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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베프와 함께하기, 점점 힘들어져요.

유리멘탈 |2014.03.30 10:19
조회 190 |추천 1

안녕하세요,

얼마 전부터 판을 읽기 시작한 20대 여자입니다.

고민이 있는데 친구 얘기라 ㅠ 주변에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여기다 글을 써봐요.

 

저에게는 올해 초부터 급속도로 친해져 베프가 된 친구가 있습니다.

제 베프는 정말 외향성의 아이콘 같은 애예요.

신기할 정도로 단 한 순간도 입을 못다물어요,

근데 말을 많이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잘합니다. 설득당해요. 보험왕 될 기세;;

제가 학교에서 노력으로 눈에 띄게 된 케이스라면

얘는 성격 자체가 완전 튀어요. 외모도 완전 튀고요.

어쩌다 제 베프를 모르는 다른 친구들한테 얘 얘기를 할려고 하면,

 

저: 아, 너 내 친구 00 알아? 걔가 누구냐면...

친구A: 키 크고 노란머리에 항상 떠드는 애?

저: 어떻게 알았어?;;

친구A: 걔 모르는 사람이 우리 학교에 어딨냐...

 

이런 식이에요.

 

제가 얘랑 친해진 것도 완전 얘한테 말려들어서죠.

올해 초에 몇몇 수업에서 같은 반이 됐는데 옆자리에 앉아서 몇 마디 나눴더니

수업 끝나고 같이 커피마시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4시간 수다...

그 다음 날 또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3시간 수다...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또...;;;;

 

저처럼 친구 쉽게 못사귀는 사람한테 이런 친구 있는 건 정말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좋아하구요.

근데 날이 갈수록 뭔가 얘 존재가 저를 묻어버리는 느낌?

 

가장 최근의 일부터 설명할게요.

 

1. 학생회 모임

 

저하고 얘 둘 다 과대를 하고 있습니다.

금요일날 학생회 모임이 있어서 과대들과 교직원들이 다 모였죠.

일단 학생들 상대로 며칠동안 설문조사를 하고, 그 자료를 모아서 통계를 내고

통계 결과를 프레젠테이션으로 정리해 발표했는데요.

사실 다른 과대들은 그냥 종이에 몇 개 적어서 왔는데

저는 정말 잘 하고 싶어서 저렇게 한거예요 ㅋㅋ

프레젠테이션을 종이에 따로 프린트해와서 저희 발표 차례 때 쫙 돌렸는데

교직원분들이 감탄사를 연발하시더라구요.

 

문제는 저랑 걔랑 학생 설문조사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저 혼자 다 하게 됐어요.

근데 같이 하기로 해놓고 제 이름만 넣자니까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저랑 걔랑 같이 만든 걸로 한 다음에

"그럼 발표를 네가 하면 되겠다!" 라고 말하니까 걔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든 자료로 걔가 설득력 끝내주는 발표를 했고요.

그런데 당연한 걸까요... 다들 걔 혼자 다 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ㅋㅋㅋ

 

전 그래도 작업은 제가 했다고 걔가 언급 정도는 해주길 바랐는데...

전달을 실감나게 하려고 그랬는지 마치 자기가 데이터에 있는 학생들을

직접 하나하나 만나본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

 

그 자리에 계셨던 제일 높으신 교수님이 걔보고 엄청 칭찬을 하시면서...

"00 교수님이 제일 좋아하는 학생이 너겠구나!" 이러는데 기분 묘했어요.

저한테는.. "너는 뭐 할 말 없니?" 이러시더라고요.

걔가 발표한 게 전부 제 의견이고 제 자료였는데...

 

 

2. 00 교수님과 스터디그룹

 

그런데 그 00 교수님이 누구시냐면 저와 걔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의 교수님이에요.

그 교수님이 저희 반을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전교에 소문이 다 났을 정돈데요.

저희가 매주 주말에 따로 만나서 그 교수님 수업 내용을 예습복습하는 스터디그룹을 하고 있는 게 교수님이 저흴 좋아하시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그 스터디 그룹을 만든 거? 저예요. ㅋㅋ

제 베프가 매번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만 운영은 100% 제가 하고 있어요.

교수님이 너무 기뻐하시면서 수업 시간에 저희 스터디 홍보해주시고 참석하라고 권장하시고 해요.

