요!" 카즈야가 캐물었다.

 

"아니, 그.... 언뜻 뭐가 보인 것 같아서 말이야.... 그.... 카우보이들 모잔가 그게?
그런 비슷한거 쓰고 있는.... 형체인지 그림자인지.... 보인 것 같았거든.
그래서 순간 오싹해가지고 있는데 귓가에 갑자기 휘파람소리가 들리는거야...."

"....어, 어떤.... 소리였는데요?.... 그 휘파람...."

"음.... 들은적은 있는 것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는....
삣삐비- 삣삐비- 삣삐빗비비~♬.... 핫! 아니야 아무것도.... 피곤했나 보다."

아저씨는 웃고 있었지만.... 아저씨가 분 그 휘파람은....
미키마우스 행진곡이었다....

30분 정도 우린 말없이 달렸다. 그리고 시내가 가까워졌을 무렾
난 계속 마음에 담아두었던 의문을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그.... 처음에 저희 태워주셨던 국도 근처에요.... 산.... 있잖아요...."
"음.... 어, 그런데?"
"거기서 예전에 무슨 사건 같은 거.... 없었나요?"
"사건?!.... 글쎄.... 모르겠는데? 산이 서너개 연달아 붙어있어서....
아! 근데 아마 그쪽 어디산에서 여자 하나 살인사건 있었다는 말도 있는 것 같던데....
뭐 그런거? 그런거 말고는.... 멧돼지가 어쨋네하는 정도지 뭐, 무서워 야생멧돼지."

"그, 여자가 죽었다는..."/ "화장실인가요?!"
카즈야가 내 말을 자르며 물었다.
"응? 아, 으응.... 아네?"

시내까지 데려다 준 아저씨께 감사표시를 하고
안도감에서 였는지 그 날 밤은 호텔에서 죽은 듯이 잤다.
그리고 이틀 뒤, 우리는 신칸센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있었다.

가능하면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악몽같은 그 시간이 가끔 뜬금없이 떠오르곤한다.
그 가족은 도대체 누구였는지, 실제 존재했던 정신나간 사람들이었는지.
환상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존재였는지....
화장실에서 분명히 들려왔던 여자의 울음소리는 뭐였는지....
너덜너덜해진 캠핑카.... 똑같이 너덜너덜해진 우리 가방은 무얼 의미하는건지....

"슴!슴!슴!슴가를 다오~♬ 우훗! 우훗!"
어제의 단체미팅이 끈난 뒤의 성과가 좋았는지, 카즈야가 기분이 좋아보인다.
가끔 만나서 같이 노는 관계는 지금도 여전하다.
이 녀석의 꾸미지 않는 밝은 성격 덕분에, 그 지옥 같던 시간의 기억에서도
조금은 힘을 얻은 느낌이 든다.
....카즈야는 아직까지 캠핑카를 보기가 무서운 모양이다....
나는 그 미키마우스 행진곡이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딴따단 딴따단 딴따단따단~ 딴따단 딴따단 딴따단따단~

어제 단체미팅 막판에, 여자애 중에 그 음악이 벨소리인 애가 있어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지금도 그 일가족.... 특히 그 덩치 큰 남자의 휘파람이 꿈에 들릴 때가 있다....

추천수35
반대수13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