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다들 더워서 들어오자마자 부채질을 막 하는데
나는 마음이 너무 추워서 무슨 정신으로 집에 왔는지 조차 기억이 안나더라구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꼭 잡고있던 걸 한순간에 놓아버리니까
팽팽히 쥐고있던, 내쪽으로 늘 줄다리기했던 그 느낌이 그대로 있는데
내 마음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허무했어
항상 내마음이 얇은 실로 오빠를 당기는 느낌이였어
실이 파고들어 상처를 내고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내가 놓아버리면 오빠는 영영 사라질테니까 그게 너무 무서웠어
근데 놓아버렸네 그것도 오빠 하나밖에 모르던 내가.
오빠가 헤어지자고 할때 그럼 혼자라도 좋아하겠다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엉엉 울던 내가.
멍하게 피투성이가 된 내 마음을을 보는 기분이였지 하루종일
그런 날이였어 나한테
오빠가 너무 야속했어 너무 밉고 너무 화가났어
그렇게 당기고 당겼던 내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볼 줄 몰랐던 오빠가
오빠의 다정한 말이면, 따듯한 눈빛이면, 말없이 안아주던 포옹이면
내 마음에 낸 상처는 다 잊어버렸는데.
다 알았으면서도 다정한 말한마디도, 따듯한 눈빛도, 포옹도
해주지않던 오빠가 너무나 미웠어
그리고 제일 미웠던건 사랑받지 못하는 나였어
죽은사람 처럼 지냈어 시간을 보내야 할 것들이 필요했어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안가니까
다행인건지. 오빠를 만나던 내내 마르지 않던 눈물은
웃기게도 헤어지고 나니 말라서 가슴을 턱턱 치면서 울던건 며칠 안가더라
그래도 사는게 사는게 아니여도 살아지는 건 아는 나이라서
재밌는 드라마도 아닌데 하루종일 틀어놓고 멍하니 지켜도 보고
심야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고 그것도 안되면 아무버스나 타고 멀리 갔다왔어
집에 돌아와서 난 너무 괜찮은데 괜찮지않게 보는 엄마를 뒤로하고서
평소처럼 기분좋게 음악을 틀고 책도 보다가 비스듬이 누워 옆을 봤는데
오빠가 내 옆에 보이더라 멍하니 바라봤어
근데 나랑 사랑했을때 오빠가 날 안아주던 느낌이 생각나고
이리 오라고 어깨를 내주며 다정하게 웃던 오빠가 내 옆에 보였어
예전 같았으면 안겨서 펑펑 울었을 그 품에 난 안기지않고 멍하니 바라봤지
오빠는 괜찮지? 하고 물었어
어서 와서 안기라고 하는데 난 고개를 내저었어
오빠한테 사랑받지 못해서 헤어지자고 했지만
이렇게 웃으면서 오빠는 내가 사랑해주지 않아도 잘지낼 사람이니까
그래서 놓아준것도 있다고
너무너무 많이 사랑하고 좋아해서 그만큼 미웠지만
밥 잘먹고 아프지말고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펑펑 울면서 내가 제일 사랑하던 오빠 품에 안기지 않고
잠들었어
그렇게 우리가 헤어진지 반년이 지났어
유난히 길었던 더위와 같이 힘들었던 이별이였는데
벌써 겨울이 왔네
울며 전화온 오빠의 마지막 전화를 끝으로 우리는 이제 남이됬지만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나는 오빠를 너무 많이 사랑했어
그건 진짜야 그건 정말 이야
그것만으로도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
항상 건강하고 잘되길 빌어
오빠는 내가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