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6주의 수업 끝에 받기로 한 총 페이는 2300 파운드로 40만원도 되지 않는, 특히 노동의 강도에 비해서는 정말 쥐 발톱의 때만도 못한 금액이었다. 애초에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은 아니므로 문제삼진 않았지만 (물론 조금의 불만은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 수단의 물가로도 이것은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했다.
그 와중에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내게 앞뒤 따지지도 않고 학원의 모든 수업을 몰아서 맡겨버린건 내가 외국인이어서이기도 했지만 다른이유도 있어서라는 걸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외국인이어서, 그리고 절친인 마흐무드의 추천으로 왔다는 이유로 나는 다른 선생들에 비해 페이를 약간 더 받고 있었는데 내가 오기 전 수아드를 비롯한 아담 두명은 나보다도 적게 받는 월급 때문에 파업에 들어갔었다고 했다. 때마침 마흐무드에게 연락이 왔고 야시르는 파업에 들어간 선생들 대신 나를 채용해 개강을 한 것이었다.
뭔가 내가 기존의 영어 선생들의 일을 뺏었다는 굉장히 찜찜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할 무렵, 사건이 하나 터졌다.
나와 이브라힘은 보통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곤 했는데 그 날은 왠지 나가기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기로 하고 이브라힘을 집으로 불러 인도미를 끓이고 있었음.
다 끓이고 한 술 뜨려는 찰나, 밖에서 쾅쾅쾅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미혼 여성의 집에 남자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경찰이 출동한 것이었다.
카르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나와 이브라힘, 세일링클럽의 알바 모하마드는 밤늦게까지 클럽에 남아 노닥노닥거리고 있었는데 잠시 모하마드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클럽의 경비가 오더니 우리를 체포해야겠다고 했다. 밤 12시가 넘었는데 미혼 남녀가 단 둘이 자리에 있다는 이유였다. 경비는 영어를 하지 못해서 나는 갑자기 경비가 오더니 이브라힘과 말다툼을 하는 것만 보고 상황파악도 하지 못한 채 어이벙벙하게 서있는데, 목소리가 높아질 때쯤 모하마드가 와서 둘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브라힘에게 설명을 요구하자 이브라힘은 경비가 어떤 것을 목적으로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뒷돈일 수도 있고, 다른 한 가지는 수단의 어떤 관습이라고 했다. 나는 아직도 당최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수단에는 미혼남녀가 불법으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걸릴 경우 경찰이 그걸 빌미로 여자를 강간하는 관습이 있다고 했다.
이브라힘은 경비는 우리를 체포할 수 없다고 했다. 1) 우선 우리는 단 둘이 있던게 아니였고 2) 나와 이브라힘 둘 다 외국인 신분증이 있으므로 법 적용을 하기 어렵고 3) 경비는 경찰과 달라서 체포 권한이 없으며 4) 설사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비가 모자도 쓰지 않고 쪼리를 찍찍 끄는 등 제복을 갖춰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브라힘은 경비에게 제복을 다시 갖춰입고와서 얘기하라며 호통을 쳤고 너의 상관을 불러 얘기하자고 했다. 경비가 쭈뼛쭈뼛하자 이브라힘은 친히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와달라고 함.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경비는 제복을 다시 입기 시작했고 한참 분위기가 싸했다. 근데 그 와중에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신기해서 웃을 상황이 아닌데 너무 웃겻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슬람인건 알겠는데 진짜 이런걸로 체포를 하기도 하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기한 경험을 다 하는군
경찰을 좀 기다리다가 좀 늦어지자 이브라힘은 경비를 구석으로 데려가 달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이브라힘과 경비는 한층 누그러진 상태로 이야기를 하다가 악수를 하더니, 결국 경찰서에 다시 전화를 해서 오고있던 경찰들을 돌려보냈다.
아무튼 경찰은 우리를 연행해갔고 우리는 군말없이 따라갔다. 아랫층에 도착하자 만년 얼굴 비추지도 않던 야시르를 비롯해서 매니저 할리드, 투자자 아부암나까지 다 소식을 듣고 와 있었다. 야시르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은수, 경찰서에는 내가 전화 한통 넣어줄테니까 갔다와서 얘기해요."
"괜찮아요 알아서 해결할게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내가 거절하자 야시르는 진짜 많이 화났음. 야시르의 도움을 받고싶지 않았던 건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서였지만 야시르의 거만함이 맘에 들지 않아서기도 했다.
내 비자가 만료되어서 연장을 하던 날, 야시르는 원래는 몇 주가 걸릴지 모르는 업무지만 본인이 전화 한 통 해두었으니까 당일로 발급받을 수 있을거라며
"이제 내 파워를 알겟지?"
