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죄 운운한 민현주에게 다시 한 번 우리 나라의 정치 역사를 되돌아보길 권유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이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과 장하나 국회의원의 반(反)박근혜 발언에 대해 ‘반역죄’라는 발언을 했다. 그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또 “새 정부가 출범하고 1년도 채 안된 시기에서 이렇게 노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선 불복을 행동으로 옮기는 역사가 이제까지 있었는가.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에 대선 불복의 역사는 없었다”도 말했다.
나는 앞선 포스팅에서 장하나 의원의 발언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썼다. 지금도 그 기조에 변함이 없다. 마찬가지로 양승조 최고위원의 발언도 찬성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딸은 완전히 다른 인격체의 자연인이다. 따라서 현 대통령 박근혜를 비판하는 것은 자유의사이겠으나 그 비판의 범주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개입시키는 것은 안 될 말이다. 더구나 그것이 죽음과 관련된 가족사였다면 이는 정치인, 더구나 제1야당 최고위원이라는 지도부 인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친노세력’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말이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인이 빨치산이었다가 체포되어 감옥에서 옥사한 것으로 반대편이 노무현을 공격했을 때 그 공격을 ‘연좌제’라며 극력 분노했던 것에서 생각하면 된다.
또 영화배우 문근영이 천사 같은 기부행위로 세간의 칭송을 받자, 이런 문근영에 대한 여론이 불편한 이른바 수구꼴통 인사들이 문근영 외조부의 좌익전력으로 문근영까지 매도했을 때의 국민여론을 생각하면 더 확실하다. 당시 문근영을 매도한 지만원 등에 대한 일부 극우 네티즌을 제외한 국민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거의 몰매수준이었다. 따라서 이런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연좌제를 반대하고 개인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진보세력일수록 연좌제성 발언을 하면 안 된다. 비판도 금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이보다 더한 비난을 받아야 한다. 특히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발언을 두고 ‘반역죄’ 운운한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그가 지금 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의원인지, 봉건왕조시대의 충성파 대신인지를 분간할 수 없도록 한다. 그리고 양승조와 장하나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제명요구안을 소속의원 155명 전원의 서명으로 국회 윤리위에 제출한 새누리당의 행위는 국회를 정쟁의 장이 아니라 코미디장으로 바꾼 것과 같다.
일단 우리 나라의 헌법에서 국회의원의 제명은 재적의원 2/3가 찬성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양승조와 장하나의 소속당 의석만 127석으로 제적 1/3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저명요구안 제출은 원천적으로 불가한 사안을 서류로 갖춰 국회에 제출한 말 그대로 협박성 정치행위다. 하지만 이런 협박은 자신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전두환 시대에 ‘통일국시’발언을 한 유성환 의원,의 제명은 전두환 정권의 목락을,‘미국의 박정희 제어’발언을 한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제명한 유신정권은 유신의 종막을 가져온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직 대통령을 두고 ‘노가리’ ‘육실헐 놈’ ‘귀신이 물어갈 놈’같은 막말 중에 상 막말을 했던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극 ‘환생경제’는 그래 그들 말대로 그냥 연극대사라고 해두자. 아무리 연극이라도 현직 대통령에게 이 같은 막말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패륜이지만 그들 말대로 그냥 ‘웃고 말자는 연극’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친박의 죄장이라는 김무성 의원은 2003년 9월 3일 당시 한나라당 회의석상에서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며 현직 대통령을 능멸하기까지했다. 또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당선무효소송과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해 재검표까지 했다. 그래도 한풀이가 안 되었던지 2004년 대통령의 발언을 꼬투리잡아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한나라당은 당 자체의 소멸을 두려워할만큼 몰락을 가져왔었다.
이런 과거가 역사적으로 기록되어 있음에도 황우여 대표가 “대선의 효력을 다투는 일은 대선 후 1개월간만 허용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니 이들의 법과 역사인식은 총체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즉 당선무효소송, 선거무효소송의 법적기간도 다르게 말했지만 자신들이 했던 과거는 깡그리 없던 일로 인식하고 있음이다. 특히 우리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언행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법률가 황우여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이런 점에서 서청원의 인식을 새누리당 돌격대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서청원은 오늘(11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북한이 김정은 권력 강화를 위해서 장성택을 숙청하는 등 5,60년대 시대의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있어서. 국민들이 대단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런 엄중한 시기에 우리 지도부도 한 개인의 자질문제로 치부하고, 모처럼 4자회담을 통해서 얻어낸 정국의 정상화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함으로 정국을 극단적 정쟁의 장으로 끌고 가는 지도부를 질타했다고 한다.
물론 서청원도 양승조 장하나 제명요구안에 서명했으니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발언의 맥락을 살피면 양승조 장하나 제명요구안 서명은 당인으로서 당론을 거역할 수 없었으나 당 지도부가 충성파 돌격대들의 정쟁유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음을 극력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정국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주범들은 이제 명백해졌다. 흐름에 편승하여 뜬금없이 개인의 생각을 불쑥불쑥 말해 정쟁의 꼬투리를 주는 민주당, 특히 친노측 의원들의 정치력 미숙도 문제지만 이를 빌미로 악전고투 중인 국정원과 청와대 권력자들을 눈에 들어 뭐 한 자리를 노리는 여권의 돌격대들이 그 주범들이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면서 자신을 뽑아 준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에게만 충성하려는 잘못된 인식, 이들이 이 인식을 고치지 않는 한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다. 나는 반역죄 운운한 민현주에게 다시 한 번 우리의 정치역사를 되돌아보길 권유한다. 정당정치를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야당 의원이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반역이 아니다. 그게 반역죄고 역모라면 야당 정치인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 모두는 ‘최고존엄을 모독하고 반당을 획책한 죄’로 숙청당한 북한의 장성택처럼 숙청되어거나 총살 등으로 처형되어야 한다. 양승조와 장하나에게 발언의 금도를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민현주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 임두만〈네이션코리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