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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마피아게임 - 프롤로그

초승달 |2014.02.26 09:15
조회 3,746 |추천 9

출처-웃대, 듀라라님

 

 

프롤로그


오늘도 익숙한 점심 식사를 입 안에 구겨 넣으며 기름진 손으로 마우스를 만지작거렸다.

‘오늘도 초딩 수준 퀴즈들 밖에 없네.’

조금 더 검색해볼까 하다가 마우스를 놓아버리고 왼손에 쥐고 있던 파리바게트 핫도그를 마저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기름 진 손을 닦으려고 휴지를 찾다 귀찮아서 그냥 윗옷에 슬쩍 닦아버렸다.

‘하, S클래스가 되어도 딱히 좋은 것도 없네. 그냥 카페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 뿐…….’

얼마 전 네이버 추리 카페 RS추리동호회에서 S클래스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그 타이틀은 추리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로써 홈즈나 포와르 같은 탐정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 아주 명예로운 호칭이다. 나 역시 그 S클래스라는 칭호를 따기 위해 추리에 관련된 서적 암호문, 프로파일, 심리학 등 안 읽어본 책이 없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드디어 S클래스라는 꿈에도 그리던 명예를 얻었다. 물론 그 밑에는 A,B,C,D가 있고, 최고 등급인 S클래스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 노력으로는 택도 없다. 그런 힘든 일을 난 해낸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지.’

그렇다. 게임을 잘해서 프로대회에 우승을 한다면 명예와 ‘상금’이 주어지고, 한낱 아이들이 차고는 공놀이도 최고가 된다면 명예와 ‘돈’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취미 생활인 추리는 최고가 되어도 ‘돈’이 주어지지 않는다. ‘상금’은커녕 작은 도서상품권 하나 없었다. 그저 인터넷 상의 ‘유령’이라는 닉네임의 가치가 올라갔을 뿐이다. 물론 금전적인 가치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추리력을 이용해서 추리소설을 써볼까도 했지만 18살인 나에게는 이미 늦은 시도였다. 추리를 못해도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문체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고교생은 이미 차고 넘쳤다. 물론 기발한 트릭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문체가 더욱 잘 팔리는 건 말 안 해도 충분할 것이다.

‘수능 준비를 해야 하나?’

추리가 보잘 것 없는 일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고등학교 2학년인 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수능. 거기서 사람들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고작 종이쪼가리 하나에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는 게 우습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학력위주, 물질만능주의, 인맥. 이런 단어들은 모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단어들이다.

‘결국 나도 평범한 인생을 살아야하는 건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차를 타고 똑같은 전철을 타고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행동 똑같은 웃음 똑같은 아부. 그런 것에 염증을 느끼고 도망 온 곳이 바로 추리소설이라는 세게이다. 추리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수능 만점을 받는 아이라도 풀지 못하는 트릭이 존재했다. 학교에서는 그런 걸 가르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난 풀 수 있다. S클래스 회원이니까.

“하…….”

그래봤자 헛된 생각일 뿐이다. 추리가 없더라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추리 같은 걸 할 시간에 영어 단어라도 하나 더 외웠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의자를 뒤로 힘껏 젖혀 천장을 바라봤다. 어두운 것을 좋아해서 일부러 깜깜한 공간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장은 모니터 불빛 때문에 보였다. 마치 내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만하자. 이런 생각해서 뭐하겠어.’

사실 부모님으로 인해 이미 진로는 정해진 상태였다. 도자기 공예가. 그것이 앞으로의 나의 진로였다. 아버지께서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도자기 장인이셨다. 어릴 적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으신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최고의 도자기 공예가가 되셨다. 그리고 나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의 공예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 정해진 행로. 싫어도 할 수 없다.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 자신을 원망하는 수밖에……. 아니……. 원망도 나에게는 사치다. 차라리 처음부터 흥미요소가 게임이었다면 프로게이머로 전향해서 아버지에게 당당히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텐데……. 하필 좋아하는 것이 추리다. 형사도 아니고, 흥신소도 아니고……. 범인의 트릭을 밝혀내는데 쾌락을 느끼는 가상속의 탐정. 이런 현실감각 떨어지는 나에게 있어 먹고 살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진 것은 다행이 아닐까?

‘스트레스 풀 겸 추리문제를 보려고 했는데 오늘도 의미 없는 클릭 질이었구먼.’

카페 창을 닫고 네이버 창을 닫으려는 순간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어? 이게 뭐야.’