정말로 저 말을 했다. 정말ㄹ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담비의 니가?ㅋ 표정을 지으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중에 포트수단에서 비자를 한번 더 연장해야 했었는데 알고보니 수아드의 언니가 비자 사무실에서 일을 해서 반갑다고 인사하고 혼자서도 당일 발급 받은게 함정ㅋ....
아무튼 내가 야시르의 제의를 거절하자 나를 특히 좋아하던 아부암나는 어쩔 줄을 모르며 자기가 전화를 해주겠다고 하고 이브라힘은 다 필요 없다고 지만 믿으라고 하고... 뭔가 연행되는중인데 이 알 수 없는 든든함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가는데 경찰은 우리에게 병원에 가서 성관계 여부를 검사해야 할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니 무슨 라면 먹을 시간도 안줘놓고....ㅋ
어쨌든 경찰들은 경찰서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의 사무실으로 우릴 안내했다. 경비 일을 해봐서 경찰들을 대할 줄 안다고 큰소리 뻥뻥치던 이브라힘은 들어가자마자 공손하게 뒷짐을 지고 발꿈치를 한번 들었다가 놨다. (이게 경의를 표하는 경찰들끼리의 인사라고 함)
나는 아랍어가 안되니 뭐 구석에서 짜져있고 이브라힘과 서장은 둘이서 애기를 쏼라쏼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얼마 안가 둘은 갑자기 빵터짐. 그러더니 갑자기 서장은 조용해지고 이브라힘은 사무실에 앉아있던 다른 사복 남자랑 계속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상황은 대충 이랬다. 이브라힘이 서장에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데 서장이
"아니 근데 대체 이 여자는 어디 사람이야?"
"한국인이에요."
"근데 밥 먹으려고 아파트에 들어갔단 말이지?"
"예."
"이 여자가 수단 음식을 할 줄 알아?"
"요리 제가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수단에서 요리를 남자가 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임. 미국인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브라힘은 카르툼 시절부터 요리의 ㅇ도 모르는 날 위해 자주 요리해서 집에 초대해주곤 했는데 뼛속까지 수단인인 서장은 저게 너무 웃긴 것이다. 옆에 사복을 입고 대화를 유심히 듣던 서장의 친구가 신나서 꼈다(나중에 수단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짐).
"잠깐, 자네는 제복을 입고있으니 가만있어. 사복인 내가 물어보지. 둘이 어디서 만났는데?"
"카르툼에서요."
"이 여자가 잘해주나?"
그러면서 서장이랑 둘이 신나서 우리에게 질문을 막 던지면서 놀리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할 때 초대해주게~~~~~캬캬캬캬컄ㅋㅋㅋㅋㅋㅋㅋㅋ"
ㅡ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쨋든 잘 해결되었음. 우리는 학원으로 돌아왔고 아부암나, 할리드, 그리고 몹시 화가 난 야시르까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은수, 이브라힘을 이 학원 근처에서 아예 안보이게 하든지 일 그만 두던지 하나만 택해요."
나는 "그럼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를 재빨리 외쳤고 진심인줄 알고 대답한건데 순간 당황한 표정이 야시르의 얼굴에 스쳐서 나도 당황;;
어쨌든 야시르는 그렇게 하라고 했고 나는 이번주까지만 가르치고 나가기로 했다. 그 주가 끝나고 아파트의 짐을 뺄 때까지도 할리드와 아부암나는 야시르도 홧김에 한 말이라며 계속 나를 어르고 설득하려 했지만 이미 의욕이 바닥을 친 나는 미안하다고 하고 학원을 나왔다.
야시르도 다시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가 갑자기 중간에 갈 수 없다고 갈거면 벌금?을 내놓으라고 했다. 조언을 구하려고 잡혀갔던 경찰서에 가서 서장을 만났더니 서장이 야시르에게 전화해서 월급 안 준 걸로 퉁치라고 함.
야시르와 나는 훗날 마흐무드를 통해 화해를 했다. 내가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았다고 사과했고, 야시르는 나보다는 이브라힘에게 감정이 있는 것 같았다. 이미 카르툼으로 돌아갔는데 다시 포트수단으로 돌아와서 가르쳐도 좋다고ㅡ.,ㅡ
은수, 안녕. 잘 지내요? 보고 싶어요.
학원에는 새로운 선생님이 왔는데
별로라서 저는 라마르 학원을 나왔어요.
곧 보고싶어요.
-마날-
은수 선생님, (선생님이 학원을 나간 건) 잘 된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운이 없군요.
-오마르-
학생들도 개인적으로 학원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지라 내가 그만두는 것을 되려 응원했다.
나는 짐을 빼서 이브라힘과 배 관리인 시니가 사는 요트 프리덤으로 이사를 했고, 내가 관두고도 학생들은 여전히 나를 보러 저녁마다 항구로 찾아왔다.
거의 하루도 안빼고 찾아오던 무사, 아부암나의 비서이자 내 학생이었던 모하마드, 모하마드2,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