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불량입니다!
오랫만에 들어오는 혼사방..
좋은 글들이 많이 있네요...
헌데 불량이..
오랫만에 들어와서 우울한 얘기만 늘어 놓을 듯...
그래도 돌 던지지 마세용....
지난 일요일에, 불량이는 이별을 했습니다.
뭐, 거창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다는 건 아니구요...
힘들때 속풀이 할 수 있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과 이별을 했습니다.
나한테 끝까지 미안하다고 했던 사람이죠.
불량이는 내일까지만 24살입니다.
이제 올 해도 2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24살일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24년 살면서 볼거 못 볼거 다 보고 자란, 의외로 사연 많은 불량이...
어머니가 식당 하시면서 키운 딸 다섯.
큰 언니 시집가고, 작은 언니는 작은 미용실 하고, 은행 다니는 넷째, 삼성 반도체에 다니는 막내.
그 중에 유일하게 대학교 졸업한 사람은 불량이 뿐입니다.
이모댁에서 학교 다니면서 1년 동안만 등록금과 용돈을 받았습니다.
2학년 때부터는 이모께서 식당을 하셔서 식당에서 알바하며 용돈 쓰고, 방학이면 낮에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저녁엔 이모 식당에서 일 하며 겨우겨우, 힘겹게 졸업 했습니다.
그 와중에 힘든 일도 많았구요, 아무리 열 번 잘 해도 한번 실수하면 그걸로 꼬투리 잡으시는 이모부 덕에 가슴 앓이도 꽤 했었어요.
그렇다고 우리 이모부가 나쁘신 분은 아니예요.
큰딸처럼 예뻐해주시죠.
헌데 한번 성질나시면 참으로 가슴 아프게 말씀하시는 분인지라...
그게 조금 서울할 뿐 참 좋은 분이세요.
제 딴에는 힘들게 학교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참 좋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 중에 몇 명은 지금도 만나고 있는 친구들이구요, 몇 명은 선배들이죠.
큰 딸이 아님에도 큰 딸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만큼, 불량이는 오지랖이 넓습니다.
나도 힘들면서 남들 힘들어하는 꼴 못 보고...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느니,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만다고...
좋게 말하면 속이 좋은 거고, 막말로 얘기하면 멍청한거죠.
제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불량토끼라는 제 별명과 쌍으로...
엽기토끼라는 별명을 갖게 된 친구죠.
살이 찐건 절대 아닌데, 왠지 통통한 느낌이 드는 사람 있죠??
그렇게 통통한 친구. 살이 하얗고 눈이 커다란...
자기가 키우는 퍼그처럼 눈 크게 뜨고 보고 있으면 왠지 챙겨주고 싶은 사람.
그게 바로 제 친구 엽기토끼입니다.
실수 많이 하고, 왠지 어리버리하고...
그래서일까요?
저는 그 친구를 볼 때마다 챙겨주곤 합니다.
지금은 자주 보지 못하지만요.
전 요즘 그 친구가 밉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인연을 그 친구로 인해서 떠나보내게 되었거든요.
제게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인연이었던 선배 이군...
친구들에겐 힘들다는 내색 별로 못해요.
마음 고생하고 있어도, 그런 말을 친구들에게는 잘 못하겠더라구요.
2학년 2학기가 되면서 만나게 된 이군에겐...
그런 말을 참 많이 했어요.
엽기토끼하고 제가 그렇게 장난치고 버릇없게 굴어도 다 받아주던 이군...
졸업하고 만날 기회가 없어도 힘들 때 전화하면 다 받아주고...
가족 문제로 어린애같은 투정 할 때면 가족들에게 잘 하라고 충고해주던 이군...
두어달 전에 이군이 엽기토끼에게 고백을 했다더군요.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구요.
하지만 엽기토끼...
현재의 남자친구와 사귄지 3년이 되어갑니다.
헤어지고 싶다고 난리를 쳐도...
결국 다시 만나고 그리도 정 들었던 사람이지요.
그 남자친구도 같은 과 선배이지요.
그때도 남자친구와 싸우고 힘들다고 그러자 이군이 고백을 했었데요.