그럴 때마다 제 친구도 같이 나서서 "안녕하세요! 저희 스터디 다들 참여해주세요!

우리 그룹은 매주 일요일에 만나서 이런 걸 하고요... 이것도 하고 이것도 합니다. 저희한테 문의주세요!"

그렇게 홍보를 해요.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이 다 얘가 회장인 줄 알더라고요;

 

저희 스터디 그룹 사람들끼리 친해져서 수업 때도 같이 앉는데요.

매번 수업에 가면 교수님이 지난 스터디 때는 뭐했냐고 물어봐주시고 하거든요.

그때마다 걔가 대답해요.;;

다른 사람이나 제가 한 마디 꺼내면 그걸 또 받아서 자기가 보충설명...

매번 그러다보니 이제는 교수님이 저희 스터디에 전달할 것이 있으면 그냥 걔한테 전달하고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교수님이라 솔직히 상실감이 컸어요.

 

 

3. 그 수업

 

얘가 원래 적극적이긴 하지만 그 교수님 좋아하다 보니까 더 적극적인데요.

일단 교수님이 들어오시면 얘가 큰소리로 인사하고 말을 걸어요.

그러다보면 잡담이 길어져서 수업을 5분 10분 늦게 시작하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질문을 하면

보통 단어나 문장으로 대답하잖아요? "~요." 이런 식으로..

얘는 문단으로 대답을 해요.

 

"아, 그건 ~인데, 왜 그러냐면 ~하기 때문에 ~하고 ~한 거죠. 그것뿐만이 아니라 ~하기도 하고, ~한 것도 흥미로운데, ~인 것도 이유가 되고요. ~이랑도 관련이 있고 ~에도 해당이 되고. ~를 읽어보면 거기에도 나오고요. ~이 ~한 것도 그것 때문이고요. 제가 예전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가 나오고요. ~가 ~랑도 상관이 있어요."

 

진짜 교수님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마다 다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토론이 돼서 다른 사람들도 한마디씩 끼어들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한두 마디 하면 얘는 또 한 5분 얘기하고..

그러다보니 결국 시간 모자라서 그냥 다음 주제로 넘어가게 되고요.

 

문제는... 교수님이 적당히 다음으로 넘어가려 해도 얘는 멈추질 않아요.

교수님이 얘 말 끊을려고 중간에 좀 목소리를 높여서 얘기하면,

얘는 그거보다 더 목소리 높여서 계속 얘기하고, 그럼 교수님은 더 높이고, 그럼 얘는 더 높이고..;;

그러다보면 결국은 강의실에서 교수님이랑 얘랑 둘이 악을 쓰면서 소리치고 학생들은 어느 쪽도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되는 거예요.

근데 맨날 이래요.

 

아 그리고,

제가 일부러 교수님이랑 얘기하고 싶어서 질문을 자주 하거든요.

교수님께 질문 할 때마다 걔가 대신 대답해요.;;;

 

 

3. 그 교수님

 

그 교수님과의 관계가 저한텐 사실 굉장히 소중해요.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제가 약간 힘든, 특이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는데요.

그 교수님한테 고민상담하러 찾아갔다가, 알고보니 교수님이 어렸을 때 저랑 완전 똑같은.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거예요.

비밀일텐데 다 얘기해주시고, 힘내라고 난 네 심정 이해한다고...

저한테 특별한 교수님인 게 당연하죠.

제 베프한테 얘기해줬더니 얘도 되게 감동했어요.

근데 둘이 맨날 같이 있다보니 교수님이 뭔가 저한테 말을 걸면 항상 걔가 대답하는 거예요.

제가 말을 안하는 게 아니라 제가 한 마디 하면 걔가 열 마디를 해요.

맨날 그러다보니 이젠 제가 뭔가 질문을 해도 교수님이 걔를 보면서 대답을 해요..

 

그러고나서 헤어지면 베프가 저한테 이러거든요.

"교수님이 우릴 진짜 좋아하시니까 너무 좋다 그치?"

그럼 전 기분이 진짜 꽁기하죠.

 

 

4. 친구의 친구

 

한 번은 캠퍼스에서 베프랑 또 다른 친구B와 걸어가다가 B의 친구인 친구C를 만났어요.

