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 석규, 재철은 친구였다.
하도 셋이서 몰려다니다 보니
어느 틈엔가 학교에서 '삼총사'라 불리게 되었다.
친구이긴 했으나, 셋의 가정 환경은 극과 극일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그들이 함께 몰려다니게 된 건
그들의 삶에 뚜렷한 하나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들이 학교의 '일진'이라는 사실 말이다!
셋에게 세상은 스트레스로 가득 찬 장소였다.
알 수 없는 화가 매일 수시로 솟구쳤다.
그냥 학교가 답답해서 화가 났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싫어서 화가 났고,
선생의 얼굴이 보기 싫어서 화가 났고......
화를 낼 대상이 필요했다.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 필요했다.
그들은 수백 가지 구실을 붙여서 주변 아이들을 건드렸다.
그날 기분이 안 좋으면 때리고,
날씨가 안 좋아도 때리고,
웃는 모습이 기분 나쁘면 때리고,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도 때리고......
한 놈을 골라서 집단으로 구타할 때는
으슥한 골목이나 CCTV가 없는 곳을 찾아 다녔다.
그렇게 으슥한 곳에서 집단으로 때리는 일이 끝나면,
맞은 놈의 몸에 침을 뱉어주거나 오줌을 싸 주곤 했다.
마치 개가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는 것처럼.
때리는 짓만 한 것은 아니었다.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주변 아이들에게서 돈을 수시로 빼앗았다.
돈도 안 주면서 매점 가서 빵 사 오라고 시키고,
가게 가서 담배 사 오라고 시켰다.
공부를 어중간하게 하는 약골 아이를 골라서
강제로 담배를 피우게 만들기도 했다.
그냥 한 가치만 물리면 재미가 없으니까
여러 가치를 한 번에 물리고 피우게 만들었다.
지루함과 무료함을 달래는 데에는
사람을 따돌리는 것 만한 게 없었다.
따돌릴 대상을 고르고 나면
그 놈과 친하게 행동하지 못 하도록 반 아이들을 협박했다.
친하게 지내려는 놈은 같이 따돌림 당할 것을 알기에
아이들도 그에 동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들을 학교에서 저지르고 다녔지만 그들은 아무벌도 받지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에게는,
선생이나 부모에게 말하면 각오하라고 무섭게 협박을 했다.
보복이 두려운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아무 말도 못 했다.
여러 업무로 시달리는 선생들은
그냥 잔소리 몇 마디만 하고는 모른 척 했다.
그들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나눠 피고,
싸움이 나면 같이 싸워주고,
따돌리는 애는 같이 따돌리고,
괴롭히는 애는 같이 괴롭히면서 그걸 의리라고 생각했다.
셋은 팔뚝에다 한자로 '석 삼(三)' 자 모양을 칼로 새기면서
변치 않는 우정을 맹세했다.
좀 쓰리고 아팠지만, 피가 나오면서 뭔가 동질감도 더 느껴지고,
꽤 멋있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이제야 피를 나눈 친구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깊은 곳이 뿌듯해졌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들 세 사람에게는 예기치 않은 운명의 손길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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