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새삼스럽게 나의 남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렸을 때 한국에서 따돌림을 당해 미국으로 도망 가듯 택한 유학생활도 인제 5년째다. 물론 친구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는 아니였다; 어렸을 때 재미로 배운 영어를 모국어보다 더 잘한다는 걸 우리 가족 모두 알았고, 워낙 특이한 내 성격을 잘 감싸줄 주 있는 아량을 갖고 있는 나라로 떠나고 싶었다.
공부하고 걱정하는데 시간을 보내서 연애경험은 거의 없다싶다. 첫 키스는 졸업날, 나보다 한 학년 낮았던 백인 단짝 친구 벤이 가져갔다. X폼 잡으면서 나한테 말하기를, “너의 첫 키스는 널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했다고 기억했으면 좋겠어.” 나쁜 시키. 아무튼 벤 이후에는 아무런 교제도 없었다.
친구들이 학교에선 엔조이로 사람을 만나는 게 대다수인데, 아무래도 몇몇의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 그리고 내가 흘리는 분위기상 그렇게 다가오는 남자가 좀처럼 없다. 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라 생각하면 고맙기도 한데, 대시하는 남자들은 나로서는 감당하기엔 버거운 헌신 (?, commitment) 을 제시하고 바라는 경우가 많아 또 착잡하다.
이렇게 고민을 얘기할 때면 친구들이 남자 하나를 잘 골르라고 한다. 그냥 지금 있는 모든 성적 긴장 (sexual tension)을 해소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그렇지만 여기서 역시 머뭇거리게 된다. 뭐 관계에 대한 지나친 강박이 있는 건 아니다. 순결이란 원하고 지킬 수 있다면 존경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관계는 서로 좋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단지 난 나에게, 한 가지 제약을 일찍이 줘버렸다: 첫 관계는 꼭. 날 사랑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랑 할 것, 그리고 그 말을 상대방에게 직접 들을 것.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한국이랑 미국에서는 무게가 다른 것 같다. 내가 본 바로는, 미국애들은 고백을 하거나 받으면 “일단 만나보고, 이게 어디 가는지 보자”라고 많이 생각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썸이라는 것 때문인지 고백에서 결정을 하고 한 번 만나기 시작하면 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 있는 한국인 커플들은 한달도 채 안됐는데, 서로 사랑한다며, ‘여보’나 ‘자기’같은 애칭을 붙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 커플은 관계를 시작한지3달 됐는데도 아직 조심스러운 경우가 았다.
배경이 배경인지라, 난 그 중간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는 “사랑한다”라는 말이 많이 무겁다. 확신이 없는 관계는 시작하고 싶진 않지만, 벌써 정해진 무언가에 발을 디딜 생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