그로 인해 엽기토끼는 고민에 고민을 하고...
전 솔직히 남자친구보다 이군을 밀어줬습니다.
성격도 좋고, 사람도 좋고, 제대로 된 직장도 있고...
해서 전 이군에게 올인이라고...
거덜내게 하지 말라고...
열심히 이군을 응원했죠.
한달 쯤 전에 엽기토끼는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 말을 했고, 전 이군과 엽기토끼가 잘 되는 줄 알았어요.
헌데 이 엽기토끼...
결국 엊그제 남자친구에게 다시 가더군요.
토요일 밤...
엽기토끼가 제게 전화를 해서 울더군요.
너무 힘들다고...
누굴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자꾸 남자친구가 생각난다고...
이군이 자기에게 정말로 잘 해주는데...
그래도 남자친구가 생각난다구요...
계속 갈팡질팡 하더니...
결국 남자친구와 다시 사귀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일요일에, 이군이 절 만나기 위해...
안성까지 내려왔습니다.
"오빠가 그동안 불량이한테 미안했으니까, 오늘은 오빠가 너한테 맛있는거도 많이 사줄께."
비싼 이동갈비도 얻어먹고...
선물이라고 장갑까지 사 주고...
애써 아닌척 하지만...
이미 다 눈치채고 있는데...
영화도 보기로 했지만, 결국 영화는 안보고 바로 커피마시러 갔습니다.
커피 시키고 나서...
그냥 제가 먼저 말을 했습니다.
"오빠, 나한테 할 말 있는거잖아. 이미 다 눈치 챘으니까, 얼른 말해."
그제서야 말을 하더군요.
이게 불량이와 만나는 마지막 만남이라구요.
근 1시간동안 커피숖에 앉아서 얘기했던게...
제게 미안하다는 말과...
엽기토끼에게 미안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괜히 고백을 해서 힘들게 했다구...
엽기토끼를 잊으려면 불량이와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않을 거라고...
엽기토끼와 조금이라도 연락이 되는 사람들과는 연락 끊을 거라고...
잊는데 오래 걸릴 것 같다고...
그러면서 제게 미안하다 하더군요.
사실 올해 초에 제가 이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었거든요.
물론 당연히 채였지만...
전 지나간 일에는 그닥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사귀다가 헤어져도 그 사람과는 칼 같이 끊는 성격이예요.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감정은 예전에 버렸건만...
그래도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거덜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엽기토끼의 남자친구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엽기토끼를 힘들게 하지 말고...
엽기토끼와 만나고 헤어질 때...
뒷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어 달라고...
눈물 흘리게 하지 말라고...
그 말좀 전해줘..."
말을 하는 이군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군요.
눈물을 닦아내는데...
이군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오빠가 지금 엽기토끼 걱정해?? 오빠 속도 참 좋다."
"속은 니가 더 좋지..."
더 있어봤자, 어차피 내가 먼저 연락은 못 할 사람이라 그냥 보냈습니다.
끝까지 사람 가슴 아프게 하더군요.
"오늘은 아무 말도 않하고 즐겁게 불량이하고 놀 생각으로 내려왔는데...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이군과 버스 터미널 앞에서 헤어지고...
돌아서서 이군의 뒷모습을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기운 없이 걷는데...
기분이 더럽더군요...
정말로...
기분이 더러운...
선물을 받고도 기분이 더러운데...
이걸 어찌 해야 하는지...
괜스레 나까지 좋은 사람 한명 잃게 만든 내 친구 엽기토끼...
엽기토끼가 무척이나 미워졌습니다...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소중한 내 친구...
이군에게도 좋은 여자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내 친구보다 더 좋은 여자가...
"나중에 오빠 결혼할 때면, 청첩장은 보내주라..."
하였는데... 정말 청첩장을 보내주려는지...
엽기토끼!!!
너 남자친구하고 헤어진다는 말 한번만 더 하면, 그땐 나한테 혼날 줄 알아!!!
민폐는 나한테만 끼치구!!!
오늘만!!!
오늘까지만!!!
너 미워할란다...