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를 보면, 제 삶의 궤적과 나란히 했던 프로그램이라서 애착을 안갖을 수 없는 거 같아요.
무도의 지나간 어떤 에피소드를 보면, 그 시절 난 몇 살이었고, 이거 볼 때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하는 제 추억이 중첩되어 나타난답니다.
무도는 제 20대에 시작해, 30대인 지금 모자라고 부족했던 제가 나름 볼품있게 성장했다는 것을 매주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가요제는, 어쩌면 2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첫 순서에 바다가 노란 드레스를 입고 첫 소절을 부를 때 소름돋을 만큼 아찔한 감동을 준 그때부터 기다려왔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개인적으로 참 다사다난하고 행복하고도 힘든 추억이 많은 2011년, 특히나 그 해 여름의 서해안 가요제는 그러한 제 삶의 페이스와 맞물려 하나의 상징적인 표상이 되었습니다. 무도 노래를 귀에 딱지 않게 들으며, 무도가 단순히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 삶의 전영역에 걸쳐 침투할 수 있음을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된 가요제인 듯합니다.
그래서 이번 자유로가요제는 너무도 갈망하고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이 남아 제 나름대로 글을 적어 남기려다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어 이렇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무도가요제의 기원을 되새겨보면, 첫 강변북로 가요제입니다. 일명 작곡가 납치사건이라하여 당대 유명 작곡가 두명을 속이고 곡을 뽑아낼 때까지 감금아닌 감금을 하여 무도 개인당 하나의 곡을 갖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기본 컨셉이 잡히는데요, 바로 단순히 인기작곡가의 노래를 받는 게 아니라, 무도 멤버의 삶을 그린 노래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하하의 키작은 꼬마 이야기란 제목은, 무도 가요제의 의의를 아주 일차원적으로, 그러나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낸 곡이라 하겠습니다. 정준하의 My way 역시 그런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곡이라 할 수 있고, 그 외 모든 멤버들의 곡은 멤버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곡들입니다. 노홍철 소녀, 정형돈 이러고 있다, 박명수 I Love You(결혼 전 지금의 부인을 대상으로) 등 제목만 봐도 당시 김태호 피디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라는 미션에 충실히 따른 곡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유재석은 삼바의 매력이란 곡을 썼는데, 유재석의 음악에 대한 정체성이 바로 춤과 동일시 됨을 이때부터 알 수 있다. 물론 재미를 위한 컨셉으로 삼바를 잡았을 수 있으나, 그가 춤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이 첫 회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랬었나 싶을 정도로, 당시 작곡가들은 무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곡을 쓴다는 것에 기뻐하기는커녕 당황하고 살짝은 불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때 무도의 컨셉은 모자란 남자들이 ‘감히’ 최정상 작곡가들에게 곡을 ‘내놓으라고’ 떼봇장을 쓴다는 것과 우스꽝스럽고 부족한 그들의 이야기를 천역덕스럽게 노래로 풀고, 그것을 또한 매우 조악한 무대와 노래 실력으로 공연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 백미는 바로 멤버 전원은 단체곡인데요, 이전 크리스마스 캐롤특집과 같은 데서 보아왔던 말도 안되는 노래실력과 60년대 유행곡들을 사용하는 모습인데요, 역시 이 가요제에서도 사용되었죠. 이런 막무가내 아마추어적인 노래 그렇기에 작곡가들의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은 재미를 배가시켰죠. 그런데 하하의 키작은 이야기는 예상외로 인기를 끌었고(사실 저도 이 당시 음악들 자발적으로 들은 적 거의 없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 2회째인 올림픽대로 가요제가 개최됩니다. 올림픽대로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강변북로 가요제와 한 짝인 것 마냥 같은 컨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올림픽 가요제가 무도가요제 발전의 본격적인 틀을 갖추게 하는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멤버 길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듀엣이라는 포맷을 덧입힙니다. 