B는 저랑 베프에게 C를 소개시켜줬고요.

C가 먼저 베프에게 인사를 하고 그 다음에 저한테 인사를 하는데

제가 제 소개를 미처 끝내기도 전에 베프가 C한테 다다다다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거예요.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어쩜 그리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는지..;;

그 자리에서 한 10분은 얘기를 하더니 그 다음날에 저한테 C가 페북 친구신청 했다며 알려주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종종 C랑 한 대화내용을 저한테 보여주는데

둘이 거의 매일매일 몇 시간씩 대화를 하더라고요.;;

근데 C가 저한테는 인사를 안해요.

절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요.;

 

5. 베프의 남자친구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에요.

지금 베프가 사귀는 남자친구도 이런 식으로 알게 됐어요.

베프랑 둘이 커피마시러 갔다가 혼자 앉아있던 남자가 저희 쪽으로 오더니 말을 걸더라고요.

근데 정말 어찌나 죽이 잘 맞는지 제가 일어나줘야 되나 고민했을 정도;;

문제는 얘가 일부러 절 소외시키는 게 아니고요.

오히려 그 남자한테 제 칭찬을 엄청 하면서 저한테도 말걸라고 했거든요.

근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감있게 말하기 참 힘들잖아요.

제가 한 두 마디 할라치면 또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둘이 재밌게 얘기하더라고요.

 

(남자와 베프 한참 음악 얘기 하다가)

베프: 내 친구한테도 물어봐!

남자: (저한테) 그런데 너는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야?

저: 좋아하는 뮤지션? 음...... 000?

남자: 아! 000 아는데! xxx도 좋아해?

베프: xxx 좋아해! xxx는 이렇고 저렇고 이렇고 저렇고...

남자: 아 나도! 어쩌고 저쩌고...

 

뭔가 계속 이렇게 되더라고요.;

결국 베프는 지금 그 남자랑 사귀고 있어요.

 

6. 제 친구들;

 

이게 모르는 사람들이랑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제 친구인 애들하고도 그래요. ㅠㅠ

제가 수다를 엄청 떠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캠퍼스에서 갑작스레 친구 마주치면 약간 어색하거든요.

저랑 베프랑 있다가 다른 친구를 만나면 서로 소개를 시켜주는데

베프는 어색해보이는 저를 도와줄 생각인지 친구한테 말을 걸어요.

그럼 대화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지고요.

결국은 그 친구는 저보다 베프랑 더 친해지는 걸로 결말이;;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제가 고민하는 게 잘 전달이 됐을는지 모르겠네요 ㅠ

오늘 다른 친구한테 살짝 털어놨더니 얘가 "그럼 너도 말을 더 많이 해!" 라고 하는데

문제는 제가 말을 안하는게 아니에요. 저도 엄청 적극적이고요.

오히려 과대 할 정도로 활발하고 인기도 많거든요.

근데 제가 한 마디를 하면 얘가 열 마디를 하니까 자꾸 묻히는 거예요.

인기 하니까 생각났는데... 사실은 제가 올해만 학교에서 고백을 여섯 번 받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거든요.

근데 얘랑 같이 다니다가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를 만나면요.

그 남자애가 얘를 좋아하게 돼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요. ㅠㅠ

 

근데 고민을 하는 것조차 제가 속좁게 느껴지는 이 상황이 싫으네요.

얘는 절대 저한테 뭘 뺏어가려거나 그런 게 아니고 오히려 뭐든 '우리' 라고 생각하는 의리 짱짱맨!!!인 친구거든요.

문제는 그 '우리'에서 제 존재감이 없다는 거예요.

발표를 해도.. 아무리 걔가 매번 "저희가 조사한 내용은 이러이러합니다" 라고 말하면 뭐하나요?

결국 다들 걔가 다 했다고 생각하던걸요.

그래서 전 제가 발표를 할 때면 매번 "이부분은 같이 한 게 아니고 내가 했다" 라는 걸 강조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얘가 불편해하는 게 느껴져요.

그럼 전 가슴속 깊이 죄책감 어택... ㅠㅠ

 

제가 뭐라고 탓을 할 수 있겠어요.

솔직히 항상 열심히 하고 적극적인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제가 무능력해서 괜히 친구 탓을 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뭔가 좋은 방법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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