창을 닫기 바로 직전 내 시야에 담긴 것은 네이버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연쇄납치사건’이라는 문구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것을 클릭했다.

- 대구에서 일어난 연쇄납치사건. -
- 하루에도 수십 개의 행방불명 신고가 들어온다. 하지만 이번 대구에서 일어난 연쇄납치사건은 지금의 것과는 다른 형태의 사건이다. 처음 이 사건이 밖으로 배출되기를 원치 않았던 경찰은 그 사건을 덮으려고 했지만 그로인해 사건은 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경찰 측은 전국적으로 그 사실을 공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은 전국적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
- 납치된 사람들이 있던 자리에는 언제나 작은 봉투가 놓여있었는데 그 봉투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고 한다. -
- 이 사람은 행방불명이 된 것이 아니다. 내가 납치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위한 준비과정이라 어쩔 수 없는 행동이니 모두 양해해주길 바란다. 이 사실은 전국으로 공표해야할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전혀 상관없는 이들까지 납치할 계획이다. 물론 상관없는 이들은 쓸모가 없으니 처분할 계획이다. -
- 짧은 글귀임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의도가 정확히 드러난 편지였다. 처음에는 주로 대구에서 납치사건이 일어났고, 지금은 점차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범인은 한 명이 아닌 단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그 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경찰들은 고군분투중이다. 하지만 지능범이라 증거도 남지 않아 수사의 혼란을 겪고 있다. -
- 네이버 강OO기자 -

“이거다.”

심각한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내 입꼬리는 내려갈 줄 몰랐다.

“아버지도 세계도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만들 방법.”

그건 직접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진짜 내가 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면? 세계가 나에게 이목이 집중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방송제의, 인터뷰가 쏟아지게 될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이것저것 다른 사건들까지 해결하게 된다면?

- 현대판 셜록홈즈 -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생각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이었다. 과거 몇 번인가 실제 사건을 해결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딱히 두렵거나 하진 않았다. 탐정이 사건에게 겁을 먹는 것은 요리사가 생선을 무서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직 방학이니까 시간을 충분해.’

나 자신의 추리력과 행동력을 믿는다. 그것만 있다면 분명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단순한 기사만 보고 이런 다짐을 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 기사와 함께 같이 올라와 있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그 사진은 실제 납치된 피해자의 방을 찍어놓은 사진이었다. 아마 기자가 그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다. 이런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 사진은 처음 그 납치된 사람이 있던 방과 경찰이 지나간 방을 각각 찍어놓은 두 장의 사진이었다. 단순히 본다면 경찰들이 지나간 자리이기 때문에 많이 변한 방의 차이점을 눈치 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S클래스 추리회원이다. 세세한 관찰력이 없다면 올라오지도 못했을 자리라는 소리다.
처음 사진에는 책들과 유리공예품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두 번째 사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번째 사진에는 그 책 앞에 놓여있던 작은 유리공예품의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크크크…….”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범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흔적을 이렇게 절실히 남겨놨으니 말이다.
물론 수사 중에 경찰들로 인해 위치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위의 사진과 확연히 자리 배치가 눈에 띠게 바뀌어야 정상이다. 즉, 경찰들은 그 책 앞에 놓여있는 유리공예품들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럼 이 미묘하게 자리가 바뀐 공예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게다가 처음에는 자세히 몰랐지만 직접 다운받아서 자세히 확대해서 보니 유리공예품에 남아있던 작은 균열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이런 걸 두고 모른다면 S클래스라는 명성이 울지.’

범인은 피해자와 몸싸움을 했고, 그 때 유리공예품이 깨졌다. 처음 사진에는 있는 작은 균열이 두 번째 사진에는 없었다. 깨진 유리공예품을 버리고 새로 사놨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 공예품이 어떤 것이고 어디에 파는지 어떤 식으로 놓여있었는지도 확실히 아는 사람.

‘그 가족들 중에 범인이 있어.’

연쇄납치범이 가족들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가족들이 그에게 협조한 것인지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일단 피해자의 집으로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며칠 전의 기사이기 때문에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나는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그 납치된 고등학생의 친구 행세를 하고 들어갈 계획을 짰다. 다행히 피해자의 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좋아. 좋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실제 사건을 겪는다는 설레임에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몰랐다. 나는 흥분되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지갑과 휴대폰을 챙기고 방문을 열었다.

설마 그 한 걸음이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체.

추천수9
반대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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