저는 이 올림픽가요제는 길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한 출연진들은 거의 길의 개인적 친분을 동원하여 끌어들였고(방송 당시 밝힌 부분) 당시로서는 일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저런 뮤지션들-그 방점은 바로 예능 출연이 없던 타이거 JK였죠-이 나올 수 있나라는 신선한 시각이었습니다. 올림픽대로 가요제만 하더라도 작곡가인 윤종신은 사전 모임부터 시큰둥하고 곡도 쓰는데 밍기적거리고 크게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무도가 원한 컨셉이고 윤종신은 가장 적절한 액션을 취해줬다고 봅니다. 윤도현밴드 역시 초등 수준의 영어 단어가 나열된 롹을 랩퍼 길과 함께 하며, 망했다고 계속 언급하는 모자란 컨셉을 보여줘 무도에 그대로 녹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에 반해 타이거 JK와 윤미래는 어수룩해 보이고 경제적인 여건의 어려움,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순박한 모습과는 상반되게 놀라운 음악에의 열정과 수준을 보여줘 무도가 지향하는 또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재조명받게 됩니다. 이때는 이미 여름 주제로 음악들이 나오는데요, 냉면, 영계백숙, 더위먹은 갈매기 등입니다. 그리고 음악 대부분이 신나고 빠른 곡들로 채워집니다. 1위를 한 Let's dance는 물론, 박명수와 제시카의 냉면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 괄목하게 성장한 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참여한 뮤지션들이 1회 감금된 두 작곡가와 달리 매우 즐거워했고, 정형돈의 오만방자 컨셉도 이때 에픽하이를 만나며 구축됩니다.
자 이제 세 번째가 바로 그 전설의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입니다. 먼저 앞으로 이만한 가요제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은 바로 그 가요제입니다. 뮤지션 구성이 아주 훌륭합니다. 정재형이 무도디너쇼에서 말했듯, 자기랑 비슷한 사람들이 나와서 음악하는 거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서로 친분있는 이적, 정재형은 물론, 스윗소로우, 십센티와 같은 예능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뮤지션들이 나옵니다. 물론 제작진들은(전 길이 음악감독이라고 확신함) 그들의 성향을 알고 예능 코드를 뽑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겠죠. 거기에 영악한 제작진은지디라는 이보다더 대중적일 수 없는 아이돌 스타를 영입하고, 바다라는 무도 내 독특한 위치를 갖는데다 실력있는 여자뮤지션을 배치함으로서 조화를 도모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당시엔 분위기와 예능에 기여할 뮤지션으로 싸이를 배치하여 환상의 조화를 이룹니다.
정재형이라는 까칠하고 극단적으로 예술적이 성향이 드러나은 뮤지션, 이적과 같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화술이 있는 뮤지션, 십센티와 같이 언더계에서는 아이돌스타 못지 않으나 미개척지처럼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 등 이런 구성은 올해 자유로 가요제에서 그대로 적용됩니다.
올림픽대로 가요제와 마찬가지로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역시 중감점검을 합니다. 이번에는 엠티라는 코드를 덧씌워 더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노래의 주제 역시 멤버들-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그 대표적인 노래가 바닷길의 나만부를 수 있는 노래와 처진달팽이의 말하는 대로입니다. 특히 말하는 대로는 유재석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비로소 봉인해제되듯 풀리며-그 전까지 춤에 대한 애착만을 노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완성된 음악 역시 뮤지션들은 이름값의 수준을 넘어, 한곡 한곡이 그들의 앨범 타이틀로도 손색없을 정도였고, 이는 음원차트 등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음반제작자협회는 이를 프로그램의 인기로 평가절하하며 문제제기를 하였죠. 그러나 그들은 무도 가요제를 척박했던 강변북로 가요제를 바라보던 인식에서 변화하지 못한 것을 드러낸 것으로, 음반제작자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음악에 대한 심미안을 갖추지 못한 장사아치에 불과할 뿐인가라는 깊은 의구심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는 앨범 하나에 버릴 곡 하나 없는, 근래 만날 수 없었던 좋은 앨범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올해 자유로고속도로 가요제가 열렸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뮤지션 구성은 참가자 하나하나를 보면, 신기하지만 실상 서해안고속도로와 그 포맷은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어서 2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